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맥차트 경찰, ‘민원사주’ 빼고 류희림 검찰 송치…‘봐주기 수사’ 논란
- 이길중
- 25-08-01
- 14 회
맥차트 경찰이 가족·친인척 등을 동원해 방송 심의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은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사진)의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류 전 위원장이 민원사주 의혹을 폭로한 공익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준 혐의만 인정해 검찰에 넘겼다. 늑장수사에 이은 사실상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8일 류 전 위원장의 업무방해 혐의는 불송치하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만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고소인 등에게 이런 내용의 수사 결과 통지서를 보냈다.
류 전 위원장은 2023년 9월 가족과 지인에게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한 보도들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을 넣도록 하고, 해당 심의 절차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런 사실이 폭로되자 공익신고자를 색출하기 위해 개인정보 유출 경로를 확인한다는 빌미로 감사를 벌였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는 류 전 위원장을 업무방해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핵심 쟁점은 류 전 위원장이 사주한 민원을 방심위원들이 진짜 민원으로 오인·착각해 심의함으로써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있었는지 여부였는데 경찰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방심위가 내부 직원이 민원을 내는 것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또한 류 전 위원장의 사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민원인이 취지에 동조했다면 진정한 민원이 아니라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사주받은 민원과 ‘진정한 민원’이 섞여 있었으므로 ‘사주 민원’과 방송 심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류 전 위원장이 뉴스타파 인용 보도 심의를 회피하지 않고 참여한 것은 ‘과태료 처분’ 사안이어서 역시 불송치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류 전 위원장의 감사 지시 등은 이해충돌방지법이 금지한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류 전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는 천천히, 공익제보자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민원인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방심위 사무처와 노조 사무실, 방심위 직원 3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줄줄이 진행했다.
반면 류 전 위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한번도 없었고, 류 전 위원장 대면조사도 고발 1년 뒤에야 진행됐다.
류 전 위원장에게 ‘위원장 가족이 민원을 넣었다’고 보고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던 장경식 방심위 강원사무장은 지난 3월 국회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김성순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초기 수사가 미진해서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공익신고자를 향한 수사처럼 류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수사했다면, ‘민원 사주’의 주동자가 누구인지 밝혀지고 다른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사실상 민원 사주에 면죄부를 준 것이어서 방송심의 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방심위원이 마음만 먹으면 방송에 대한 민원을 사주하고 심의해도 수사기관이 입증을 못해 문제를 삼을 수 없는 제도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27일 전 대구시장 홍준표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홍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내가 홍준표를 버린 결정적 이유가 바로 ‘윤석열 불법내란’을 해프닝이라며 옹호한 발언이었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이 폭군 되게끔 만들어준 한 사람이 홍준표였다”며 “보수정당 어르신으로서 윤석열에게 쓴소리를 강하게 해 최소한 내란을 막을 수 있었던 정치인이었는데 윤석열 방어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준표는 답변을 통해 “윤통을 옹호한 것이 아니라 선배로서 나라 운영을 잘하도록 도와주려고 했는데 워낙 꽉 막힌 사람이라서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계엄을 한밤중의 해프닝이라고 한 건 하도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다는 뜻에서 한 말이고, 수습 잘하라고 이어서 말했는데 그걸 계엄을 옹호했다고 하는 것은 어문해독조차 못하는 멍청이들이다”라고 말했다.
홍준표의 말은 진실인가? 이는 국민의힘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기에 따져볼 가치가 있다. 우선 홍준표가 윤 정권 초기에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정권 잘되게끔 피가 되고 살이 될 쓴소리를 자주 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는 걸 밝히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70여일이 지난 2022년 7월21일 홍준표는 “영부인 제도가 생긴 이래 영부인이 정치의 주인공이 된 사례도 없었고 요란스러운 외부 활동도 한 적이 없다”며 김건희 문제를 지적한 뒤 윤석열에게 “부디 주변을 잘 살피고 친인척 관리를 위해 특별감찰관도 조속히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대통령의 몰락은 언제나 측근 발호와 친인척 발호에서 비롯된다”며 “꼴사나운 소위 윤핵관들의 행태도 경고하라”고 아울러 주문했다.
8월24일 홍준표는 김건희 팬카페 ‘건희사랑’에 대해 “정치권에 온갖 훈수까지 하더니 이제 대통령의 동선까지 미리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짓도 한다. 그만들 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건희사랑’과 같은 카페는) 윤 대통령을 국민들과 멀어지게 하고 나라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며 “이젠 해산하라”고 했다.
