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수원이혼변호사 “한글도 제대로 못 쓰는 3선 구의원”···그는 어떻게 공천을 받았나
- 이길중
- 26-01-14
- 1 회
이 같은 문제는 특정 정당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 내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에게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주는 경우는 암암리에 많을 것”이라며 “다만 요즘은 노골적인 현금보다는 합법적인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한 해 동안 전·현직 부산진구 광역·기초의원으로부터 33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다룬 언론 보도를 언급했다. “선거 직전에 한 번에 주는 게 아니라 1년에 300만원, 500만원씩 몇 년에 걸쳐 미리 넣는 겁니다. 매년 500만원씩 임기 4년 내내 냈다면 2000만원을 낸 거죠. 그런 사람을 공천 심사에서 과연 무시할 수 있을까요.” 그는 “사실 공정한 경선이나 면접 같은 절차가 좀 우스워지는 대목이다”라고 했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모두 ‘공정한 공천’을 전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도입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후보 적합성 능력 평가까지 도입하며 객관적인 평가를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여전히 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동했고, 당이 내세운 기준과 원칙은 곳곳에서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22년 지방선거 공천과정을 분석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정당 공천에 관한 연구-다층적 가치의 충돌과 카르텔형 공천’를 쓴 윤왕희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당의 각 시·도당에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지만 당협위원장이나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의견이 사실상 제일 많이 반영된다”라며 “당헌·당규에 이를 어느 정도 보장해두고 있기 때문에 공관위가 있더라도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자신들의 권력자원으로 쓰일 사람들을 공천해서 앉히고 싶은 생각이 우선시되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공천 헌금’ 논란이 불거지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강선우 의원과 김경 당시 서울시의원 후보 공천 논란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 의원이 김경 후보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녹취록이 공개됐고, 해당 녹취에는 강 의원이 이 사실을 김병기 의원에게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경 후보는 결국 단수공천을 받아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내세웠던 공천 기준과 원칙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투기성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예외 없는 부적격 심사’를 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김 시의원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과 종로구 평창동 등에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한 다주택자로 알려졌지만, 이 문제는 최종 공천 심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원칙은 있었지만 컷오프는 자의적이었다. 비수도권 지역의 한 기초의원은 “공천 기준이 통일되게 적용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어느 지역에서는 음주운전 전력 하나로 컷오프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음주운전 전과자가 버젓이 공천을 받습니다. 민주당 우세지역이라 공천만 되면 당선가능성이 높은 우리 지역 같은 경우에는 공천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공천관리위원회 규정상 특정 공관위원의 지역구 사안을 논의할 경우 해당 위원은 논의에서 배제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원칙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강 의원이 김경 시의원 단수공천이 확정된 2022년 4월 22일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공천을 주장한 사실을 확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회의에 참석한 것 자체가 이해충돌”이라며 “당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 이런 경우 견제가 이뤄지는데 이번 사례는 예외적이었다”고 했다.
공관위 표결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도 불분명하다. 당시 당규상 공천관리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 김병기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김경 후보의 부동산 문제가 제기되자 컷오프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지만, 표결이 실제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 공관위원은 “다수결에 따른 표결이었는지, 사전에 결정된 안을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구조였는지 의문”이라며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이 커 공관위가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기 쉽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역위원장의 권한이 절대적이다 보니 공관위가 공천 심사기구라기보다 지역위원장들 간 조정 창구로 기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관위의 독립적 판단보다는 지역위원장들 간 이해관계 조율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네 지역은 내가, 내 지역은 네가’ 봐주는 식의 암묵적 합의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가 틀어지면 보복성 컷오프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얼굴을 자주 보는 사이여서 서로 봐주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전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역위원장들 간 계파 경쟁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지역위원장의 기초의원 후보들의 낙선을 방치하는 공천도 발생한다. 기초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 중선거구제다. 정당은 한 선거구에 복수 후보를 낼 수 있고 후보를 ‘가번’, ‘나번’으로 구분한다. 문제는 약세 지역에서 후보를 2명 낼 경우 표가 분산돼 오히려 낙선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약세 지역의 한 기초의원은 “당선되기 위해서는 후보를 1명만 내야 하는 상황인데 지역위원장 간의 갈등이나 시도당 위원장의 견제가 작동하면서 어떤 지역에서는 후보를 가번·나번 2명 공천하기도 한다. 