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코오롱하늘채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속도전은 이대로 괜찮을까···전문가들 “연합 경험 축적하고, 주민 의견 들어야”

코오롱하늘채 지난 2일 광주시와 전남도가 광주·전남 통합지방정부 추진을 선언하고, 오는 6·3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대전·충남 지역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18일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초광역권 통합 논의가 오가는 지역의 결단을 앞당기며 행정통합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재명 정부의 ‘5극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 균형성장 전략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재명 정부는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을 5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정하고, 이를 위한 국정과제의 하나로 ‘5극3특과 중소도시 균형성장’을 제시했다. 5극(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별로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운영을 위한 지원을 하고, 제주·강원·전북 등 기존 3개 특별자치도에는 맞춤형 특례를 부여할 계획이다.
균형발전 전략을 본격 추진한 노무현 정부 이래 역대 정부의 지방문제 인식은 비슷하다. 미래 산업과 일자리, 청년 인구를 수도권이 빨아들이면서 지방의 경쟁력이 약해졌고, 이런 불균형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실에선 중앙과 지방의 협력 부족이나 지역 내 갈등, 단체장 교체에 따른 추진 동력 상실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물살을 타는 행정통합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대한민국 1호 행정통합’ 등의 결과물만 바라보고 속도전을 벌이다 정작 내실은 다지지 못한 채 통합지자체가 ‘개문발차’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민투표 등으로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고, ‘행정연합’의 경험을 축적한 뒤 통합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6면에서 계속
5극3특 전략은 ‘지역이 잘 돼야 국가가 산다는 원칙’을 내걸고 초광역권과 특별자치도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지역특화 산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청년과 지역 중심의 일자리 생태계를 창출하는 ‘분권형 성장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6일 지방시대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 정부는 임기 내 초광역단위 행정구역을 만들 계획이다. 기존 지자체를 폐치·분합하는 행정통합이나 기존 지자체를 유지한 채 공동사무를 맡을 새로운 자치단체를 만드는 행정연합 등 유형을 가리지 않고 광역 단위로 묶겠다는 것이다. 통합의 형식에 구애받기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쪽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5극3특을 내건 현 정부가 과거보다 적극적이라고 볼만한 점은 핵심인 ‘재정 지원’ 측면이다. 둘 이상의 시·도(광역단체)를 묶어 추진하는 초광역 사업에 돈이 가도록 별도의 계정(주머니)인 ‘초광역특별계정’을 만드는 것이다. 광역교통망 확충과 공동 인프라 구축 등은 행정구역을 넘나들어 기존처럼 시·도별로 쪼개 배분하거나 부처별로 따로따로 지원하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지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5극3특 연구지원단장은 “광역단위 사업을 위한 별도의 계정이 있어야 지자체가 내 사업은 내 사업대로 하고, 광역단위 사업은 별도 계정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유인이 생긴다”면서 “그런 뒷받침이 없어서 과거 20년 동안 그림은 그렸지만 실제로는 초광역 단위 연계 협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당의 이해식 의원이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내 초광역특별계정을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지방분권균형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개정안에는 초광역협력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중앙행정기관, 특별지방자치단체, 민간 등이 참여하는 협약 체결 근거를 마련하고 추진협의체를 설치하는 내용도 담겼다. 올해 상반기 통과·시행되어야 내년도 초광역단위 예산을 수립해 실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지역에서는 정부의 과감한 권한 이양과 재정 지원을 기대하며 시동을 걸고 있으나 아직 온도 차가 크다. 수도권은 관망 속에 역차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5극3특의 기조가 대체로 수도권이 가진 것을 각 지방권역으로 분산하자는 취지인 만큼 경계하는 분위기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비수도권 지원을 위해 국제 경쟁력을 보유한 수도권을 지나치게 역차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임에도 낙후 지역인 경기북부는 같은 수도권으로 묶이면서 규제를 적용받고, 접경지 특성으로 각종 사업에 제약이 컸다. 이 문제를 5극3특 전략에 어떻게 맞춰 풀어갈지도 미지수다.
부산·울산·경남의 동남권에서는 협력형 기구인 부울경 특별연합이 민선 8기 들어 폐기됐고, 현재 울산을 뺀 부산과 경남의 행정통합이 추진 중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긍정적이다. 지난 5일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지난해 연말 부산·경남 성인 404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53.65%가 행정통합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부산이 55.6%로 경남 51.7%보다 찬성률이 높았고, 두 지역의 찬성률은 2023년 6월 여론조사에서 35.6%, 지난해 9월에는 36.1%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7.55%포인트 높게 나왔다. 행정통합이 도움이 될 것인지를 묻는 말에도 ‘도움이 된다’는 답변 비율이 65.75%에 달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달 13일 최종 의견을 시도지사에게 전달한다.
