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양주학교폭력변호사 [문화와 삶]습관적 감정에 맞서서

양주학교폭력변호사 며칠 전, 구립 도서관에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읽고 독서 토론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여러 논제를 두고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자리였다. 사실 나는 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꽤 애를 먹었다. 한국 문학을 전공해 카뮈와 그의 작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달 가까이 틈날 때마다 관련 논문과 책을 읽으며 작가와 작품을 공부해야 했다. 웃긴 건 내가 이미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에서 <이방인> 읽기 모임을 이끈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방인>을 인생책으로 소개했는데, 정작 소설의 배경이나 카뮈의 생애에 대해서는 소상히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사랑했던 이유는 하나의 단어 때문이었다. 바로 ‘습관’이다.
“양로원으로 들어간 처음 며칠 동안 엄마는 자주 울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습관 때문이었다. 몇달 후에는, 양로원에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더라도 엄마는 울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습관 때문에.” 소설 속 ‘뫼르소’의 엄마는 양로원에 들어가게 되자, 자식이 직접 부모를 모시는 것이 더 나은 대접이라는 통념과 아들과 떨어져 낯선 곳에 놓이는 것은 비통한 일이라는 관습적 사고의 영향으로, 자주 운다. 하지만 뫼르소는 양로원에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어도 엄마가 울었을 것이라는 아이러니를 짚는다. 양로원에서 친해진 사람들과의 이별 역시 슬퍼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카뮈는 이와 같은 감정 반응이 ‘습관’에서 비롯한다고 이야기한다. 습관은 익힐 습(習)에 익숙할 관(慣)을 쓴다. 풀이하자면 저절로 익숙해져 익히게 된 행동 방식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자주 노출된다는 뜻이므로 이는 개인이 고유하게 발달시킨 양태라기보다는 사회의 규범 아래 습득한 ‘보편적’이라 여겨지는 사고 및 행동 양식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또 즉각적으로 어떠한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상황마다 느껴 마땅한 감정은 이미 합의되어 있고, 강요된 감정을 표현하지 않을 때, 우리는 아주 쉽게도 이방의 낯선 사람으로 내몰리게 된다.
카뮈는 <이방인>의 미국판 서문에 이렇게 쓴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 뫼르소는 자신이 어머니를 사랑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사회적 규율이라 할 수 있는 ‘언어’로 호소하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여긴다. 자신이 진심으로 느끼는 것 이상으로 감정을 과장하고 극화해 표현하기를 거부하자 그는 자기가 저지른 살인이 아니라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죄로 사형 판결을 받게 된다. 소설의 상황이 더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일상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를 속박하는 제도와 규율, 특정 감정을 느끼라고 옥죄는 관습과 문화에 치열하게 맞서려는 작가의 반항적 에너지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어딘가 고장 나 있다고 느낄 때, 그것까지 일상의 일부라고 넘겨버리지 않고 끝까지 직시하려는, 어찌 보면 ‘치기 어리다’고 비난받을 것도 같은 맹렬한 집념이 소설 전반에 흘러넘친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 인물 뫼르소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더불어 작품이 발표된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여성과 동물에 대한 폭력, 당시 식민지배를 받던 알제리의 상황과 끝내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죽임당한 아랍인을 주변으로 밀려나게 두어 지워버리는 과정은 다분히 문제적이다.
다만 우리를 옥죄고 있는 습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만하다. 상황마다 정해진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극적으로 연기하라고 요구하는 사회에 순응하다가 문득 이질감을 느낄 때, 다시 말해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니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종전 의지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담 전 기자들에게 “(푸틴은) 협상하려는 실질적인 의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그는 유럽과 유럽·대서양(나토) 안보가 계속 약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우리의 방어 태세를 시험하고 우리의 동맹을 저해하기 위해 분열을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교장관은 “푸틴은 전쟁을 고조하려 한다”며 “푸틴은 허세와 유혈사태를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와 공정하고 지속적인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유럽 및 나토의 안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르쿠스 싸흐크나 에스토니아 외교장관도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푸틴이 경로를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전장에서 더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그가 어떤 종류의 평화에도 이르길 원치 않는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엘리나 발토넨 핀란드 외교장관은 “현재까지 침략자인 러시아 쪽에서 어떤 양보도 하지 않았다”며 “신뢰 구축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전면적인 휴전으로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해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전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의 회담 내용은 양측이 비공개하기로 했지만 우크라이나 영토 양보 문제 등 핵심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렘린궁은 이 협상에서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종전안 중 일부만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협상에 앞서 한 투자 포럼에서 참석해 “유럽이 우리와 싸우고 싶어 하고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준비가 돼 있다”며 유럽을 겨누기도 했다.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면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 국가들을 스스럼없이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최근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본부가 위치한 브뤼셀 등 서유럽에까지도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되는 드론들이 시시때때로 출몰하는가 하면 사보타주(파괴 공작)도 빈번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장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내년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는 데 필요한 무기 조달을 위해 나토 회원국들이 매월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이상을 미국산 무기 구매 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며 회원국들의 추가 기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뤼터 사무총장은 또한 “우크라이나의 우방국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유지되도록 군사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화 회담이 진행 중인 것은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회담이 개최된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 우크라이나가 전투를 계속 이어가는 한편 러시아에 반격할 수 있는 최대한 강력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캐나다, 독일, 폴란드, 네덜란드는 미국산 무기를 사들여 우크라이나에 기부하기 위해 4개국이 합쳐 수억 유로를 쓸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임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미국산 무기의 우크라이나 직접 기부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직접 팔거나 나토 동맹국에 사게끔 하는 방식으로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나토의 중심축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했던 미국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미국이 지금까지 너무 많은 부담을 짊어졌다며 나토 동맹국들에 국방비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나토를 홀대하는 기류를 반영하듯 이번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대신 크리스토퍼 랜도 부장관이 참석했다.
