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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좋아요 [강준만의 화이부동]‘대장동 수호천사’는 누구인가

인스타 좋아요 한국갤럽이 지난 14일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은 48%로 ‘적절하다’(29%)는 응답을 크게 앞섰다. ‘모름·응답 거절’은 23%였다. 성향별로는 진보층에선 34%, 보수층에선 67%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중도층에서는 48%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해 ‘적절하다’(29%)고 답한 비율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변인 공식 논평을 통해 “국민의 눈은 올바르다”면서 “이는 단순한 법적 판단의 차이가 아니라, 국민이 느끼는 ‘사법 농단’에 대한 분노”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중도층 여론이 전체 여론과 같은 수치여서 정파에 관계없이 국민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는 “사법 정의가 정권 눈치 보기 속에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경고”라고 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대장동 사건은 범죄수익이 7800억원대에 이르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비리’다. 검찰, 아니 사실상 이재명 정권의 항소 포기로 그 범죄수익의 환수는 불가능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범죄수익이 7800억원대가 아니라 1심 법원이 인정한 1128억원뿐이라고 강변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전체 범죄수익의 확인을 위해서라도 항소를 했어야 했던 게 아닌가. 게다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 이재명은 대장동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익환수사업’이라고 자화자찬했었는데, 이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걸 뒤늦게나마 인정한다는 뜻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항소 포기는 들고일어나야 할 사건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적절하다’는 응답보다 19%포인트 많다는 게 무슨 소용인가. ‘모름·응답 거절’ 23%를 빼고 ‘부적절·적절’ 의견만 백분율로 환산해보면 대략 ‘60 대 40’인데, 이 정도의 우세로는 들고일어나는 게 가능하지 않다. 이 우세마저 시간이 흐를수록 약화돼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현 정권은 국회를 장악한 이재명 정권이고, 이 정권의 수뇌부는 윤석열 정권처럼 자해와 자폭을 하는 광인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열과 국힘은 마법의 존재
국민의힘은 어떻게 해서건 대중이 들고일어나게 하려고 장외집회 중심으로 애를 쓰기는 한다. 지난 19일엔 대표 장동혁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변호사 남욱이 추징보전 해제를 요구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건물 앞에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 규탄 및 범죄수익금의 국고 환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런데 어이하랴. 이 집회엔 전체 의원 107명 중 16명만 참석했다. 지난 17일, 18일 각각 용산 대통령실과 법무부 앞 규탄대회 때도 30~50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불참 의원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의원들조차 그런 장외집회에 대해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크거니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장동혁은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대장동 일당들의 범죄수익이 7800억원이 아니라 1120억원이라고 우기면서 ‘대장동 범죄자들의 수호천사’를 자처했다”고 했는데, 과연 민주당이 수호천사일까? 아니다. 윤석열이다. 민주당이 대장동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국민적 정의감이 살아 있는 한 그건 별 힘을 쓸 수 없다. 그 어떤 집단도, 정권도, 국민을 이길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은 마법의 존재다. 그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우리는 44년 전의 유물로만 알았던 계엄령이 우리를 다시 억압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치를 떨기 때문이다.
대장동 일당의 범죄수익이 7800억원대, 아니 78조원이라 한들, 그 범죄는 계엄령보다는 훨씬 나은 차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그건 양자택일할 문제는 아니지만, 현실정치의 세계는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윤석열은 감옥에 갔고 감옥에서 오래 살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그런 양자택일 구도는 해소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추종자들에 의해 장악된 국민의힘은 추종자들의 당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윤 어게인’을 외침으로써 양자택일 구도를 되살렸고, 그렇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제2의 ‘대장동 수호천사’가 되고 말았다.