2019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행정통합을 시도했지만 두 차례 통합 논의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 대구·경북권에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협의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이 진행됐다. 지난 8월 대구시와 경북도 기조실장을 단장으로하는 대구경북 공동협력 태스크포스가 발족해 5극3특과 관련한 사업 과제를 발굴하고, 행정연합 추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타지역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조급함도 읽힌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주호영 국회부의장(국민의힘·6선)은 지난달 8일 간담회에서 “정부도 대전·충남 통합에 긍정적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통합하면 예산과 세제 지원 등 프리미엄을 많이 주게 된다”며 “통합을 하려면 빨리 결론을 내는 것이 좋고, 하지 않는다면 통합에 따른 갈등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6·3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뽑고, 7월 1일 통합지방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합의한 광주시와 전남도는 ‘1호 행정통합’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일 행정통합 추진기획단 출범식을 열고 바로 첫 실무회의에 들어갔다. 오는 9일 이재명 대통령과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지역 국회의원들이 간담회를 여는데,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강 시장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요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민투표 대신 의회 동의를 받아 추진하는 방안, 통합지방정부의 명칭을 전남특별시로 정해도 괜찮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의 중부권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초 “(통합의)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고 언급한 뒤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지역 내 반대 여론이 제기되면서 주춤하는 분위기다. 호남권과 달리 대전·충남 단체장은 국민의힘 소속이고, 지역구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주도권 다툼 양상도 보인다. 대전·세종·충북·충남의 ‘충청광역연합’이 유명무실해지면, 충북권의 반발도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257개 특례조항을 담아 발의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넘겨져 심사를 앞두고 있다. 특별시 수준의 파격적인 권한 이양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통합 후 재정수요, 기대효과 등에서 중부권이 제출한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3특 지역에서는 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이 5극에 쏠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그동안 산림·환경·군사 등 규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으나 전략기술 육성, 수도권과의 교육·의료 격차 해소, 지방의회 자율성 확보 등은 한계에 가로막혀 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40개의 특례 과제를 담은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국회에서 답보 중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말 제주산업발전포럼을 열고 정부의 5극3특 정책에 맞춘 주력산업 발굴과 대응방향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인공지능(AI)·에너지 기반의 신산업 전환, 지역 투자자본 육성, 인재 양성 체계 구축 등의 큰 그림을 제시했고, 이후 구체화할 계획이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수립한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설계도’에 따르면, 5극 초광역권은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통합된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을 통해 정부와 ‘원스톱 패키지형 협약’(초광역특별협약)을 맺고 예산을 통합 지원받는 추진 체계를 갖췄다.
반면 3특은 단일 광역단체라 이러한 방식이 불가능하다. 초광역특별계정에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 만큼, 3특이 대규모 재정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천지은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구조는 실질적으로 5극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어, 재정특례 부재와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인 전북이 국가균형성장 전략의 최대 피해자가 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새만금 개발, AI 농생명 벨트 등 사실상 광역성이 입증된 핵심 사업조차 ‘초광역권사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일반사업’으로 분류되면서 정부의 대규모 투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전북연구원은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특별자치도가 독자적 발전전략 수립 또는 인접지역과의 연계·협력을 위해 설정한 권역’을 초광역권에 포함하는 ‘특별광역권’ 개념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최지민 단장은 “균형발전특별회계 안에 제주특별자치도계정이 있는 것처럼 3특에 별도의 계정을 만들어달라고 하는데, 열려 있는 방안이다. 다만 먼저 5극과 연계한 초광역단위 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면서 “3특 지역이라도 5극과의 연계협력으로 진행할 초광역사업이 있다면 그에 근거해 예산을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재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통합에 따른 유인책이 커질수록 통합하지 않는 지역(3특)이 가져갈 몫이 줄어들 수 있다.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국세의 일부를 통합 지자체에 떼어주면 국세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부세 총량이 줄어들고, 그럼 당연히 다른 지역이 피해를 본다”면서 “결정을 국회에서 하는데, 다른 지역 국회의원이 찬성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도 광역시의 거점 기능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역시가 새로 생긴 초광역단체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광주가 없어지거나 대전이 없어지거나 대구가 없어지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면서 “광주에 비견될 여수·순천·광양과 대전과 비견되는 천안·아산 등 초광역단체 안의 기초자치단체와의 역할·관계 설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합 논의가 뜨거워질수록 통합에 반대하는 지역 내 갈등도 커질 수 있다. 주민 수용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된 행정통합은 두고두고 갈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행정연합 단계를 거치지 않고 행정통합으로 직행한다면 공론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수용성 확보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지방의회 의결보다 주민투표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홍준현 교수는 “행정통합에서 주민 의견을 듣는 건 원칙적으로도 옳지만 정치적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면서 “단적인 예로 주민투표로 주민의 확실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진행된 마산·창원·진해는 지금도 내부에서 삐거덕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서둘러서 하게 되면 주민투표 등 절차적 요건을 도외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 두고두고 갈등이 재현된다. 대전·충남 교육계의 반발도 협의를 안 해서다”라면서 “바느질할 때 실을 바늘귀에 제대로 꿰어야지, 급하다고 몸통에 감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민투표는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나 돈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홍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 때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지역에서 통합에 대한 주민 의사도 함께 물으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주민투표에 전자투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했다.