9월24일 홍준표는 윤석열의 미국 순방 도중 논란이 된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언제나 정면 돌파를 해야지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며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고 밝혔다.
총선 전까지는 훌륭한 원로
2023년 들어서도 윤 정권을 위한 홍준표의 고언은 계속됐다. 3월28일 홍준표는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 김재원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고 말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해라. 경고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라면서 “한두 번 하는 실언도 아니고 실언이 일상화된 사람인데 그냥 제명하자”고 했다.
이는 매우 용감한 발언이었다. 국민의힘에선 전광훈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광훈은 다음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너 알아 TV’ 특별 생방송에서 홍준표를 향해 ‘이 XX’ ‘저 XX’ 등 비속어를 내뱉으면서 맹비난했다.
4월7일 홍준표는 당 3역(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모두 영남 출신이 차지했다는 걸 지적하면서 “부디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도 배려하는 그림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며 22대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려면 지역 배분과 중도층 흡수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모두 다 귀중한 고언이다.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자면, 홍준표에게 뜨거운 박수를 쳐줘도 좋을 말이었다. 국민의힘에 이렇게 훌륭한 원로급 현역 정치인이 있다는 건 자랑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2024년 4·10 총선 패배 후 모든 게 달라졌다. 그는 총선 패배의 모든 책임을 비상대책위원장 한동훈에게 지우면서 맹비난, 아니 맹폭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4월11일 홍준표는 ‘초짜’ ‘그런 애를 들여다 총선을 총괄 지휘’ ‘깜도 안 되는’ ‘우파 진영 풀 한 포기 안 남게 밟았던 그런 애’ 등 거친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면서 한동훈의 책임을 따졌다. 그러나 윤석열에 대해선 “우리가 모시고 와서 정권교체를 해주고 지방선거를 이기게 해줬으니까 그 양반한테는 우리가 뭐라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준표는 “내가 이 당에 있는 한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4월13일)이라고 했고, “조용히 본인에게 다가올 특검에나 대처할 준비나 해라”(4월15일)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과 독대 만찬 회동(4월16일) 다음날인 4월17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이 ‘대통령 책임론’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그래도 윤 대통령은 대선과 지선에서 승리했다”며 ‘한동훈 때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한동훈은 “주군에 대들다가 폐세자 된 것”(4월18일)이라며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4월20일)고 했다.
홍준표는 5월13일 윤석열이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김건희 수사 지휘 책임자를 친윤 검사로 대거 교체한 것도 옹호하고 나섰다.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나. 너라면 범법 여부가 수사 중이고 불명한데 자기 여자를 제자리 유지하겠다고 하이에나 떼들에게 내던져 주겠나. 그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다.”
한동훈에 대한 증오로 ‘자해’
한동훈의 당대표 출마설이 돌자 홍준표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또다시 총선 말아먹은 애한테 기대겠다는 당이 미래가 있겠느냐”(5월16일), “조국이 주장하는 특검 받을 준비나 하시라”(5월19일), “채 상병 특검 찬성하는 우리 당 의원들 한심해”(5월25일), “한동훈, 이재명 못지않게 뻔뻔…혹독한 심판을 당하고 퇴출될 것”(6월21일), “한동훈 면담 요청 두 번 거절했다…어린 애가 설치는 게 맞나”(6월26일), “이거 소시오패스 아닌가”(7월18일), “그 재잘대는 입만 문제가 아니라 정신 상태도 문제다”(7월19일) 등등.
7월22일 검찰총장 이원석은 이틀 전 서울중앙지검의 이른바 ‘김건희 황제조사’와 관련,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다음날 홍준표는 “영부인을 포토라인에 세워 창피를 주면서 분풀이를 해야 올바른 검찰권 행사인가”라며 이원석을 비판했다. 그는 “법 이전에 최소한 예의를 갖출 줄 아는 법조인이 되어야 하고 검찰 조직 수장으로서 내부 문제는 비공개로 수습하는 게 맞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아, 이게 정녕 그 정의롭고 슬기롭던 홍준표의 진심이란 말인가. 이후에도 홍준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많이 했지만, 여기서 멈춰도 무방할 것 같다.
무엇이 홍준표를 이렇게 달라지게 만들었는가? 대권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다는 걸 모를 사람은 없다. 그게 문제 될 건 없다. 문제는 흐려진 판단력이다. 윤석열이 ‘워낙 꽉 막힌 사람’이라 ‘고언’ 대신 ‘도움’을 주기로 했다는 건데, 그는 이미 광인(狂人)이 된 지 오래라는 걸 몰랐단 말인가? 광인이 좋아할 말을 해주는 게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절대로 적을 미워하지 마라. 판단력이 흐려진다.” 영화 <대부 3>에서 대부 마이클 콜레오네가 한 말이다. 윤석열의 운명은 그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피를 토하는 심정” “범죄자 집단의 소굴”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 “패악질을 일삼아온 망국의 원흉” 등과 같은 표현을 썼을 때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강한 증오심으로 인해 흐려질 대로 흐려져 망가진 판단력을 잘 보여준 말이었으니 말이다.
