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폰테크 서류 ‘역사의 아픔·토속·퀴어’ 대만 문학이 수놓은 서울도서전
- 이길중
- 25-06-24
- 96 회
일제 식민 지배, 독재 정권 시기, 급속한 산업화와 빈부 격차 문제 등 대만은 한국과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했다. 때문에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다. 올해 내한 작가 중 한 명인 장자샹은 <밤의 신이 내려온다>에서 1947년 장제스 국민당 정권 당시 일어난 민중 봉기 ‘2·28 사건’을 다뤘다.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은 ‘백색 테러’(1949~1987년 계엄령이 내려졌던 대만의 국민당 독재 시기) 당시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시골 마을 용징을 배경으로 한 일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억압받는 여성들과 동성애자의 고통과 슬픔을 그렸다. 소설은 대만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다.
독재 정권 시기는 대만 국민들에게 언어생활을 포함해 큰 상처를 남겼다. 천쓰홍은 “계엄 정부에서 중국어 사용을 강제하면서 학교에서 대만어를 사용하면 처벌받았다. ‘앞으로 다시는 대만어를 쓰지 않겠다’는 팻말을 걸고 다녀야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장자샹처럼 일부러 대만어를 배워 작품에 활용하는 작가도 등장했다. <밤의 신이 내려온다>에는 대만어와 중국어가 섞여 쓰였다. 천쓰홍은 “나도 작품에 대만어를 조금씩 따와 쓰기도 하지만, (대만어를 완전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자샹처럼 완전히 창작에 활용하기는 어렵다”며 “대만어는 내게 잃어버릴 뻔한 보물”이라고 말했다.
계엄령 해제 후 사회 분위기는 개방적으로 바뀌어 갔다. 대만은 2019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게이와 레즈비언이라는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천쓰홍과 천쉐는 도서전 기간 ‘달아나고, 돌아오다: 타이완 퀴어 문학의 여정’라는 제목으로 함께 북토크에 참여했다.
천쉐는 1995년 발표한 데뷔작 <악녀서>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성들 사이의 정욕 묘사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올해 처음 공식적으로 번역돼 나왔다.
천쉐는 자신의 매니저이자 문학적 동료인 여성 파트너와 함께 도서전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동성 결혼이 합법화 하기 10년 전부터 함께 살았다. 이 생활을 담은 이야기를 에세이 <같이 산 지 십 년>에 담기도 했다. 그는 매번 글쓰기와 사랑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왔는데 “둘 다 창조성을 가득한 행동”이라며 “글쓰기는 작품을 창조하고 사랑은 인생을 창조한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흔히 레즈비언 작가라는 이름이 따라붙지만, 그의 작품세계가 여성 간의 사랑 이야기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가난했던 시절을 다룬 <다리 위의 아이>는 그를 대만 문단에서 본격 인정받게 한 소설이다. 책은 대만 일간지 ‘중국시보’ 선정 10대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천쉐는 “어릴 때 집이 파산해 가난하게 살았다. 타이중에서 좌판을 벌고 장사를 하며 지냈는데, 그 시절을 자전적으로 담았다. 이 책이 대만에서의 내 문학적 지위를 바꿔놨다”고 말했다. 실제 천쉐는 데뷔 이후에도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 타이중에 가서 옷을 파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대만 문학의 또 다른 특징은 토속적인 정서, 그중에서도 민중에 깊이 새겨진 ‘귀(鬼)’라는 소재에 천척한다는 점이다. <귀신들의 땅>은 ‘귀문’이 열려 온갖 귀신이 출몰하는 계절이 배경이다. <밤의 신이 내려온다>의 원제는 ‘야관순장’으로 밤의 신인 야관이 길 잃은 영혼과 귀신들의 행렬을 데리고 밤 행차에 나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천쓰홍은 “대만에는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과 귀신은 경계가 없다는 말로 대만에서 귀신은 굉장 친숙한 개념”이라며 “음력 7월 한 달은 ‘귀신의 달’이라고 불리며 풍성한 제사 음식으로 귀신을 달래는 풍습도 있다”고 했다.
