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명품샵 ‘도심 흉물 세운상가’를 ‘녹지축’으로 개선?···“생태 앞세운 재개발 전략”
- 이길중
- 25-11-23
- 13 회
■개발의 명분, 녹지축
오 시장이 고도 완화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한 ‘녹지축’은 북악산에서 종묘와 남산으로 이어지는 축을 녹지로 잇는다는 개념으로 1990년대부터 개발의 명분으로 활용돼왔다. 논문 ‘도시계획에 따른 세운상가의 장소성 변화 연구’(조일동·김병오·송지영, 2024)는 서울시의회록과 공무원 구술 기록 등을 분석해 세운상가 개발에서 ‘녹지축’이 활용돼온 방식을 분석한다. 논문은 녹지축이 “경제적 개발을 포장하는 외적 장치에 불과하다”라며 “서울시는 녹지축을 이야기하면서 개발의 본질적인 목적을 감춘다”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에 세운상가 일대를 두고 제기된 ‘녹지축’은 처음에는 생태적 목적에 가까웠으나 이후 도시 재개발 사업 논리로 전환됐다. 2000년대 이명박·오세훈 시장 재임기에도 종묘·남산 녹지축 조성은 재개발의 근거로 제시됐다. 논문이 인용한 2004년 서울시의회 기록에는 당시 주택국장이 녹지축이 “도심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이라고 설명한 대목이 나온다. 당시 서울시는 강북 도심을 개발하고 싶었으나 기존 규제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았다. 이때 녹지 조성은 규제를 풀어주는 열쇠가 됐다는 분석이다.
2006년 오세훈 시장이 부임하면서 세운상가 남북녹지축 사업은 전면에 등장한다. 이 시기 녹지축은 세운상가 등 기존 건축물을 ‘흉물’로 규정하는 근거로 쓰였다. 오 시장은 세운상가를 “도심을 짓누르는 흉물”이라고 언급하며 철거와 녹지축 조성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3년 10월 서울시가 발표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에도 ‘녹지축’은 주요 개발 논리로 등장한다. 시는 ‘쾌적하고 건강한 녹지 생태 도심’ 등을 목표로 세운상가 일대에 녹지, 업무 인프라,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녹지 생태 도심’ 전략은 용적률과 높이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돼 높게는 1500%까지 용적률 적용이 가능해졌다. 논문은 “얼핏 보면 녹지공원을 조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방점은 주거·업무·상업 시설에 있다”고 지적하며 생태, 역사 복원, 환경 개선을 앞세우지만 실제 목적은 부동산 개발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녹지축’이 덮어버린 실제 문제들
이에 시민사회에서는 오 시장의 ‘녹지축’ 프레임을 ‘그린 워싱(친환경으로 위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안근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는 “2021년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유네스코에 종묘 경관 훼손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e메일을 보냈다”며 “2023년만 해도 세운4구역 높이(약 70m)는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고, 다른 구역들의 고도를 우려했다. 그런데 바로 종묘 앞인 4구역까지 고도를 높여버리니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녹지축을 조성한다면서 고도를 더 높인 셈인데 녹지랑 생태를 앞세운 교묘한 재개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녹지를 앞세운 서울시의 세운재정비촉진계획에는 정작 그 공간에서 일해온 기술 장인과 상인들의 현실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운상가 일대는 정밀가공과 전자 부품 제조가 이어져 온 산업 생태계를 갖고 있지만, 개발이 진행되면서 이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개발 구역 소상공인 이주 대책으로 2023년 상생지식산업센터를 개소했지만, 현장에서는 기존 작업 환경과 맞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2년 전 상생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한 조무호 대표는 “이 일대가 다 재개발을 하다 보니 업체들이 문을 닫은 줄 알고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는다. 게다가 높은 임대료, 제조업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공간 등의 문제로 공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조차 제대로 운영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지금 5구역이 철거되고 있어서 지식산업센터라도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LH가 계속 비워놓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총 58호 중 14호가 공실이다.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디렉터는 “지난 8월부터 5구역 철거가 시작됐는데 5구역에 있던 분들이 들어갈 임시작업장이 부족하다”라며 “특히 CNC(수치 제어) 업체는 공간이 커야 하는데 5구역 임시작업장은 다 작다. 주물도 마찬가지다. 상생지식산업센터에 들어가고 싶어하나 못 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개발로 작업장이 사라지면서 청계천 밖이나 지방으로 옮기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LH 관계자는 “기존에 입주 대상이 좁게 설정되다 보니 대상자 중 공실에 입주하겠다는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연말까지 모집 기준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존 대 개발’이라는 정치적 이분법
오세훈 시장 재임 이후 세운상가 일대 논의는 ‘개발 대 보존’이라는 이분법 속에서 개발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원순 전 시장 시기의 도시재생은 보존과 재생을 내세웠지만, 임대료 상승과 상업화가 나타나면서 실효성이 제한적이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서 도시재생과 개발을 대비시키는 이분법이 정치적으로 굳어졌고, 최근 고도 완화 논란 역시 이 구도 안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소비되고 있다.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도시재생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쌓였던 의미 있는 시도가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그 공간에서 만들어졌던 기술자들의 경험을 남기는 기록 작업 등의 활동은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 작업이 더 지속되고 강화됐더라면 지금처럼 개발 논리로만 공간을 뜯어 고층 건물을 짓자는 얘기가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복궁 주변에 고도 제한이 있는 이유도 그 제한이 없으면 궁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원래의 모습을 온전히 지키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를 지었던 사람들이 어떤 시야에서 이 공간을 바라봤는지를 볼 수 있을 때 문화적 의미가 생긴다. 건물 하나만 남겨두고 ‘유산을 지켰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방부가 군 중장을 대상으로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중장 33명 중 20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진급 및 보직 인사다. 일반적으로 중장 진급자가 연간 5~10명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그 규모 면에서 지난 10년 내 최대라 한다. 규모도 놀라운데 실제 내용은 더 파격적이다. 육군참모총장, 특수전사령관 등 핵심 요직에 육사 출신이 아닌 학군 및 학사사관 출신 장성이 발탁되었다. 이번 인사로 군 내부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보도가 잇달았다. 