그런 지역구는 거의 2명 모두 낙선했다. 지역위원장들이 이를 모를까.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열세 지역인 지역 구의회는 더 국민의힘으로 쏠리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한국 정치 구조상 지방선거에서 지역위원장이 공천에 어느 정도 권한을 갖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수도권의 한 기초의원은 “지역 정치는 개인 능력보다 조직이 돌아가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위원장이 바뀌면 현역 구의원은 컷오프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역위원장도 자기와 손발이 맞는 사람과 지역 정치를 하고자 할 것이다. 조직 질서가 무너지면 선거도, 지역 정치도 작동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소한의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공천 관행은 분명한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함량 미달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주민들에게 잘할 사람을 뽑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위원장 입장에서 돈도 많이 내고 조직 활동에 헌신한 사람이 우선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지만 정치가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오는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벌써 정치권 일각에서는 ‘어느 지역의 구청장 후보는 이미 낙점돼 있다더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윤왕희 선임연구원은 국회의원·지역위원장과 후보자 간 관계가 공천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구조가 지방정치의 본래 취지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광역의회는 주민의 생활과 이해를 대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인물의 자질보다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수족’으로 적합한지가 우선 고려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복되는 공천 비리의 가장 큰 문제는 돈 거래를 매개로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둘만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방의회가 주민의 대의기구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의 하부 조직처럼 기능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공천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기존 방식과 다른 대안을 모색하자는 목소리도 나타난다. 김희원 더넥스트제너레이션Z 대표는 “공천헌금 같은 것 없이 정치에 도전해 공천을 받고 실제로 당선돼 좋은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례까지 한꺼번에 매도되는 분위기는 안타깝다”며 “공천 시스템의 개선 과정과 이를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점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는 만큼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시스템이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 운용 과정은 어떠한지 유의 깊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서울 노원병 지역에서는 공개 모집 방식으로 구의원 후보를 선발했다. 해당 지역구는 현수막 등을 통해 후보자를 모집했고, 서류와 면접을 진행한 끝에 1인을 선정해 후보를 배출했다. 이 절차를 통해 구의원에 당선된 노연수 구의원은 “사실 정치를 할 생각은 안 했고, 지역에서 청년활동과 봉사활동을 주로 하다 현수막을 보고 지원하게 됐다. 공모와 선정이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본다”라면서 “제가 선발될 때는 선거에 임박해서 공모를 하다 보니 바로 구의원이 되어 겪게 된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이미 재작년에 기획하고 작년 초에 공모해 인턴 형식으로 후보자들이 당내 활동이나 지방 의정활동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0년 민주당이 지방선거에 도입했던 시민공천배심원제 역시 현행 공천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 거론된다. 당원이나 시민이 배심원단에 참여해 후보자들의 연설과 토론을 직접 듣고 숙의 과정을 거쳐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동학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그때 저도 시민공천배심원이 되어 지역별 경선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는 배심원들에게 교통비와 참가비를 주었지만, 지금은 정치참여 열기가 높아진 상황에서 돈이나 동원 없이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 본다. 당시 돈이 많이 들어 지속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토양이 달라졌다. 달라진 시대에 깜깜이 공천 논란을 보완하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매번 불거지는 공천 비리의 핵심을 ‘책임의 무게’에서 찾았다. 금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는 공천 비리가 적발돼도 탈당 권고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정도로는 아무런 억지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공무원 사회와의 대비를 들었다. 그는 “일반 공무원은 중대한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 사표 제출조차 제한되고, 파면이나 해임 같은 중징계를 받는다. 그런데 정치인은 공천 비리 의혹이 있어도 탈당했다가 1~2년 후 복당한다”라며 “의원직 제명까지 포함한 실질적인 리스크가 뒤따르지 않는 한, 공천 비리는 관행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책임이 가볍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전수조사 요구에 대해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기초 의원은 “당규를 보니 후보들에게 부적격 사유가 있더라도 공관위 재적 3분의 2 찬성이라면 예외를 인정해주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문제가 있어도 살려주고 싶은 사람은 살려주는 통로 아닌가”라며 “당은 최근 불거진 의혹들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하지만,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교역하는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이란 관계에 시선이 쏠린다. 중국은 원유 수입만이 아니라 군사·감시 기술을 제공해 권위주의 통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란의 전통적 안보 파트너는 러시아였다. 1980년대 이라크 등과 전쟁을 벌여온 이란은 1990년대 국제 고립이 심화되면서 탄도 미사일 개발 등에 박차를 가했지만 독자 기술 개발에도 주력했다. 중국은 이란에 완제품을 파는 대신 부품과 기술을 지원하고 대가로 이란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받았을 것이라고 파악된다.
