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기성용 빠진 ‘기성용 더비’…팬심은 들끓었다
- 이길중
- 25-06-30
- 25 회
경기 4시간 전 경기장 밖에서는 땡볕 더위에도 팬 160여명이 참석한 장례식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방어회를 제사상에 올리고 향을 피우는 퍼포먼스로 구단의 레전드 기성용 이적 방침에 불만을 드러냈다. 기성용 이적 논란 무마를 위해 일부 서포터스와 방어회를 먹었다고 소문이 돈 김기동 감독을 조롱하는 의미였다.
수호신은 킥오프 전부터 “김기동 나가”를 외쳤다. “전술 짜랬지 정치하랬나”라는 등 구단과 김 감독을 비난하는 내용이 적힌 다수 플래카드를 들어 올렸다. 관중석은 기성용의 등번호 6번이 새겨진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가득 찼다. 기성용은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아직 포항 선수로 등록되지 않아 출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팬들이 부르는 기성용 응원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질 때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기성용이 앉아 있는 스카이박스로 향했다.
출전 선수 명단 소개 시간에도 비난은 여전했다. 수호신은 기성용을 영입하기로 한 포항 구단의 선수들이 호명될 때는 박수를 치면서도, 김기동 감독이 소개될 때는 엄청난 야유를 쏟아냈다. 이어 “김기동 나가”라는 외침도 여러 번 들렸다.
그런데 정작 경기가 시작된 뒤 선취골이 터지자 수호신의 태도가 바뀌었다. 전반 15분 제시 린가드의 페널티킥 선제골이 터지는 순간, 응원 보이콧을 선언한 팬들은 반사적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반 20분 정승원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됐음에도 골망을 흔든 순간에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서울은 상대 선수 퇴장에 따른 수적 우위 속에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주도권을 잡았다. 후반 29분 포항 이동희가 만회골을 넣었지만, 여름 이적시장에 영입된 클리말라의 쐐기 골까지 더해 서울이 4-1로 대승했다.
김기동 감독이 바라던 경기 결과였지만 6번 유니폼으로 가득 찬 관중석과 스카이박스에서 관전한 기성용의 모습은 FC서울이 처한 미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팬들은 응원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결국 팀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하루 종일 모순된 상황과 미묘한 감정들이 계속 교차했다.
기성용은 경기가 끝난 후 사복 차림으로 경기장을 돌며 응원 와 준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수호신은 “서울의 캡틴 기성용”을 외치며 뜨겁게 맞았다. 기성용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뗐다. 그는 에이징 커브를 언급하면서 “언젠가는 올 이별의 시간이 왔다. FC서울이 나로 인해서 힘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응원을 부탁했다. 수호신은 그가 그라운드를 떠날 때까지 응원가를 목놓아 불렀다.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며 “아쉽다”는 말을 연발했다.
김기동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수호신 앞으로 나갔다. 환호는커녕 “김기동 나가”라는 야유만 다시 들어야 했다. 결국 김 감독이 팀 레전드 기성용이 떠난 빈자리를 좋은 경기력으로 계속 채워나가는 것만이 부정적 여론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처럼 느껴졌다.
이준석의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지난 27일 현재 59만명에 달한 것으로 보도됐다. 22대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진보당 손솔 의원은 “국회가 국민의 요청에 답해야 한다”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하루빨리 구성돼 징계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준석이 지난 대선 때 보여준 충격적인 발언은 물리적 상해나 경제적 피해를 끼친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욱 심각한 정신적, 정서적 학대에 가깝다. 따라서 이준석 ‘의원’을 일벌백계로 징계해야 온라인상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언어의 타락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준석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댈 만한 정신적 거점 없는 사회
하지만 정치 지도자라는 사람이 사회의 나쁜 문화를 거리낌 없이 따라 하는 것은 단순한 모방범죄가 아니라 범죄를 선동하는 일과 다름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터무니없는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하고 현재 내란죄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의 경우를 보라.