5극3특은 지방선거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정치권의 셈법은 보다 복잡하다. 이왕 행정통합을 하는 김에 지자체장 역시 통합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전·충남을 이끌 ‘대충특별시장’, 통합 광주·전남을 대표할 ‘광전특별시장’ 등이다.
6·3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뽑으려면, 늦어도 5월 중순 후보등록 전에 통합자치단체장을 뽑을 법적 근거(특별법)가 확정돼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2월 국회 통과가 목표로 거론된다. 이후 의회와 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정당 공천은 후보등록을 감안하면 4월~5월 초까지는 끝내야 한다.
6개월만에 통합단체가 출범할 수 있을까. 촉박하거나 무리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혜수 교수는 “하나의 자치단체에서 세금 납부, 민원 서류 발급 등 모든 정보 계통이 통일되어야 하는데 이런 ‘지역정보화’에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 통합자치단체의 로고 등 상징물 준비에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면서 “통합지방정부 출범을 약속할 순 있지만 실제 이행단계로 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법이 통과돼도 적어도 10개월에서 1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지방선거가 아니라 2년 후 총선에서 주민투표를 해 절차적으로 충분히 주민의 이해를 구하고, 중앙정부와 협의해 어느 수준까지 통합할 지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 게 더 깔끔하다”고 덧붙였다.
최지민 단장은 “과거 마창진(마산·창원·진해) 통합 때도 긴급하게 지방선거에 맞춰 통합단체장을 뽑은 사례가 있다. 문제는 그 이후 지방재정 조정이나 광역과 기초의 관계 설정이다. 광주·전남, 대전·충남은 지방선거 때 시도교육감을 따로 뽑을지도 논의가 아직 안 됐다. 시기상 불가능하지 않지만 촉박하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통합지방정부가 출범해도 이행단계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최 단장은 “광역시와 도는 업무 체계나 시스템이 달라서 유예기간을 두고 일정부분 연합사무를 같이 하는 이행단계를 거쳐야 한다”면서 “단체장은 하나이면서 특별지방자치단체 형태로 통합 전까지 이행단계가 가능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국 이익에 반하는 외국 정권을 전복시킨 것이 베네수엘라가 처음은 아니다. 파나마·니카라과·과테말라·아르헨티나 등 미국의 이익과 직결된 중남미 지역은 물론 리비아·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들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레짐 체인지’가 언제나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 따른 장기적인 후폭풍과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질 수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2003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그 예이다. 미국은 친미 정권을 세우기 위해 엄청난 인적·물적 자원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탈레반의 귀환을 막지 못했으며, 이라크의 극심한 혼란은 이후 이슬람국가(IS) 탄생의 자양분이 됐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안전하고 적절한 권력 이양이 가능해질 때까지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미 지상군 투입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영토가 한국의 9배에 달하는 데다 지형이 험준해 치안 유지가 쉽지 않다. 또 27년 동안 좌파 정권이 통치해 온 만큼 반미 정서가 강하고, 수많은 무장단체가 난립하고 있어 미국을 군사작전 장기화의 ‘수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의 섀넌 오닐 부회장은 “미 의회와 국민 모두 미군이 베네수엘라에 장기 주둔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한동안 베네수엘라에는 불확실성, 분열, 그리고 어쩌면 혼돈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군사 질서는 무너졌고, 현재 지도부는 충성파와 부패한 인사들로 가득 차 있다”면서 “억압적인 비밀경찰, 콜렉티보라 불리는 민병대, 반군단체 등까지 난립하고 있어서, 충분한 무장 지원이 제공되지 않으면 베네수엘라 야권이 정권을 잡더라도 물리적 통제권을 장악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수 진영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의 대니얼 드페트리스 연구원도 “작전은 효과적으로 수행됐지만, 마두로 축출은 쉬운 부분일 뿐이며 문제는 그 이후”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프간, 리비아, 이라크에서 초기의 전술적 성과가 전략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장기 점령과 예기치 못한 후과를 초래한 바 있다”며 “베네수엘라도 군 내부 분열, 범죄조직 확산, 내전, 지금보다 더 나쁜 독재정권의 등장까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 대해 “매우 좋은 여성”이지만, 베네수엘라를 이끌 만큼 “자국 내에서 지지나 존경을 받지 못한다”고 말한 것도 야권의 군부 장악력을 못 미더워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카리브해 지역 자문회사인 오리노코 리서치의 엘리아스 페레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의 석유 접근권 확보, 마약 범죄 소탕”이라면서 “그런 것을 위해서는 굳이 민주주의 모델이 필요한 게 아니다”라고 CNN에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두로 대통령 생포 작전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단 한 번도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의 한 주민은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후 마두로 정권의 부통령에게 통치권을 맡기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라고 CNN에 말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마두로가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일각에서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배치되는 이번 베네수엘라 대상 군사 작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책사’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처음엔 이번 작전을 “눈부신 야간 공격”이라고 평가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히자 “이라크 전쟁의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며 거리를 뒀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은 “마가 지지자들이 다른 나라의 정권교체를 위한 전쟁을 끝낸다는 생각으로 트럼프에 투표했으나 착각이었다”며 공개 비판했다.
