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용인성범죄변호사 [책과 삶]존엄 잃은 마무리, 누가 노인을 대변할 것인가
- 이길중
- 26-01-03
- 2 회
바닥에 쓰러져 혼자 힘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어머니는 저자의 고향 랭스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요양원으로 보내진다. 저자는 가족의 힘만으로는 돌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린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상태가 악화해 7주 만에 사망한다. 이 급작스러운 죽음은 저자를 어머니의 삶과 노년과 죽음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거동 능력이 빠르게 쇠퇴하는 노인에게 요양원은 임시적인 거처가 아니라 영구적인 종착지다. 비상시에 달려올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한다는 것은 장점이다. 그러나 요양원에 들어간다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그동안 맺어왔던 사회적 관계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한다. “요양원에 들어가는 것은 오랜 감정적 유대가 최종적으로 끊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 개인이 어떤 긍정적·정서적 관계도 맺은 적 없는 사람들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의미한다.” 노인들이 겪는 자율성의 침해도 중대한 건강상의 위험 요인이다. 재정 빈곤에 시달리는 요양원은 늘 인력이 부족하고, 인력 부족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에게서 원하는 때 원하는 곳으로 움직일 자유를 박탈한다.
‘랭스로 돌아가다’의 저자노동자 계급 어머니의 죽음 후 집필계급·젠더·공공의료 등 다룬 사회적 전기인간관계 단절되고 자율성은 사라지는‘생의 종착지’ 요양원에서의 끝에 질문“그들에 관해 말하고 보이게 해야”
자기 집에서 뿌리 뽑혀 강제로 낯선 관계에 편입되는 충격과 자율성의 박탈이라는 절망감은 몸보다 먼저 정신을 무너뜨린다. “어머니는 자신의 것이었던 이 쇠약해진 삶을 버티지 못했다. 뭐 하러 지속하겠는가? 그저 연명하려고? 장차 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움직일 수도 없이 혼자 방 안에서 침대에 꼼짝 못한 채 누운 수인이 될 텐데도?” 저자는 어머니가 “자발적으로 죽음을 택했다”고 해석한다.
저자는 노동자 계급 부모의 동성애 혐오와 문화적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스무 살 무렵 파리로 ‘탈출’했지만, 그토록 절연하고 싶어 했던 정체성의 일부가 어머니라는 매개를 통해 여전히 자신과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한다. 어머니는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유일무이한 역사가이자 ‘나’를 가족이라는 관계망 안에 고정시켜주는 좌표 같은 존재다. 몇년 전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이번에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저자는 ‘아들’이라는 역할을 영원히 상실했다. “난 할 수 있는 한 머릿속에서 가족을 지우며 과거를 없애는 데 열중했다. 그것은 (중략) 내가 어머니를 돌봐야만 했던 가족적 의무의 힘에 의해 되돌아왔다. 내 젊은 시절의 기록 보관자이자 역사가는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 어머니를 파리로 모시지 않은 데 대한 후회, “금방 다시 올게요”라고 말한 뒤 찾아가지 못한 회한, 망가져가는 프랑스 공공의료에 대한 분노가 책 여기저기서 솟구친다.
저자는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해 어머니의 ‘사회적 초상’을 그린다.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나. 사생아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 열네 살 때부터 남의 집 하녀로 살다가 공장 노동자인 남편을 만났고, 그 자신도 평생을 공장에서 일했다. 젊을 때는 마트에서 삼류 소설을 사서 읽기도 했지만 죽을 때까지 즐겼던 취미는 TV 시청이었다.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지만 폭력이 두려워 이혼하지 못했고, 80대에 만난 유부남 연인과의 연애는 요양원에 들어오기 전 끝났다. 집을 떠난 40년 동안 자신만의 지적 세계에서 살았던 저자가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다.
강렬한 인정 욕구와 명석한 두뇌 탓에 자신이 타고난 계급적 정체성과 불화했던 지식인들은 적지 않다. 그러나 여느 지식인들의 자전적 에세이와 구분되는 이 책의 미덕은 극도의 냉철함이다. 저자는 감상에 빠질 수 있는 대목에서조차 가차 없는 비판적 해부의 칼날을 휘두른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어머니는 인종주의자 노인이었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민중계급에 인종주의와 동성애 혐오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계급들에는 그런 것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저 단순히 민중계급에 그런 것이 있다는 말일 뿐이다.”
