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용인검사출신변호사 ‘출생기본소득’ 인구 늘어 좋지만…전남, 재정 부담 ‘어쩌나’
- 이길중
- 26-01-14
- 1 회
전남도와 22개 시군이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해 도입한 ‘출생기본소득’ 예산수요가 시행 1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인 전남이 장기적으로 출생기본소득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도가 올해 출생기본소득 지급에 투입하는 총사업비는 283억원이다. 이 제도는 1세부터 18세까지 매월 20만원씩, 아동 1명당 총 43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비 지원 없이 도와 시군이 자체 재원으로 예산을 분담해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예산수요는 1년 만에 가파르게 늘었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115억원에서 1년 새 2.5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지급 요건을 충족한 대상자 7014명(지급률 98.7%)이 고스란히 올해 지급 대상에 포함되고, 여기에 신규 출생아가 더해진 결과다.
전남도는 예산 증가가 출생아 수 반등에 따른 긍정적 신호라고 설명한다. 전남의 지난해(2025년) 3분기 합계출산율은 1.11명으로 전년(1.03명)에 이어 전국 1위 자리를 지켰고,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태어난 총출생아 수(7295명)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다.
문제는 재정 부담이다. 매년 대상자가 계단식으로 누적되므로 불과 4년 뒤인 2029~2030년이면 연간 예산수요가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연령대(1~18세)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2042년에는 한 해 투입 예산만 3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연구원은 2024년 보고서에서 사업 완료 시까지 총 누적 소요 예산을 약 3조6668억원으로 추산했다.
반면 전남의 재정 여건은 열악하다. 이 사업은 도와 시군이 예산을 절반씩(5 대 5) 분담하는 구조인데, 전남도의 재정자립도(2025년)는 전국 평균(48.6%)에 한참 못 미치는 27% 수준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꼴찌다.
22개 시군의 경우도 여수(23.8%)와 광양(20.8%)의 자립도가 전년보다 3% 이상 하락했고, 완도(6.2%)·구례(6.8%)·신안(6.9%) 등 절반이 넘는 12개 군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들 지자체에서는 사업의 효과를 기대하기보단 당장 곳간 사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찬 마당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분담금을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다”면서 “그렇다고 도가 역점으로 추진하는 사업을 우리만 안 하겠다고 할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 사업을 도입하기 위해 진행한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 과정에서 ‘3년 주기 성과 분석 및 재협의’를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향후 재정 악화나 정부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지원이 축소되거나 중단될 경우, 정책을 믿고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같은 현금성 지원보다 정주 여건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2024년 전남연구원 조사를 보면 도민들은 저출산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현금 지원’(32.1%)보다 ‘주거 부담 완화’(34.6%)를 더 많이 꼽았다.
오미화 전남도의원은 “기본적인 정주 여건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금성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며 예산 확보 대책을 마련하고 정책 실효성을 냉정히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매년 늘어나는 예산은 도 재정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무조건적인 지급은 아니며, 평가 결과 효과가 미비하다고 판단되면 지원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 대통령이 잇따라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AFP통신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이 점차 일부 동맹국에서 등을 돌리고 있으며 스스로 주도했던 국제 규범들로부터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겨냥해 “세계가 도적 소굴이 되고 있다”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해외 주재 프랑스 대사들을 초청한 신년 하례식에서 이같이 말한 뒤 외교 관계에서 점점 더 ‘신식민주의적 공격성’이 두드러지 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질서가 무너져가는 세계에 살고 있다”며 “다자주의를 떠받치던 국제기구들은 점점 제 기능을 못 하고 있고 강대국들이 세계를 분할하려는 유혹에 빠진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적 개입이나 덴마크령 그린란드 확보 움직임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에 관해서는 “여전히 부상 중인 강대국”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점점 더 억제되지 않는 상업적 공격성을 보이며 유럽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및 기타 지역을 중심으로 불안정화를 초래하는 세력”이라며 이런 세계에서 유럽이 약화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잔혹함과 강자의 법칙에 맞서 유럽은 다른 이들이 더 이상 적용하지 않는 게임의 규칙을 계속 상기하는 마지막 공간이 될 것”이라며 “다자주의가 지켜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우리의 영향력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새로운 식민주의와 새로운 제국주의를 거부하는 동시에 종속화와 패배주의도 거부한다면서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외정책으로 인해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쾨르버재단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겠다”면서 “가장 무자비한 자들이 언제나 원하는 걸 얻고 지역이나 나라 전체가 소수 강대국의 소유물로 취급되는 도적의 소굴로 세계가 변하는 걸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법이 존중받지 못하고 국제질서가 무너지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본다”며 “우리는 역사의 주변부로 밀려나고, 더 작고 약한 나라들은 전혀 보호받지 못한 채 내버려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같은 변화의 원인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의 가치 붕괴”를 꼽았다.