2018년 이란 핵 개발에 따른 미국의 제재에 인도가 참여하면서 이란의 중국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란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이란산 원유의 90% 이상이 중국으로 향한다. 2020년대 이후 협력은 군사·치안 분야를 중심으로 더욱 강화됐다. 중국과 이란은 2021년 전략적 포괄적 동반자 협정을 맺었으며 이란은 상하이협력기구(SCO)에 가입했다. 군사 협력이 본격화된 것이다. 중국과 이란은 지난 9일 남아공 해역에서 브릭스 첫 합동군사훈련에 나섰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중국의 이란과의 군사 밀착은 중국 입장에서는 이란을 ‘지정학적 완충지대’로 두면서 중앙아시아에서 인도를 견제하고, 일대일로 사업 핵심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을 더욱 원활하게 추진할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이란·이스라엘 ‘12일 전쟁’으로 자국의 방공 시스템의 무력함을 확인한 이후 국방 면에서 중국에 더욱 밀착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7월 미국 주도의 위성항법시스템인 GPS가 이스라엘과의 전쟁 기간 방해받았다며 중국의 베이더우 시스템 채택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엔리코 파델라 나폴리 오리엔탈레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베이더우 채택은 단순한 내비게이션 교체가 아니라 이란이 중국의 위성, 드론, 미사일 등의 지원을 받아 중국 군사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이 군대나 하드웨어를 배치할 필요 없이 이란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내부적 불만을 누르기 위해 혁명수비대가 통제하는 안보 국가가 되면서 중국 치안 기술의 주된 고객으로 떠올랐다. 이란은 중국의 ‘만리방화벽’과 닮은꼴인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2022년 히잡 시위 이후로는 히잡 미착용자를 가려내는 감시 기술에 중국 장비가 도입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디플로맷은 혁명수비대가 통제하는 이란은 파키스탄의 민군혼합 권위주의 모델과 비슷하다며 중국 입장에서 익숙하고 관리하기 쉬운 구조라고 짚었다. 중국은 일대일로 국가를 상대로 위성·통신장비와 인공지능(AI) 감시기술, 경찰 협력프로그램을 패키지로 판매해오고 있다.
이란 정부는 지난 주말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기 위해 인터넷 연결을 2% 미만으로 차단하는 ‘킬 스위치’를 전격 가동했다. 테헤란을 포함한 180개 도시의 경제가 전면 마비됐다. 스타링크마저 무력화한 기술에는 중국 또는 러시아산 장비가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란 와이어에 따르면 20년 경력의 전문가 아미르 라시디는 “관련 기술은 매우 정교하고 군용 등급이며 본 적이 없다”며 “국내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면 러시아나 중국이 정부에 공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이란은 근본적 한계도 있다. 지난해 6월 12일 전쟁과 미국의 이란 공습 당시 중국은 미국을 규탄했지만 실질적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이란과 적대적인 걸프 국가들과 이스라엘과의 관계 등이 고려됐다고 짚었다. 중국과 이란 관계에서 현재까지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크게 희생해가며 협력에 나서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미국의 위협을 강조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이란의 소요 사태는 통제되고 있다”며 반정부 시위대 사망 언급 없이 혁명수비대원 100여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이 군사 개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중국은 타국에 대한 무력 사용을 반대한다”고 논평했다 .
국내 대표적인 개혁 성향 경제학자인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한국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소득의 양극화”를 꼽았다. 그는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으면 성장 동력도 훼손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전 교수는 지난달 23일 서울 한국금융연구센터 사무실에서 진행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정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라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세금 등으로) 돈을 걷어야 하는데 이 정부가 지방선거까지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성장에 필요한 요소로 “청년층에 대한 인적 자본 투자가 중요하다”며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지원하는 것이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적극적인 과세 정책을 펼치고, 청년층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양극화는 나설 수 있는 주체가 정부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024년 말 정년퇴직한 전 전 교수는 그간 한국의 재벌·금융 개혁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온 현실 참여형 학자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지난 6개월 성과로 ‘상법 개정’을 꼽으면서도 금산분리 완화 기조 등에는 쓴소리를 내놨다.
전 전 교수는 특히 지주사 지분율 요건 완화 등 금산분리 완화 기조와 관련해 “이 정부가 금융과 관련해 너무 재벌과 가깝다”라며 “벌써 재벌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에도 향후 감사원 감사 또는 국회 보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해 한국경제 전망은.
