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조루 [사유와 성찰]인간적 자본주의는 가능한가
- 이길중
- 26-01-10
- 0 회
쿠팡의 잘못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소비자의 신뢰를 배반했다. 플랫폼 기업엔 사회가 축적한 신뢰가 원자본이다. 대중은 개인정보를 의심 없이 주었으며, 쿠팡은 국민의 혈세로 만든 정보고속도로를 이용해 이윤을 챙겼다. 소비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둘째는 수요와 공급의 틈새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기계 취급해왔다. 노동의 리듬을 인간에게 맞추지 않고 수학적 알고리즘에 맞춰 노동자의 삶을 파괴했다. 대중의 욕구를 돈으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는 도구에 불과했다.
애덤 스미스는 인류의 발명품인 자본주의에 윤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이 부를 추구하는 동기는 소유욕보다는 주목을 받고 공감과 인정을 받고 싶어서라고 했다. 또한 <국부론>에서는 내면의 인간이자 공정한 관찰자인 양심을 통해 이기심이 균형을 이룬 ‘보이지 않는 손’이 적절한 시장 가격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동물적 본능은 시장의 자율성과 공정한 경쟁을 능가했으며,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과 상품으로부터도 소외당했다.
세계는 중상주의에서 독점자본주의, 제국주의, 그리고 약육강식의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하며 자본의 고삐를 풀어왔다. 물질에 대한 욕망을 경원시하던 때도 있었고, 손으로 돈을 만지는 것을 혐오하던 때도 있었다.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는 비합리적인 충동을 억제하며 합리적이고 절제된 경제활동이라고 보았다. 종교개혁으로 근면과 절제, 직업의 소명의식이 자본축적과 투자행위를 정당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했다.(<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그러나 결국 그가 경계했던 최후의 인간인 “정신 없는 전문가, 가슴 없는 향락자”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욕망은 이성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2006년 일본의 라이브도어 사건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주가조작과 분식회계로 50개 계열사를 거느렸던 젊은 벤처기업가의 몰락은 ‘자본주의의 자살’이라고 할 정도로 충격을 주었다. 실형 판결을 받은 호리에 다카후미 회장은 <100억 버는 일의 기술> 등 돈에 관한 책들을 펴내 베스트셀러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썼다. 벤처신화의 주인공, 시대의 총아로 알려지며 연예인으로서도 인기를 누렸다. 쿠팡 사건은 예견된 거나 다름없었다. 물신에 대한 신앙은 더욱 깊어지고 충실해졌다.
과연 허망한 믿음에서 벗어나는 길은 있을까. 먼저 시야를 넓혀 광활한 우주의 나이에 비해 인간은 찰나에 불과한 존재라는 한계 상황을 느껴야 한다. 나아가 모든 존재는 근원을 무엇으로 명명하든 그것에 뿌리박은 하나의 세계에 속한 동포(同胞)임을 자각해야 한다. 하여 유일한 생명체의 낙원인 지구에서 인간과 그 존엄성은 손상될 수 없는 최고의 자본이자 절대적 자본이다.
그리고 스미스가 말한 도덕 감정을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 도덕은 타인에 대한 경외감만이 아니라 우주를 둘러싼 무한자의 품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자각하는 마음이다.
<도덕경>에서 도는 만물의 본체이자 우주의 모든 법칙을, 덕은 도가 순환하면서 드러낸 자연계의 모든 살림을 말한다. 슬기로운 자들은 하늘의 도를 깨달아 자비 가득한 덕을 구현하고자 한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도덕을 구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하늘의 은혜인 보이지 않는 손길이 충만한 인간적 자본주의가 부디 이 땅에서 구현되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
지난 2일 광주시와 전남도가 광주·전남 통합지방정부 추진을 선언하고, 오는 6·3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대전·충남 지역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18일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초광역권 통합 논의가 오가는 지역의 결단을 앞당기며 행정통합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재명 정부의 ‘5극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 균형성장 전략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재명 정부는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을 5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정하고, 이를 위한 국정과제의 하나로 ‘5극3특과 중소도시 균형성장’을 제시했다. 5극(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별로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운영을 위한 지원을 하고, 제주·강원·전북 등 기존 3개 특별자치도에는 맞춤형 특례를 부여할 계획이다.
