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요힘빈구매 “문학, 시선은 소수자 향하고 정신은 제도권 밖에 있어야”
- 이길중
- 26-01-15
- 0 회
“이래저래 얼굴 내고 다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시인은 거주지 울산에 가겠다는 기자를 내치지는 않았다. 지난달 20일 울산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노동하고, 공부하며 죽거나 사그라지고, 버려진 ‘소수자들’에게 시선을 두며 살아가는 시인이었다. 백무산의 이번 열한 번째 시집 <누군가 나를 살아주고 있어>(창비)도 그 삶과 실천을 오롯이 담아낸 듯했다.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이어지는 자본주의 폐해를 ‘제도권 정치 밖’에서 여전히 신랄하게 비판했다. 왜 “문학의 시선이 소수자를 향해야 한다”고 말하는지부터 물었다.
“가자지구의 거대한 잿빛 무덤…폐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문학은 패자의 목소리’라는 말이 있죠. 문학은 소수자의 억압된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가자지구의 “거대한 잿빛 무덤”과 “끝없는 폐허”에서 소수자 중 소수자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들여다본 시 하나가 이번 시집에 수록된 ‘사랑은 사랑을 모르지’다.
백무산은 동물과 무생물까지 시선을 확장한다. “불고기 축제장 입구 고기 굽는 냄새/ 진동하는 곳에 살아 있는 소를 매어놓”(‘고기 사이’ 중)은 곳에서 “모든 공감 능력을 식욕”으로 만드는 권력 문제를 환기한다. 인류세도 시어로 곧잘 나온다. “인류세에서 말하는 인간 행위는 인간 고유의 행위가 아니라, 인간이 기계화되어 저지른 일”이라는 뜻으로 ‘기계세’라는 말도 지었다.
문학계 일각에서는 백무산의 생태와 존재에 관한 관심을 두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변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1980년대 대표 노동자 시인이었고, 그 상징성은 지금껏 이어진다.
생태에 관심을 둔 건 1970년대 초반 울산공단 노동자로 들어간 이후 맞닥뜨린 공단 개발에 따른 자연 파괴와 공해 문제 때문이다. “주민들이 (이타이이타이병 등) 여러 공해병에 많이 시달렸어요. 기업과 정부에서 감추기에 급급했죠. 내가 처한 노동의 문제와 환경 생태 문제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라고 봤습니다.” 그는 “인간 생명이 자신의 가치를 올바로 실현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같은 생각들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기업 비용 절감, 노동자 피로 축적산업재해는 결국 ‘자본의 살인’
부자 되기 위한 노동운동이라면자본과 ‘협력적 공범’ 되는 것
양당체제는 비판정신까지 제한좀 더 멀리, 더 낮은 곳에 관심을
노동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노동과 자본의 관계가 삶의 뿌리까지 연결된 현대 사회 현실에서 올바른 삶을 생각하는 것은 곧 노동의 정의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자본 아닌 것이 없고 노동 아닌 것이 없는 거죠. 노동 문제는 분배 문제로 그치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고, 소비를 더 많이 하기 위한 노동운동이라면 그건 결국 자본과 협력적인 공범이 되는 거죠.”
조선소 노동자들의 잇단 산재에 대한 아픔은 남다르다. 백무산은 19세 때 현대조선소에 들어갔다. 1988년 첫 번째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실천문학사)를 내기 4년 전인 1984년 무크지 ‘민중시·1’(청사)에 ‘지옥선’ 연작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연작 아홉 편 중 여섯 편이 조선소 산재 사망 사건을 다룬 것이다. “떨어져 죽은 인부들의 빛바랜 초상화가 빗속에 흐느꼈다/ 간밤에 나와 함께 짜장면을 나눠 먹었는데”(‘지옥선·5’) 같은 시어로 현실을 고발했다.
그가 보기에 울산공단은 죽음이 쌓여 만들어진 곳이다. “공단이 생기고 2023년까지 산재 사망자는 3000명(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추정)이 넘습니다. 재해를 당해 다친 사람은 20만명에 가깝습니다. 가장 많은 사고가 조선소에서 일어났죠.”
비통한 죽음들은 이른바 ‘경제화’ 과정에서 현대 창업주 정주영의 구호로 굳어진 ‘하면 된다’에 가려졌다. “아주 야만적인 구호입니다. 저들이야 뒤에서 하면 된다고 밀어붙이지만 앞에서는 계속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 거죠.”
백무산도 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3층에서 떨어지는 등 현장에서 여러 번 다쳤다. 가장 친한 친구도 이 공단에서 죽었다고 한다.
“돌아가는 곳은 언제나 처음 가는 곳”
지금도 이어지는 여러 현장의 산재 원인을 두고 기업의 비용 줄이기와 노동자들의 피로도를 꼽았다. “비용을 줄이니까 과중한 피로가 쌓이는 거죠. 결국은 ‘자본의 살인’인 거죠.”