홍준표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 건 한동훈에 대한 증오였다.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걸 집요하게 드러낸 건 자해였다. 어떤 이들은 증오가 아니라 전략이라고 해석했지만, 한동훈이 가는 길의 반대로 가겠다고 광인이 좋아할 언행을 한 게 어찌 전략일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 친윤계의 반탄(탄핵 반대)을 공격적으로 지지해놓고 이제 와서 그들의 다른 친윤 행태를 아무리 비난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라도 홍준표가 아예 한동훈을 잊고 윤 정권 초기에 보여준 냉정과 혜안을 회복해주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한 지 2년을 갓 넘은 지난 1월. 원소윤(30)은 코미디 유튜브 메타코미디클럽의 한 영상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그의 첫 마디는 이러했다. “제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을 했는데···.” 덤덤한 표정과 사실만을 말한다는 태도로 그는 말을 잇는다. “찾는 사람은 되게 많아요. 자소서 좀 봐달라, 동생 과외 좀 해달라. 그런데 보면 저랑 ‘인생네컷 찍자’는 XX가 한 명도 없어요.”
‘고학력 농담’이라는 머리글이 붙은 이 유튜브 쇼츠는 691만 조회수(28일 기준)를 기록했다. ‘친구가 없다’는 둥 ‘서울대도 들어갔는데 클럽은 못 들어간다더라’는 둥 고해성사는 분명 진지한데도 웃기다.
하지만 이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자신을 소재로 삼은 농담을 다 마친 뒤 여유롭게 씩 웃어 보이는 원소윤의 태도다. ‘찐따 서울대생’이라는 프레임을 스스로 만들고 그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그래, 너희가 웃었다면 됐다’는 듯 후련한 얼굴을 하는 그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그런 원소윤이 이번엔 장편 소설 작가로 대중 앞에 섰다. 지난 18일 출간된 책 <꽤 낙천적인 아이>(민음사)는 그가 6년여에 걸쳐 쓴 ‘자전적’ 소설이다.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28일 만난 원소윤은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흥미로운 이야기란 생각에 시작한 책”이라며 “서늘한 유머를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 과정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은 주인공 ‘나’의 시점으로 3대째 가톨릭인 가족 이야기를 담는다. ‘나’에게는 세 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첫째 오빠가 있다. 매년 기일이 다가오면 넋을 놓는 듯한 엄마를 10살의 ‘나’는 걱정한다. 지진을 느낀 어느 날, 대학생이 된 ‘나’는 타워크레인 위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위험할까 봐 걱정한다. 도피처가 되어주던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땐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가족을 잃어본 적 있는 이들은 또 다른 상실을 걱정하고 피하지 못한 이별 앞에 울다가, 웃을 계기를 놓치지 않으며 또 살아간다.
실제와 무관하다고 변명하기 바쁜 드라마·영화 시작 전 경고 표지와 달리 책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명, 지명, 사건 등은 어느 정도 실제와 관련이 있다”고 선언하고 시작한다. ‘나’의 이름도 원소윤이다. 원소윤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생각하게 하는 구성을 자신의 “악취미”라고 표현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면 오히려 실화겠다 싶지 않나요? (이번 소설은) 상상 이상으로 픽션(지어낸 이야기)이에요. 선을 긋고 싶었다면, 다른 이름을 썼어도 됐겠지만 전 ‘원소윤’이라는 이름을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자연인 원소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는 게 재미있으시다면, 그렇게 읽어 달라”며 예의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자신을 소재로 삼는 것에 부담은 없냐’는 질문에 원소윤은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소재였다면 노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몇 가지 단어로 사람을 정의하려는 시도는 어떨까. 챕터 사이사이에 실린 ‘오픈마이크 대본’ 속 사회자는 원소윤을 “서울대 출신”이라거나, “채식주의자”라거나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다. 원소윤은 “제가 제 입으로 얘기하기보다 그렇게 호명되는 일이 많다”며 “그렇다면 그 소재에 걸맞는 농담을 내가 들고 있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책의 제목처럼 원소윤은 ‘꽤 낙천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민음사의 박혜진 편집자가 제안한 책 제목에서 원소윤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꽤’라는 부사가 주는 냉소적인 느낌이다. 그는 “‘나’가 밝고 희망차고 기운 넘치는 아이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는 그만의 낙천성을 ‘꽤’라는 단어가 잘 눌러 표현해 준다”고 했다. 평소 존경하던 정희진 여성학자에게 책의 추천사를 받은 것은 그가 이번 책으로 얻은 또 다른 기쁨이다.