균형발전 전략을 본격 추진한 노무현 정부 이래 역대 정부의 지방문제 인식은 비슷하다. 미래 산업과 일자리, 청년 인구를 수도권이 빨아들이면서 지방의 경쟁력이 약해졌고, 이런 불균형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실에선 중앙과 지방의 협력 부족이나 지역 내 갈등, 단체장 교체에 따른 추진 동력 상실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물살을 타는 행정통합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대한민국 1호 행정통합’ 등의 결과물만 바라보고 속도전을 벌이다 정작 내실은 다지지 못한 채 통합지자체가 ‘개문발차’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민투표 등으로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고, ‘행정연합’의 경험을 축적한 뒤 통합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6면에서 계속
5극3특 전략은 ‘지역이 잘 돼야 국가가 산다는 원칙’을 내걸고 초광역권과 특별자치도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지역특화 산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청년과 지역 중심의 일자리 생태계를 창출하는 ‘분권형 성장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6일 지방시대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 정부는 임기 내 초광역단위 행정구역을 만들 계획이다. 기존 지자체를 폐치·분합하는 행정통합이나 기존 지자체를 유지한 채 공동사무를 맡을 새로운 자치단체를 만드는 행정연합 등 유형을 가리지 않고 광역 단위로 묶겠다는 것이다. 통합의 형식에 구애받기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쪽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5극3특을 내건 현 정부가 과거보다 적극적이라고 볼만한 점은 핵심인 ‘재정 지원’ 측면이다. 둘 이상의 시·도(광역단체)를 묶어 추진하는 초광역 사업에 돈이 가도록 별도의 계정(주머니)인 ‘초광역특별계정’을 만드는 것이다. 광역교통망 확충과 공동 인프라 구축 등은 행정구역을 넘나들어 기존처럼 시·도별로 쪼개 배분하거나 부처별로 따로따로 지원하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5극3특 연구지원단장은 “광역단위 사업을 위한 별도의 계정이 있어야 지자체가 내 사업은 내 사업대로 하고, 광역단위 사업은 별도 계정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유인이 생긴다”면서 “그런 뒷받침이 없어서 과거 20년 동안 그림은 그렸지만 실제로는 초광역 단위 연계 협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당의 이해식 의원이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내 초광역특별계정을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지방분권균형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개정안에는 초광역협력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중앙행정기관, 특별지방자치단체, 민간 등이 참여하는 협약 체결 근거를 마련하고 추진협의체를 설치하는 내용도 담겼다. 올해 상반기 통과·시행되어야 내년도 초광역단위 예산을 수립해 실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지역에서는 정부의 과감한 권한 이양과 재정 지원을 기대하며 시동을 걸고 있으나 아직 온도 차가 크다. 수도권은 관망 속에 역차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5극3특의 기조가 대체로 수도권이 가진 것을 각 지방권역으로 분산하자는 취지인 만큼 경계하는 분위기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비수도권 지원을 위해 국제 경쟁력을 보유한 수도권을 지나치게 역차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임에도 낙후 지역인 경기북부는 같은 수도권으로 묶이면서 규제를 적용받고, 접경지 특성으로 각종 사업에 제약이 컸다. 이 문제를 5극3특 전략에 어떻게 맞춰 풀어갈지도 미지수다.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에서는 협력형 기구인 부울경 특별연합이 민선 8기 들어 폐기됐고, 현재 울산을 뺀 부산과 경남의 행정통합이 추진 중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긍정적이다. 지난 5일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지난해 연말 부산·경남 성인 404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53.65%가 행정통합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부산이 55.6%로 경남 51.7%보다 찬성률이 높았고, 두 지역의 찬성률은 2023년 6월 여론조사에서 35.6%, 지난해 9월에는 36.1%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7.55%포인트 높게 나왔다. 행정통합이 도움이 될 것인지를 묻는 말에도 ‘도움이 된다’는 답변 비율이 65.75%에 달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달 13일 최종 의견을 시도지사에게 전달한다.