선거 패자에게 여하한 책임을 묻는 일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준석의 경우는, 다시 윤석열의 예처럼, 승자가 패자 주머니를 뒤져서 찾아낸 옷핀을 흉기로 둔갑시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먼저 책임을 묻는 주체가 주권자라는 것이 다르고, 다음으로 문제의 발언이 공동체의 내면에 심각한 상처를 줬다는 점에서 다르며, 무엇보다도 민주주의는 선거라는 이벤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주의 훼손 언행에 대해서는 시효 없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혹자들은 민주주의가 아무 말과 행동을 해도 보호해주는 제도라고 우기겠지만, 정치 제도가 됐든 경제 정책이 됐든 “모든 국가(polis)는 분명 일종의 공동체이며, 모든 공동체는 어떤 좋음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아리스토텔레스)되는 것이기에 ‘좋음’을 훼방·훼손하는 언행을 금지하는 일은 당연하다. 민주주의라는 것도 국가 공동체가 좋음을 실현하기 위한 적합한 정치체일 뿐 분별없고 해로운 ‘짓’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이준석 본인이 잘못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준석을 선택한 일부 젊은 세대를 향해 일부 기성세대가 장탄식을 하는 이유도 이준석으로 상징되는 경악할 만한 현상이 우리 사회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표를 던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여러 분석과 그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들도 있겠지만, 나는 우리 사회에 믿고 의지할 정신적 거점이 없다는 데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매사를 경제적 어려움과 빈부 격차의 문제로만 환원시키는 것도 일면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기성세대가 성찰하고 반성해야
근대 자본주의가 야기한 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후위기와 시쳇말로 돈 놓고 돈 먹는 신자유주의 카지노 경제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의 무게가 피아를 식별하지 못하게 하는 울분으로 내몰았다. 거기에 정서적 안정감과 경험의 두께를 더해주는 자연도, 당장의 생존을 떠받쳐줄 사회적, 경제적 제도도 보이지 않는 형국에서 뜨거운 생명력이 파괴적인 경향을 띠는 현상은 비교적 흔한 일이다. 그 생명력이 건강하게 발현될 수 있는 장을 만들지 못한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지만 문제의 원인을 경제적 문제로만 국한시키는 것도 사람을 경제적 존재로만 한정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경제란 것은 좋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는 법인데 이것은 단순히 자본주의 경제 사이클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격랑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는 폐사한 물고기 떼를 보면서 수질이 상당히 나빠졌거나 수온이 급격하게 높아져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불찰을 반성하곤 한다. 그런데 물고기가 물에 살 듯 인간도 예를 들면 공기라는 거대한 수조 안에 살고 있다는 자신의 실존 상태를 돌아보지는 않는 것 같다. 이는 인간도 폐사한 물고기 떼와 같은 운명일지 모른다는 파국에 대한 단순한 유비가 아니라, 인간은 인간끼리뿐 아니라 동물이나 나무들과도 그리고 흐르는 저 강물과도 무언가를 통해 이어져 있으며 그 무언가를 공평하게 나누어 가진 상태에서 기대어 살고 있음을 가르쳐준다. 그래서 그것들과 존재적으로 평등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즉 살아 있는 것들은 꼭 부족함과 결핍 때문만이 아니라 기대어 살게 하는 공통적인 ‘무엇’ 안에서 그것을 통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 진리는, 우리 같은 기성세대가 다 폐기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젊은 세대가 이준석 같은 퇴행적 문화에 힘든 마음을 얹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따라서 이준석의 제명 문제는 바로 기성세대의 반성과 성찰의 문제로도 이어지는 일이며, 우리가 기대어 살 존재는 결코 이준석 ‘현상’이 아님을 확인하는 ‘큰 정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일란성 쌍둥이 미지와 미래가 잠깐 서로의 삶을 바꿔 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긍정적인 성격의 육상 유망주였던 미지는 서른이 되어서도 단순하고 활달해 보인다. 선천성 심장병으로 유년기를 병원에서 보낸 미래는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않는 서울의 직장인이 됐다.
지난 29일 호평 속에 종영한 <미지의 서울>에서 배우 박보영(35)이 연기한 두 캐릭터다. 밝아 보이는 미지와 메마른 듯한 미래, 그리고 각자의 삶터에서 서로인 척하는 모습까지. 박보영은 1인4역에 가까운 복잡한 이야기를 섬세한 연기로 풀어냈다. 호연에 힘입어 최종화(12화)는 8.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막을 내렸다.
“공감과 위로가 되는 대본이라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가면 어떻게 하나, 이거 줄 서야겠다’ 싶을 정도로 함께하고 싶었어요. 해보겠다고 저지른 후에야 1인2역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죠.”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소속사 사옥에서 만난 박보영이 말했다.
드라마 속 박보영은 쌍둥이의 차이를 크게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정체를 눈치챌 정도의 힌트를 남긴다.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보여도 상관없으니, 안 쓰던 톤으로 연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다. 그는 미지를 연기할 때는 자신이 사회 생활할 때의 밝은 모습을, 미래를 표현할 때는 혼자이거나 가족들과 있을 때의 모습을 끌어다 썼다고 한다.
