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문해력 다카이치 총리를 ‘독묘’라고 부르는 중국 언론

문해력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겨냥한 중국의 입이 계속 거칠어지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를 ‘독성의 싹’이라는 뜻의 독묘(毒苗)라고 칭하며 거친 수사를 이어갔다. 중국군은 SNS에 연이어 일본을 향해 경고 목소리를 냈다.
중국중앙TV(CCTV)는 19일 늦은 밤 ‘독묘는 제거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 ’이란 앵커 논평영상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 자위개 개입’ 발언을 비판하면서 “일본은 잘못된 논리를 철회하고 독묘를 깨끗하게 근절하며 독소를 제거해 실제 행동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평했다. 이 앵커는 “잘못을 거듭하면 반드시 호된 공격을 정면으로 맞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독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의 이름 한자의 마지막 글자를 활용한 중의적 어법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나 양안 문제에 대한 인식을 ‘독’이라고 표현한 동시에 다카이치 총리 자체를 ‘독성의 싹’이자 근절 대상으로 비유했다.
신화통신도 같은 날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배경을 짚은 기사를 ‘독묘는 어떻게 성장했는가’라는 제목으로 내보냈다. 신화통신은 다카이치 총리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제자이며 집권 전부터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평화헌법 9조 개정과 자위권 확대를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중국신문망은 ‘독묘에 악과(惡果) 열린다 : 누가 죄인인가’는 제목의 만평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일본 군국주의라고 적힌 화분에 사악한 식물을 키우는 마녀로 묘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은 일본에 대해 경제적인 압력을 강화하면서 관영매체의 비판 초점을 다카이치 총리 개인으로 좁히고 있다”고 짚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의 가장 큰 해외 투자자 중 하나인 일본 기업이 철수해 중국 경제 역시 마이너스”라며 “압박 수준을 어디까지 올릴지 중국도 일본을 보며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정부가 거친 수사를 내뱉고 있지만 2012년 센카쿠열도 국유화 사태 때와 달리 대규모 반일시위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경제침체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반일시위가 자칫 반정부시위가 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23년 후쿠시마제1원전 오염수(일본명 처리수) 방류 때에도 일본 공공기관에 대한 항의 전화 생방송 등을 당분간 방치한 바 있다.
군중의 오프라인 반일 직접 행동은 극도로 제한된 반면 군과 정부 당국은 SNS에 다양한 형태의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군이 공식 논평 외 영상 등을 통해 SNS 선전전에 가세했다.
중국군 남중국해 함대가 전날 공개한 영상에서는 무장한 군인이 “오늘 밤 전투가 시작되면 언제나 준비돼 있다”면서 “전우여 준비돼 있는가”라고 말한다. 남부전구 공군은 같은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건방 떨지 마(別太狂)’라는 제목의 랩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중국군의 호된 훈련 장면과 함께 “(혹독한 훈련으로 단련된 우리가) 너희가 함부로 날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요즘 일본이 곰 때문에 떠들썩하다.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일본 전 지역에서 곰의 습격을 받아 숨지거나 다친 사람이 20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야생 곰이 도심과 주거지, 쇼핑몰까지 출몰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자위대와 경찰 기동대까지 출동해 곰 퇴치에 나섰다.
곰이 앙심을 품고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들히말라야 지역에서 ‘식인동물’로 악명 높은 표범, 농작지에 들이닥치는 코끼리, 사람 손에 들린 물건을 약탈하는 원숭이 또한 마찬가지다. 동물들은 본능을 따를 뿐인데 인간 사회의 법과 규범을 넘어섰다는 이유로 골칫덩이로 낙인찍힌다. 인간에게 손해를 끼치는 동물들은 정말 ‘자연의 범법자’일까? 저자는 미국 콜로라도 에스펀의 뒷골목부터 인도령 히말라야산맥의 어느 마을까지, 동식물과 인간이 충돌하는 현장을 추적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새롭게 탐구한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을 수습하는 전문가, 나무 벌목 및 발파공, 포식 동물의 공격을 조사하는 법의학 수사관도 만난다. 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진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인간이다. 우리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이 인간과 자연 간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동물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욕심에 잘못된 행위를 반복한다. 주거지나 도심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쓰레기는 야생 동물들에게 편리한 먹잇감이 되며, 쓰러질 위험이 있다고 베어버린 오래된 나무는 실은 동물들의 보금자리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충돌 해결의 열쇠를 인간이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인류가 자연의 특성을 이해하는 만큼 갈등이 봉합된다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과 잘 지내려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쟁과 책>은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 역사학과 교수로 책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연구해온 앤드루 페테그리가 쓴 단행본이다. 저자는 20세기 서구 사회를 강타한 두 차례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책이라는 미디어가 어떻게 읽히고, 소비되고, 활용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풍부한 자료를 동원해 풀어낸다. 양장본과 페이퍼백 등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책’만이 아니라 팸플릿, 정기간행물, 신문과 잡지 등 모든 종류의 ‘인쇄물’이 저자의 검토 대상이다.