저자는 타고난 계급과 획득한 계급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역설을 숨기지 않는다. “공장에서 노동한 사람은 어머니고, 노동운동의 역사와 조합주의 이론에 흥미를 가진 사람은 나였다. (중략) 노동자였기에 그녀는 ‘헛소리들’(삼류 소설)을 읽었고, 노동자가 아니었기에 난 마르크스와 사르트르, 부르디외를 읽었다.”
청년 시절 저자를 지탱해주었던 실존주의 철학도 비판 대상이 된다. 실존주의는 “우리의 한계를 해체하거나 파괴하라고 요구”하지만, 이는 “더 이상 ‘열린 미래’도, ‘열린 미래’의 가능성도 없는” 노인들을 배제해야만 성립하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누가 노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인가’라는 정치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자율성을 상실하고 요양원에 고립된 노인들은 스스로 말할 수 없다. 노인들의 ‘당사자 운동’은 불가능하다. “그들에 관해서, 그들을 위해서 말하고 그들을 보이게 하는 것이 작가에게, 예술가에게, 지식인에게 돌아오는 과제가 아닐까?”
한국 사회의 불평등 심화가 저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에게 의뢰한 ‘소득·자산 불평등이 인구 구조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및 인구 시뮬레이션’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교수는 보고서에서 한국사회의 소득 불평등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분위 간 평균소득 격차가 2003년 약 399만원에서 2016년 690만원으로 확대됐다. 2023년 세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최상위 20%(5분위)의 평균소득은 최하위 20%(1분위)의 5.7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이러한 소득 불평등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2070년 인구 변화도 추계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불평등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2070년 35세 미만 인구는 약 542만명으로 전망됐다.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35세 미만 인구가 347만명까지 급감했지만, 불평등이 감소할 경우 737만명으로 늘어났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역시 불평등이 지금처럼 유지될 경우 1530만명, 불평등이 증가할 경우 1400만명으로 추계됐다. 불평등이 감소할 때는 1660만명으로 생산연령인구가 늘었다. 불평등 심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노년부양비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져 2070년 노년부양비가 126.1%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교수는 2002~2021년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에서도 소득 수준에 따라 출산율이 달라지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직장가입자 중 소득 상위 4분위의 합계 출산율은 1.36이었지만, 최하위 1분위는 0.82였다. 다만 소득 상위 5분위의 합계 출산율은 0.89로 다시 하락했다.
김 의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이번 연구는 불평등 완화가 단순한 사회적 형평성 또는 이념적 당위성의 문제를 넘어 인구 구조 안정을 위한 필수적인 정책 과제임을 보여준다”며 “정부는 교육 경쟁 완화와 주거 및 자산 격차 해소 등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인 접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탄핵, 김건희 구속, 3대 특검 수사
4월4일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대통령 윤석열 파면’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이 불법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만,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11일 만이었다. 두 달 뒤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6일 만에 1호 법안으로 내란·김건희·채 상병 3대 특검법을 공포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 개시 41일 만인 8월12일 도이치모터스·명태균·‘건진법사’ 관련 혐의를 묶어 김 여사를 구속했다. 3대 특검 활동은 올해로 모두 끝났다. 통일교·2차 종합특검 법안의 국회 통과가 유력해 특검 수사 국면은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I 열풍과 반도체 특수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AI 3강 도약에 나섰다. 중국의 ‘가성비’ AI 모델 딥시크와 구글 텐서처리장치(TPU)의 부상은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있음을 시사했다. AI 인프라 구축 경쟁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호황기를 맞았다. 10월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깐부 회동’은 글로벌 AI 협력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엔비디아가 공급을 약속한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토대로 한국은 로봇 등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6·3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후보는 역대 대선 후보 중 가장 많은 1728만여표를 획득해 49.42% 득표율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를 꺾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즉시 취임한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밝혔다. 통합과 실용을 국정 최우선 가치에 둔 이재명 정부는 12·3 불법계엄 잔재 청산과 민생경제 회복, 정상외교 복원을 내세웠다.
