소통공간

경찰, ‘대선 방해’ 혐의 황교안 직할 ‘부방대’ 사무실 압수수색

경찰이 지난 6·3 대선을 두고 “부정선거”를 주장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20일 오전 황 전 총리가 이끄는 부방대의 서울 용산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부방대는 황 전 총리가 ‘부정선거 척결’을 내세워 설립한 단체다. 최근 황 전 총리가 만든 정당 ‘자유와혁신’과 같은 사무실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27일 황 전 총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황 전 총리가 선거법상 유사기관 설치 금지죄, 선거의 자유 방해죄, 투·개표 간섭 및 방해죄 등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전투표일에 투표소 100m 이내 지점에서 집회 개최를 계획하거나, 본 투표일을 앞두고 부방대원들에게 투표 업무 방해 방법 등을 교육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부방대의 조직도, 각 지역 대표 등 집행부 명단과 회원 명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황 전 총리가 부방대에 선거 방해 지시를 하거나, 사후 보고를 받았는지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선거기간 중 ‘부정선거 감시 활동’을 보고받은 자료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황 전 총리가 지난 대선에 출마하면서 부방대를 통해 실질적 홍보활동을 했다고도 본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가 운영하는 단체더라도 선거날로부터 180일 전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거나, 벽보·방송·통신 등 방법으로 선전하면 안된다고 정하고 있다. 경찰은 황 전 총리는 부방대 홈페이지에 개인 유튜브 페이지를 연결하고, 부방대 발대식 등 집회에서 홍보활동을 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부방대는 구체적 근거 없이 부정선거를 주장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하는데 일조했다”며 범행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부정선거 수사를 빌미로 압수수색을 하려는 것”이라며 “정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것”이라고 남겼다.
서른셋. 1000여만 원의 제작비로 만든 <낮술>(2009)이 유수 영화제 30곳의 초청을 받으며 ‘독립영화계 기대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서른여덟. 2억8000만원 규모의 스릴러 영화 <조난자들>(2014)을 선보였다. 이후 “조금 더 큰 영화”를 해보고 싶어 시나리오를 썼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각본은 제작 제안을 받지 못했다.
“그러고 나니 세월이 확 간 걸 느꼈습니다. 무엇이든 만들어서 ‘생존 신고’를 해야겠구나. 지금 찍지 못하면 영화를 앞으로 만들 수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20일 개봉하는 노영석 감독(49)의 11년 만 신작 은 “내가 아직 여기, 영화계에 있다”는 감독의 선언과도 같은 작품이다. 노 감독은 시나리오부터 촬영, 음악, 녹음, 편집, 컴퓨터 그래픽(CG)까지 ‘1인 제작’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지난 13일 만난 노 감독은 “(공백기에 준비하던) 영화가 좌절되며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었다. 허송세월한 기분도 들었다”며 “아무도 안 해 본 것을 해보면 어떨까. 스태프의 역할까지 내가 다 해보자 생각하니 기운이 났다. 그렇게 영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산속 등 비일상적 공간에서 만난 ‘희한한 사람’ 때문에 자꾸만 상황이 꼬이며, 어디로 흘러갈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이야기. 노 감독이 탁월함을 보여왔던 분야다. <낮술>이 주인공이 처하는 난처한 상황이 자아내는 웃음에, <조난자들>이 고립된 상황에서 수상한 사람과의 만남이 주는 공포에 집중했다면 은 두 감정 모두를 넘나든다.
영화는 귀신을 쫓는 유튜버 ‘귀식커’ 인공(변재신)과 그의 친구 병진(정용훈)이 귀신을 본다는 자연인(신운섭)을 찾아 외딴 산골짜기로 향하며 시작된다. 이 자연인은 사람 좋아 보이다가도 묘하게 수상쩍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 살면서 미디어 속 ‘자연인스러움’에 지나치게 빠삭하다. 정색할 때엔 누구 하나 죽일 것 같은 표정을 하기도 한다.
자연인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인공은 이만 촬영을 접고 집에 갔으면 하지만, 병진은 그런 친구를 못마땅해하며 말린다. 영화는 코믹한 대화 사이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가늠이 되지 않는 결말로 내달린다.
노 감독은 ‘자연인’이라는 말을 대명사로 만든 MBN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던 중 ‘고립된 산속에서 자연인이 정색하면 꽤 무섭지 않을까’ ‘자연인이 사실 자기 정체를 조작한 것이라면?’ 하는 상상으로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2019년 여름의 일이다.
