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분트 박종준 “수사기관 못 막으면 윤석열에 박살 나겠구나 생각했다”
- 이길중
- 25-11-06
- 17 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재구속된 뒤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재판에 나오지 않다가 최근 내란 재판에 이어 체포방해 혐의 재판에 연달아 출석했다. 재판이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자신과 직접 소통했던 주요 인물들이 증인으로 나오자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재판에서는 계엄 당시 경호처장이었던 박종준 전 처장(왼쪽 사진)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박 전 처장은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막으라’는 지시를 명확히 내린 적은 없지만, 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의 언행 등을 종합했을 때 “그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받아들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 전 처장은 지난해 12월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공관촌 내 국방부 장관 관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 경찰 수사관 1명의 공관촌 출입을 허용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왜 들여보냈느냐”며 크게 질책했다고 한다.
박 전 처장은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막으라고) 반복하지 않아도 (제가) ‘크게 혼났다’는 소문이 나고, 다른 사람이 오히려 더 신뢰받는다는 얘기가 돌면서 제가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 뒤로 압수수색이나 그런 게 들어와도 대통령 방침에 어긋나는 말을 하거나 의견을 표시하면 다 박살 나는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전 처장은 ‘그 일을 계기로 수사기관을 들여보내면 안 된다는 게 대통령의 방침이라는 걸 명확히 인식하게 된 거냐’는 특검 측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오른쪽)도 증인으로 나왔다.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에 관여한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삭제를 지시했는지’를 두고 논쟁했다. 앞서 김대경 전 경호처 지원본부장 등은 김 전 차장으로부터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비화폰 통화기록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는 증거인멸 목적이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 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 전 대통령과의 비화폰 통화내역을 공개한 일을 ‘보안사고’로 보고 대책을 찾으려 했을 뿐 ‘삭제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요청하고 김 전 차장을 직접 신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화폰 서버기록 삭제 혐의와 관련해 “수사기관에서 (통화내역을) 비공개로 들여다봤다 하면 이걸 보안사고라고 하겠느냐” “(나랑 통화하며) 홍장원 통화내역이 공개됐는데 이거 보안사고입니다, 말한 거 기억나죠”라고 물었고,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 말이 모두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특검 측은 “(김 전 차장이) 홍장원 (보안사고)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고 수사기관에서는 진술하지 않았는데, 피고인 질문에 맞춰 허위 진술한 걸로 보인다”며 “홍장원 관련 대화가 기억난다는 얘기는 오늘 처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차장은 “지금도 구체적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지난번 (재판에서) 보안사고 얘기를 듣고 제가 집에 가서 떠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진짜 꼭 필수불가결한, 국민을 위한, 소방이나 경찰이나 병원이라든가 이런 일 빼고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일이나 직업이 아니라면 사람이 야간에 움직이는 일은 웬만하면 없애야 해요.”
새벽배송 8년 차 배달기사 A씨(59)는 2022년 논문 ‘새벽배달의 그림자’(김태환·이승윤·박종식) 심층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심야노동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인데요.
최근 정치권에선 이 논의가 ‘새벽배송 논쟁’으로 번졌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어제(3일) CBS라디오 공개토론에서 “새벽배송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직역에 비해 근무 환경이 더 열악하다고 보기 어렵다. 왜 민노총은 굳이 이 직역을 찍어서 (그러나)”라고 주장하고,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죽음을 각오한 일터를 선택하는 것까지 포함하느냐”고 반박했습니다.