역대 최악 산불과 가뭄, 기후재난
기후재난은 더 강력하고, 빈번해졌다. 3월 경북 의성 등 영남권에서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해 31명이 숨지고 10만㏊ 넘는 땅이 잿더미가 됐다. 1665마리의 반려동물도 목숨을 잃었다. 봄철 이례적인 고온과 건조한 날씨, 강풍이 산불을 키웠다. 여름철 서쪽 지역은 극한 호우, 동쪽 지역은 극한 가뭄에 시달렸다. 경남 산청, 충남 서산, 전남 무안, 인천 옹진 등에 시간당 100㎜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영동 지방에는 장마 기간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발생했다. 강원 강릉에서 수도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제한급수가 시행되고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됐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8월 미국 워싱턴과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됐다. 25%에서 15%로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한국은 연간 200억달러를 한도로 총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미국과 체결했다. 안보 분야에서 한국은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3.5%로 증액하고 25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군사장비를 구매하는 대신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받았고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 한·미는 11월14일 발표한 공동 설명자료를 통해 이를 명문화했다.
서부지법 폭동과 극우의 부상
1월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격분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난입해 건물과 집기를 부수고 이를 막는 경찰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정치적으로 편항된 극우 세력이 계기만 있으면 언제라도 폭도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검찰은 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관련해 63명을 기소했다. 법정에서 이들에 대한 무거운 선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극우 세력의 발호는 잦아들지 않는다. 이들은 여전히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음모론을 바탕으로 한 혐오를 한국 사회에 퍼뜨리고 있다.
SKT부터 쿠팡까지, 잇단 해킹 사태
‘해킹의 해’라고 할 만큼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1년 내내 이어졌다. 4월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예스24, 롯데카드, KT, 쿠팡에 이르기까지 공격은 통신·유통·금융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IT 강국’임을 자랑하면서 정작 정보 보호 분야 투자엔 인색하게 군 결과다. 정보 유출은 기업의 주요 리스크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은 역대 최대 규모인 과징금 1340억원을 부과받았다. 유출 규모 3370만명으로 사실상 대한민국 전체 성인의 정보를 탈취당한 쿠팡의 과징금은 1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등에서 해킹 시도 흔적이 발견되는 등 정부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캄보디아 사기 사건
취업·고수익을 미끼로 한국인을 캄보디아 등으로 유인한 뒤 감금·폭행·강제노동을 일삼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실체가 드러났다. 범죄에 가담한 이들은 현지 도착 후 여권을 압수당하고 외부와 차단된 채 감금 상태에 놓였고 범죄에 동원됐다. 가담자 상당수는 20~30대 무직자였다. 국내로 송환돼 법정에 선 이들은 범행에 강제로 동원됐다고 진술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가담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가 잇따랐다. 정부는 사건이 공론화된 뒤에야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섰고, 일부 가담자를 국내로 송환하는 한편 조직원 검거와 범죄 수익 추적에 착수했다.
코스피 4000 시대
코스피 지수가 10월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4월 2300선 밑으로 떨어졌던 코스피가 반년 만에 1700포인트 넘게 오르며 새 역사를 쓴 것이다. 상법 개정 등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 인공지능(AI)발 반도체 경기 호황이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유동성 확대와 더불어 ‘3저(저유가·저금리·저달러) 호황’이 재현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코스피의 강세 요인이었다. 다만 대기업이 포진한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양극화가 심화됐고, 주식시장과 실물경제 간 괴리가 컸다는 점은 한계로 남았다.
케데헌, 로제…K콘텐츠 열풍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APT.)’를 통해 ‘K콘텐츠’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6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케데헌>은 누적 시청 수 3억회를 돌파하며 K팝은 물론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까지 확산시켰다. 이 영향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연간 관람객 600만명을 넘기며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수 4위에 올랐다. 로제의 싱글 ‘아파트’도 글로벌 흥행을 이어갔다. 로제는 미국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올해의 노래’ 수상에 이어 제68회 그래미상 주요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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