원소윤은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빌 브라이슨, 움베르토 에코, 에마뉘엘 카레르, 박민규 작가 등의 책을 아낀다. 글을 직접 쓰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인 22살쯤부터였다.
“놀이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사람도 돈도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전시 해설이나 시립 상담 단체에서의 활동가 일을 한 적도 있지만, 오래 다니지는 않았다. 글방에 나가 글을 쓰고 합평하는 일은 원소윤이 꾸준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책과 글에 대한 애정을 살려 1년 반쯤 한 출판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코미디의 길에는 양다솔 작가가 연 ‘스탠드업 코미디 워크숍’을 신청하며 우연히 들어섰다. “이런 워크숍이 또 열리긴 어렵지 않겠나”는 생각에 신청해 본 강의였다. 2022년 말 수강생들끼리 진행한 첫 ‘오픈마이크’에 원소윤은 예수님과 부처님을 ‘성애적 관점’에서 비교하는 농담을 준비해 갔다. 반응은 뜨거웠다. “도파민이 있더라고요. 죽음과 종교와 같은 금기를 건드리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제 정서에도 맞는다 싶었어요.”
원소윤은 “저는 지루한 것, 하기 싫은 일을 못 하는 편”이라며 “글 쓰는 일과 코미디는 앞으로도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 원소윤은 “신간이 기대되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앞으로 쓰고 싶은 것’을 묻자 아이디어는 끝없이 나왔다. “<옐로 페이스>(R. F. 쿠앙)처럼 술술 읽히는 소설이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로맨틱 트래지디(비극)도 해보고 싶고, 지역 공연 순회기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는 친구와 함께 스탠드업 여성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도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서는 일단 다음 달 30일·31일 서울코미디클럽에서 여는 첫 단독 공연 ‘원 펀치(ONE PUNCH)’를 잘 마치는 것이 목표다. 양일간 80석이 이미 전석 매진됐다.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볼 때 <호밀밭의 파수꾼> 등 책 속 ‘툴툴대고 시니컬한’ 화자가 툭 튀어나와 얘기하는 것 같은 기분을 받곤 한다고 했다. 관객들에게도 그런 재미를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제가 또 무대에선 굉장히 위악적인 페르소나로 다크한 농담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블랙 코미디로 ‘공연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지난 28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적용한 주요 혐의는 ‘내란중요임무종사’다. 국무위원 중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적용된 건 앞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두번째다. 특검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남은 국무위원들에 대해 어떤 사법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형법은 내란죄를 ‘우두머리’ ‘중요임무종사’ ‘부화수행’ 세 단계로 구분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 중 내란중요임무종사죄는 내란을 이끈 우두머리 다음으로 중대한 역할을 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중대 범죄다. ‘내란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이 밖에 중요 임무에 종사했을 때’에 해당한다. 우두머리죄 다음으로 형이 무겁다.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질 수 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김 전 장관과 여인형·곽종근·이진우 전 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군·경 지휘부 10명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계엄의 ‘주무 장관’으로서 불법계엄 실행을 막지 않고 적극 가담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계엄법상 전시·사변이 아닌 경우 국방부 장관이 아닌 행안부 장관이 계엄의 주무 장관이 된다고 봤다. 계엄 당시 이 전 장관이 자신이 지휘하는 행안부 산하의 경찰청과 소방청을 계엄 실행에 주도적으로 동원하려 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소방청은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이 전 장관으로부터 경향신문 등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하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당시 계엄 해제 표결을 진행하던 국회 등을 봉쇄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29일 브리핑에서 “(내란죄를 보면) ‘지휘하거나’라는 말이 있다”며 “본인의 지휘 행위가 지휘·감독을 받는 직원들에 의해 이뤄졌으면 (내란죄) 공동공모정범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전·단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행위로, 특히 강추위였던 계엄 당시 실제로 지시가 이행됐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행안부는 국민의 안전을 관장하는 사무를 하는 부처”라고 말했다.