다만 그는 미국의 어떤 조치가 국제질서를 무너뜨리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과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 위협 등을 가리킨 걸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3일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자 “미국의 작전에 대한 법적 판단은 복잡하다. 국가 사이 문제에는 기본적으로 국제법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판단을 유보한 바 있다. 이후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정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을 논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 이후 “미국은 작전이 국제법에 부합한다고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대통령은 실권이 거의 없는 상징적 국가 원수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권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받는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소속인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 2005∼2009년, 2013∼2017년 두 차례 외무장관을 지냈다.
지난 7일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서울 정동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연 2026년 1월 정기회의에서는 인터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특히 신년인터뷰의 경우 질적으로는 뛰어났지만 횟수가 3회에 그쳐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의성을 고려해 K콘텐츠로 관심이 높아진 문화 분야,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AI) 등에 관련된 인터뷰가 필요했다는 조언이 있었다. 퇴직연금 등 경제 관련 기사는 온라인에서 관련 사이트를 링크해둔다면 독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란 제안도 나왔다. 이날 정기회의에는 정연우 위원장(세명대 명예교수), 최정묵(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소장), 김소리(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오용석(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 팀장), 정은숙(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 김예희(다인세무회계 회계사) 위원이 참석했다. 김용 위원(한국교원대 종합교육연구원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정은숙 = 신년인터뷰라는 문패를 단 기사가 세 건이었는데, 종교 분야에서는 유흥식 교황청 장관 추기경, 외교 분야에서는 한반도 안보 전문가인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인터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유심히 본 것은 20세기 미국사를 연구한 게리 거스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인터뷰였다. 정치 질서가 부재한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왜 그런 행보를 보이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아쉬웠던 것은 신년인터뷰가 세 건으로 끝났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는 신년인터뷰가 한눈에 띄게 따로 편집이 되어 있지 않아 일일이 검색해야 했다. 경제 분야 인터뷰가 상·중·하로 나왔는데, 이들이 신년인터뷰와 연계된 것인지 별도 구성된 것인지 다소 혼란스러웠다. 문화 분야나 AI 관련 신년인터뷰를 특히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문학인 21명에 물었습니다 ‘AI와 동행하시겠습니까’>(2025년 12월30일자 1·20면)는 1면에다 별도로 한 면을 써서 기대가 컸다. AI와 출판계, 창작자, 문학인의 문제가 거의 다 담겨 있어 전체적인 이해에는 도움이 됐다. 아쉬운 점은 이미 AI를 활용한 출판이 이뤄지고 그것이 나날이 진전되고 있는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1명이라는 숫자가 다소 적게 느껴지는데 설문 대상을 더 늘려 깊이를 확보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1월1일자 경향 편집은 늘 호감이 가는데, 2026년 1면도 창간 80주년을 맞아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신문 이미지를 보여주며 ‘진실을 읽다, 세상을 잇다’라는 슬로건을 강조한 점도 좋았다. 다만 온라인에서 80주년 기획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니, 홈페이지 상단에 80주년 바와 아이콘은 있었지만 신문 1면에 나온 것 이상의 콘텐츠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아카이빙이 좀 더 잘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소리 = 2025년 12월22일자, 29일자 우울증을 겪은 여성 28명의 인터뷰 기사 <여성은 우울을 먹고 자란다>는 우울증이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에 걸쳐 지속된 과정이라는 점을 잘 보여줬다. 여성의 우울증 비율이 이렇게 높은지 몰랐는데,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 단순히 병원 치료를 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성혐오와 성차별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 점이 좋았다. 인터뷰에 통계를 적절히 배치해 설득력을 높였고, 많은 여성 독자들이 위안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 젠더연구단체 ‘이퀴문도’를 인터뷰한 <“맨박스에 갇힌 남성들, 자살 생각 더 많이 해”>(1월4일자)는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내용이라고 느꼈다. 남성들이 전통적인 남성성을 강요받고 있고, 그것이 자살 충동을 높인다는 것인데 남성들이 느끼는 위기와 박탈감이 역차별 때문이 아니라 가부장적 구조에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최근에 읽은 리처드 리브스의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는 여성들은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남성들은 새로운 남성상을 만들지 못해 여성혐오로 흐른다는 분석이 인상 깊었다. 이 기사도 그런 맥락에서 공감이 갔다. 대안적 남성성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 예를 들면 좋은 연인이나 좋은 남편, 탈가부장 문화를 실천하는 남성을 발굴해 보도해주면 좋겠다.
