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성남상간소송변호사 대미 협상, 연 200억달러 투자 한도 긍정적···장기 영향은 지켜봐야

성남상간소송변호사 한·미 관세 협상 합의의 핵심은 미국이 요구한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금 중 2000억달러를 한국이 현금으로 투자하되, 연간 투자액이 200억달러를 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간 200억달러의 상한(캡)을 씌우고 협상을 타결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내렸지만 향후 경제 및 외환시장에 충격이 없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앞으로 투자 실행 과정에 한국 의사가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한·미 관세협상 브리핑에서 “연간 200억달러의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200억달러 조달 방식에 대해 “배당, 이자 등 우리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을 활용하되, 시장에서 일부를 조달한다면 정부보증채 형식으로 할 것”이라며 “정부보증채도 국내 외환시장이 아닌 국제시장에서 조달하겠다”고 했다. 그는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되면 납입 시기와 금액의 조정을 요청할 별도 근거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일단,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달러로 제한했다는 점은 미·일 합의보다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우리 경제 규모나 대미흑자 규모, 경상수지 흑자 규모로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투자나 소비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협상 타결 소식에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야간거래 장중 한때 17원 가량 급락, 6거래일만에 1420원 아래서 거래되기도 했다. 환율은 협상 장기화 우려에 지난 23일 1441.5원까지 올랐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상한이 생겨서 우리 외환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돈이 나가지 않게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 경제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특히 향후 투자심의 과정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투자 규모, 분납 기간, 투자 방식 면에서는 우려는 덜었다”면서도 “외채를 발행하더라도 그 금액이 크지 않다고 했는데, 정부보증채가 국제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박종희 서울대 교수는 “연간 200억달러를 어떤 식으로 투자할지는 미국과 상세한 협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명예교수도 “한국이 투자 심의 과정에서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지가 과제”라고 평가했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정부는 국내에서 외채를 동원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국책은행 등에 보증을 서는 형태로 외화를 조달하면 결국 외채가 되고, 외채는 국민이 갚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이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내리는 것 외에도 방위비 등 다른 분야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협상에서 통상을 지렛대로 방위비나 원자력협정 등을 얻어냈어야 하는데 관세율을 낮추는 데 그쳤다”며 “정부가 현금 투자를 여러 해로 나눠서 경제에 미치는 압력을 분산했다고 홍보하기에는 부족하다”라고 평가했다.
“명복·RIP 상투적 표현 아래형언할 수 없는 마음이 담겨”유가족·생존자·외국인·시민많은 추모 체감토록 ‘아카이빙’
젖은 메모지 얼려서 습기 제거필압 흔적은 따로 손글씨 복원“시민들 볼 수 있게 공개 예정”
디지털화 참여한 시민들
지난 3년간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발자국처럼 메모를 남겼다. 시민들이 메모지에 꾹꾹 눌러쓴 글귀에는 마음의 무게가 실렸다. 눈, 비, 바람과 함께 사계절이 3번 지났다. 어떤 메모지는 찢어졌고, 어떤 글자는 습기에 번졌다. 필압의 흔적만 남은 메모도 있다.
시민들의 마음을 지키고 싶은 이들이 모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는 참사 직후부터 지난해까지 시민들이 현장에 남긴 추모 메시지를 모으는 ‘기억담기’ 활동을 했다. 올해는 모인 추모 메시지를 디지털화했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남기겠다는 취지에서다. 초기부터 최근까지 아카이빙에 참여한 양진영씨(27), 정준현씨(48·가명)와 프로젝트를 담당한 박이현 문화연대 활동가(37)를 지난 24~26일 인터뷰했다. 이들은 ‘아카이빙’이 시민들이 남긴 추모의 ‘무게’를 보존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명복을 빕니다” 상투적 말에 담긴 마음
박 활동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다. 박 활동가는 아카이빙을 시작하면서 ‘Rest In Peace’ 같은 흔히 쓰는 표현들이 담긴 메모가 많은 것을 보고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박 활동가는 스스로 추모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참사 현장에 선 순간에 왜 그런 메시지가 많은지 알 수 있었다. 박 활동가는 “내가 쓰려고 하니 5분 동안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며 “상투적으로 보이는 말 아래 어떤 마음들이 있었을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와 양씨는 희생자의 유가족이나 지인이 남긴 메시지가 가슴에 박혔다. “엄마의 꿈에 나와주세요” “혜리야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끝내지 못한 졸업 작품도 너무 멋졌어 230903” 같은 메시지를 여전히 기억한다. 생존자의 메시지도 아팠다. “먼저 구조받아 죄송합니다” “같은 자리 있었는데 살아남아서 미안해요. 열심히라는 말이 맞을지 모르지만 살면서 기억할게요” “불과 몇분 전 제가 지나갔던 거리라서, 그 숨 막히는 느낌을 느껴서 얼마나 힘드셨고 고통스러웠을지 공감합니다” 등의 메시지였다.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공무원이 남긴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서 경찰의 길을 선택했지만 어떤 도움도 드리지 못해 한없이 죄송하다”는 글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기억담기 활동을 한 이들은 아카이빙 된 메모지를 “물성이 있는 추모 기록”이라고 부른다. 추모 메시지는 총 3만여건이다. A4 종이에 4~5개씩 붙여 200장씩 보관한 서류 보관함이 24개가 넘는다. 온라인 뉴스에 달린 악성 댓글과는 달리 인간성이 가미된 기록들이다. “네 잘못이 아니다. 우리의 잘못이다” “다시 이런 세상에 놀러오지 말아요. 오고 싶다면 세상을 바꿔놓을게요” 같은 기록을 보면 희망을 느낀다고 했다. 정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에게서 참사의 기억이 옅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참사 현장에 있던 3만여개의 추모 기록 아카이브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추모했는지 체감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추모의 마음, 무게로 남기다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발생 다음해인 2023년 3월부터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시민 169명이 참여 신청을 했다. 35명은 여러 번 참여했다. 초기에는 월 2회 메시지를 모아서 문화연대 사무실에 보관만 했다. 그러다 어떻게 기록으로 남겨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메시지를 내용에 따라 일반 추모 메시지, 생존자 메시지, 희생자·유가족 호명 메시지, 외국어 메시지로 분류하기로 했다. 이후 보존용 중성지에 겹치지 않게 메모지를 붙여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집’에 보관했다.