1인 제작을 염두에 두고 집필하긴 했지만, 제작사들에 시나리오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독특한 상상이 가득한 글에 돌아온 것은 혹평이었다. 노 감독은 “시나리오에 ‘이게 말이 되냐’며 ‘10점 만점에 2점’이라고 평한 곳도 있었다. 오히려 ‘아, 진짜 나 혼자 하면 되겠다’ 싶어 오히려 신이 났다. 분노 에너지가 제일 좋은 원동력 아니겠냐”고 했다.
자연인으로 출연한 배우 신운섭은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얘는 뭐 이런 생각을 해?’ 싶었다고 한다. <낮술>에도 출연했던 오랜 동료가 그렇게 말할 만큼 은 본 적 없이 이상한 코미디물이 맞다. 지저분한 유머와 ‘저게 말이 돼?’ 싶은 상황이 난무한다. 하지만 대중의 입맛에 맞춘 게 아닌, 감독의 취향을 날 것으로 밀어붙인 이야기는 그 자체로 완결성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2020년 가을에 22일간 촬영하고 편집하는 데 1년을 썼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냉면 가게에서 육수를 담당하는 ‘생활인’ 노영석이 모아둔 돈 2500여 만원을 들였다. 그리고 2023년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노 감독은 “아예 예상하지 못한 수상이었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의 시선을 담는 등 의미가 있는 작품을 더 높게 봐줄 거로 생각했어요. 아이가 독감에 걸려서 시상식을 안 가려고도 했거든요.” 참석한 시상식에서 뜻밖의 큰 상을 받은 그는 눈물이 났다고 했다.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주는 기분이더라”던 노 감독은 그때의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대상 수상 이후 2년 만의 개봉에 노 감독은 “사람들이 많이 보든 안 보든,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것”에 설렌다고 했다. 충무로의 신예로 주목 받던 감독이 1인 제작에 도전하기까지. 노 감독은 누군가는 이를 ‘후퇴’라 볼 수 있겠지만, 자신은 이 도전이 또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누구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늘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게 보통이겠죠. 잘 됐던 것만 생각하고 살아가면 삶이 더 힘들지 않을까요. 영화를 준비하며 다른 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것만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한 편 더 만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도 명확하다. 1986년 초등학교 아이들이 외할머니댁으로 여행을 가며 벌어지는 일에 관한 내용이다. 이번엔 아이들이 고립되는 것이다. 노 감독은 “제가 어릴 때 못 놀아본 걸 놀아보고 싶어서 써두고, 더 잘 된 다음에 찍어야겠다는 마음에 놔둔 시나리오”라며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니 어떻게든 그 이야기를 찍고 싶다”고 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공동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 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며 미국 측 주장을 부인했다. ‘범죄와의 전쟁’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미국의 군사 개입을 경계하는 멕시코 간 진실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날 미 마약단속국(DEA)이 발표한 ‘포르테로 작전’ 관련해 “DEA와 아무런 합의도 안 했다”고 밝혔다.
그는 “DEA가 무슨 근거로 그런 보도자료를 냈는지 모르겠다. DEA는 물론 미국의 어떤 안보 기관과도 합의하지 않았다”며 “미 텍사스주에서 열린 워크숍에 멕시코 시민안보부 소속 경찰관 네 명이 참여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우리가 진행 중인 건 미 국무부와의 안보 협정 작업뿐이며 이는 ‘주권, 상호 신뢰, 영토 존중, 종속 없는 협력’ 원칙을 기반으로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DEA는 전날 멕시코 정부와 함께 미 남서부 국경 마약 밀수를 단속하는 포르테로 작전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멕시코 수사관과 미국의 법 집행 기관, 검찰, 국방부, 정보기관 등 관계자가 모인 팀이 단속 대상과 방법 등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DEA는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간 카르텔 수뇌부를 체포해 미국으로 송환하고 마약 단속을 위한 국가방위군 배치를 늘리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에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를 보여왔다. 그는 최근 국경 마약 단속 건수가 증가한 것과 관련해 “멕시코와 미국의 오랜 협력의 결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대카르텔 조치를 대중에 알리려 하지만 셰인바움 행정부는 미국의 개입을 경계하는 자국민에게 이미지 관리를 하려 하는 상황에서 두 나라가 어떻게 협력 프레임을 씌울지 의사소통을 잘못했거나 의견이 달라 이번과 같은 일이 생겨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셰인바움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을 동원해 라틴아메리카 카르텔을 소탕하라고 미 국방부에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협력은 할 수 있지만 개입은 안 된다”며 미국의 군사개입을 완강히 거부했다. 미국이 카르텔 소탕을 명분으로 내정간섭을 할 것이라는 국내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을 지렛대로 멕시코에 카르텔 소탕 작전에 속도를 낼 것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셰인바움 대통령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셰인바움 대통령의 ‘트럼프 대통령 달래기’ 전략을 두고 집권당 국가재생운동이 분열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의 ‘대통령실 민간인 동원 의혹’ 폭로가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 진영의 내전’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에도 헌법재판소 결정 승복 여부를 놓고도 갈등했다. 신 대표의 폭로 이후 이들이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며 ‘2차 내전’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아스팔트 보수 진영의 내전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와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수사가 맞물리면서 촉발됐다. 최근엔 경찰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 수사가 아스팔트 보수 진영을 향하자, 이들 사이에서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갈등이 더욱더 깊어졌다. 이전부터 이어진 아스팔트 보수 내 주도권 다툼이 윤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 이후 수사 국면에서 폭발하고 있다.