그는 특히 미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한다. 미지는 마을에서 ‘캔디’라 불릴 정도로 밝아 보이지만, 고등학교 때 부상으로 육상선수의 꿈이 좌절된 이후 긴 칩거 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미지가 3년 넘게 집을 나가지 않았던 ‘은둔형 외톨이’였다는 사실은 극이 ⅓을 지날 때쯤에야 알려졌다.
박보영은 “스스로 최면을 걸고 힘들지 않은 척, 밝은 척하는 미지에게서 마음이 힘든데도 한창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던 과거의 제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집에만 있는 미지를 연기하는 것은 상상력을 필요로 했지만,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던 때를 떠올렸다고 한다.
“3년은 아니더라도, 다들 며칠 정도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때가 있잖아요. 다르지 않은 마음이라 생각했습니다. (집 밖으로) 나와도 괜찮다고 권유하는 이야기이니, 미지가 나아지는 것에 초점을 잘 맞추려고도 했어요.”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2015)에서 성격 다른 귀신이 빙의하는 유사 1인2역 연기를 해본 적이 있지만, 쌍둥이가 동시에 화면에 등장하기도 하는 이번 작품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같은 장면을 두 번 연기하는 것보다 어려운 건 가상의 자신과 시선을 맞추는 일이었다. 대역이 있었지만, 재촬영 등에선 허공을 보며 연기하기도 했다. 박보영은 “이 작품으로 한 단계 레벨업한 기분”이라며 웃었다.
배우 원미경·장영남·차미경 등 굵직한 여성 선배들과 함께한 것도 귀한 경험으로 남았다. 박보영은 “선배님들께서 큰 중심을 양옆에서 지키고 계신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중장년 배우들의 관록 앞에 준비한 연기가 아닌 즉각적인 반응이 나갈 때가 많았는데, 그는 “그게 훨씬 좋았다”고 했다.
<미지의 서울>의 등장인물은 교통사고로 한쪽 귀 청력을 잃은 남자 주인공 호수(박진영) 등 대부분 신체적·내면적 핸디캡을 지닌 인물이다. 박보영은 “저희 드라마엔 소수자로 여겨지는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며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킬 수 있는 인물이 한 명쯤은 있기에 많이들 공감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드라마 속 30대인 주인공들은 쉽게 자신을 탓하며 방황한다. 올해로 데뷔 20년 차인 박보영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신인 때 감독님들께 혼나면 ‘내 자리가 아닌가, 다른 일 해야 하나’ 수없이 생각했고, 주연을 처음 맡았을 때도 ‘내가 아직 감당하기엔 좀 부족한가?’ 싶었어요.”
극 중 “어디도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미지에게 호수는 말한다. “네가 있는 곳이 네 자리”라고. 현재의 박보영은 그 말을 긍정하게 된다고 했다. “지나고 보니 그 말처럼 그냥 제가 있던 자리가 저의 자리였던 것 같아요.” 그는 미지의 당참과 미래의 침착함이 공존하는 얼굴로 말했다.
박보영은 “살려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것”이라는 쌍둥이의 외할머니, 월순(차미경)의 말도 명대사로 꼽았다. 그는 “누구나 겪어가는 과정에서 ‘실패’라고 생각되는 시기를 겪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래도 후회하게 되는 과거의 선택이 그 당시의 최선이었음을 짚어주는 월순의 말이 좋았다고 했다.
미지와 미래를 떠나보내며, 그는 좋은 드라마를 많이 보아준 것이 기쁘다고 전했다. “뒤돌아보면 큰 실패가 아닌데, 당시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옆에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그저 묵묵히 견뎌주는 사람도 나오는 이 드라마가 (그런 시기를 지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됐길 바랍니다.”
우원식 “기술 만능주의 경계”이한주 “창조·선도 지혜 필요”송언석 “제도·시스템 등 준비”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지원으로 선도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경향포럼>에서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최첨단 과학기술 중심 무한경쟁과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한 걸음 뒤처지면 도태되기 쉬운 추격자가 되겠지만, 반 걸음만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선도자가 된다”며 “다행히 우리에게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디지털 정보혁명에 빠르게 적응해냈던 경험이 있다. AI를 필두로 하는 기술패권 경쟁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롭게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AI 기술 발전으로 촉발된 변화가 장차 사회의 균형 있는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도 AI 강국으로 올라서야 한다. 동시에 기술발전의 가속화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비하고 AI 만능주의, 기술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고 영향도 광범위하기 때문에 각종 규제 필요성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날 <2025 경향포럼>에는 이 대통령의 ‘정책 참모’로 불리는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도 참석해 기술 격변기 대응책 모색을 다짐했다.
