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피망머니 주먹 들고 ‘혁명’ 외치는 디캐프리오···PTA, ‘이민자 배척’ 시대에 반기를 들다
- 이길중
- 25-09-30
- 230 회
좀도둑을 연상시키는 검정 비니, 10년은 더 입었을 것 같은 셔츠, 우스꽝스러운 선글라스까지. 허름한 차림새의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가 한 주먹을 치켜 들며 “혁명 만세!”를 외친다. 영어도 아닌 스페인어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이 장면처럼 혼란한 에너지로 충만하다.
디캐프리오가 연기한 ‘밥 퍼거슨’은 과거 시민 혁명 조직 ‘프렌치 75’에서 폭탄을 만들던 운동가였다. “자유를 위해선 혁명적 폭력이 필요하다”는 믿음 아래 연인 퍼피디아(테야나 테일러) 등 동료들과 각종 기관을 쳐들어가던 그의 젊은 날은 낭만적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퍼피디아와의 아이가 태어나고 밥이 혁명보다는 육아에 전념하고 싶어진 무렵, 정부가 프렌치 75의 소탕에 나서며 밥은 딸 윌라(체이스 인피니티)와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된다. 부녀는 미국 내 미등록 이민자에게 우호적인 지역을 말하는 생추어리 시티(성역 도시) 중 한 곳인 ‘박탄 크로스‘에 자리 잡는다.
영화는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뒤 과거 프렌치 75를 추적하던 ‘스티븐 록조’(숀 펜) 대령이 모종의 이유로 동네를 찾아와 윌라를 납치하며 벌어지는 추격극을 그린다. 긴 세월 동안 마약 등에 중독돼 폐인처럼 살았던 밥은, 딸을 찾기 위해 잊었던 암구호 등 과거의 실패한 낭만을 기억해내야 하는 여정에 오른다.
앤더슨 감독은 미국 작가 토머스 핀천의 소설 <바인랜드>(1990)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구상했다. 소설이 1960년대~1980년대의 히피·급진주의자 세대를 그린다면,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맞닿아 있는 얘기다.
과거 밥과 동료들은 이민자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했었다. 이 과거가 젊은 날 사상의 실천을 위한 행위였다면, 신분을 바꿔 도망한 밥은 라틴계 이민자가 많은 동네에 숨어 살며 그 일원이 된다.
여정에서 세르지오(베니시오 델 토로)등 이민자 커뮤니티 사람들은 최고의 조력자다. 이들은 쫓기는 게 일상인 듯, 공권력이 단속을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해야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꿰고 있다. 앤더슨 감독은 작품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 멕시코와 미국 국경을 맞댄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 등 도시의 실제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엑스트라로 실제 지역민들을 섭외했다.
이 힘없는 자들이 연대를 통해 탈출로를 여는 대척점에는 록조 대령으로 대표되는, ‘순혈주의자’가 되고 싶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있다. 앤더슨 감독은 현대판 KKK(쿠 클럭스 클랜)라고 할 만한 사상의 백인 권력자들을 냉소적인 태도로 우스꽝스럽게 그린다.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이라는 권위를 찾아볼 수 없는 이름의 조직 구성원들은 무게 잡고 모여 하등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이민자에 대한 배척·배제를 강화하는 트럼프 시대, 촌스럽지만 낭만적인 ‘레볼루시옹(혁명)’을 외치는 정치적인 영화다. 과거 밥과 동료들의 ‘폭력적 혁명’이 극 중 명백히 실패했다는 점에서 영화가 말하는 ‘혁명’은 폭력을 조장하기보다는 ‘인간애를 되찾자’는 구호로 들린다.
디캐프리오의 페이소스 넘치는 연기,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의 긴장감 넘치는 음악, CG(컴퓨터 그래픽)를 최소화한 자동차 추격씬 등 즐길 거리도 풍부하다. 특히 사막을 배경으로 거센 파도의 물결처럼 굽이치는 도로에서 촬영된 클라이맥스 추격 장면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체험을 선사한다. 10월1일 개봉. 161분. 15세 이상 관람가
지난해 40대 사망 원인 1위가 처음으로 암이 아닌 자살로 바뀌었다. 1983년 관련 통계 시작 이후 처음이다. 10~30대 사망 원인 1위는 여전히 자살이었다. 자살자 수도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자살자 수는 1만4872명으로 1년 전보다 894명(6.4%) 늘었다. 자살자 수는 201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10~40대에서 자살이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40대에서 처음으로 자살(26.0%)이 암(24.5%)을 앞질렀다.
2023년만 해도 40대 사망 원인 1위는 암(25.9%)이었고 2위가 자살(23.4%)이었는데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50대 이상에서는 암이 여전히 사망 원인 1위이고 자살은 2위였다.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10대 사망자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46.1%에서 지난해 48.2%로, 20대는 52.7%에서 54.0%, 30대는 40.2%에서 44.4%, 50대는 11.1%에서 12.2%, 60대는 4.8%에서 5.0%로 확대됐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인 자살률은 29.1명으로 1년 전보다 1.8명(6.6%)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41.8명)이 여성(16.6명)의 2.5배였다. 증가율도 남성(9.1%)이 여성(1.0%)보다 높았다.
지난해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는 40.6명이었다. 시간당 1.7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이는 하루 평균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13.2명)의 3배가 넘는 수치다.
한국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기준 자살률이 26.2명으로, 회원국 평균인 10.8명의 2배가 넘는다.
연령표준화 자살률이란 국가 간 연령 구조 차이를 보정한 지표로, 국제 비교에 활용된다.
보건복지부는 “중장년이 겪는 실직·정년·채무·이혼 등 다양한 문제, 유명인의 자살과 자극적인 보도, 지역의 정신건강·자살 대응 인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외환위기, 동일본 대지진처럼 대형 사건 이후 2~3년 시차를 두고 자살률이 급증했던 사례를 토대로 코로나19의 사회경제적 여파도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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