2차 내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건 신 대표의 폭로다. 앞서 신 대표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성삼영 전 행정관이 지난 1월 자신을 비롯해 보수 유튜버·단체 등에 ‘대통령 체포 저지를 위해 민간인을 동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함께 활동해 일명 ‘광화문파’로 분류되는 신 대표의 주장에 ‘여의도파’ 등 다른 보수 진영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이 ‘배신자’ 등 원색적 표현과 욕설로 신 대표를 공격하자, 신 대표도 “윤석열·보수를 참칭하는 가짜들”이라며 강하게 맞받고 있다.
아스팔트 보수는 12·3 불법계엄과 헌재 탄핵심판 등을 거치며 사안·노선 등을 두고 여러 갈래로 분화했다. 대표적으로 전 목사가 이끈 ‘광화문파’와 손현보 세이브코리아 대표(세계로교회 목사)가 이끈 ‘여의도파(손현보·세이브코리아파)’로 나뉜다. 광화문역 인근에 모이던 광화문파와 달리 여의도파는 주로 국회 앞과 부산·대구 등에서 집회를 이어왔다.
이들은 계엄 이전에도 사안에 따라 상호 협력하긴 했지만 갈등 조짐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0월 손 목사 주도로 열린 ‘차별금지법 반대 집회’다. 당시 양측이 집회 일정과 구호 등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다 공동 집회가 무산됐다. 이에 손 대표가 전 목사에 대해 원색적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대립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 파면 후에도 양측의 입장차는 이어졌다. 광화문파는 ‘탄핵 불복’을 외쳤지만, 여의도파의 전한길씨 등은 헌재 결정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신 대표는 당시 “세이브코리아니 국민변호인단이 조기 대선 운운하며 난리 친 결과가 파면”이라며 “광화문에 모여 한방에 보여주자고 했는데, 사리사욕 채우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라고 여의도파를 비난하기도 했다.
민간인 동원 의혹 폭로로 갈등은 절정에 달했다. 신 대표의 폭로 배경에는 서울서부지법 사태 배후로 전 목사와 광화문파가 지목된 상황이 있다. 앞서 지난 1월 서부지법 사태 당시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2명이 현장에서 체포됐고, 이들은 지난 1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전 목사가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국민 저항권’ 등을 언급하며 불복했던 사실에 더해 경찰이 당시 폭력 사태를 선동한 배후로 사랑제일교회와 전 목사를 겨눈 계기가 됐다.
이에 경찰은 지난 5일 사랑제일교회와 전 목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파로 분류되는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와 신 대표의 자택 등도 압수수색했다. 이에 신 대표가 “진짜 폭력 선동의 배후는 우리(광화문파)가 아니라 따로 있다”며 여의도파 등을 지목하고 나섰다. 경찰 수사가 자신을 향하자 신 대표는 지난 10일 성 전 행정관과 윤석열 국민변호인단 등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했다.
신 대표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한 성 전 행정관의 민간인 동원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당시 광화문파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합법 집회를 연 반면, 여의도파는 관저 인근 한남초등학교 앞에서 경찰 통제를 무시하고 집회를 강행했다고도 주장했다. 신 대표는 “(자신은) 당시에도 현장에서 누차 폭력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그들(여의도파 등)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폭로와 공익신고 이후인 지난 13일 “서부지법 난동을 막으려 한 내용이 휴대전화 안에 있으니 경찰이 합리적으로 판단해주길 바란다”며 경찰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다. 경찰과 특검팀은 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작업했다.
