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전주 센트럴에비뉴원 오봉저수지 저수율 ‘쑥’…강릉 가뭄 완전히 해갈, 연기된 체육대회 열린다

전주 센트럴에비뉴원 추석 연휴 중 내린 가을비로 한때 고갈 위기에 놓였던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90%에 육박했다. 가뭄으로 연기됐던 지역 축제와 각종 체육대회 등이 뒤늦게나마 열릴 수 있게 됐다.
강원 강릉시와 강릉시체육회는 9일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연기됐던 전문·생활체육 대회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경포 마라톤대회’와 ‘도네폰도 in 강릉 자전거대회’를 시작으로 오는 12월까지 15개 대회가 차례대로 열린다. 이달 중 ‘제25회 대한체육회장기 패러글라이딩 전국대회’와 ‘강릉시민 생활체육대회’도 열린다. 11월에는 ‘강릉시장기 태권도대회’ ‘솔향강릉기 전국리틀야구대회’ ‘사임당배 파크골프대회’ 등이 이어진다. 12월에는 ‘강릉영동권 당구대회’ 등이 개최된다.
앞서 시는 최근 관내 상인 번영회 및 소상공인연합회 등과 간담회를 열고 가뭄으로 잠정 취소한 ‘강릉 커피 축제’와 ‘누들 축제’를 오는 30일부터 11월2일까지 나흘간 동시에 개최하기로 한 바 있다.
‘커피의 도시’로 명성을 얻고 있는 강릉 지역에서는 현재 900여개 카페가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들 축제’는 강릉 지역의 대표적인 면요리인 장칼국수와 막국수, 짬뽕, 옹심이칼국수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미식 축제다.
기상 관측 이래 108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지난달 12일 역대 최저치인 11.5%까지 떨어졌던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최근 이어진 단비로 9일 정오 기준 89.5%(평년 75.9%)를 기록 중이다.
신경숙의 <외딴방>은 ‘여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당사자의 눈으로 그린 ‘자전소설’이다. 자전적 고백과 허구적 소설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자서전은 무엇보다 당사자가 자신이 살아온 삶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려는 사실적 충동에 지배된다면, 소설은 상상을 통한 허구의 창조를 장르적 특성으로 지니고 있다. <외딴방>은 자서전의 사실성과 소설의 허구성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을 글쓰기의 동력으로 삼아 작가 자신이 여공으로 살았던 한 시대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한다.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작가의 개성적 방식이 이 작품을 1990년대 문학을 대표하는 정전의 반열에 올려세운다. 신경숙 특유의 내면의 글쓰기와 사실적 재현의 결합은 이 작품에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후 한국문학이 산출한 “가장 감동적인 노동소설”이라는 찬사를 안겨준 요인이다.
작품이 그리는 시대는 작가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시골에서 상경해 산업체 특별학교의 학생이면서 구로공단의 여공으로 일했던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의 시기다. 작가는 서른일곱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서울 가리봉동 3층짜리 건물의 후미진 방에서 오빠, 외사촌과 함께 3년을 산다. 열여섯에 그곳에 들어가서 열아홉에 그곳에서 나오면서 작가는 여공에서 대학생이 되고 소설가가 된다. 그러나 그로부터 1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작가는 그 시절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곳에서 겪었던 일들을 언어로 옮기지 못한다. 그 시절로의 회귀를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체 특별학교 동창생 하계숙이 전화기 너머에서 던진 힐난은 아픈 자극제가 된다. “너는 우리 얘기는 쓰지 않더구나. 네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걸 부끄러워하는 건 아니니.” 이 지적을 들으면서 작가는 구로공단의 그들과 자신 사이에 놓인 장벽을 넘어서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도망쳐왔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쓰려면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찾아야 한다. 작품은 글쓰기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해 그 물음으로 끝난다. “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하지만 그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하고.” 작가는 과거 여공 시절의 ‘나’와 글을 쓰는 지금의 ‘나’를 교차시키고, 사실과 픽션이 중첩되는 독특한 글쓰기 형식을 실험하면서 그때의 진실에 접근하려고 한다.
