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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길중
- 25-11-20
- 13 회
<연합뉴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3 불법계엄 선포를 앞두고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류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직접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모습은 못 봤고, “평소와 달리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고 밝혔다.
최 전 부총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가 17일 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들이 모인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소식을 전해 듣고 “어떻게 된 거냐. 누가 알았냐. 만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이후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 전 부총리는 “계엄 관련 얘기를 들은 뒤 대통령이 집무실로 갔는데, 저도 거기 따라가서 ‘어떤 이유로도 계엄은 안 된다.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땅에 떨어지고 경제가 무너진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결정한 것이다. 준비가 다 돼 있어서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앞서 출석한 증인들은 한 전 총리가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을 반대한다는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는데, 최 전 부총리 역시 자신이 있을 때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총리께서 좀 넋이 나간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평소 못 보던 표정으로 앉아 계시던 게 기억 난다”고 했다.
‘피고인이 직접 윤 전 대통령을 만류하는 걸 본 적은 없나’라는 특검 질문에 최 전 부총리가 “시간순으로는 모르겠는데 저 때는 없는 것 같다”고 대답하자 재판부가 직접 나서서 “순서를 묻는 게 아니다”라며 정확히 말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에 최 전 부총리는 “제가 먼저 총리께 가서 ‘대통령께 말씀드리겠다’고 했고, 총리가 대통령에게 직접 말씀드리는 건 못 봤다”고 밝혔다.
그는 한 전 총리에게 “50년 공직 생활 마무리를 이렇게 하고 싶으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너는 예스맨이니 노(No)라고는 안 했겠지”라는 취지로 말한 사실도 인정했다.
‘최상목 쪽지’로 알려진 문건을 둘러싸고도 집중적인 신문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후 ‘계엄 관련 예비비 확보, 국회 보조금 등 차단,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내용이 담긴 문건을 최 전 부총리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 전 부총리는 국회 청문회 등에서 “실무자로부터 세 번 접힌 쪽지를 받았고, 제대로 보지 않아 내용도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에서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선 윤 전 대통령이 접히지 않은 A4 용지 크기 문건을 그에게 직접 건네는 모습이 담겼다.
이에 대해 최 전 부총리는 “당시 ‘조악하다’고 생각했다. 예비비나 보조금은 당장 확보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예산 프로세스를 모르는 사람이 만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너무 충격적이라 기억이 파편화돼 있다. 저는 접견실 상황보다는 당시 외환시장이 열려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모두 집중돼 있었다”며 “한국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생각했다. 그게 더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문건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최 전 부총리는 “국무위원들이 재판받으면서 ‘누구누구가 반대했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된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몸이라도 던져야 하지 않았을까 한다. 사후적으로는 계엄을 막지 못한 게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최 전 부총리에 이어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관련 사건으로 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이다. 저의 대학 시절과 지난해 5월 원내대표 취임과 계엄 해제 의결 이후까지 영장에 기재돼 있다”며 모든 질문에 대해 증언을 거부했다. 추 의원은 현재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되어 있다.
추 전 원내대표가 증언을 거부하면서 증인신문은 약 15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증인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라는 중한 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있고, 오는 27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증언 거부는 증인의 권리에 해당한다”라면서도 “다만 부총리도 하신 걸로 알고 있고, (계엄 당시) 원내대표도 하시고 했던 상황인데, 어떻게 보면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재차 “송구합니다만 증언을 거부한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19일 재판에는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증인으로 재소환한다. 이들은 건강상 이유 등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과태료 부과와 함께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19일 법정 질서 위반 행위자가 있을까 염려돼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법정 질서를 위반하면 관련 법에 따라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 과태료뿐 아니라 감치까지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중증 시각장애인인 고3 수험생 A군은 지난 13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에서 국어 영역 문제지를 받고선 크게 당황했다. 문제지에 ‘(가) (나)’ 등 괄호문자가 표기된 방식이 지난 9월 모의고사 때와 달랐기 때문이다.
A군은 장애 특성상 지문에 메모를 하거나 밑줄을 긋는 게 어렵기 때문에 키보드를 이용해 필요한 부분을 검색하고, 스크린리더기를 통해 해당 부분을 듣고 문제를 풀어왔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가)’가 ‘괄호로 감싸진 가’로 표기돼 ‘가’를 검색해 찾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수능에선 괄호문자 표기 방식이 ‘㈎ ㈏’ 같은 특수문자 표기로 바뀌면서 키보드 검색 기능이 적용되지 않았다.
17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수능에서 시각장애인용 문제지 표기 방식이 수험생에게 사전에 충분히 안내되지 않은 채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 수험생들의 수능 시험 환경 접근성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군은 고사장에서야 변경된 표기 방식을 알게 돼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바뀐 사실을 모르는 채로 시험장에 들어가서 기존 방식대로 문제를 풀 수도 없었고, 대체할 방법을 찾기까지도 시험 시간을 많이 뺏겼다”며 “특히 이번 국어 시험은 어려운 난이도로 말이 많았는데 (시각장애인은) 난이도 뿐 아니라 시험지 자체의 문제도 신경 써야 하니 계획해 온 배분 전략도 전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당초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16일 “9월 모의고사 때부터 변경 표기 방식이 적용됐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9월 전에 바뀌는 부분을 안내했다고 안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원은 이날 언론 보도가 난 이후 이번 수능부터 변경 방식이 적용됐다고 했다. 평가원은 “(변경 이유는) 시각장애 수험생들의 읽기 청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시각장애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추후 시각장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음성 파일 내 표시 문자를 수험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수능 시행 세부계획 공고문이나 수험생 유의사항 등을 보면 중증 시각장애 수험생에게 점자문제지와 음성평가자료를 제공한다는 내용만 안내돼있을 뿐 스크린리더용 문제지의 문자 표기 방식이 바뀌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A군은 “수험생에게 어떠한 형태의 사전 공지도 없었다”며 “수능을 치는 학생 개개인에게 공지가 어렵다면 적어도 중증 시각장애인이 수능을 치는 맹학교에는 공지를 해줬어야 하지 않나 아쉽다”고 했다.
장애가 있는 수험생은 직접 ‘시험 편의 제공’을 신청해야 한다. 수험생 당사자가 직접 교육청에 편의 제공을 문의·신청하지 않으면 시험장 이용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과 휠체어를 이용하는 그의 자녀도 이번 수능 접수를 앞두고서야 사전에 문의하지 않으면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화장실이 있는 고사장에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휠체어 이용 수험생이 편의제공을 신청할 수 있다는 공지도 사전에 이뤄지지 않았다.
홍 이사장은 “(교육 당국이) ‘장애 학생들이 수능을 많이 안 보니까 굳이 안내를 해야 하냐’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고3 장애 수험생이 있는 학교라면 휠체어 접근 가능 화장실에 배치해준다는 점을 미리 알려주고 신청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 모녀는 이를 계기로 일선 학교별 장애인 편의시설 접근성 정보를 모으는 프로젝트 ‘모모탐사대’를 진행 중이다. 장애 학생이 각종 학교 및 고사장의 편의시설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도록 공공 사이트를 구축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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