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병원 마케팅 [신년사설] 서울의 답은 서울 밖에 있다
- 이길중
- 26-01-03
- 2 회
생중계된 12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꿰뚫은 화두가 있다. 지역균형발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시대위원회에서 첫발 뗀 업무보고에서 “균형발전이 국가 생존을 위한 마지막 탈출구”라고 했다. 산업통상부는 60조원의 권역별 성장엔진 특별보조금, 신도시급 RE100(신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단지,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보고했다. 국토교통부는 2027년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하겠다고, 보건복지부는 그해부터 지역의사제 신입생을 뽑겠다고, 교육부는 거점 국립대 예산을 서울대의 70%까지 늘리겠다고, 금융위는 40조원의 동남권투자공사를 세우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새만금 기본계획 재검토와 국민펀드로 까는 송배전망을 제시했다. 이어 달리듯, 부처마다 균형발전 뉴스가 쏟아진 업무보고였다.
이 물꼬는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에서 먼저 열렸다. 6월 광주공항 무안공항 이전·재생에너지 특화도시(광주), 7월 청와대 제2집무실 2029년 완공(대전), 해양수산부 이전(부산), 9월 접경지 규제 해소와 K관광벨트 조성(강원), 10월 메디시티·AI로봇수도(대구), 10월 미군기지·접경지 규제 해소(파주)가 이어졌다. 광주·무안공항 갈등과 해수부 이전은 연내 매듭됐고, 12월엔 대전·충남 통합 그림이 처음 제시됐다. 수도권 제조업을 지방 RE100 산단으로 옮기자는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가 공론화되고, 국토 공간분업을 그린 6개월이다.
이젠, 숫자의 고삐가 풀렸다. 대한민국은 견줄 나라가 없는 초일극 체제다.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국민 50.8%, 신혼가구 54.2%, 청년 55%가 몰려 산다. 동시대 대학생 71%가 이곳에 있고, 그 졸업생 88%가 수도권에 정주한다. 100대 기업 본사 79%(1000대 기업 74%), 예금 71%, 신규 투자 76%, 문화콘텐츠 사업 86%, 대형 병원·언론사가 쏠려 있는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52.8%에 달한다. 그 과집적 그늘도 깊다. 올해 서울 집값 상승률 8.48%, 월세 상승률 3.29%는 다 최고치다. 교통혼잡비도 41조원을 넘었다. 그래도, 해마다 6만여명의 2030이 수도권에 순유입된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답 없이 팽창하는 땅이 되어버렸다.
4년 전이다. 경향신문의 ‘수도권·지방, 두번째 분단’ 기획취재팀과 만난 부산의 20대 교사는 서울을 “나쁜 심장”이라고 했다. 청년·일자리·돈 빨아들이고, 전기는 끌어다 쓰며, 생활쓰레기 토해내는 서울공화국에 던진 직설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간 청년의 연소득이 23% 늘었다는 정부 조사가 있었다. 입경(入京) 비용에 혀 내두르는 지역 젊은이도 서울은 막연히 가고픈 ‘기회·주류’의 땅이다. 중심에선 중심이 보이지 않는다. 강남이 그렇고, 서울이 그렇다. 서울도 아프지만, 그 밖은 더 아프다. 지방의 눈으로, 청년의 눈으로 난제를 풀어가야 한다.
거기서, ‘5극3특’이 나왔다. 수도권·동남권·중부권·대경권·호남권 5극으로 국토를 초광역화하고, 전북·강원·제주 특별자치도를 두자는 구상이다. 박정희부터 윤석열까지, 역대 정부의 산발적 거점·혁신도시 전략은 ‘낙수(落水) 효과’ 없이 지방을 일터·삶터로 살리지 못했다. 그 성찰일 테다. 인구·도시·굴뚝산업이 쑥쑥 크던 시절엔 광역시 승격하고 행정기관을 분리했지만, 지금은 행정·경제·생활권을 합친 특별지자체가 더 경쟁력 높다고 본 것이다. 초광역화는 추세다. 독일은 2005년, 미국은 2006년, 중국은 2009년 10~11개씩 거대 권역을 설정했다. 프랑스는 2010년 300만명급 22개 레지옹을 500만명급 13개로 통합했고, 일본은 2014년 3각의 도쿄·나고야·오사카권을 짰다. 한국에선 여야 모두 끄덕인 대전·충남권이 앞서 달린다. 하나, 어느 곳도 우여곡절 많을 길이다. 촘촘한 광역교통망이 깔리고, 소외 지역 보듬고, 대구경북·광주전남처럼 지자체장·의회가 일색인 곳은 정치제도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세제·규제·재정 지원을 과감히 늘려 초광역화의 내실과 속도를 높여야 한다.