새벽배송은 찬반양론으로 가를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생활 방식의 변화, 주·야간으로 양극화된 노동구조 등 우리 사회의 불합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인데요. 오늘 점선면은 새벽배송 논쟁이 왜 시작됐는지, 쟁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논쟁은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가 과로 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0시~오전 5시 배송 제한’을 제안한 것이 지난달 28일 보도되면서 시작됐습니다. 해당 안은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협의체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에서 처음 나왔는데요. 최소한의 노동자 수면·건강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보도가 나오자 유통업계, 소비자단체, 일부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반발했는데요. 한동훈 전 대표도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서 “민노총과 민주당 정권의 ‘새벽 배송 전면 금지’ 추진은 많은 국민의 일상을 망가뜨릴 것이다.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혜영 전 의원,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범여권 정치인들도 반박에 나섰습니다. 장 전 의원은 “목숨 걸지 않는 사회를 만들 책임이 정치의 몫”이라며 정치적 의도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택배노조는 새벽배송을 아예 없애자는 게 아니라 “오전 5시 출근조가 긴급한 새벽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새벽배송 논쟁이 급속히 쟁점화된 건 사안의 영향과 중대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쿠팡 멤버십 가입자 등을 기준으로 추산되는 새벽배송 이용자 규모만 1500만명 이상인데요. 이용자 수가 늘어난 만큼 관련 노동자 수와 산업재해(산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4년 신선식품에 처음 도입된 새벽배송은 ‘0시 이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혹은 다음날까지 배송’을 표방합니다. 배송의 편리함을 맛본 고객들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면서 일상에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1인·맞벌이 가구 증가에 따른 소량구매 보편화,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도파민 중독 시대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쿠팡의 성장이 괄목할 만한데요. 쿠팡은 적자였던 2021년 임직원 공개회의에서 ‘평균 12시간 미만 로켓배송, 주문의 99% 24시간 내 배송’ 등의 구호로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유통망 구축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2022년 3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해 지난해 영업이익만 6023억원에 달했습니다.
기업이 고객과 신뢰를 쌓는 동안 노동자들은 과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지난해 5월 숨진 쿠팡 새벽배송 기사 정슬기씨(41)는 사망 전 주 6일 동안 새벽배송을 하면서 주 73시간 이상 일했습니다. 원청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직원의 “달려주십쇼”라는 지시에 “개처럼 뛰고 있다”고 답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새벽배달의 그림자’ 논문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휴게시간을 제대로 이용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휴게시간에 업무 앱을 비활성화한다고 하지만 배송물량 등을 이유로 노동자들은 일명 ‘찍배’ 형태로 계속 일했습니다. 찍배란 사진을 ‘찍어두고’ 앱 비활성화가 풀리면 ‘배송 완료’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휴게시간에 일하지 않으면 배송량을 다 처리할 수 없고, 이는 부정적 업무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 3월 산업안전보건공단 연구자료에 따르면 새벽배송 산재는 2019년 10명에서 2023년 151명으로 14배 증가(전체 산재는 7.7배 증가)했습니다. 지난 1월 ‘새벽배송 노동자 1021명 실태조사’(이승윤) 결과 새벽배송 노동자의 우울증과 자살 생각 빈도는 다른 노동자보다 3배 가까이 많았고요.
야간노동이 위험한 건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30일 근로복지공단이 이용우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3년 반 동안 산재로 인정된 야간시간대 ‘사고사’는 운전·배달직 97명, 건설 32명, 제조 29명, 청소·경비 19명 등이었습니다. ‘과로사’ 노동자는 청소·경비직이 42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위험한 걸 알지만 야간노동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있는데요. 환경미화원의 경우 정부 지침은 낮 작업이 원칙이지만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3개 자치구가 야간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냄새 등 주민 민원이 많기 때문입니다. 5년 차 환경미화원 정지복씨(39)는 “낮에 일하면 주민들이 ‘어디 쓰레기차가 낮에 다니냐’고 민원을 넣는다”고 말합니다.