특검팀이 한 전 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들까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할지, 이 전 장관만 적용하는 선에서 그칠지도 주목된다. 오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이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내란 의혹 수사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계엄 관여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이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특검팀이 나머지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조만간 한 전 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다른 국무위원들을 조사한 뒤 계엄 관여도를 구분해 구체적인 혐의 구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 구속영장에서는 빠진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 회동 의혹 수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4일 이 전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은 삼청동 안가에서 회동해 계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8일 류 전 위원장의 업무방해 혐의는 불송치하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만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고소인 등에게 이런 내용의 수사 결과 통지서를 보냈다.
류 전 위원장은 2023년 9월 가족과 지인에게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한 보도들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을 넣도록 하고, 해당 심의 절차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런 사실이 폭로되자 공익신고자를 색출하기 위해 개인정보 유출 경로를 확인한다는 빌미로 감사를 벌였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는 류 전 위원장을 업무방해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핵심 쟁점은 류 전 위원장이 사주한 민원을 방심위원들이 진짜 민원으로 오인·착각해 심의함으로써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있었는지 여부였는데 경찰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방심위가 내부 직원이 민원을 내는 것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또한 류 전 위원장의 사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민원인이 취지에 동조했다면 진정한 민원이 아니라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사주받은 민원과 ‘진정한 민원’이 섞여 있었으므로 ‘사주 민원’과 방송 심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류 전 위원장이 뉴스타파 인용 보도 심의를 회피하지 않고 참여한 것은 ‘과태료 처분’ 사안이어서 역시 불송치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류 전 위원장의 감사 지시 등은 이해충돌방지법이 금지한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류 전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는 천천히, 공익제보자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수사는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민원인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방심위 사무처와 노조 사무실, 방심위 직원 3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줄줄이 진행했다.
반면 류 전 위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한번도 없었고, 류 전 위원장 대면조사도 고발 1년 뒤에야 진행됐다.
류 전 위원장에게 ‘위원장 가족이 민원을 넣었다’고 보고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던 장경식 방심위 강원사무장은 지난 3월 국회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김성순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초기 수사가 미진해서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공익신고자를 향한 수사처럼 류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수사했다면, ‘민원 사주’의 주동자가 누구인지 밝혀지고 다른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사실상 민원 사주에 면죄부를 준 것이어서 방송심의 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방심위원이 마음만 먹으면 방송에 대한 민원을 사주하고 심의해도 수사기관이 입증을 못해 문제를 삼을 수 없는 제도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27일 전 대구시장 홍준표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홍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내가 홍준표를 버린 결정적 이유가 바로 ‘윤석열 불법내란’을 해프닝이라며 옹호한 발언이었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이 폭군 되게끔 만들어준 한 사람이 홍준표였다”며 “보수정당 어르신으로서 윤석열에게 쓴소리를 강하게 해 최소한 내란을 막을 수 있었던 정치인이었는데 윤석열 방어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준표는 답변을 통해 “윤통을 옹호한 것이 아니라 선배로서 나라 운영을 잘하도록 도와주려고 했는데 워낙 꽉 막힌 사람이라서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계엄을 한밤중의 해프닝이라고 한 건 하도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다는 뜻에서 한 말이고, 수습 잘하라고 이어서 말했는데 그걸 계엄을 옹호했다고 하는 것은 어문해독조차 못하는 멍청이들이다”라고 말했다.
홍준표의 말은 진실인가? 이는 국민의힘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기에 따져볼 가치가 있다. 우선 홍준표가 윤 정권 초기에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정권 잘되게끔 피가 되고 살이 될 쓴소리를 자주 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는 걸 밝히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70여일이 지난 2022년 7월21일 홍준표는 “영부인 제도가 생긴 이래 영부인이 정치의 주인공이 된 사례도 없었고 요란스러운 외부 활동도 한 적이 없다”며 김건희 문제를 지적한 뒤 윤석열에게 “부디 주변을 잘 살피고 친인척 관리를 위해 특별감찰관도 조속히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대통령의 몰락은 언제나 측근 발호와 친인척 발호에서 비롯된다”며 “꼴사나운 소위 윤핵관들의 행태도 경고하라”고 아울러 주문했다.
8월24일 홍준표는 김건희 팬카페 ‘건희사랑’에 대해 “정치권에 온갖 훈수까지 하더니 이제 대통령의 동선까지 미리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짓도 한다. 그만들 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건희사랑’과 같은 카페는) 윤 대통령을 국민들과 멀어지게 하고 나라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며 “이젠 해산하라”고 했다.
9월24일 홍준표는 윤석열의 미국 순방 도중 논란이 된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언제나 정면 돌파를 해야지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며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고 밝혔다.