앞서 뤼터 사무총장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루비오 장관과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며 그동안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 미국 외교 수장의 불참에 대해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안을 비롯해 미국 주도로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군사 억지력 강화 방안 등 현안이 논의됐다.
‘쿠팡’ ‘워킹맘’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포털 뉴스 검색을 했다가 워킹맘 당사자로서 조금 황송해졌다. “새벽배송이 없어지면 장은 어디서 보나, 워킹맘의 분노” “워킹맘까지 들고 일어났다, 새벽배송 금지가 답일까” “워킹맘은 웁니다, 새벽배송 사라질 수도”라는 헤드라인들이 검색창을 뒤덮고 있어서다. 나의 분노와 슬픔에 이 사회가 그동안 이렇게까지 공감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아무튼 워킹맘으로서 말하자면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살림의 책임을 자연스럽게 엄마 몫으로 돌려버리는 언어에 대해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다. 어째서 아침 식재료를 사고 아이 준비물을 챙기고 집안의 자잘한 생필품을 보충하는 일은 모두 ‘워킹맘’의 역할인 건지, 워킹대디는 왜 안 들고 일어나는지. 돌봄은 여성의 역할이라는 시대착오적 성별 고정관념은 이와 같은 보도 언어를 통해 더욱 공고해진다.
장시간 노동과 성별 고정관념 속새벽배송을 ‘워킹맘 분노’로 포장노동자들끼리 싸움 붙이는 현실안전한 일터 만드는 게 우선이다
사실 새벽배송은 지금 우리 가족에게 필수재에 가깝다. 다섯 살 딸을 키우는 우리 부부는 출근과 퇴근 시간을 서로 엇갈리게 맞추고, 아이를 유치원에서 1분이라도 더 빨리 데려오려고 매일 발을 동동 구르며 산다. 장은 보통 퇴근하는 버스나 늦은 밤 잠들기 직전 휴대전화와 손가락으로 본다. 컬리와 오아시스에서 새벽배송으로 식재료를 받아보는 게 일상이다. 4년 전 복직하면서 가입한 쿠팡 유료 멤버십은 아직 끊지 못하고 있다. 새벽배송 옵션을 클릭할 때면 죄책감을 느끼지만 마트에서 카트를 끌 시간은 정말 없다. 정확히는 그럴 시간이 구조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없는 이유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에 한국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이 과도하게 길기 때문이다. 매일 칼퇴근을 사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주중 개인 여가시간을 최소화하는데도 아이는 유치원에서 하루에 9시간을 보낸다. 엄마아빠를 우주만큼 사랑한다는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두세 시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가끔씩 가슴이 서늘해지곤 한다.
그러니까, 워킹맘도 노동자인지라, 워킹맘에게 필요한 것은 새벽배송이라기보다는 시간이다. 워킹맘의 고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에 빛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 노동자들의 보편적 고충이자 여성에게 돌봄 책임을 떠넘기는 성역할 고정관념의 산물이다.
이런 문제는 항상 외면하는 주체들이, 오로지 기업 논리를 방어하거나 노동시간 규제를 비판할 때만 ‘워킹맘’을 핑곗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좀 치사하고 비겁한 일이다. 주 52시간제가 기업 경쟁력을 저해해서 문제라고 하지 않으셨는지, 주 4.5일제는 시기상조라고 하지 않으셨는지… 이런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기업의 혁신을 위해 새벽배송 서비스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노동자가 원하면 얼마든지 장시간 노동도 야간노동을 할 수 있어야 할 수 있다는 프레임은 결국 장시간 노동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고, 칼퇴근해서 아이를 하원시키러 뛰어가야 하는 노동자를 직장에서 죄인으로 만들 뿐이다.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배송기사가 올해만 4명이라고 한다. 물류센터 야간노동자까지 합치면 8명이나 죽었다. 플랫폼 기업의 특성, 인센티브 기반의 임금 구조, 배송 마감시간 압박, 특수고용직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 등이 구조적으로 과로를 유발한다. 어떤 노동자들이 밤새 속도전과 과로를 감내해야 다른 노동자들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곱씹어보면 정말 기이하다. 아니 그리고 정말 새벽배송이 그렇게까지 필수적인 인프라라면 그 배송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되지 않나.
워킹맘을 만능방패 삼아 노동자끼리 싸움 붙이는 대신, 어떻게 안전한 일터를 만들지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다치고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든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말처럼. 혹시 바쁜 맞벌이 부부를 위해 뭔가 도움을 더 주고 싶으시다면, 부디 연간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아래로 줄이는 데 힘을 보태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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