‘나’는 동남전기주식회사 여공으로 일하면서 산업체 특별학교 야간 학생으로 공부했던 당시 직접 목격한 노동 현실과 생활 현실을 충실하게 재현하고자 한다. 작품에는 저임금과 단순 반복 노동, 노조 설립 운동과 회사의 방해 공작, 남성 감독관의 성추행, 파업 농성과 탄압, 벌집 형태의 열악한 주거환경, 공순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 노동자들이 다녔던 야간고등학교의 환경, 그들의 신체 체험과 그들이 나누었던 자매애, 그들의 어깨를 내리누른 가족부양의 부담 등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반 여성 노동자들의 세밀한 풍속화가 그려져 있다. <외딴방>이 그린 여성 노동자들의 초상은 1980년대 한국문학이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그것은 남성 중심의 전투적 노동운동이나 총체적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민중문학이 주변으로 밀어낸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과 생활의 체험, 그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 경험을 복원한 모습이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충실한 재현으로도 그리지 못한 영역이 남아 있다. 작품에서 그것은 희재 언니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로 나타난다. <외딴방>은 트라우마의 기억에서 도망치려는 ‘나’와 그 기억을 글쓰기 속으로 데려오려는 ‘나’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대결의 기록이다. 희재 언니는 가난과 강도 높은 노동, 가족부양의 책임, 여성의 성에 유독 억압적이었던 가부장적 성문화 등 겹겹의 사회적 고통 하에 놓여 있던 당시 여공들의 삶을 압축하고 있다. ‘나’는 그곳을 빠져나와 대학생이 되고 작가가 되지만, 희재 언니는 끝내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처절한 고통에 시달렸을 그에게 손을 내밀지 못했다는 미안함, 그의 죽음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죄책감은 나를 그곳에서 도망치게 만든다. 희재 언니는 사귀던 남자의 아이를 밴 뒤 애를 지우자는 말을 듣고 절망에 빠진다. 그는 아무에게도 손을 내밀지 못한 채 죽음을 선택한다. 16년의 세월이 흐른 뒤 ‘나’는 자신이 희재 언니가 죽어간 방의 자물쇠를 채웠다는 사실을 글 속에 삽입한다. 물론 내가 그렇게 한 것은 희재 언니가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절망적 부탁을 하기까지 희재 언니가 겪었을 마음의 고통에 무심했다는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회상과 고백이 결합한 작품에서 나는 잊고자 하는 욕망과 기억해야 한다는 강박 사이를 맴돈다. 나는 죽은 희재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통되지 못한 언니의 진실을 쓰려고 한다.
“언니가 뭐라고 해도 나는 언니를 쓰려고 해. 언니가 예전대로 고스란히 재생되어질지 어쩔지는 나도 모르겠어. (…) 언니의 진실을, 언니에 대한 나의 진실을, 제대로 따라가야 할 텐데, 내가 진실해질 수 있는 때는 내 기억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도 아니었어. 그런 것들은 공허했어, 이렇게 엎드려 뭐라고뭐라고 적어보고 있을 때 나는 나를 알겠었어. 나는 글쓰기로 언니에게 도달해보려고 해.”
언니의 진실과 나의 진실은 <외딴방>이 재현하려는 진실의 요체이고, 그 진실을 재현하는 일의 어려움이 나를 글쓰기에서 도망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런 까닭에 진실의 추구는 글쓰기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또한 타자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나’의 윤리적 노력으로 연결된다. 나의 진실을 말하는 것은 타자의 진실에 응답하는 나의 윤리적 책무다. 자신의 진실을 말하는 것은 타자를 자기로 환원하거나 자기 안에 갇혀 자신만을 읊조리는 나르시시즘적 행위가 아니다. 자기 재현과 타자 재현이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외딴방>이 이룩한 문학적 성취다.
나는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어머니의 반짇고리에서 기억과 망각이 교차하는 트라우마적 글쓰기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앞 문장을 따라 반짇고리 속을 빠져나오다 멈추고서 마음의 심층 속으로 더 깊이 숨어버리는 색실이나 깨진 단추들도 있다. 자라가 제 목을 제 몸 깊숙이 숨겨버리듯, 끝끝내 숨어버리는 것들의 진실을 억지로 끌어낼 수 없었다. 쉽게 끌려 나오지 않고 숨어버리는 것들의 진실이 언젠가는 삶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심미안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가 어머니의 반짇고리에서 발견한 ‘여성적 글쓰기’ 형식은 억압적 자본주의와 폭압적 정치 체제하에서 사라져간 여성 노동자의 진실을 복원하는 문학적 장치가 된다.