‘윤석열 면회’와 ‘한동훈보다는 전한길’이라는 공약을 내세워 당대표에 당선된 장동혁은 “죽기를 각오하고 나가 싸우자”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자신의 지지 기반인 ‘윤 어게인’을 고수함으로써 싸우기도 전에 죽는 길을 택하고 말았다. 그는 지난 12일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서 싸우자”며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 이 정권을 끝내야 한다”고 외쳤지만, ‘우리가 황교안’이라는 말에 놀란 여론은 오히려 국민의힘을 끝내려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17일에 나온 “장동혁, 내년 지선서 전광훈 등 극우와 연대 시사”(경향신문), “장동혁, 내년 선거에 전광훈 손잡나…‘내란정당 수렁’ 스스로 더 파기”(한겨레) 등과 같은 기사 제목이 시사하듯이, 국민의힘은 스스로 깊은 동굴을 파고 세상을 향해 난 문을 굳게 닫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대변인 박민영의 정파적인 ‘장애인 혐오’ 막말은 기가 막힌 사건이었지만, 장동혁을 비롯한 지도부는 그걸 감싸는 더 기가 막힌 행태를 보였고, ‘윤 어게인’의 지도자인 전한길은 그걸 가리켜 ‘정말로 잘한 조치’라고 칭찬했다. 생각해보라. 이런 집단이 민주당을 대체하는 걸 ‘대장동 범죄’ 비호보다 더 끔찍하게 생각할 사람이 많다는 걸 이해할 수 없는가?
‘윤 어게인’, 한풀이일 뿐 비전 안 돼
전한길은 ‘친한동훈파 숙청’을 요구했다. 차라리 장동혁이 이 요구에 따른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아예 판이 바뀌는 새로운 가능성이 모색될 수도 있다. 그러나 꿈이 너무 크고 많은 그에겐 그렇게까지 할 뜻은 없다. 그는 지난 19일 4선 이상 중진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하며 국민의힘이 자체 실시한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횡보하다가 조금씩 우상향하는 추세’라면서 ‘선 지지층 결집, 후 중도 확장’ 전략을 역설했다고 한다.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아니, 언제는 그 전략을 쓰지 않은 적이 있었나? 나는 지난 9월 이 지면에 쓴 글에서 “장동혁의 ‘용꿈’은 좋지만, ‘윤 어게인’과 중도를 동시에 껴안겠다는 엉거주춤 전략은 국민의힘을 말려 죽일 것이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이재명 정권에 독설을 퍼붓는 것과 장외투쟁 이외엔 다른 대안이 없는데, 이걸론 여론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런 식으로 ‘윤 어게인’ 세력을 잠시 붙잡아둘 수는 있겠지만, 중도는 ‘윤 어게인’ 근처에도 갈 뜻이 전혀 없는 걸 어이하랴. 종국엔 둘 다 놓치면서 자멸의 길로 갈 것이다.”
장동혁이 당대표로 일한 지난 3개월간의 행적을 복기해보자. 지지율이 조금 오르거나 제자리걸음이라도 하면 민생·중도 노선에 신경을 쓰는 척하다가도 지지율이 하락하면 지지층 결집이 필요하다며 ‘윤 어게인’으로 돌아가는 오락가락을 반복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걸 꼭 직접 겪어봐야 아나?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꿈 자체가 잘못됐다. 아니, 지지층을 ‘윤 어게인’ 세력으로만 좁힌 게 근본 문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비전’을 줘야 할 게 아닌가. ‘윤 어게인’은 울분을 발산하는 한풀이 출구일 수는 있어도 다시 집권 정당이 되는 길로 나아가는 비전이 될 수 없다. 비전인 것처럼 포장해 잠시라도 우두머리 노릇을 하는 재미를 누리겠다는 게 목적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대장동 수호천사’ 노릇은 해선 안 될 죄악이다. 20대 대선(2022년 3월9일) 2주 전 대선 후보 이재명이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몸통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단언한 것도 그 죄악의 무게를 느꼈기 때문이었을 게다. 5개월 전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익환수사업’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이 그렇게 말한 게 몹시 의아하긴 하지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혹시 윤석열이 ‘대장동 수호천사’가 되리라는 걸 내다보고 한 말인가? 민주당은 국민의힘이라는 제2의 수호천사까지 두었으니 참 복이 많은 정당이다.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다. 없는 곳을 다녀온 여행을 회고하는 토머스 모어는 궁여지책으로 유토피아를 저 아득히 멀리 있는 섬으로 묘사했다. 설정 자체가 역설적이니, 모어는 그 역설을 대수롭지 않은 듯한 문체로 밀어붙였다. 나침반 얘기가 그렇다. 유토피아의 섬에는 나침반이 없었다. 파도 잔잔한 여름에만 항해했다. 어둡고 바람 불고 추운 날에는 엄두도 내지 않았다. 낯선 외지인이 나침반을 소개해 주자, 섬사람들은 당연히 열광했고 더 이상 어둠과 겨울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나침반이라는 바늘 하나가 뱃길의 경계를 넓혀놓자, 사람들은 마치 위험을 상쇄해주는 부적처럼 의지하기 시작했다. 나침반 하나만 믿고 너나없이 더 멀리 더 오래 바다로 나가다 보니, 배가 길을 잃고 항구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외려 더 많아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술이 열어젖힌 가능성 위에 뒤늦게 질서를 얹었다. 바다에 길을 만들고, 불을 켜고, 규칙을 세웠다. 그 규칙 속에서 나침반이 가리키는 뱃길은 더 안전해졌다.
