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병원 마케팅 논란의 작가부터 한국 미술 선구자까지…2026년 계속되는 미술 세계

병원 마케팅 ‘논란의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부터 한국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김윤신, 박서보까지. 명실상부 아시아의 주요 미술시장으로 떠오른 한국에서는 2026년에도 다양한 전시가 보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세계적인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61)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을 오는 3월 연다. 허스트는 인간 두개골에 다이아몬드 8000여개를 촘촘히 박은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와 살아 있는 상어를 포름알데히드가 담긴 아크릴 상자에 넣은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1991)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허스트는 지난해 특유의 포름알데히드 작품을 2017년에 재제작하고는 1990년대에 만든 것으로 소개해 논란을 빚었다. 상업적으로도 많은 돈을 버는 데만 몰두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공립미술관에서 허스트의 전시를 여는 것만으로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서도호(64)의 개인전도 같은 장소에서 8월에 개막한다. 서울에서 미국 뉴욕, 영국 런던으로 이주한 작가 서도호는 이주와 거주, 개인과 공동체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그의 작업세계를 초기부터 현재까지 총체적으로 다룬다.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전시도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에서 열린다. 청주관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한 작가 방혜자(1937~2022)의 회고전을 4월에 개최한다. 덕수궁관은 권옥연, 김환기, 이응노, 이성자, 한묵 등 1950~1970년대에 프랑스로 건너간 한국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에 주목한 전시 ‘파리의 이방인’을 12월에 연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한국 현대 추상조각 대표작가 박석원(84)의 회고전을 11월에, 덕수궁관에서는 과수원을 그린 풍경화로 알려진 이대원(1921~2005)의 회고전을 8월에 각각 개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인 ‘산은 내 안에 있다’(가제)를 5월에 개최한다. 산을 바탕으로 반(半)추상화에서 기하추상화로 그림을 확장시켜 온 유영국의 작품 세계를 미공개작과 함께 조명할 예정이다. 미술관이 새로 선보이는 ‘한국 근대 거장전’의 첫 전시이기도 하다. 10월에는 미국 여성 미디어아티스트 겸 영화감독인 린 허쉬만 리슨(85)의 60여년 작업을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리슨은 뉴욕의 뉴 뮤지엄, 독일 ZKM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는데, 아시아 미술관에서는 처음 개인전이 열리게 된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1980년대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오윤(1946~1986)의 작고 40주기를 맞이해 ‘오윤 컬렉션’을 8월에 연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은 한국 조각가 조숙진(66)을 재조명하는 전시를 7월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해 650만명 이상이 다녀가 관람객 신기록을 세운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식문화 양상을 보여주는 전시 ‘끼니에서 수라까지’(가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호암미술관은 한국 여성 1세대 조각가인 김윤신(91)을 조망하는 첫 대규모 회고전을 3월에 개최한다. 김윤신은 한국전쟁 후 척박한 미술환경에서 삶과 자연과 예술이 합일된 조형 언어를 확립해 온 작가다.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첫 한국 여성 작가 개인전이기도 하다. 9월에는 동시대 미술 현장을 반영하는 실험적 프로그램을 선보인 유럽 최대 아트센터 팔레 드 도쿄와 공동기획하는 ‘아트스펙트럼 2026’이 열린다.
리움미술관은 관객과의 실시간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작품으로 유명한 현대미술가 티노 세갈(50)의 국내 첫 개인전을 2월에 연다. 세간의 신작과 함께, 미술관의 소장품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만든 라이브 작업이 전시에 포함된다. 2024년 열린 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인 구정아(59)의 개인전도 9월 리움미술관에서 대규모로 열린다. 구정아는 자력이나 향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이며 독창적 작업을 선보여 왔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4월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을 개최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키키 스미스, 갈라 포라스-김, 백남준, 이불, 이우환 등 국내외 작가 40여명의 회화부터 설치 작품 등 50여점이 공개된다. 9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조나스 우드(49)의 아시아 첫 기획전이 열린다. 아트선재센터는 3월 국내외 여러 세대 퀴어 작가 70여팀을 아우르는 전시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을 선보인다.
국제갤러리는 2023년 작고한 단색화 거장 박서보(1931~2023)의 대규모 개인전을 9월에 선보인다. 1967년 최초의 연필 묘법부터 2023년 마지막 연작인 신문지 묘법까지를 망라한다. 3월에는 분단과 냉전, 전통과 민간신앙을 매개로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살펴 온 박찬경(61)의 개인전 ‘안구선사’를, 6월에는 한국 현대사진사를 일군 작가 구본창이 기획한 단체전이 각각 열린다.