여러 노동 문제의 급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노동운동과 정치운동, 시민운동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거나 제도권 정치에 관심을 크게 쏟는 점도 지적한다. 비주류이자 반골로 살아온 백무산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사회 변화에 기여한다는 생각은 작가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문학정신은 제도권 정당, 정치 밖에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양당체제도 비판한다. “양당체제가 시민의 비판정신까지 제한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양비론을 펼치면 둘 가운데 더 나쁜 놈이 이익을 본다고 비난하죠. 덜 나쁜 자를 지지하라는 강요나 마찬가지지요. 이건 양당제 사고습관일 뿐입니다. 다른 세력, 다른 전망을 계속 억압하는 거죠. 후보 단일화와 비판적 지지로 소수 정당은 계속 소외되고 배제되니까요. 1987년 민주화 이후 38년 동안 모든 선거가 똑같은 방식으로 치러졌어요.”
백무산은 “좀 ‘더 먼 시선’으로 사회와 삶의 근본적인 문제를 중심에 두고, 좀 더 낮은 곳에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과 지역 역사, 개인 삶과 노동 속에서 생태적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활동을 예로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쓴 시 ‘한국방문을 마치고’가 떠올랐다. 백무산은 “땅을 지키고 영토를 넓히려는 욕망을 통해 자기실현을 하려는 정주민과 달리 유목민은 생활할 뿐 소유하지 않는다. 유목정신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시”라고 했다. 마지막 연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저 떠돌았던 유목민이었을 뿐이다/ 방문을 마치고 나는 또 돌아간다/ 처음 발 딛는 곳으로/ 돌아가는 곳은 언제나 처음 가는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 등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재수출되는 일부 첨단 반도체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취지의 포고문에 14일(현지시간) 서명했다. H200의 중국 수출길을 열어주는 대신 일종의 ‘통행세’를 걷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포고문에 서명한 뒤 H200를 가리켜 “최고 사양은 아니지만 아주 좋은 수준의 칩이다. 중국은 그것을 원하고 있고 다른 이들도 원한다”며 “우리는 그 칩 판매액의 25%를 벌게 될 것이다. 아주 훌륭한 거래”라고 말했다.
H200은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블랙웰보다 한 세대 이전인 호퍼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지만, 중국 수출용으로 만든 H20보다는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 관세 부과 대상에는 AMD의 ‘MI325X’ 등도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관세는 미국의 기술 공급망 구축이나 미국 내 반도체 파생 제품 제조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수입되는 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포고문에 명시했다. 사실상 내수용 칩에는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겠다며 판매액의 25%가 미국에 지급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미국 상무부도 전날 원칙적으로 중국 수출이 금지됐던 H200 등에 대해 개별 심사를 거치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엔비디아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에서 생산된 H200 칩을 미국으로 수입했다가 재수출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와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와 반도체를 활용한 전자제품에 품목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해 왔다.
정작 중국 당국은 H200 수입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중국 세관 당국이 최근 세관 요원들에게 H200 칩의 중국 반입을 허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당국의 지시 내용이 워낙 엄격해 현재로서는 기본적으로 (수입) 금지 조치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H200 수입 제한 움직임을 두고 오는 4월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군이 지난해 9월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처음 공격할 때 민간항공기로 위장한 군용기를 사용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간인을 가장해 무방비 상태인 상대방을 공격한 것이라면 국제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미군은 민간항공기처럼 보이도록 도색된 비밀 군용기를 사용했다. 위장한 군용기는 탄약을 눈에 보이는 날개 아래 대신 동체 내부에 두고 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당시 배는 군용기가 접근하자 베네수엘라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첫 폭격을 당한 후 살아남은 선원 2명은 전복된 선체에 매달려 항공기에 손을 흔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군의 추가 폭격으로 이들은 숨지고 선체 잔해는 침몰했다.
NYT는 미군이 위장한 군용기를 사용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선박 공격을 “합법 행위”라고 주장해온 것과 배치되는 정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정당한 공격의 근거로 삼는 “마약카르텔과 무력충돌 중이었다”는 전제를 흔든다는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미군 군용기가 민간항공기로 위장한 후 공격을 가해 선원 11명을 죽인 것은 국제법 위반이자 ‘배신적 기만행위’라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1949년 제네바협약에 대한 1977년 추가의정서는 ‘적의 신뢰를 유도해 보호를 기대하게 한 뒤 배신하는 행위’를 전쟁범죄로 금지한다.
미 공군 부법무감을 지낸 스티븐 레퍼 퇴역 소장은 만약 항공기가 군용기라는 것을 숨기려고 도색한 후 배에 접근했고, 배에 탄 이들이 살아남으려면 회피하거나 항복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속였다면 무력충돌 기준에 따른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체를 감추는 건 배신적 기만행위 요건 중 하나”라며 “상공을 비행하는 항공기가 전투 항공기로 식별되지 않는다면 전투 행위에 가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첫 폭격에 살아남은 선원 2명은 선체 폭발이 미군의 미사일 공격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또 현재 미군은 방침을 바꿔 카리브해 등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공격할 때 ‘MQ-9 리퍼’ 드론 등 군용기임을 파악할 수 있는 항공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 항공기들이 맨눈으로 식별될 만큼 저고도로 비행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킹슬리 윌슨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은 임무 요건에 따라 다양한 표준 및 비표준 항공기를 운용한다”며 “각 항공기는 실전 배치에 앞서 국내법, 국방부 규정, 무력충돌 등에 관한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고 NYT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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