총선 전까지는 훌륭한 원로
2023년 들어서도 윤 정권을 위한 홍준표의 고언은 계속됐다. 3월28일 홍준표는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 김재원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고 말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해라. 경고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라면서 “한두 번 하는 실언도 아니고 실언이 일상화된 사람인데 그냥 제명하자”고 했다.
이는 매우 용감한 발언이었다. 국민의힘에선 전광훈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광훈은 다음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너 알아 TV’ 특별 생방송에서 홍준표를 향해 ‘이 XX’ ‘저 XX’ 등 비속어를 내뱉으면서 맹비난했다.
4월7일 홍준표는 당 3역(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모두 영남 출신이 차지했다는 걸 지적하면서 “부디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도 배려하는 그림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며 22대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려면 지역 배분과 중도층 흡수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모두 다 귀중한 고언이다.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자면, 홍준표에게 뜨거운 박수를 쳐줘도 좋을 말이었다. 국민의힘에 이렇게 훌륭한 원로급 현역 정치인이 있다는 건 자랑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2024년 4·10 총선 패배 후 모든 게 달라졌다. 그는 총선 패배의 모든 책임을 비상대책위원장 한동훈에게 지우면서 맹비난, 아니 맹폭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4월11일 홍준표는 ‘초짜’ ‘그런 애를 들여다 총선을 총괄 지휘’ ‘깜도 안 되는’ ‘우파 진영 풀 한 포기 안 남게 밟았던 그런 애’ 등 거친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면서 한동훈의 책임을 따졌다. 그러나 윤석열에 대해선 “우리가 모시고 와서 정권교체를 해주고 지방선거를 이기게 해줬으니까 그 양반한테는 우리가 뭐라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준표는 “내가 이 당에 있는 한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4월13일)이라고 했고, “조용히 본인에게 다가올 특검에나 대처할 준비나 해라”(4월15일)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과 독대 만찬 회동(4월16일) 다음날인 4월17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이 ‘대통령 책임론’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그래도 윤 대통령은 대선과 지선에서 승리했다”며 ‘한동훈 때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한동훈은 “주군에 대들다가 폐세자 된 것”(4월18일)이라며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4월20일)고 했다.
홍준표는 5월13일 윤석열이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김건희 수사 지휘 책임자를 친윤 검사로 대거 교체한 것도 옹호하고 나섰다.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나. 너라면 범법 여부가 수사 중이고 불명한데 자기 여자를 제자리 유지하겠다고 하이에나 떼들에게 내던져 주겠나. 그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다.”
한동훈에 대한 증오로 ‘자해’
한동훈의 당대표 출마설이 돌자 홍준표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또다시 총선 말아먹은 애한테 기대겠다는 당이 미래가 있겠느냐”(5월16일), “조국이 주장하는 특검 받을 준비나 하시라”(5월19일), “채 상병 특검 찬성하는 우리 당 의원들 한심해”(5월25일), “한동훈, 이재명 못지않게 뻔뻔…혹독한 심판을 당하고 퇴출될 것”(6월21일), “한동훈 면담 요청 두 번 거절했다…어린 애가 설치는 게 맞나”(6월26일), “이거 소시오패스 아닌가”(7월18일), “그 재잘대는 입만 문제가 아니라 정신 상태도 문제다”(7월19일) 등등.
7월22일 검찰총장 이원석은 이틀 전 서울중앙지검의 이른바 ‘김건희 황제조사’와 관련,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다음날 홍준표는 “영부인을 포토라인에 세워 창피를 주면서 분풀이를 해야 올바른 검찰권 행사인가”라며 이원석을 비판했다. 그는 “법 이전에 최소한 예의를 갖출 줄 아는 법조인이 되어야 하고 검찰 조직 수장으로서 내부 문제는 비공개로 수습하는 게 맞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아, 이게 정녕 그 정의롭고 슬기롭던 홍준표의 진심이란 말인가. 이후에도 홍준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많이 했지만, 여기서 멈춰도 무방할 것 같다.
무엇이 홍준표를 이렇게 달라지게 만들었는가? 대권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다는 걸 모를 사람은 없다. 그게 문제 될 건 없다. 문제는 흐려진 판단력이다. 윤석열이 ‘워낙 꽉 막힌 사람’이라 ‘고언’ 대신 ‘도움’을 주기로 했다는 건데, 그는 이미 광인(狂人)이 된 지 오래라는 걸 몰랐단 말인가? 광인이 좋아할 말을 해주는 게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절대로 적을 미워하지 마라. 판단력이 흐려진다.” 영화 <대부 3>에서 대부 마이클 콜레오네가 한 말이다. 윤석열의 운명은 그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피를 토하는 심정” “범죄자 집단의 소굴”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 “패악질을 일삼아온 망국의 원흉” 등과 같은 표현을 썼을 때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강한 증오심으로 인해 흐려질 대로 흐려져 망가진 판단력을 잘 보여준 말이었으니 말이다.