갤러리현대는 9월 청각장애 아티스트 김 크리스틴 선(46)의 개인전과 김보희(74)의 개인전을, 11월 이성자(1918~2009)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수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캐서린 브래드포드(84)의 국내 첫 개인전도 5월 열린다.
‘맨박스(Man box)’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식의 사회적 규범을 상자에 비유한 표현인데요. 가부장제에서 남성들이 남자다움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맨박스 지수가 높은 사람은 자살 충동이 6.3배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국제 비영리 단체 ‘이퀴문도’(Equimundo)가 지난해 6월 발간한 ‘2025 미국·영국 남성 실태조사’에 담긴 내용입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성 10명 중 8명은 ‘가족 부양’과 ‘침묵해야 한다’는 등 전통적 남성성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퀴문도는 맨박스 연구 등을 통해 젠더 평등 및 건강한 남성성 변화를 이뤄내는 걸 목표로 만들어진 단체인데요. 오늘 ‘에디터픽’은 이퀴문도의 디지털 전략 전문가 캐롤라인 헤이스를 인터뷰한 기사를 전해드립니다. 김송이 기자가 캐롤라인 헤이스와 비대면 인터뷰를 하며 ‘맨박스에 갇힌 남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사회가 남성에게 오랫동안 요구해온 전통적인 남성성의 틀을 맨박스라고 부릅니다. 강해야 하고, 감정은 드러내지 말아야 하고, 가족을 경제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기대들이 여기에 들어가죠. 그런데 이런 기준에 스스로를 가둔 남성들일수록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특히 주목됩니다.
“이른바 맨박스에 갇힌 남성들은 조사 시점 기준으로, 직전 2주 동안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6배 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건 남성성 규범이 여성에게 가해를 하는 문제뿐 아니라, 남성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보여줍니다.”
- 흔히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에서 오히려 여성혐오 콘텐츠가 더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요?
“미국이나 독일, 영국 같은 나라들을 보면요. 계층 이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성인이 되는 남성들 입장에선 안정적인 직장이나 집이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여성혐오 콘텐츠는 ‘여성이나 성소수자가 네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는 식의 이야기를 던집니다. 그 서사가 퍼질 수 있는 토양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겁니다.
게다가 젊은 세대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배우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공 공간에 대한 정부 투자가 크게 줄었습니다. 청소년 스포츠 프로그램이나 공공도서관, 방과 후 활동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죠. 그러다 보니 많은 소년들이 정체성이나 소속감을 온라인에서 찾고 있습니다. 2023년 미국 남성 실태조사를 보면, 미국 남성의 48% 가까이가 ‘온라인 속 삶이 오프라인보다 더 가치 있다’고 답했어요. 또 10대부터 20대 초반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3분의 2가 게임 속 삶이 더 ‘진짜 같다’고 말했습니다.“
- 한국에서 불거진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도 떠오릅니다.
“작년 여름에 한국에 갔을 때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해자의 평균 나이가 14~15세라고 하더군요. 이 소년들이 하루아침에 여성혐오 콘텐츠를 접하고, 갑자기 젠더 폭력을 저지르게 된 건 아닐 겁니다. 문제는, 구조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도록 밀어붙이는 환경 속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 그 ‘특정한 행동을 부추기는 환경’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건가요?
“저희 이퀴문도는 전통적인 남성성 규범과 성희롱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 이른바 맨박스를 17가지 태도로 나눴어요. 예를 들면 ‘남성이라면 데이트 관계에서 돈 문제의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동성애자 남성은 진짜 남성이 아니다’, ‘존중받으려면 폭력을 쓸 줄 알아야 한다’ 같은 생각들이죠. 미국 남성들 가운데 이런 태도에 가장 많이 동의한 상위 20%를 ‘맨박스에 갇힌 남성’이라고 정의했는데요. 이들 중 71%가 성희롱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이런 태도에 거의 동의하지 않은 ‘맨박스 밖의 남성’은 7%에 불과했어요. 남성성 규범이 실제 젠더 폭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 소년들이 여성혐오 콘텐츠에 빠져들게 되는 공통적인 특징도 있나요?