환율은 체온계와 같다. 그 숫자는 대체로 정확하지만, 체온계가 알려주는 것은 단지 ‘열이 있다’는 사실일 뿐, 왜 열이 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해열제를 복용하면 수치는 잠시 내려가지만 몸속 염증이 남아 있다면 열은 다시 오른다. 현재 한국 경제의 환율 논쟁이 딱 이런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우리는 즉각 금리차를 떠올린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고 한국은 동결했는데 왜 원화가 약해졌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환율은 단기적인 바람에 흔들리는 파도가 아니라 이미 방향을 바꾼 해류에 더 가깝다.
금리차로 환율을 설명하는 이론은 교과서적으로 유효하지만 현실의 환율은 금리보다 성장률, 더 정확히는 성장에 대한 확신을 반영한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연 4~5% 성장을 일상적으로 누리던 나라였다. 당시 환율은 위기가 아니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의 탄력은 눈에 띄게 낮아졌고, 한국은행 등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잠재 성장률을 2% 안팎으로 보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전망이다. 2023년 이후 2027년까지의 성장률 예상치는 대체로 1%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 아직 확정된 통계는 아니지만, 시장이 이 기간을 두고 ‘잃어버린 5년’을 우려하는 이유다. 환율은 과거의 성적표가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 기대치를 냉정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를 살펴봐도 환율의 움직임은 직관적이지 않다. 한국은 최근 무역수지를 다시 흑자로 돌려세웠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됐고, 에너지 가격 안정도 도움이 됐다. 과거라면 이 상황은 원화 강세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들어오는 달러가 국내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환율을 설명하는 중심축은 경상수지가 아니라 자본의 방향성으로 이동했다.
2014년은 한국의 순대외 금융자산이 처음으로 흑자 전환된 해다. 이후 해외 투자는 구조적으로 확대됐고, 2024년 말 기준 한국의 순대외 금융자산은 약 1조1023억달러로 사상 최초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한국이 외화를 벌어 쌓아두는 나라에서 외화를 해외로 분산하는 나라로 구조적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경상수지가 흑자여도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이유는 벌어들인 달러보다 해외로 투자하는 달러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해외 증권 투자가 있다. 2014년 말 기준 한국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 잔액은 약 2063억달러에 불과했으나, 개인과 기관의 해외 투자가 일상화되며 2025년 1분기 말에는 1조118억달러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10여년 만에 5배 가까이로 증가한 셈이다. 중요한 점은 이 자금의 성격이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치고 빠지는 돈이 아니라, 연금처럼 장기 투자의 성격을 지닌 자금이다.
결국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마다 해외 자산을 더 사들이는 구조가 형성됐다. 원화 강세가 자금 회귀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해외 투자의 신호가 되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기업의 행동도 변화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대기업들은 더 이상 달러를 벌어 즉시 원화로 바꾸지 않는다. 해외 공장과 설비 투자, 현지 인수·합병이 늘어나면서 달러 매출은 해외에서 다시 사용된다.
자연 헤지와 현지화가 일반화됨에 따라 수출이 늘어도 국내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는 줄어들고 있다. ‘수출 호황은 원화 강세’라는 과거 공식이 이제 무력화되고 있다.
결국 지금의 환율은 성장 둔화와 해외 자산 축적이 동시에 진행된 구조적 결과다. 따라서 환율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환율을 낮추기 위해 정부의 구두 개입이나 정책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체온계의 숫자를 낮추는 것과 몸을 회복시키는 것은 다르다. 성장이라는 체력이 회복되지 않는 한, 환율은 계속 불편한 신호를 보낼 것이다.
우리는 열이 난다고 체온계를 탓하지 않는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환율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문제는 성장이다. 해열제가 아니라 체력이 필요하다. 체온계가 보내는 불편한 경고를 소음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환율은 이미 답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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