회색 코뿔소, ‘예견되고 경보음이 계속 울려도 방치되는 위험’을 가리키는 경제용어다. 닷새 전,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한국 경제에 인구·기후·양극화·산업기술 격변·지방 소멸의 구조적 위기가 있다”며 이 말을 꺼냈다. 정부로선 ‘이방인’ 격인 보수 학자의 시선이지만, 그 다섯 가지는 이 대통령도 6개월간 되뇐 국정과제다. 이제 내란의 깔딱고개를 막 넘는다. 나라는 저성장·고환율·초고령사회·서울 집값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일자리로 보면, AI와 대미 투자는 양날의 칼이다. 수출은 날고 내수는 기고 있다. 탄소국경세 넘을 재생에너지도 속히 키워야 한다. 이혜훈이 회색 코뿔소로 비유한 ‘경제’는 ‘서울’로 바꿔도 무방하다. 복합위기다. 시간도 많지 않다. 954만명 최다 인구 세대,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은퇴 전에 길을 찾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 5년이 맞닥뜨린 숙명이다.
이호철이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를 쓴 게 1966년이다. 박정희 정부가 “서울의 근본 문제는 인구 집중”이라며 임시행정수도를 거론한 게 1977년이다. 지금도 늦었다. 발상도 예산도 공존·상생으로 대전환하고, 적과 적만 있는 정치도 바뀌어야 한다. 서울의 답은 서울 밖에 있다. 6·3 지방선거가 있는 병오년, 균형발전·분권·자치와 지방정부가 명실상부해지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
독일의 오랜 전통인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앞두고 폭죽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매년 이 기간 불꽃놀이로 인한 인명 피해와 폭력 사태, 환경 오염 문제가 반복돼 왔다.
30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전날 한 해에 사흘뿐인 불꽃놀이 용품 판매 기간이 시작되며 폭죽 판매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폭죽 구매·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새해 전야 불꽃놀이를 위해 매년 12월29~31일 사흘간만 18세 이상 성인에게 폭죽을 판매해 왔다. 구매한 폭죽은 새해 전야인 12월31일에만 사용할 수 있다.
매년 불꽃놀이로 인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폭죽을 터뜨리다 손가락을 다치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고 큰 소음으로 청각 장애를 겪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폴란드와 체코 등지에서 밀수된 불법 폭죽은 강력한 폭발력을 지녀 폭발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600g 이상의 화약이 들어간 불법 폭죽을 사용하던 청년 2명이 폭발 사고로 숨졌다.
폭죽이 치안 유지 활동을 하는 경찰과 소방관을 위협하는 도구로 악용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23년 새해 전야에는 수도 베를린에서 최소 33명의 경찰관과 소방관이 다쳤다. 당시 당국은 단순한 사고뿐 아니라 이들을 향한 고의적인 폭죽 공격도 있다고 밝혔다. 독일경찰노조가 폭죽 사용 전면 금지를 요구하며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청원에는 약 250만명의 시민이 서명했다.
환경 영향도 문제로 꼽힌다. 매년 1월1일에는 전날 불꽃놀이로 발생한 막대한 양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또 독일연방환경청에 따르면 매년 새해 전야 불꽃놀이로 약 2050t의 미세먼지(PM10)가 발생한다. 이는 독일의 연간 미세먼지 배출량의 약 1%에 달한다. 환경단체와 50여개 시민단체는 ‘폭죽 안녕’ 캠페인을 통해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불꽃놀이의 전면 금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요헨 코펠케 독일경찰노조 위원장은 현지 방송 ARD와 인터뷰에서 “연방 내무부는 매년 폭발물 관련 법 개정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 시베이가 지난 9~10일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분의 2가 불꽃놀이의 부분·전면적 금지에 찬성했다. 무분별한 불꽃놀이를 무서워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약 42%에 달했다.
유사한 새해맞이 불꽃놀이 전통을 가진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4월 폭죽 사용 금지법이 통과됐다. 체코도 올해 상당 지역에서 불꽃놀이를 금지했다.
2025년 트럼프 집권 후 발생한 미국의 대내외적 정책 변화는 일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근본적인 성격을 띠었다. 그는 삼권분립이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공식을 흔들었다. 행정권력은 강화되고 권력은 트럼프에 집중됐다. 자유주의의 주요 기제인 제도는 약화됐다. 노골적인 미국 중심·일방주의적인 형태로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주의를 대외관계의 핵심 수단으로 삼았다. 외교 분야에서는 이념과 가치를 탈각시키고 거래주의화라는 새로운 변화를 주도했다. 그 파장은 엄청나다.
세계 주요국들에 중국 내 시장에서의 경쟁은 이미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는 중국의 권위주의적 행태보다도 경쟁력에서 이미 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시장이란 변수에 더 취약해졌다.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관세의 틀에 무기력하게 이끌려 간 연유이다.
전통적 의미의 동맹은 무색해졌다. 트럼프에게 동맹은 안보상 필수불가결하기보다는 미국의 현 이익에 봉사하는 수준만큼만 중요하다. 동맹에 기반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국의 대외정책을 포기하고, 거래 기반 다극 체제를 수용해 강대국들 간의 거래로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려 한다. 동맹은 미국의 이익에 과도한 비용을 초래하는 부담으로 인식했다. 따라서 관세 압박은 동맹국들에 오히려 더 집중됐다. 미국이라는 자유주의적 패권국가 체제에 안주하던 서구와 미국의 동맹들은 2026년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엄청난 불안을 마주하고 있다.