나침반이 바다의 길을 열었다면, 전등은 육지의 밤을 밝혔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던 불꽃과 달리, 전등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안정된 빛이 만들어내는 신뢰 덕분에 사람들은 더 이상 밤을 두려워하지 않고 서서히 삶의 찬란한 일부로 만들어갔다. 그런데 이 빛도 오래가지 않아 ‘밤을 도와주는 도구’에서 ‘밤을 확장하는 도구’로 바뀌었다. 전등이 켜진 순간부터 밤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기계와 공장의 것이 되었다. 조립라인 위로 전등이 줄지어 밝혀지고, 야간노동이 출현했다. 전등은 노동시간을 자연광으로부터 ‘해방’시켰고, 일터에서 시간의 경계는 흐려졌다.
거대한 착각도 같이 생겼다. 전등이 밤을 없앴듯이, 삶의 육체적 리듬에서도 밤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그 대가는 컸다. 기계는 한밤에도 돌아가고, 사람들은 그 움직임에 맞춰 자신의 시간을 저당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침반이 생겼다고 해류가 얌전해진 것은 아니듯이, 전등이 생겼다고 인간의 피로가 절전된 것은 아니었다.
달빛이 사라졌다고 해서, 인간의 신체가 새벽 두 시를 정오처럼 받아들이는 기능을 얻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밤을 밝히는 전등 아래서 일하다 다치고 죽었다.
그래서 세상은 다시 전등을 끄는 법을 찾아나섰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개인의 일할 자유를 침해하며 밤에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차별적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야간노동에 대한 의학적 진단과 안전사고 보고서 앞에서 반대의 불빛은 희미해졌다. 여성과 아동의 야간노동 금지로부터 시작해서 지난 100년 동안 많은 나라는 전등 아래서 이루어지던 노동을 줄이려 했다. 그 흐름의 정점이 1990년에 채택된 야간노동에 관한 국제협약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이제 밤새 물건을 만들 뿐만 아니라 세상은 거대한 ‘배달 라인’이 되었다. 공장에서 버튼 하나로 기계가 돌아가듯, 휴대폰 화면을 누르는 순간 도시의 밤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다만 조립라인에서 기계가 하는 일을 ‘배달 라인’에서는 사람이 한다. 전등 밑에서 일할 뿐만 아니라, 전등을 밝히며 내달린다. 새벽배송이 그렇게 탄생했다. 새벽배송은 밤에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발명품이다. 소비자의 시야에 열심히 등장하는 것은 ‘도착 시간’뿐이고, 과정은 거의 삭제되어 있다. 이른 새벽 문 앞에 놓인 작은 상자는 마치 밤 동안 자동적으로 생성된 물건 같다. 그 상자 하나를 위해, 어떤 사람은 밤을 건너뛰고, 어떤 사람은 밤을 억지로 붙잡고, 어떤 사람은 밤이라는 공간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그 논리의 끝에서 우리는 ‘번개배송’이라는 이름까지 보게 되었다. 그 번개가 생산하는 속도 뒤에는, 인간이 스스로 조율해온 생체의 박자가 빠르게 흔들리는 소리가 숨어 있다. 자동차 전등의 밝음이 아무리 강해도 사람의 눈은 어둠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다. 길거리의 전등이 밤을 쫓아내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일지 몰라도, 밤이 인간 안에서 사라진 적은 없다. 삶의 리듬 속의 밤을 잊으면, 삶 자체가 서서히 무너진다. 다만, 그 위협은 여전히 어둠 속이라서, 세상이 수고스럽게 비춰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다시 한번, 세상은 자동차 전등을 줄여가는 방법을 찾게 될까. 어둠 속에서 더 멀리 가려고 만든 나침반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얼마나 멀리 가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것 말이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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