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폰테크 장점 아리셀 참사 1년 흘러도···위험의 이주화·불법 파견·책임자 처벌 ‘미해결’
- 이길중
- 25-06-26
- 44 회
23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산업안전 관리는 아리셀 참사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아리셀 참사로 목숨을 잃은 23명 중 18명(라오스 1명·중국 17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요구한 중소·영세 사업장의 안전 점검 강화,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 근로감독 확대,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교육 실질화, 이주노동자 산업안전대책 전담 부서 설치 등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강화 대책’에는 입국 전후 산업안전교육 시간 확대, 외국인 전용 앱·사례집 등 제작·보급 확대, 안전보건통역사 제도 도입, 외국인 안전 리더 발굴 등의 내용만 포함됐다.
이주노동자 사망사고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올해 1~3월 사망사고 중 이주노동자는 20명으로 14.6%에 달한다. 이 중 제조업 종사 이주노동자가 7명(24.1%)으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2022년 국내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874명) 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9.2%(85명)였고, 2023년에는 812명 중 85명으로 10.4%였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은 “법무부, 노동부, 출입국사무소 등 이주노동자 관리 주체가 찢어져 있다 보니 이주노동자가 어떻게 유입되고, 어떻게 죽는지 등이 전혀 관리되지 않는다”며 “이주노동자 전반을 관리하는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법 파견 문제도 감독을 강화한 수준에 그친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원칙적으로 파견을 금지한다. 하지만 아리셀은 메이셀(업체명 변경 전 한신다이아)이라는 업체로부터 이주노동자를 공급받았다. 메이셀은 아리셀과 주소가 같았고 직업소개업 등록이나 파견 허가도 보유하지 않았다.
메이셀은 중국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구직 사이트에 구인 공고를 올리고 연락해온 노동자들에게 전화·문자·카카오톡으로 아리셀 통근버스 위치를 알려줬다. 공장에 도착하면 아리셀 담당자가 인솔해서 근무에 투입됐다. 메이셀은 아리셀에 인력 공급만 했을 뿐 기본적인 노무 관리를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불법 고용 구조는 이주노동자의 안전을 취약하게 만든다. 원청은 안전 관리 책임을 파견업체에 떠넘기고, 인력 공급 업체에 불과한 파견업체는 안전 교육을 하지 않는다.
노동부는 아리셀 참사 이후 전국 산업단지의 영세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불법 파견 감독을 벌였다. 지난 2월 노동부는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메이셀)로부터 164명을 불법 파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리셀의 모기업인 에스코넥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정부는 형식적 감독만 진행하고 불법 파견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박순관 아리셀 및 에스코넥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표가 구속된 첫 사례였다. 검찰은 박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상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특정했지만, 박 대표는 1심 공판에서 “실질적 경영자는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운영총괄본부장”이라며 부인했다. 박 대표는 지난 2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박 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만 기소됐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는 적용받지 않는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받는 사례는 드물다. 지난해 말까지 노동부에 재판 결과가 확정돼 통보된 사건은 15건이다. 경영책임자 15명에게는 모두 유죄가 선고됐지만 실형은 징역 1년의 1건뿐이었다. 징역 1~3년 집행유예가 14건이었다.