오용석 = 지난달 경향신문 보도를 쭉 보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관련 기사가 꽤 많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후변화 대응 체제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이어지고 있는데, 2025년 12월은 딱 10주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12월15일자에 <파리협정 10년, 세계는 느리지만 변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기후위기 맞선 태평양 청년들>, 그리고 <[여적]파리협정 10년>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좋았다. 특히 남태평양 청년들처럼 기후위기의 직접적 피해자를 다룬 점에서 경향신문다운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여적]에서는 파리협정 10년을 매우 압축적으로 정리하며, 국제사회의 느린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당면한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잘 보여줬다. 다만 “느리지만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한국의 이행 수준을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후속 보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핫한 기후행동 소득앱, 일주일간 직접 써보니>(12월3일자)는 기자가 직접 참여한 기사로 구체적이고 공감하기 쉬웠다. 기후 정책은 에너지 정책이나 산업 정책처럼 어렵고 멀게 느껴지기 쉬운데, 이를 일상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탄소중립포인트제는 중앙정부에서 운영하고, 지방정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정책들도 있어서 복잡한데 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기사도 시도해볼 만하다고 본다.
■신년기획
인터뷰 3건 질적으로 뛰어났지만K콘텐츠 등 관심 큰 이슈는 빠져
슬로건 ‘진실을 읽다, 세상을 잇다’1월1일자 1면 편집으로 눈길 잡아
홈피에 창간 80주년 바·아이콘 외신문 1면 나온 것 이상 콘텐츠 부족아카이빙이 좀 더 잘되었으면 해
■쿠팡 사태·노동
쿠팡 사태 관련 보도 많은 반면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 적어노동자 과로·탈세 등 부각했어야
‘탈팡 확산’ ‘탈팡족’ 관련 보도는소비자·기업들 대응 잘 보여줘
■인공지능
올해 가장 압도적인 주제 될 AI현황보다 근본적 문제 다뤄주길독자 참여형 기사도 시도해볼 만
‘탈팡 확산’ ‘탈팡족’ 관련 보도는소비자·기업들 대응 잘 보여줘
기획 시리즈 ‘AI에 교육을 먹이면’열흘 이상 간격으로 실려 ‘옥에 티’
■칼럼·사진
이상헌 칼럼 ‘낡은 문장에서…’지인들 사이 회자되어 인상적
이주노동자 가족 오체투지 담은‘금주의 B컷’ 강렬한 메시지 던져
김예희 = <잠든 퇴직연금 1309억원, 잊지 말고 찾아가세요>(12월3일자)가 인상 깊었다. 노동자들이 자기 명의로 금융사에 가면 사업자의 폐업·도산 등으로 제때 수령하지 못한 퇴직연금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사만 읽어도 직접 실행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기사다. 쿠팡 관련 보도가 매우 많았다. <국세청, 쿠팡 미 본사 탈세 의혹 겨눈다>(12월22일자)는 쿠팡의 문제인 노동자 과로, 탈세,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국세청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지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전반적인 맥락을 모르는 독자에게는 개별 사안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들 수 있어, 조사 배경과 맥락을 조금 더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량에 죽고 사는 노동자, 그만둬도 갈 곳이 없어요>(12월17일자)는 쿠팡 문제와 해결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시세보다 약간 높은 보수를 미끼로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 이를 금지하면 오히려 더 나은 일자리가 없다는 현실까지 함께 다뤄 설득력이 있었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 안으로 포섭해야 한다는 결론도 명확했다.
김소리 = 제 주변에서 반응이 특히 좋았던 칼럼이 12월24일자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의 <낡은 문장에서 해방되려면>이었다. 지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걸 보고 인상 깊어서 언급한다.