홍준표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 건 한동훈에 대한 증오였다.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걸 집요하게 드러낸 건 자해였다. 어떤 이들은 증오가 아니라 전략이라고 해석했지만, 한동훈이 가는 길의 반대로 가겠다고 광인이 좋아할 언행을 한 게 어찌 전략일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 친윤계의 반탄(탄핵 반대)을 공격적으로 지지해놓고 이제 와서 그들의 다른 친윤 행태를 아무리 비난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라도 홍준표가 아예 한동훈을 잊고 윤 정권 초기에 보여준 냉정과 혜안을 회복해주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한 지 2년을 갓 넘은 지난 1월. 원소윤(30)은 코미디 유튜브 메타코미디클럽의 한 영상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그의 첫 마디는 이러했다. “제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을 했는데···.” 덤덤한 표정과 사실만을 말한다는 태도로 그는 말을 잇는다. “찾는 사람은 되게 많아요. 자소서 좀 봐달라, 동생 과외 좀 해달라. 그런데 보면 저랑 ‘인생네컷 찍자’는 XX가 한 명도 없어요.”
‘고학력 농담’이라는 머리글이 붙은 이 유튜브 쇼츠는 691만 조회수(28일 기준)를 기록했다. ‘친구가 없다’는 둥 ‘서울대도 들어갔는데 클럽은 못 들어간다더라’는 둥 고해성사는 분명 진지한데도 웃기다.
하지만 이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자신을 소재로 삼은 농담을 다 마친 뒤 여유롭게 씩 웃어 보이는 원소윤의 태도다. ‘찐따 서울대생’이라는 프레임을 스스로 만들고 그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그래, 너희가 웃었다면 됐다’는 듯 후련한 얼굴을 하는 그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그런 원소윤이 이번엔 장편 소설 작가로 대중 앞에 섰다. 지난 18일 출간된 책 <꽤 낙천적인 아이>(민음사)는 그가 6년여에 걸쳐 쓴 ‘자전적’ 소설이다.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28일 만난 원소윤은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흥미로운 이야기란 생각에 시작한 책”이라며 “서늘한 유머를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 과정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은 주인공 ‘나’의 시점으로 3대째 가톨릭인 가족 이야기를 담는다. ‘나’에게는 세 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첫째 오빠가 있다. 매년 기일이 다가오면 넋을 놓는 듯한 엄마를 10살의 ‘나’는 걱정한다. 지진을 느낀 어느 날, 대학생이 된 ‘나’는 타워크레인 위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위험할까 봐 걱정한다. 도피처가 되어주던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땐 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가족을 잃어본 적 있는 이들은 또 다른 상실을 걱정하고 피하지 못한 이별 앞에 울다가, 웃을 계기를 놓치지 않으며 또 살아간다.
실제와 무관하다고 변명하기 바쁜 드라마·영화 시작 전 경고 표지와 달리 책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명, 지명, 사건 등은 어느 정도 실제와 관련이 있다”고 선언하고 시작한다. ‘나’의 이름도 원소윤이다. 원소윤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생각하게 하는 구성을 자신의 “악취미”라고 표현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면 오히려 실화겠다 싶지 않나요? (이번 소설은) 상상 이상으로 픽션(지어낸 이야기)이에요. 선을 긋고 싶었다면, 다른 이름을 썼어도 됐겠지만 전 ‘원소윤’이라는 이름을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자연인 원소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는 게 재미있으시다면, 그렇게 읽어 달라”며 예의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자신을 소재로 삼는 것에 부담은 없냐’는 질문에 원소윤은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소재였다면 노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몇 가지 단어로 사람을 정의하려는 시도는 어떨까. 챕터 사이사이에 실린 ‘오픈마이크 대본’ 속 사회자는 원소윤을 “서울대 출신”이라거나, “채식주의자”라거나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다. 원소윤은 “제가 제 입으로 얘기하기보다 그렇게 호명되는 일이 많다”며 “그렇다면 그 소재에 걸맞는 농담을 내가 들고 있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책의 제목처럼 원소윤은 ‘꽤 낙천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민음사의 박혜진 편집자가 제안한 책 제목에서 원소윤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꽤’라는 부사가 주는 냉소적인 느낌이다. 그는 “‘나’가 밝고 희망차고 기운 넘치는 아이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는 그만의 낙천성을 ‘꽤’라는 단어가 잘 눌러 표현해 준다”고 했다. 평소 존경하던 정희진 여성학자에게 책의 추천사를 받은 것은 그가 이번 책으로 얻은 또 다른 기쁨이다.