신 대표는 이후 언론 인터뷰·개인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서울동부지검에 포렌식 참관을 위해 출석하면서 “내가 폭력상황을 견제·제지하지 않았다면 (탄핵 결정일에) 헌재 앞에서도 폭동이 났을 것”이라며 “그들(여의도파 등)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의도파 등 다른 아스팔트 보수 진영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정현 백골단 단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신혜식 군단은 처음에는 백골단을 민주당이 만든 쁘락치(비밀정보원)로 몰더니, 이제는 세이브코리아 손현보 목사와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음해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썼다. 배의철 국민변호인단 변호사도 지난 12일 “(신 대표는) 특검이 자신을 수사하자 대통령실과 대통령 변호인단을 팔아 특검에 넘긴 것으로, 자신이 살기 위해 동료와 자유진영 전체를 배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로 광화문파를 향하던 수사 국면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팀이 석동현 국민변호인단 변호사도 신 대표에게 체포 저지를 요구했던 것을 포렌식 과정에서 확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윤 전 대통령 체포 당시 여의도파로 분류되던 민간인 시위대 ‘백골단’이 성 전 행정관의 요청과 유사하게 움직인 정황도 나왔다.
여의도파의 지원을 받던 대학생 보수단체 ‘자유대학’이 동원된 정황도 있다. 자유대학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관저에서 퇴거하던 지난 4월11일 대통령실과 논의해 대학교 점퍼를 입은 청년들을 관저 앞에 배치했다고 알려졌다. 김준희 당시 자유대학 대표는 이날 “일단은 오늘 그냥 대통령실 쪽에서 저희더러 와 달라고 해 주신 것 같다. 감사하게 앞쪽에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이 연이어 확인되면서 경찰과 특검의 수사가 여의도파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신 대표가 쏘아 올린 공이 아스팔트 보수 내 다른 분파 수사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수사 결과에 따라 탄핵 국면을 거치며 커지고 갈라진 아스팔트 보수 진영도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북 포항에서 더불어민주당 깃발을 들고 정치를 한다는 건 “악마의 맷돌에 인생을 갈아넣는 일이었다”. 2022년 8월22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허대만 전 경북도당위원장의 말이다. 1995년 지방자치가 부활하자마자 고향 포항으로 달려온 그는 그해 전국 최연소 시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그에게 허락된 영광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치러진 7번 선거에서 모두 낙선했다. 출마, 낙선, 출마 또 낙선이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그는 민주당 옷을 벗지 않았다. 예견된 패배를 조롱하듯 “딱 한 번만 눈감고 무소속 출마도 고려해 보라”는 제안이 그를 흔들었다. 하지만 유혹이 강하면 강할수록 ‘악마의 맷돌’을 더 세게 움켜쥔 그는 ‘과메기도 (국민의힘 계열)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민주당 험지에서 정치 인생 30년을 갈아넣었다. 그 ‘악마의 맷돌’은 지역주의였고, 승자독식 선거제였다.
그의 허망한 죽음 후 지역 1당 독점을 강화하는 소선거구제를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의 못다 한 꿈에 응답하듯 ‘허대만법’이란 이름이 붙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개정안을 내놓고, 국회의장도 선거법 개정 전원회의를 열었다. 정치권은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석패율제, 지역정당 허용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허대만법’은 거대 정당 중심의 양극화·진영 정치 벽에 번번이 부딪혔다. 민주당만 해도 김대중표 동진정책, 노무현표 전국정당화의 맥이 끊긴 상황에서 대구·경북은 정치적 동토를 벗어나지 못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과 호남 두 지역에서라도 ‘허대만법’ 불씨를 살리자는 목소리가 다시 나온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의 무투표 당선자 30%가 이 두 지역에서 나왔다. 전국이 어렵다면 이 두 곳에서 권역별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게 허대만의 유지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역주의 극복은 공존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시밭길”이라 했던 그의 여정을 담은 추모문집 <공존의 정치>도 20일 출간됐다.
3주기면 슬픔과 그리움이 덜해지는 ‘탈상’의 시기다. 비록 허대만은 현실 정치에서 패배했지만, 허대만의 정치는 실패하지 않았음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의 탈상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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