최정묵 = 올해는 AI가 압도적인 주제가 될 것 같다. 각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은데,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는 시도가 필요하다. 자본은 늘 새로운 짝을 만나 몸집을 불려왔는데, AI도 그런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칼 폴라니의 저서 <거대한 전환>을 보면 화폐, 노동, 토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제 데이터도 ‘허구적 상품’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아직 찾지 않은 미청구 퇴직금 문제는 금융감독원과 협업해 클릭 한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면,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결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독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사 형식도 가능할 것 같아 제안해본다. 경향신문이 중대범죄수사청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보도를 했는데 양과 깊이가 모두 확보됐다고 느꼈다. 다만 이런 제도 변화가 시민의 형사사법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조금 더 다뤄줬다면 독자들이 “이게 내 이야기구나” 하고 더 몰입했을 것 같다. 신년기획인 <신문 역할 ‘권력감시·비판’ 40%…불신 이유 ‘정치편향’ 57%>(1월3일자)는 국민이 언론에 요구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명징하게 보여줬다. 결론적으로 경향신문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어떤 지점에서 언론을 불신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취재와 검증 과정 자체를 드러내는 방식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 기사는 이렇게 출발했고, 이런 과정을 거쳐 나왔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경향신문의 원칙을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정연우 = 정효진 기자의 <[금주의 B컷]시간이 가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12월3일자)은 이주노동자 가족들이 오체투지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기사다. 지난해 10월 정부의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뚜안에 대한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가족의 절박함이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백건의 기사보다 더 강력하게 당시의 참혹함과 비인간성을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쿠팡 보도는 양적으로 많았지만, 여전히 정책적 해법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편법이나 수사, 개별 사건을 다루는 데 그치지 말고, 왜 이런 반사회적 경영이 반복되는지 구조적으로 더 파고들 필요가 있다. 전병역 에디터의 칼럼 <폭주하는 것들은 이유가 있다>(12월12일자), <소상공인 옥죄는 장터, 노동자 쥐어짜는 일터…쿠팡 초고속 성장의 ‘역설’>(12월17일자)은 그런 지점을 잘 짚었다고 본다. 이제는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결국은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편리함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정의로운 소비를 선택하는 시민의 전환을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기사가 있었으면 한다. <쏟아지는 ‘탈팡족’ 줍줍 찬스…e커머스, 새 멤버십 출시 등 분주>(12월10일자), <탈팡하는 김에 소비습관 점검까지?…‘쿠팡 가두리’ 대안 찾는 소비자들>(1월6일자), <‘탈팡’ 확산…e커머스 ‘쇼핑 노마드’ 잡아라>(1월6일자)처럼 소비자 대응과 경쟁 기업의 움직임을 보여준 기사들은 의미 있었다. 여기에 더해 해외에서는 시민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윤리 기준을 어떻게 세웠는지 비교해 보여주면 좋겠다. 2026년 1월1일자 사설 <서울의 답은 서울 밖에 있다>, 1월2일 사설 <‘지방주도 성장’ 앞세운 대통령 신년사, 이번엔 꼭 성과 내야> 등에서 지방분권을 강조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처럼 충분한 공론화 없이 정치 이벤트처럼 추진되는 사례들이 보인다. <[정동칼럼] ‘대충 통합’ 말고 ‘용인’부터>(12월22일자), <대전충남 초광역화, ‘좋은’ 전략인가>(12월28일자) 등의 칼럼은 현실적인 문제를 잘 짚었다. 1월13일자 <5극3특 개문발차 혼란 막으려면>도 마찬가지다. 자원 배분, 인프라, 재정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예능계의 포식자가 된 넷플릭스…적수 사라지나>(12월23일자) 기사에서는 ‘공중파’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정확한 용어는 ‘지상파’라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김용 = 기획은 12월10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대학의 AI 활용과 초중등학교에서의 활용 실태 등을 지적했다. AI가 새 정부의, 나아가 많은 사람들의 화두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매우 시의적절했다. 앞으로도 관련 기사나 의견을 더 많이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두 편의 기획 기사가 열흘 이상 간격을 두고 실린 점이 아쉬웠다. 청소년 SNS 금지 관련 12월10일자 <호주 ‘청소년 SNS금지법’ 찬반 논란 계속…전면 금지가 해결책 될 수 있을까?>는 호주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SNS 사용을 금지했다는 사실을 전했고, 열흘 뒤인 20일자 <“내가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호주가 쏘아올린 ‘미성년 SNS 금지’>는 호주 정부의 금지 조치 이후 청소년들이 더 은밀한 방식으로 SNS를 활용하는 사례, 호주 외 다른 국가의 청소년 SNS 정책 동향, 호주 정부 결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폭넓게 소개해주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20일자 기사는 SNS 금지 정책 시행 직후에 관찰된 것만을 대상으로 전하는데, 올 하반기 무렵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소개해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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