‘전쟁’과 ‘책’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은 전시에 불타거나 파괴된 책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책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책과 출판, 도서관은 전쟁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책은 타국과의 전쟁을 불사하게 만든 민족 이데올로기의 진원지였고, 출판과 도서관은 전쟁 승리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인프라였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에서는 독일 민족주의를 고취하는 시집들이 쏟아져나와 청년들의 전의를 자극했다. 영국에서는 <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과 그 추종자들의 책을 읽은 청년들이 대영 제국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전장으로 달려갔다. “책은 이데올로기의 온상이 되어 증오를 키우고 공격을 정당화하고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책을 교양의 상징으로만 이해하는 것도 단편적인 생각이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한 것으로 악명높은 스탈린은 모스크바의 아파트와 시골별장에 1만5000권의 장서를 보유했던 독서가였다. 히틀러는 초베스트셀러 <나의 투쟁>의 작가이자 책 수집가였다. ‘문화혁명’으로 지식인들을 숙청했던 마오쩌둥은 한때 도서관 사서였다.
정치 지도자들은 책을 파괴하는 것이 적국의 정신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1933년 히틀러는 반나치적이고 비독일적인 책들을 불태웠다. 유럽과 미국을 경악시킨 이른바 ‘베를린 분서’ 사건이다. 이를 두고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책은 사상의 전쟁을 위한 무기’라고 말했다. “어떤 인간도 어떤 무력도 이 세상에서 폭정에 저항해 온 인간의 영원한 투쟁을 구현하는 책을 앗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 전쟁에서 책은 무기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1·2차 세계대전 시기 책은 전쟁의 일방적 피해자가 아니었다민족 이데올로기 온상 역할…출판과 도서관은 전쟁의 인프라무자비한 독재자 스탈린·히틀러가 책 수집광이었던 건 유명
기술과 정보가 승패를 좌우했던 양차 대전에서 도서관은 전쟁에 필요한 자료를 집적하는 저장고였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미국 의회도서관장을 지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1945년 “전쟁, 특히 현대전을 최대한 완벽하게 갖춘 도서관 자원 없이 치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군이 태평양에서 일본군과 전투를 치러야 했으나 태평양의 여러 섬들과 환초들에 대한 자료가 미국 도서관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전시에 출판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부의 선전 작업에 가담했다. 영국의 유명 서적상 W H 스미스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223개 점포와 가판대 1500여개를 통해 1차 세계대전 내내 독일군의 사악함을 강조하는 팸플릿 등을 포함한 1억부가량의 선전물을 배포했다.
전쟁 기간은 출판업의 호황기이기도 했다. 독일의 나치 정권은 점령지의 군인들에게 책을 제공하기 위해 ‘프론트부크한델’이라는 이름의 전선 도서 서비스를 만들어 책을 공급했다. “1940년에는 2억4200만권, 1941년에는 압도적으로 증가한 3억4200만권을 출판했는데 이때가 독일 출판의 황금기였다.” 영국 출판사들은 종이 할당 등 규제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전쟁 중 위안이 될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종전 무렵에는 전쟁 초기보다 상황이 호전됐다. ‘문고판’ 혁명을 일으킨 펭귄북스는 2차 세계대전 발발 전 2년 동안 200종을 발행했으나 전쟁 기간 중 무려 600종을 추가로 발행했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군들에게는 ‘진중문고’ 1억2200만부가 무료로 배포됐다.
전면전을 치렀던 2차 세계대전에서 각국이 포로들에게 책을 공급하기 위해 애썼다는 대목이 흥미롭다. 이는 전쟁포로에 대한 처우문제 등을 규정한 1921년 제네바합의에서 포로들이 “지적 유희”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국 공군 대위였던 방송 진행자 로버트 키는 독일 수용소에 갇혔던 3년 동안 영문학사의 정전들을 섭렵할 수 있었다. 독일 베스트팔렌주 뮌스터의 한 포로수용소에는 장서 7000권을 갖춘 도서관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독일군 전쟁포로를 위해 독일어 총서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 출판인과 펭귄북스 미국 지사가 협력한 이 총서에는 독일 문학의 탁월한 성취로 인정받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조지프 콘래드의 일부 작품이 포함됐다. 의도가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이 총서는 나치를 추종하는 독일군 포로들에게 반나치 사상을 주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전쟁 중 책이 파괴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치 독일이 점령지에서 저지른 파괴 행위는 야만적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독일군이 후퇴할 때 특히 큰 피해가 발생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독일군이 철수 전날 화염방사기로 바르샤바공공도서관 장서들을 소각했다. 1944년 독일군이 후퇴할 때 벨라루스 내 책의 83퍼센트가 약탈됐고, 러시아의 스몰렌스크에서는 64만6000권이 재로 변했다. 아테네 국립도서관 장서 40만권이 불타거나 약탈당했고, 나폴리국립도서관은 전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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