그러나 <외딴방>이 가닿으려는 희재 언니의 진실에 노동자 계급 의식이나 성적 주체로서의 욕망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작품이 주체적 행위성을 갖지 못한 희생자로서의 여공, 욕망의 언어를 갖지 못한 탈성화된 여공의 재현에 머문 것은 여성 노동자의 젠더 정치성보다는 죄책감과 연민이라는 익숙한 감정 정치에 더 의존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외딴방>이 힘겹게 그려낸 여성 노동자의 진실이 정말로 충분한가, 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명호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결혼식장은 도산하고 출산이 드물어졌다는 것은 결코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인구 절벽의 위기가 호소력을 가지면서, 청년 세대의 취약성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가 하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제적·제도적 정책이 논의됐다. 때로 싱글의 삶을 예찬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성긴 음모론도 제기됐다. 우렁찬 울음의 아이가 태어나려면 눈부터 맞아야 하는 게 순서라는 듯 중매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그런데 이 모든 노력이 어쩐지 공허한 발길질인 것만 같다. 사랑과 결혼, 가족에 대한 실망과 두려움은 비혼과 저출산이라는 흐름...
한가위 달빛은 언제나 황금빛이었다. 보름달이 하늘 가득 차오르면 온 세상이 환해진다. 사람들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선조들을 위해 햇곡식과 햇과일을 정성껏 준비해 상을 차린다. 추석은 풍요로운 계절에 수확을 기념하는 것을 넘어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시간이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는 자리다.
넘치는 것을 함께 나누는 이 명절의 마음은 천년 전 신라인들에게도 이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눈부신 황금빛은 부와 영원함, 권위를 드러내는 동시에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색일 수도 있다.
신라에서 금제품이 장신구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4세기 중엽 마립간 시기부터다. 신라는 금이 풍부한 나라로 여러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중국 기록에는 ‘신라는 금이 풍부하다’고 전해지고, 일본은 ‘눈부신 금과 은의 나라’라 불렀다고 한다. 실제로 1921년 경주의 어느 민가 증축공사 도중 발견된 금관총에서 쏟아져 나온 유물 가운데 금만 해도 무려 7.5㎏에 달했다고 한다. 이후 금령총, 서봉총, 천마총, 황남대총 등에서 차례로 금관이 발굴되며 신라의 찬란한 황금 문화가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황남대총 북분은 ‘은 허리띠’에 새겨진 글씨로 미뤄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데, 금관이 출토돼 신라시대 금관은 왕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금관은 정형을 이루는데, 둥근 테 위에 나무 모양의 장식을 세워두고 사슴뿔 모양 장식을 양쪽에 붙인 구조다. 여기에 곡옥과 드리개, 작은 금판이 달려 반짝이며 흔들렸는데, 지금 보아도 섬세한 디테일이 감탄을 자아낸다. 금관은 단순한 치장물이 아니라 고대 신라인들의 미감과 장인의 솜씨, 그리고 사후 세계관과 제의적 신앙을 모두 담은 유물이다.
무엇보다 신라 금관은 열린 교류의 산물이었다. 나뭇가지 모양과 사슴뿔 장식은 북방 유목 문화의 기운을, 고분에서 출토된 유리구슬과 금속 장식은 서역과의 교역을 짐작하게 한다. 신라인들은 이를 자신들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조합해 독창적인 황금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장엄한 금관을 오늘날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뮷즈에서 금관 상품을 구상할 때, 발상은 의외로 소박하고 유쾌했다. “샤워 후 금관 문양이 수놓인 가운을 걸치면, 순간이나마 왕이 된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렇게 탄생한 것이 샤워가운 아이디어였지만 욕실에만 머무르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집 안 어디서든 편히 걸칠 수 있다면 더 즐겁지 않을까?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금관포, 금관 문양을 담은 로브였다. 금관포 로브는 집에서 걸쳤을 때 신라의 황금 문화를 느끼며 호사스러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옷이다. 금관 문양이 부드러운 원단에 자수로 한땀 한땀 새겨져 고대의 화려한 미감을 오늘의 생활 속에서 누릴 수 있게 한다.
금관의 아름다움은 로브에만 머물지 않는다. 섬세한 장식과 곡선을 모티프로 삼아 귀걸이와 팔찌 같은 액세서리로도 풀어냈다. 높은 신분이 갖는 권위를 빛내던 금관의 미감이 이제는 누구나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장신구가 된 것이다. 화려함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권위의 무게가 아니라 작은 기쁨으로 다가온다.오는 28일부터 12월14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에 신라 금관 여섯 점이 모두 모인다. 1921년 금관총 발굴 이후 처음으로, 무려 104년 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함께 열려 찬란했던 황금 문화를 세계 각국 지도자와 국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신라시대 오직 왕에게만 허락됐던 금관을 오늘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콘텐츠로 되살려내는 것, 그것이 전시와 함께 뮷즈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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