미 안보 전략은 ‘유연한 현실주의’
미국과 중국은 자유주의적 방식보다는 정치 현실주의에서 새로운 길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전제하고, 국가의 중심성을 강화하면서, 독자 생존을 모색하는 길이다. 세계화나 국제주의와 같은 거대 담론의 공간은 크게 축소되었다. 미국의 이익은 자국 군사력에 기반해 강대국 간의 거래를 통해 지켜내는 것이다. 2025년 말 발간한 미국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는 새로운 정책 정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중국을 가장 견제하면서도 군사적 충돌보다는 거래를 통해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 서구 동맹들과 나토는 저평가됐다. 힘의 현실에 부합하게, 미국과 미주 대륙 방어 위주의 사고를 드러냈다. 이를 “유연한 현실주의(Flexible Realism)”라 명명했다.
중국은 2013년 시진핑이 집권하면서부터 미국과의 중장기적 갈등과 경쟁을 전제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2015년 제시한 ‘중국제조 2025’는 그 단초였다. 미국의 무역공세에 대비하기 위해 한때 70%에 달했던 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이제 20%대 초반까지 낮췄다. 자급자족형 국가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9년 중앙당교 연설에서 미·중 전략경쟁이 장기간 수행하는 장기전쟁의 형태라 규정한 바 있다. 상부구조 영역에서 미국과 직접 대결하기보다는 충돌 영역을 경제 분야로 집중하고, 국제적 세 결집을 통해 미국을 위축시키고자 한다.
대외적으로는 “공동체”론을 제시하면서 인류와 지역사회에 소프트파워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 실천 방안으로 발전, 안보, 문명 구상에 이어 2025년 세계 거버넌스 구상까지 제시했다. 미국 우선주의로 회귀하는 트럼프의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마치 옌쉐퉁 칭화대 교수가 제안한 “도의적 현실주의(Moral Realism)”와 상통하는 듯하다. 그는 중국이 미국식 패도정치, 제국주의적 강권정치를 넘어 왕도정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노골적인 힘의 대결보다는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의 위상과 면모를 구축해 미국과의 차별성을 강화하고, 미국을 우회·포위한다는 계획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중 모두에게서 존재하는 공통분모이다. 우선, 이념·가치 대신 국익 중심이라는 점이다. 자유주의적인 국제주의에 대해 부정적이다. 다음으로 리더십의 결정적인 역할을 신봉한다. 강력한 리더에 대한 트럼프의 찬사는 널리 알려진 바다. 실질적인 국가의 힘과 위상을 중시하는 실용주의를 채택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외부인에게 미·중관계를 혼란스럽게 보는 단초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미·중은 여전히 체제의 생존을 걸고 총력전 체제를 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냉전 구도’ 강화는 피해야
“유연한 현실주의”와 “도의적 현실주의”가 충돌하는 2026년 미·중관계는 서로의 필요에 의한 일시적 휴전과 체제 생존을 건 지속적인 전략적 충돌이 공존하는 세계다. 4월에는 트럼프의 방중 계획, 11월에는 트럼프 정책의 운명을 건 미국 중간선거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2026년부터 제15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된다. 시진핑 주석의 신년사를 보면 (전략경쟁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중국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2026년이 미·중은 갈등하지만 군사적 충돌은 회피, 규범 없는 경쟁, 거래의 불안정성에 입각한 시대로 진입할 것임을 예고한다. 군비경쟁, 기술패권 경쟁, 관세전쟁 일상화, 공급망 분절의 확대 추세가 계속될 것이다. 국제질서는 거래 기반 다극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의 외교·무역 방면에서의 세계적 영향력은 더 확대될 것이다. 대서양 동맹의 약화는 현실이 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미·중 사이에서 헤징을 계속할 것이다.
한국이 당면한 위기는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 경제 공급망의 재조정, 북·러 동맹과 북한의 핵미사일 등 안보 위협 강화, 동북아 정세의 냉전장화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 연유한다. 한국 자체 역량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렵다. 한국은 대중 전선의 첨병 역할을 강화해줄 것을 요구받는다. 한국은 중견국이자 “낀” 국가이고, 분단국가·통상국가다. 북·중·러 vs 한·미·일 냉전 구도를 강화하는 것은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제약하고, 생존에 대한 위협까지도 초래한다. 이재명표 외교가 개인의 선호나 이상을 넘어 현실주의적 대외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4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국빈방문이 구조적 제약으로 뒤엉킨 한·중 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평화적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기반을 닦았으면 한다. 글로벌하고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일본 및 미국과도 전략적 논의와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한국에 쟁(爭)보다 화(和)가 더 소중한 가치이자 국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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