2019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행정통합을 시도했지만 두 차례 통합 논의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 대구·경북권에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협의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이 진행됐다. 지난 8월 대구시와 경북도 기조실장을 단장으로하는 대구경북 공동협력 태스크포스가 발족해 5극3특과 관련한 사업 과제를 발굴하고, 행정연합 추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타지역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조급함도 읽힌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주호영 국회부의장(국민의힘·6선)은 지난달 8일 간담회에서 “정부도 대전·충남 통합에 긍정적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통합하면 예산과 세제 지원 등 프리미엄을 많이 주게 된다”며 “통합을 하려면 빨리 결론을 내는 것이 좋고, 하지 않는다면 통합에 따른 갈등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6·3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뽑고, 7월 1일 통합지방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합의한 광주시와 전남도는 ‘1호 행정통합’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일 행정통합 추진기획단 출범식을 열고 바로 첫 실무회의에 들어갔다. 오는 9일 이재명 대통령과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지역 국회의원들이 간담회를 여는데,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강 시장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민투표 대신 의회 동의를 받아 추진하는 방안, 통합지방정부의 명칭을 전남특별시로 정해도 괜찮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의 중부권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초 “(통합의)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고 언급한 뒤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지역 내 반대 여론이 제기되면서 주춤하는 분위기다. 호남권과 달리 대전·충남 단체장은 국민의힘 소속이고, 지역구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주도권 다툼 양상도 보인다. 대전·세종·충북·충남의 ‘충청광역연합’이 유명무실해지면, 충북권의 반발도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257개 특례조항을 담아 발의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넘겨져 심사를 앞두고 있다. 특별시 수준의 파격적인 권한 이양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통합 후 재정수요, 기대효과 등에서 중부권이 제출한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3특 지역에서는 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이 5극에 쏠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그동안 산림·환경·군사 등 규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으나 전략기술 육성, 수도권과의 교육·의료 격차 해소, 지방의회 자율성 확보 등은 한계에 가로막혀 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40개의 특례 과제를 담은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국회에서 답보 중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말 제주산업발전포럼을 열고 정부의 5극3특 정책에 맞춘 주력산업 발굴과 대응방향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인공지능(AI)·에너지 기반의 신산업 전환, 지역 투자자본 육성, 인재 양성 체계 구축 등의 큰 그림을 제시했고, 이후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수립한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설계도’에 따르면, 5극 초광역권은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통합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을 통해 정부와 ‘원스톱 패키지형 협약’(초광역특별협약)을 맺고 예산을 통합 지원받는 추진 체계를 갖췄다.
반면 3특은 단일 광역단체라 이러한 방식이 불가능하다. 초광역특별계정에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 만큼, 3특이 대규모 재정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천지은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구조는 실질적으로 5극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어, 재정특례 부재와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인 전북이 국가균형성장 전략의 최대 피해자가 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새만금 개발, AI 농생명 벨트 등 사실상 광역성이 입증된 핵심 사업조차 ‘초광역권사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일반사업’으로 분류되면서 정부의 대규모 투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전북연구원은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특별자치도가 독자적 발전전략 수립 또는 인접지역과의 연계·협력을 위해 설정한 권역’을 초광역권에 포함하는 ‘특별광역권’ 개념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최지민 단장은 “균형발전특별회계 안에 제주특별자치도계정이 있는 것처럼 3특에 별도의 계정을 만들어달라고 하는데, 열려 있는 방안이다. 다만 먼저 5극과 연계한 초광역단위 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면서 “3특 지역이라도 5극과의 연계협력으로 진행할 초광역사업이 있다면 그에 근거해 예산을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재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통합에 따른 유인책이 커질수록 통합하지 않는 지역(3특)이 가져갈 몫이 줄어들 수 있다.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국세의 일부를 통합 지자체에 떼어주면 국세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부세 총량이 줄어들고, 그럼 당연히 다른 지역이 피해를 본다”면서 “결정을 국회에서 하는데, 다른 지역 국회의원이 찬성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도 광역시의 거점 기능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역시가 새로 생긴 초광역단체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광주가 없어지거나 대전이 없어지거나 대구가 없어지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면서 “광주에 비견될 여수·순천·광양과 대전과 비견되는 천안·아산 등 초광역단체 안의 기초자치단체와의 역할·관계 설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합 논의가 뜨거워질수록 통합에 반대하는 지역 내 갈등도 커질 수 있다. 주민 수용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된 행정통합은 두고두고 갈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행정연합 단계를 거치지 않고 행정통합으로 직행한다면 공론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수용성 확보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지방의회 의결보다 주민투표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홍준현 교수는 “행정통합에서 주민 의견을 듣는 건 원칙적으로도 옳지만 정치적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면서 “단적인 예로 주민투표로 주민의 확실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진행된 마산·창원·진해는 지금도 내부에서 삐거덕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서둘러서 하게 되면 주민투표 등 절차적 요건을 도외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 두고두고 갈등이 재현된다. 대전·충남 교육계의 반발도 협의를 안 해서다”라면서 “바느질할 때 실을 바늘귀에 제대로 꿰어야지, 급하다고 몸통에 감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민투표는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나 돈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홍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 때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지역에서 통합에 대한 주민 의사도 함께 물으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주민투표에 전자투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했다.