이러한 평가에는 군 조직문화가 획일적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그 결정적인 근거는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비상계엄에 군 수뇌부가 동조했다는 사실이다. 부당한 명령에도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핵심 요직을 차지한 장군이 대부분 같은 학교 출신이라 그런 거 아닌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러한 의구심은 지난해 12·3 내란을 일으킨 자들의 출신을 보면 더욱 강해진다.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과 이에 복무한 국무위원들의 출신 대학이 가관이다. 서울대 법학과가 압도적으로 다수이며, 서울대 경제학과와 서울대 정치학과도 이에 못지않다. 실제로 무력을 동원한 군인들도 하나같이 육사 출신이다. 계엄에 동조한 경찰 수뇌부도 모두 경찰대를 나왔다. 엘리트를 자부하는 집단이 모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쿠데타에 가담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이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동양의 고사성어에서도 유유상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학문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면 사태는 달라 보인다. 유사성을 사랑하는 현상을 ‘동종선호’(homophily)라 이름 붙인 사회학자 라자스펠트와 머튼은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먼저 ‘지위 동종선호’는 사회를 계층화하는 인종, 에스니시티, 젠더, 나이와 같은 ‘귀속 특성’과 종교, 교육, 직업, 행동 패턴과 같은 ‘획득 특성’을 포함한다. 다음 ‘가치 동종선호’는 가치, 태도, 신념이라는 내적 상태가 유사함을 말한다.
라자스펠트와 머튼은 지위 동종선호에서 시작해 가치 동종선호로 넘어가는 현상에 주목했다. 귀속 특성이든 획득 특성이든 비슷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끼리 빈번하게 상호작용하다 보면 가치 동종선호라는 내적 상태에 이른다. 더 나아가 이러한 내적 상태가 마치 지위 자체에서 오는 본질적 속성인 것처럼 여겨진다. 예를 들어 같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끼리 빈번하게 상호작용하다 보면 내면에 같은 가치를 공유한 동종선호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가치 동종선호가 마치 출신 대학 그 자체에서 나온 것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영구적으로 변하지 않는 본질로 물신화된 학벌은 주술적인 힘을 발휘한다.
12·3 내란에서 보듯 동종선호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갉아먹고 있다. 동질의 구성원들끼리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니 주고받는 정보가 한정되고 중첩된다. 다른 정보를 배제하고 이러한 정보에 의지해 세상을 해석하다 보니 자기들만의 증강현실이 전부로 여겨진다. 자기들만이 특별한 존재라 여기는 극단적인 엘리트주의가 전 사회적 연대에 위협을 가한다. 시민의 눈에는 너무나 명확한 내란이 왜 법정에서는 지지부진한 논쟁거리가 되는가? 내란 합법화의 의심을 받는 대법원장은 물론 내란 수괴 재판을 맡은 판사도 지위 동종선호가 가치 동종선호로 변질된 사례로 의심된다. 동종선호에 갇힌 전문직종이 타자와 빈번하게 만나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타자 앞에 선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타자의 관점에서 조절하라는 초월에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초월의 체험은 동종선호를 넘어서는 시발점이 된다.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사실상 없어, 북·미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낮다고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관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폼페이오는 17일(현지시간) 법무법인 대륙아주 주최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할 ‘당근’이 없고, 사용할 수 있는 채찍(제재)은 이미 대부분 시행 중”이라면서 “협상 재개는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억제를 최대한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 당시 직접 김 위원장을 만났던 폼페이오 전 장관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사악한(evil) 사람이다. 한반도 전체가 자기 것이라 믿고 그걸 어떤 방법으로든 되찾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상호작용 자체는 괜찮았다. 당시 그는 매우 젊었고, 나는 그가 만난 첫 서방의 고위급 인사였다”면서 “하지만 그는 우리와의 만남 전후마다 늘 베이징에 가서 보고를 했다. 결국 우리가 협상한 상대는 김정은이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었던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나는 이 문제(북핵 문제)를 단순한 ‘김정은 문제’가 아니라 ‘중국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때 북·미 정상회담을) 한번 시도해 본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결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했고, 이 길(북한 문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폼페이오 전 장관은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 담긴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조항에 대해 “솔직히 다소 놀랐지만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구체적인 세부내용이 매우 부족한 상태라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고도의 기술과 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어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 능력을 상쇄하고 억제하기 위해선 한국 국민에게 충분한 방어능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새로운 핵능력 보유국이 등장할 때마다 핵억제 전략이 훨씬 복잡해지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이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어떻게 하면 미국과 한국의 위험을 동시에 줄이는 방식으로 그 약속(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폼페이오 전 장관은 공화당이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매우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며 관세 정책에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역사를 보면 관세는 거의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 직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시행한 관세를 대부분 유지한 사실을 지목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관세를 “영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관세를 위법이라고 판단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수단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현재 전략자문회사 CNQ그룹을 설립해 이끌고 있으며 대륙아주는 CNQ그룹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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