기억담기에 참여한 시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추모의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양씨는 “비건을 지향해서 이태원에 자주 갔었다”며 “참사 현장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을 보면서 함께 슬퍼하고 싶었는데, 아카이빙에 참여할 여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도 “참사 후 무력감을 느꼈지만, 유가족을 돕는 직접적인 활동은 막중하게만 느껴졌다”며 “추모 기록을 보존하면서 간접적으로라도 유족을 도울 수 있고, 무력감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추모 글귀를 남긴 메모지는 시민들의 마음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온다. 따라서 아카이빙은 시민들이 남긴 추모의 무게를 남기는 일로 느껴졌다. 비에 젖거나 찢어진 메모지는 그들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났다. 박 활동가는 “손상이 심해 자국만 남은 메모는 따로 손글씨로 최대한 복원했다”며 “비를 맞은 메시지는 얼려서 습기를 제거하기도 하고, 곰팡이로 덮인 메모는 긁어내서 메시지를 최대한 잘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는 보관했던 기록을 한 장 한 장 스캔해서 모두 이미지로 만들었다.
시민대책회의는 공론장 플랫폼 ‘빠띠’와 함께 스캔한 기록을 텍스트로 만들고 있다. 스캔한 메시지를 텍스트로 변환하는 광학 문자 인식(OCR) 과정을 거친 다음 온라인으로 참여한 시민들이 오탈자를 교정했다. 이렇게 해서 2만1000여건이 디지털 텍스트로 다시 태어났다.
3주기를 앞두고는 참사 현장과 별들의집을 찾은 시민들이 다시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시민대책회의는 올해 생긴 추모 기록도 모을 예정이다. 박 활동가는 “모든 메시지에 시민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전자화해서 공개할 생각”이라며 “텍스트 데이터로 만드는 게 끝나면 사회적 자원으로서 학술연구 등에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오전 찾은 경북 경주시 마동에 있는 ‘코오롱호텔’ 진입로는 삼엄한 경비에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호텔 인근의 도로 곳곳에는 경찰이 빼곡히 배치돼 4중 검문·검색이 이어졌다. 호텔 로비로 이어지는 약 500m 앞 진입로에서부터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일반인의 접근이 전면 차단됐다.
이곳에선 11년 만에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하루 동안 머물 예정이다.
호텔 진입로에서 약 5㎞ 떨어진 길목부터 경찰관들이 배치됐다. 인근 공터에는 수십대의 경찰차와 소방차가 대기했다. 호텔을 둘러싼 산길까지 전용 펜스와 경호 차량이 들어서면서 외부 접근로는 모두 봉쇄됐다. 호텔 로비 입구에는 대형 가림막이 설치돼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했다.
검문 지점마다 경찰은 차량을 멈춰 세운 뒤 통행 목적과 탑승 인원을 일일이 확인했다. 도보로 드나드는 이는 목에 중국 국기가 새겨진 비표를 건 중국인 관계자뿐이었다. 이들은 호텔 안팎을 오가며 경호 동선을 점검하는 듯 분주하게 움직였다.
평소 고즈넉한 동네에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자 주민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김모씨(40대)는 “시진핑이 묵는다고 알려진 뒤 경찰이 온 동네에 깔렸다”고 말했다.
불국사 인근 토함산 자락에 위치한 코오롱호텔은 1978년 문을 연 경주 최초의 특급호텔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넓은 부지, 산 조망과 전통적인 서비스로 유명하지만 현재는 ‘4성급’ 호텔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주시내에서 가장 비싼 ‘5성급’ 힐튼호텔을 숙소로 사용했다.
시 주석이 시내 다른 5성급 호텔을 두고 굳이 4성급 호텔에 묵는 배경을 놓고 갖가지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중국이 힐튼호텔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이 호텔을 택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 두 호텔 간 거리는 약 7.7㎞로, 차량으로 이동해도 10분 이상 소요된다.
코오롱호텔은 사방이 울창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외부의 시선이나 접근을 차단하는 등 경호 요건이 양호한 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경관이 수려하다는 장점도 있다.
한 APEC 관계자는 “지난해 8~9월 APEC 참가국 대사관들에서 경주 일대 호텔 등 숙박시설을 직접 둘러봤고, 올해 초에는 자국 인원을 직접 파견해 세부적으로 점검했다”며 호텔 선택은 전적으로 참가국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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