원소윤은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빌 브라이슨, 움베르토 에코, 에마뉘엘 카레르, 박민규 작가 등의 책을 아낀다. 글을 직접 쓰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인 22살쯤부터였다.
“놀이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사람도 돈도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전시 해설이나 시립 상담 단체에서의 활동가 일을 한 적도 있지만, 오래 다니지는 않았다. 글방에 나가 글을 쓰고 합평하는 일은 원소윤이 꾸준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책과 글에 대한 애정을 살려 1년 반쯤 한 출판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코미디의 길에는 양다솔 작가가 연 ‘스탠드업 코미디 워크숍’을 신청하며 우연히 들어섰다. “이런 워크숍이 또 열리긴 어렵지 않겠나”는 생각에 신청해 본 강의였다. 2022년 말 수강생들끼리 진행한 첫 ‘오픈마이크’에 원소윤은 예수님과 부처님을 ‘성애적 관점’에서 비교하는 농담을 준비해 갔다. 반응은 뜨거웠다. “도파민이 있더라고요. 죽음과 종교와 같은 금기를 건드리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제 정서에도 맞는다 싶었어요.”
원소윤은 “저는 지루한 것, 하기 싫은 일을 못 하는 편”이라며 “글 쓰는 일과 코미디는 앞으로도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 원소윤은 “신간이 기대되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앞으로 쓰고 싶은 것’을 묻자 아이디어는 끝없이 나왔다. “<옐로 페이스>(R. F. 쿠앙)처럼 술술 읽히는 소설이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로맨틱 트래지디(비극)도 해보고 싶고, 지역 공연 순회기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는 친구와 함께 스탠드업 여성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도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서는 일단 다음 달 30일·31일 서울코미디클럽에서 여는 첫 단독 공연 ‘원 펀치(ONE PUNCH)’를 잘 마치는 것이 목표다. 양일간 80석이 이미 전석 매진됐다.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볼 때 <호밀밭의 파수꾼> 등 책 속 ‘툴툴대고 시니컬한’ 화자가 툭 튀어나와 얘기하는 것 같은 기분을 받곤 한다고 했다. 관객들에게도 그런 재미를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제가 또 무대에선 굉장히 위악적인 페르소나로 다크한 농담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블랙 코미디로 ‘공연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지난 28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적용한 주요 혐의는 ‘내란중요임무종사’다. 국무위원 중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적용된 건 앞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두번째다. 특검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남은 국무위원들에 대해 어떤 사법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형법은 내란죄를 ‘우두머리’ ‘중요임무종사’ ‘부화수행’ 세 단계로 구분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 중 내란중요임무종사죄는 내란을 이끈 우두머리 다음으로 중대한 역할을 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중대 범죄다. ‘내란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이 밖에 중요 임무에 종사했을 때’에 해당한다. 우두머리죄 다음으로 형이 무겁다.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질 수 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김 전 장관과 여인형·곽종근·이진우 전 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군·경 지휘부 10명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계엄의 ‘주무 장관’으로서 불법계엄 실행을 막지 않고 적극 가담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계엄법상 전시·사변이 아닌 경우 국방부 장관이 아닌 행안부 장관이 계엄의 주무 장관이 된다고 봤다. 계엄 당시 이 전 장관이 자신이 지휘하는 행안부 산하의 경찰청과 소방청을 계엄 실행에 주도적으로 동원하려 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소방청은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이 전 장관으로부터 경향신문 등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하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당시 계엄 해제 표결을 진행하던 국회 등을 봉쇄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29일 브리핑에서 “(내란죄를 보면) ‘지휘하거나’라는 말이 있다”며 “본인의 지휘 행위가 지휘·감독을 받는 직원들에 의해 이뤄졌으면 (내란죄) 공동공모정범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전·단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는 행위로, 특히 강추위였던 계엄 당시 실제로 지시가 이행됐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행안부는 국민의 안전을 관장하는 사무를 하는 부처”라고 말했다.
특검팀이 한 전 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들까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할지, 이 전 장관만 적용하는 선에서 그칠지도 주목된다. 오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이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내란 의혹 수사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계엄 관여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이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특검팀이 나머지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조만간 한 전 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다른 국무위원들을 조사한 뒤 계엄 관여도를 구분해 구체적인 혐의 구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 구속영장에서는 빠진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 회동 의혹 수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4일 이 전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은 삼청동 안가에서 회동해 계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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