이 위원장은 축사에서 “이제는 모방과 추격으로는 부족하다. 창조와 선도의 지혜를 갖지 않으면 선진국 문턱에서 멈칫거려야 할지도 모른다”며 “국정기획위원회는 (정부) 국정과제와 5개년 계획 수립에 게을리하지 않겠다. 동시에 AI 시대를 맞아 국제사회에서 규범과 제도를 주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준비되지 못한 제도와 뒤따르지 못한 사회 시스템은 이 흐름에 부작용을 더 크게 부각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를 따라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기술 발전이 우리 모두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도록 차분하고 정교하게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기술과 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공포가 희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서울과 같은 대한민국의 심장이 준비할 바가 있다면 바로 약자와의 동행”이라며 “AI 시대를 잘 준비하는 서울시가 되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 하나는 외국, 특히 중동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그는 승리자로 비치길 원한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한 폭격 작전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자, 트럼프는 그 공로의 일부를 자신이 챙기고 싶어 했다. 지금까지는 그의 도박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성공이 계속될 수 있을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외교적 해법이 무산된 데에 트럼프 본인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첫 임기 초반에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JCPOA)’에서 탈퇴했으며, 이를 ‘역사상 최악의 합의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합의는 새로운 우라늄 농축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가 이 핵합의에서 탈퇴하자마자, 이란은 핵농축 활동을 가속화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이유는 뭘까? 이란은 사실 JCPOA로 복귀하길 원했고, 우라늄 농축을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란은 무리수를 뒀다.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의 협상은 흐지부지됐고, 2023년 10월7일에 있었던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하마스와 헤즈볼라 그리고 그 외의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지지를 표했던 이란의 반응은 이스라엘 내 여론을 네타냐후와 강경파 쪽으로 더욱 돌려놓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처럼 미국이 평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쟁지 중 하나로 보고 있었다. 이런 노력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중단됐지만, 이란은 또 그 시점을 잘못 계산했다. 트럼프가 비교적 이른 시점에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공습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음이 명확해졌다.
그 결정의 결과는 무엇인가? 먼저, 10월7일 이후 벌어진 놀라운 전략적 변화들로 인해 이란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음은 분명하다. 하마스는 궤멸됐고(그리고 가자지구는 사실상 파괴되었다), 헤즈볼라의 지도부는 제거됐으며,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도 무너졌다. 피해 규모에 대한 정보는 엇갈리지만,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란의 군사적 취약성을 노출시켰고 지도부에도 타격을 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 갈등을 계속 끌고 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도 보냈다. 이란 핵합의에 대한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현재 상황을 완화하고자 하는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제재를 해제했으며, 이란이 중국 등으로 석유를 수출하는 것을 허용할 뜻도 내비쳤고, 국제무대에서 다시 이란과 교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JCPOA의 약점 중 하나는 이란이 평화적 목적이라는 명분 아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무기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미국이 새 합의에서 요구하는 핵심은, 과거 6자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요구했듯이, 이란이 우라늄 농축 자체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다.
여전히 불확실성은 많다. 트럼프가 말하는 ‘무조건 항복’을 이란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 폭격을 피해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일부를 다른 장소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으며, 여전히 400㎏이 넘는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만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수 있으며, 추가 공습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 정권이 국가의 신뢰성이 걸린 문제라고 판단한다면, 갈등의 악순환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중동 지역에서 미군이 사망하거나 미군 시설이 파괴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방해받는다면, 미국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런 상황에서도 트럼프의 목표가 제한된 수준에 머무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란 내부의 정치적 상황이다. 이란이 중동에서 고립되면서 그 여파는 자국에도 파장을 일으켰다. 정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었던 걸까? 트럼프가 평화 의지를 보이는 것은 후계 구도가 불투명한 고령 지도자 체제하에서도 이란 정권이 유지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번 분쟁은 한반도에도 함의를 갖는다. 김정은은 이라크 전쟁이 전개되는 것을 보며 내렸던 판단, 즉 ‘핵무기를 개발하고, 어떤 경우에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확실히 다시 도달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할 여지는 있을 수 있으나, 한반도 비핵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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