유족들은 1주기를 맞아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을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대책위와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는 23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명 운동을 벌인 뒤 박 대표 등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수원지법 형사14부에 서명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제작은 오랜 시간에 걸쳐 행성들이 제자리를 찾아 정렬되듯이 많은 행운과 노력들이 합쳐져야 기회가 오거든요. 늦은 나이에 뉴욕으로 건너간 이민자로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 순간을 견디다보니 한국인 극작가로서 처음으로 큰 기회도 얻은 것 같습니다”
지난 8일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6관왕에 오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집필한 박천휴 작가(42)는 24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초라한 뉴욕 집 식탁 위에 토니상 트로피를 올려두고 아침을 먹었다. 여전히 신기하다”고 했다. 작품이 브로드웨이를 사로잡은 이유를 두고 “제가 알면 히트작을 계속 쓸 수 있을텐데 정말 모르겠다”면서도 “(작품을 함께 창작한) 윌 (애런슨)과 저는 한 글자 한 단어를 두고도 며칠 동안 싸울 정도로 치열하게 작업하는 편인데, 그러한 진심이 관객들이 보기에도 납득된 것 같다”고 했다.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작가가 집필하고, 한국에서 초연되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K-뮤지컬’의 쾌거로 상찬받았다. 박 작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K팝이 대명사가 된 정도로 K-뮤지컬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진 않다”면서도 “다만 관객들이 ‘이 뮤지컬이 한국 뮤지컬이야’라는 얘기를 하고, 배우들이 무대 뒤편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밥 먹었어요’라고 한국어로 묻는데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관객들이 자신들을 ‘헬퍼봇’이라고 부른 것처럼, 미국에서도 ‘반딧불이’라는 팬덤이 생기면서 화제가 됐다. 한국의 ‘회전문’ 관객처럼 미국에서도 재관람률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박 작가는 “미국 관객들 역시 (한국 관객들과) 같은 포인트에 웃고, 눈물을 흘린다는게 가장 인상깊었다”며 “미국 관객들은 (주인공인)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을 확인하거나 첫 키스를 하는 순간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등 물리적 표현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우란문화재단의 창작지원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어떻게 신진 창작자를 육성할 수 있을 지 관련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박 작가는 “한국을 떠나면 우리나라가 꽤 좋은 나라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한국의 창작지원제도도 잘 되어 있는 편”이라면서 “다만 한국 창작 뮤지컬 역사가 20~30년 정도로 짧다보니 창작자에 정산이나 로열티와 같은 보상은 부족한 편”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 애틀란타에서 작품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했을 당시 지역 연계 프로그램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는데, 한국도 지방 도시에서 창작자들이 작품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박 작가는 브로드웨이 공연의 성공 비결을 두고 ‘실패할 것으로 예측한 근거’들이 오히려 관객에게 참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명한 원작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점, (주인공) 대런 크리스가 많이 알려진 배우이긴 하지만 공연계에서 티켓 파워가 있다기보다는 젊은 배우에 속했는데 그런 부분이 참신하게 다가간 거 같다”며 “또한 ‘미래의 한국에 로봇이 주인공이라고? 그런 거 누가 봐’라고 했는데, 공연이 잘 된 상태에서 생각해보면 되레 그것을 환호해주시는 분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한 박 작가는 화제가 됐던 “(작품과 달리) 저는 아직 싱글입니다”라는 수상 소감의 뒷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소감을 짧고 위트 있게 해야한다는 얘기를 듣고 준비하는데 문득 짜증이 났다”며 “저희(박천휴와 윌 애런슨)가 커플인줄 아는데 윌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고, 저만 싱글이다보니 마음에서 우러나와 ‘우리 커플 아니다, 싱글이다’라고 했는데 그렇게 파장이 커질 줄 몰랐다”고 했다.
박 작가는 이전부터 뉴욕과 서울로 오가는 생활 속에서 본인이 느끼는 이방인이란 정체성을 이야기해왔다. 그는 “<어쩌면 해피엔딩>, <고스트 베이커리>, <일 테노레>까지 쓰면서 저는 외로움에 천착하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다)”며 “작가로서 그것에 공감하고 위로가 되는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수상 이후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축하 인사를 받은 것으로도 알려져 주목받았다. 당시 그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일 테노레>의 스토리를 얘기했다고 한다. 그는 수상 이후 국내에서 발표한 다른 작품들을 해외에서도 공연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아시아 배우 24명이 무대에 올라가는 1930년대 한국 배경의 뮤지컬이 허황된 거 아닐까 생각도 해요. 그런데 (19세기 시암을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왕과 나>가 있거든요. 동양인 배우라면 모두가 하고 싶어하는 공연 중 하나입니다. <일 테노레>를 링컨센터에 올려서 21세기 <왕과 나>처럼 만드는 게 죽기전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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