야간 노동자들을 보호하자는 논의는 이제 막 발을 뗀 수준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로 ‘야간노동 규율 신설’을 채택하고 최소 휴식시간, 최장 노동시간 제한 등을 논의한 바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새벽배송 성공의 배경에 생활상 변화가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노동자 4명 중 1명이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올 만큼 장시간 노동이 고착화됐는데요. 새벽배송 만족도가 높은 이유로 풀이됩니다. 이런 노동구조를 외면한 채 소비자와 노동자 간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건 결국 약자 간 ‘누구의 고통이 더 큰지’ 싸움을 부추기는 것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정치권이 대변하고 나선 두 단체는 각각 “새벽배송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택배노조), “택배노동자 권익 보호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소비자주권시민회의)라고 주장했는데요. 이것만 놓고 보면 조화로운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생각해 볼 지점은 ‘빠르게 증가하는 소비자 편익이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지 않은가’일 겁니다.
과로 문제 연구자인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칼럼에서 새벽배송이 가능한 이유가 ‘저임금 구조와 불안정 노동’에 있지만 우리 사회가 지금 누리는 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워 공공연한 비밀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일침을 가하는데요.
새벽배송기사 A씨의 호소는 우리가 눈감고 있는 진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인간이 밤에 일하는 이런 일은, 이런 직업군은 없어져야 해요. 인간으로서 할 게 못 돼요. 그렇다고 밤에 어렵게 힘들게 하면서 그만한 대우를 받고 일을 하나? 아니거든요. 밤에 일하는 것은 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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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혼 후 학대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이란의 한 여성이 ‘목숨값’ 100억 토만(약 1억5000만원)을 내놓지 못하면 교수형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북부 고르간 교도소의 사형수 골리 코우흐칸(25)은 18살이던 7년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코우흐칸에게는 이슬람의 형벌 원칙인 키사스(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이 적용됐다.
이란법에 따라 코우흐칸이 피해자 가족에게 ‘디야’(diya·피의 보상금)로 100억 토만을 제공하면 사형을 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올 연말 사형이 집행된다.
이란 인구의 약 2%를 차지하는 소수민족 ‘발루치족’ 출신 코우흐칸은 12세에 사촌과 강제 결혼했고, 13세에 임신해 아들을 출산했다. 발루치족은 이란에서 가장 소외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로, 코우흐칸은 신분증도 없는 미등록자였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ran Human Rights·IHR)에 따르면 코우흐칸은 수년간 남편에게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했다. 한 번은 탈출에 성공해 살던 집으로 돌아갔지만 아버지는 “흰 드레스를 입혀 보낸 딸은 수의를 입지 않고는 돌아올 수 없다”며 외면했다.
사건이 발생한 2018년 5월, 코우흐칸은 남편이 당시 5살이던 아들을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코우흐칸은 친척을 불러 남편을 말리려 했지만 친척과 남편 사이에 싸움이 붙었고, 그 과정에서 남편이 사망했다. 코우흐칸은 구급차를 부르고 경찰에 신고해 체포됐다.
코우흐칸은 변호사 조력 없이 강압적인 조사를 받았다. 문맹인 그는 범행을 자백하는 진술서에 서명했고,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을 면하기 위한 배상금 ‘디야’ 협상은 교도소 관계자들이 맡았고, 그 결과 100억 토만으로 정해졌다.
이란 인권운동가들은 코우흐칸의 사례가 이란 내 여성과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적 법집행의 전형적 사례라고 말한다.
이란에서는 아동결혼이 합법이며, 가정폭력에 대한 법적 보호가 거의 없다. IHR의 마흐무드 아무리 모가담은 “코우흐칸은 소수민족 여성이며 가난하다. 이란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이라며 “코우흐칸에게 내려진 형벌은 이란 당국이 공포 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사형제를 악용하고, 법과 사회 구조의 차별이 한 개인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상징적 사례”라고 밝혔다.
발루치족 인권 옹호단체 관계자는 “이란의 여성은 인권이 없다. 남편의 말에 복종해야 하고, 학교에도 가지 못한다. 부모들은 가난을 핑계 삼아 딸을 시집보내버린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은 세계에서 여성 사형 집행이 가장 많은 국가다. 지난해 한 해 동안 31명의 여성이 마약·살인·국가안보 혐의 등으로 처형됐다. 이는 1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였다. 올해 들어서도 이미 30명 이상의 여성이 처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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