“문제가 되는 콘텐츠들은 겉으로 보면 굉장히 실용적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연애 방법, 자기관리, 돈 관리 같은 누구나 궁금해할 주제들이죠. 그런데 점점 ‘네가 힘든 건 여성이나 성소수자, 이민자 때문’이라며 분노의 대상을 특정 집단으로 돌립니다. (여성혐오 인플루언서로 알려진) 앤드류 테이트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 중에도 ‘난 돈 관리 영상만 본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 깔린 여성혐오적인 가치관에 자연스럽게 물들게 됩니다. 아직 뇌가 발달 중이고, 주변에 비판적으로 이야기 나눌 어른이나 또래가 없는 소년들에게는 그 영향력이 훨씬 더 큽니다.”
- 관련 연구 결과도 있나요?
“있습니다. 남성 청소년으로 설정한 유튜브나 틱톡 계정을 만들어 분석한 연구가 있는데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켄트대 연구진이 가상 계정을 만들어 분석했는데, 처음에는 외로움이나 자기계발 같은 일반 영상이 추천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을 비난하는 콘텐츠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며칠 만에 추천 비율이 13%에서 56%까지 뛰었죠. 또 남성으로 설정된 프로필은, 일부러 그런 콘텐츠를 찾지 않아도 평균 23분 만에 여성혐오 콘텐츠에 노출됐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유튜브 같은 플랫폼은 왜 강하게 제재하지 않는 걸까요?
“유튜브도 수익 창출을 막는 등 나름의 대응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플랫폼의 수익 구조 자체가 ‘자극’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콘텐츠 상당수는 이용약관을 노골적으로 어기지 않아요. 욕설 대신 ‘여성은 굳이 일하지 않아도 된다’처럼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는 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미국에서는 ‘여성 참정권(수정헌법 19조)을 폐지해야 한다’는 콘텐츠도 확산됐는데, 이것 역시 약관 위반은 아니었습니다. 자극적이고 분노를 유발하기 때문에 빠르게 퍼졌고요. 조회수와 댓글 수가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는 이런 콘텐츠가 반복 생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 인공지능(AI) 기술이 여성혐오를 더 부추긴 사례도 있나요?
“AI로 가짜 나체 사진을 만들어주는 앱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여성 사진에만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었고, 남성 사진을 넣으면 자동으로 여성 신체로 바뀌는 식이었죠. 최근에는 AI 친구 앱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 이용자가 젊은 남성들인데요. 조사 결과를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AI를 연애나 친밀한 관계의 대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남성의 외로움이 그대로 수익 모델이 되고, 친밀감이 상품처럼 거래될 위험이 있는 거죠.”
- ‘남성 역차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만의 현상일까요?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옵니다. 남성 자살률, 학업 중단, 건강 문제 같은 지표들이 자주 언급되죠. 우리는 많은 젊은 남성들이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고 느끼며 좌절한다고 봅니다. 문제의 핵심은, 남성에게 특정 방식으로 살아가라고 요구하는 이 성별화된 시스템 자체입니다. 전통적 남성성 규범은 늘 ‘혼자 버텨라, 감정은 드러내지 마라’고 말해왔죠. 거기서 벗어나면 조롱과 낙인이 따라옵니다.”
- 그래서 페미니즘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남성들이 겪는 고통을 ‘차별’로 느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근본 원인은 여성이나 페미니즘이 아니라, 남성에게 씌워진 남성성 규범입니다. 일부 단체들은 ‘남성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앞세워 그 책임을 여성에게 돌립니다. 하지만 여성이 잘 살아서 남성이 힘든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남성 자살률이 더 높은 건, 총기처럼 치명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자살 시도 자체는 여성 쪽이 더 많습니다.”
- 한국 정부도 남성 차별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했습니다. 성평등가족부에 성형평성기획과도 신설했습니다.
“단일 지표만 보면 본질을 놓치기 쉽습니다. 미국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학교 이탈률이나 높거나 학사 학위를 끝까지 이수하지 못한다는 데이터가 있는데요. 이를 이해하려면 남성과 여성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의 임금 구조가 어떤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교육·돌봄 분야는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노동인데도 임금은 훨씬 낮습니다. 정책이 남성의 교육 진입률을 문제 삼는다면, 동시에 왜 돌봄 노동이 이렇게 저평가돼 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합니다.”
남학생을 위한 페미니즘 책 <맨박스, 페미니즘>을 쓴 권재원 교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20대 남자를 자유롭게 만들 힘은 여자를 윽박지르거나 여성의 권리를 빼앗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그 힘은 남성들을 가부장과 남자다움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데 있다.” 남성들을 힘들게 만드는 건 페미니즘이나 여성이 아니라 가부장제와 그 수혜자인 가부장이라는 점을 직시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남성 해방’이 아닐까요?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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