소설 속에서 귀신은 현실에서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한을 죽어서야 풀어내는 도구가 된다. 작가는 “과거의 귀신은 대부분 여성이었는데, 힘을 가지지 못했던 여성들이 귀신이 되어서야 초능력 같은 힘을 가지고 복수를 했던 것”이라며 “결국 귀신이라는 것은 사회에 대한 반응”이라고 했다.
천쓰홍, 천쉐 작가의 작품을 포함해 다수 중화권 문학 작품을 번역해 온 김태성 번역가는 대만 문학에 대해 “중국 본토 문학에 비해 소재 등에서 더 자유롭다는 것이 대만 문학의 특징”이라며 “천쓰홍의 작품은 주제나 구성, 표현, 수사 등이 모두 적당한 중용을 가지고 있다. 재밌는 소설이 갖춰야 할 요소를 다 갖췄다. 천쉐의 경우 글에서 대중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천쓰홍은 공식적으로 두 번, 지난해에는 개인적으로 한국을 찾는 등 한국에 관심이 많다. 차기작은 “서울과 관련한 사랑 얘기”라고 했다. 지난해 불법 계엄 이후 이어진 한국의 정치 사황에 대해서도 “한국의 정치 상황을 보면 K-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대만도 비슷하다. 대만 사람들도 시위하는 것, 목소리 내는 것을 좋아한다. 좋은 모습이라 생각한다. 자유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는 천쉐는 “지난해 한강이 노벨상을 받았을 때 결국 ‘아시아 여성의 목소리를 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는 생각에 함께 기뻤다”며 “한국의 여성작가들이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구 저궤도 위성인 ‘스타링크’햇빛 반사해 ‘직선 자국’ 남겨천체 사진 망치는 등 ‘골칫거리’
빛 98% 흡수 반타블랙 페인트위성 동체에 발라 내년 첫 발사베라 루빈 천문대 제 역할 기대
모래알을 검은 도화지에 흩뿌려놓은 듯, 밤하늘에 수백개의 별이 떠 있다. 사진 상단의 금성은 맞은편 차선에서 접근하는 자동차의 전조등을 연상케 할 만큼 밝다. 2021년 독일 한 지역에서 찍은 밤하늘 모습이다. 상공에서 지상으로 꽂히는 약한 빛을 망원경으로 장시간 흡수해 촬영했다. 밤에 천체 사진을 찍는 일반적인 기법이다.
그런데 이 사진, 한눈에 보기에도 이상하다. 얇은 직선이 사진을 가득 채웠다. 직선의 정체는 별이 아니라 인공 물체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스타링크’ 용도 인공위성의 궤적이다. 스타링크는 고객이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2019년 시작됐다. 고도 550㎞에 떠 있는 위성 7000여기가 우주에서 기지국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작동한다.
혁신적인 통신 체계지만 스타링크를 구현하기 위한 수많은 위성이 지구 궤도에서 햇빛을 양껏 반사하며 궤적을 만들다보니 문제가 생긴다. 천체 망원경이 포착한 사진에 직선 형태 자국, 즉 일종의 낙서를 그리는 것이다. 이런 일은 지난 수년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천문학계에서는 매우 큰 골칫거리다.
그런데 돌파구가 생겼다. 지구 천체 망원경을 구할 비책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비책의 정체는 ‘특수 페인트’다. 무슨 말일까.
‘빛 흡수율 98%’ 페인트 사용
이달 중순 영국 서리대 연구진은 공식자료를 통해 특수 페인트를 동체에 칠한 신발 상자 크기의 초소형 인공위성을 내년에 지구 저궤도, 즉 고도 수백㎞ 우주로 시험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이 붙인 페인트 이름은 ‘반타블랙 310’이다. 지구 주변을 도는 위성은 필연적으로 태양이 방출하는 빛을 반사한다. 위성에 닿은 빛을 최대한 빨아들여 반사를 줄이는 것이 반타블랙 310 목적이다. 내년 시험 발사도 지구 저궤도에서 반타블랙 310의 빛 흡수 능력을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지상 실험실에서 파악된 반타블랙 310의 빛 흡수율은 98%에 이른다. 현존하는 다른 검은색 페인트들은 95%를 넘지 않는다. 반타블랙 310을 칠한 부위는 말 그대로 칠흑같이 어둡다. 검은 구멍이 허공에 뚫린 것 같은 착시마저 생긴다. 반타블랙 310은 무언가가 탈 때 생기는 그을음 성분인 ‘카본 블랙’에 특수 화학 물질을 섞어 만든다.