“교수로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구체적인 성장률 수치보다는 한국 경제에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에 대해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소득의 양극화, 부의 양극화다. 이 두 가지가 성장 동력을 훼손하고 사회의 유대의식을 갉아먹으며 재생산 역량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를 정부가 잘 해결해야 하는데 2026년이 시금석이 될 것이다. 첨단산업은 돈이 되니 기업들이 열심히 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양극화는 나설 수 있는 주체가 정부밖에 없다. 정부가 그런 문제에 관심을 더 가질지, 번드르르한 일에만 신경을 쓸 것인지 판단해봐야 한다.”
-최근 환율은 어떻게 보는가.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진 것이 근본 원인이다. 단기적으로 한미 금리격차나 서학개미 문제를 얘기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초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문제는 정책 당국자가 언급하는 순간부터 시장이 왜곡된다는 점이다. 사람이 열이 높다면 체온기에 36.5도가 아니라 37도나 38도로 나타나지 않겠나. 하지만 ‘체온계 수치가 왜 이렇게 높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얼음을 환자 머리가 아닌 체온계에 집어넣어 게이지(수치)를 낮추려 하면 문제가 될 것이다. 정부가 말로는 과도한 출렁임을 방지하지 위해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한다고 하지만, 하면 안되는 일도 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경제정책 최우선 목표는 뭐가 돼야 하나.
“우선 재정 문제가 중요하다. 지금 민생회복소비쿠폰부터 상생 페이백까지 돈을 퍼주고 있다. 돈을 쓰는데는 반대하진 않는다. 문제는 이를 위해서는 돈을 걷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방선거까지는 그럴 것이다. 세금 정책과 같이 양극화 해소에 필요하지만 인기없는 정책은 뒤로 밀릴 수 있다. 선거가 끝나야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내후년쯤 과세를 늘릴 수 있을텐데, 이는 좀 늦은 시점이다.”
-성장을 위해서는 뭐가 필요하다고 보나.
“반도체가 한국경제를 이끄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장기적인 추세가 아닌 경기순환주기상 그런 것이다. 이를 경제성장으로 보면 착시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인적자본 투자가 중요하다. 정부가 정년을 연장한다고 하지만, 노년층이 자리를 차지하면 젊은층은 임금을 상실하고 생산현장을 접할 기회도 사라질 수 있다. 고령층 대신 젊은 사람을 뽑아 훈련시켜야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가 개선되고, 청년들이 현장에서 얻는 인적자본의 습득도 빨라질 것이다. 그것이 우리사회 경쟁력이 된다.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지원하는 것이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로 성장 물꼬를 트겠다고 한다.
“이런 펀드는 필요하지만 문제는 지배구조다. 민관 합동 전략위원장에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세금으로 하는 사업에 국고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니라 금융위원장을 앉힌 것이 이해가 안된다. 서 회장과 박 회장도 국민들 돈이 들어간 ‘꿀단지’를 맡는 이로서 이력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서 회장은 범죄 혐의가 있고 박 회장은 논란이 많았다. 향후 이상한 곳에 투자하거나, 정치권이 원하는 곳에 돈을 넣어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향후 펀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받고, 국회 보고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금융소비자 보호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중소 자영업자들의 채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정부 들어 자영업자 채무조정 등이 진행됐지만 부족하다. 현재보다 더 대규모로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국민행복기금도 기획 단계에서 규모가 18조원 이상이었다. 그 후 코로나19 사태라는 커다란 충격을 추가로 받았다. 물가 상승까지 고려하면 50조원 규모로는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이재명 정부를 평가하자면.
“이 대통령의 성과라면 코스피 지수가 4000 이상으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또 상법 개정과 관련해 여러 진일보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본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우 한미 관세협상을 이끌며 조율도 하고 나름 타결을 이끌어낸 점이 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가 관련됐을 것으로 짐작되는 일 중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위해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등 각종 규제를 풀어준 점은 문제가 있다. 이 정부는 금융과 관련해 너무 재벌과 가깝다. 1년도 안 됐는데 행복한 동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정부가 벌써 관료나 재벌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강하게 주장해왔는데 무산됐다.
“금융위원회 조직이 살아남았는데, 금융위 입장에서는 만족하겠지만 국민경제적으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관료들이 처음에는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여주지만, ‘이 사람은 우리 손바닥 위에서 춤추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될 것이다. 나중에는 그들만의 아젠다를 추구하거나, 기업 등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들이 하는 부탁을 관철시키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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