5극3특은 지방선거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정치권의 셈법은 보다 복잡하다. 이왕 행정통합을 하는 김에 지자체장 역시 통합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전·충남을 이끌 ‘대충특별시장’, 통합 광주·전남을 대표할 ‘광전특별시장’ 등이다.
6·3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뽑으려면, 늦어도 5월 중순 후보등록 전에 통합자치단체장을 뽑을 법적 근거(특별법)가 확정돼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2월 국회 통과가 목표로 거론된다. 이후 의회와 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정당 공천은 후보등록을 감안하면 4월~5월 초까지는 끝내야 한다.
6개월만에 통합단체가 출범할 수 있을까. 촉박하거나 무리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혜수 교수는 “하나의 자치단체에서 세금 납부, 민원 서류 발급 등 모든 정보 계통이 통일되어야 하는데 이런 ‘지역정보화’에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 통합자치단체의 로고 등 상징물 준비에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면서 “통합지방정부 출범을 약속할 순 있지만 실제 이행단계로 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법이 통과돼도 적어도 10개월에서 1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지방선거가 아니라 2년 후 총선에서 주민투표를 해 절차적으로 충분히 주민의 이해를 구하고, 중앙정부와 협의해 어느 수준까지 통합할 지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 게 더 깔끔하다”고 덧붙였다.
최지민 단장은 “과거 마창진(마산·창원·진해) 통합 때도 긴급하게 지방선거에 맞춰 통합단체장을 뽑은 사례가 있다. 문제는 그 이후 지방재정 조정이나 광역과 기초의 관계 설정이다. 광주·전남, 대전·충남은 지방선거 때 시도교육감을 따로 뽑을지도 논의가 아직 안 됐다. 시기상 불가능하지 않지만 촉박하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통합지방정부가 출범해도 이행단계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최 단장은 “광역시와 도는 업무 체계나 시스템이 달라서 유예기간을 두고 일정부분 연합사무를 같이 하는 이행단계를 거쳐야 한다”면서 “단체장은 하나이면서 특별지방자치단체 형태로 통합 전까지 이행단계가 가능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란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 등이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청 ‘3대 특검 특별수사본부’가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특수본은 우선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과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등에 대한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채상병 특검으로부터 김 상임위원과 이충상 전 상임위원의 직무유기 혐의 사건을 이첩받은 특수본 1팀은 이날 오전 남규선 전 인권위 상임위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상임위원과 이 전 상임위원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긴급구제 신청이 기각되는 과정에서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을 받는다.
남 전 위원은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참고인으로서 지난 3년간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파행된 일에 대해 증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직권남용 및 내란선동의 피의자가 인권위원장인 그 자체가 비극이고 윤석열 정부의 국가인권위에 대한 독립성 훼손의 결과”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 사건은 내란 특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특수본 2팀이 맡는다. 특수본 2팀은 이날 오후 ‘국가인권위바로잡기공동행동’ 관계자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공동행동 측은 안 위원장 등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와 불법 계엄 시도를 옹호했고,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며 고발했다.
특수본 2팀은 이날 오전 서울고검에 있는 내란 특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였다. 신용해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이 12·3 불법계엄 사태 당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교정시설의 수용 공간을 확보하려 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의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신 전 본부장은 당시 박 전 장관에게 ‘3600명 수용 가능’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특검’으로부터 144건에 달하는 사건을 넘겨받은 특수본 3팀은 많은 사건의 내용과 피의자가 겹쳐 이를 정리하고 있다. 특수본 3팀은 사건을 재분류한 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뇌물 수수 의혹과 검찰의 김건희 여사 수사 무마 의혹 등부터 수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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