위성에 검은 페인트를 칠한다는 특이한 발상까지 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위성으로 인한 빛공해에 시달리는 현재 천문학계 상황이 절박해서다. 국제천문연맹(IAU) 등에서는 스타링크 구축이 시작된 직후인 2020년부터 “지상 망원경 성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스타링크 용도 위성이 우주에서 햇빛을 반사해 천체 망원경이 찍은 사진에 직선형 자국을 남기는 일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뒤에도 이런 일은 세계 천체 망원경에서 꾸준히 나타났다.
2030년 위성 무려 6만기 예상
천문학계의 고충이 사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스타링크 용도 위성 숫자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2019년 이전까지 지구 저궤도에는 위성이 총 2000여기 있었지만, 현재는 4배인 8000여기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90%인 7000여기가 스페이스X가 쏜 스타링크용 위성이다. 사막이든 대양이든 전장이든 가리지 않고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링크의 시장 가치를 높게 본 스페이스X가 지난 6년간 쉬지 않고 위성을 쏜 결과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용 위성을 앞으로 수만기 이상 더 쏠 예정이다. 여기에 또 다른 기업들까지 가세해 자신들의 위성을 별도로 발사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과학계는 2030년 지구 저궤도에 무려 6만기의 위성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천문학계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반타블랙 310을 칠한 위성의 시험 발사 성공 여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으로서는 위성으로 인한 빛 반사 문제를 줄일 가장 현실적이며 유일한 대책이다.
세계 최강 천문대 정상 작동 열쇠
만약 반타블랙 310으로 향후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들을 까맣게 칠하지 못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칠레에 건설돼 올해 하반기부터 정식 운영될 최신 우주관측 시설 ‘베라 루빈 천문대’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
베라 루빈 천문대는 미국이 6억8000만달러(약 9300억원)를 투입해 칠레에 건설했다.
가장 큰 특징은 폭이 1.65m에 이르는 세계 최대 천체 관측용 디지털 카메라가 장착됐다는 점이다. 3200만 화소로 밤하늘을 선명하게 촬영한다. 초신성 폭발이나 소행성 움직임 등을 정밀 관찰할 수 있다.
우주과학계에서는 위성이 빛 반사 감소 대책 없이 계속 늘어나면 향후 10년간 베라 루빈 천문대가 찍을 사진 40%에서 직선이 발견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베라 루빈 천문대를 하루 운영하는 데에는 8만1000달러(약 1억1000만원)가 든다. 직선이 섞인 ‘불량 사진’이 늘어날수록 돈이 낭비되는 셈이다. 성능 좋은 천문대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인류 우주과학 발전이 지연되는 문제까지 생긴다.
연구진은 “반타블랙 310은 초저온과 같은 혹독한 우주 환경에서도 검은색을 유지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다”며 “밤하늘을 지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뜻한 남서풍이 지속해 유입되면서 강원 강릉지역에 이틀째 열대야가 나타났다.
20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13분 강릉의 밤 최저기온이 26.4도를 기록했다.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20일 아침 8시에도 기온이 29도를 넘어 이틀째 열대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강원지방기상청은 20일 강원 대부분 지역 비가 내리면서 26도 안팎의 기온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동해안 일부 지역의 기온은 30도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화천·양구 등 일부 지역에 호우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강원 북부를 중심으로 시간당 10㎜ 내외의 비가 내리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9시 이후 20일 오전 9시까지 강수량은 화천 광덕고개 101㎜, 철원 인남 81㎜, 양구 오천터널 75㎜, 춘천 부다리고개 39.5㎜, 홍천 대곡초 19㎜를 기록 중이다.
강원지방기상청은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강한 남서풍에 동반된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강원 내륙과 산지를 중심으로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5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라며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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