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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치료제구입 [이진송의 아니근데] 남녀 연애 뒤로 밀린 여자들의 우정···그 ‘미친 롤러코스터’를 알아?
- 이길중
- 25-09-28
- 326 회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6)은 치열하고 잔혹한 어린이의 우정을 그려낸 영화로, 유년 시절과 소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죽마고우, 금란지교, 관포지교처럼 우정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단어에는 이런 우정의 면면을 담을 수 없다. 절대로 쿨해질 수도, 요약할 수도, 산뜻하게 건너뛸 수도 없는 구구절절함과 구질구질함 때문이다. 그러니 지난 9월12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드라마 <은중과 상연>이 (요즘 보기 드문) 무려 15부작인 것 또한, 필연이다.
<은중과 상연>의 공식적인 소개는 다음과 같다. “10대부터 40대까지 30년 가까운 시절을 함께 보낸 ‘은중’과 ‘상연’의 한때는 동경했고 한때는 미워했지만 용서하고 화해했던 그 시간들을 따라간 이야기.” 40대가 된 은중에게 연을 끊었던 친구 상연이 찾아온다. 말기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연은 존엄사를 선택했다고 말하며, 은중에게 스위스까지 함께 가줄 것을 부탁한다. 아니 뻔뻔하게 요구한다. 자신의 잘못으로 은중과 절교했음에도 말이다. 재회는 언제나 밥 두 그릇 뚝딱할 수 있는 입맛 도는 소재지만, 우정의 영역에서는 아직 낯설다. 현재 시점에서 출발한 드라마는 과거로 향한다. 1990년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풍경 속에서 10대의 은중과 상연이 처음 만난 날로.
은중은 밝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그러나 차별하는 교사 때문에 주눅이 들어 있다. 전학 온 상연은 부잣집 딸인데 예쁘고 공부도 잘한다. 교사에게 반장의 권력을 위임받은 상연은 어린이 특유의 잔인함으로, 은중의 손바닥을 때린다. 은중은 그런 상연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처음에 두 주인공이 서로 몹시 싫어하는 로맨스의 공식이 우정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은중은 자신을 따스하게 돌봐준 윤현숙 선생님과, 부지런히 사랑을 주는 엄마 덕분에 올곧은 아이로 자란다. 한편 모든 걸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관계와 감정을 조건부로 이해하는 상연은 너에게 맞은 게 억울했다는 은중의 토로에, “그럼 너도 똑같이 때려”라며 자신의 리코더를 건네는 아이다. 은중은 “이걸로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 아느냐”라며 상연을 때리는 것을 거부한다. 상연은 그 순간 은중에게 매혹되고, 은중의 주변을 맴돈다. 중학생이 된 은중과 상연은 우연히 장기자랑을 함께 한 후에야 비로소 단짝이 된다. 상연은 모두에게 사랑받고, 사람들과 허물없이 뒤섞이며 어울리는 은중을 질투한다. 엄마도, 오빠도 자신에게는 보여주지 않던 모습을 은중에게 보여주는 것 같다. 은중은 상연이 부럽다. 뭐든 잘하는 상연 앞에서는 자신이 애써 이룬 것이 초라해지기 일쑤다. <은중과 상연>의 포스터 속 문구처럼, 두 사람은 ‘선망과 원망’으로 복잡하게 얽힌다. 친구를 온전히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이 밤마다 뼈마디를 두드리는 성장통처럼 찾아온다.
상연의 오빠이자 은중의 첫사랑인 상학이 죽고, 상연의 집이 망하면서 두 사람은 일시적으로 헤어진다. 대학에서 은중은 첫사랑과 이름이 같은 김상학을 만나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또 치유하는 과정을 겪으며 연인이 된다. 다음해 신입생으로 입학한 상연과 은중은 다시 친밀해지는데, 이때부터 관계가 본격적으로 꼬인다. 표면적으로 갈등은 삼각관계에서 비롯된다. 상연은 은중의 남자친구인 상학에게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다. 은중이 이를 눈치채고, 상학과 상연 사이에 은중이 모르는 서사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갈등이 심화된다. 결국 은중과 상학이 헤어지고 은중과 상연은 절교한다. 정확히는 상연이 은중을 떠난다. 30대가 되어 세 사람은 동종업계에서 다시 만나는데, 20대 때 매듭짓지 못한 문제들이 되풀이되며 상연은 또다시 최악의 방식으로 은중을 상처 입힌다.
연애의 비중이 높고 남자친구인 상학의 존재감이 다소 크지만, 현실이 반영된 연출이기도 하다. 굳이 삼각관계가 아니라도 여자들의 우정은 언제나 사회적으로 더 수준 높고 성숙하고 중요한 것으로 취급되는 ‘연애’에 위협받고 비교당하기 때문이다. 관계는 명료하게 우위나 순위를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일순위를 보장받는 독점적 이성애는 양말 벗고 우정의 소파에 발을 올리는 불청객처럼 다가온다. 친구가 나보다 만난 기간이 짧은 대상을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는 가능성에 충격과 배신감이 몰아친다. 은중은 상연이 상학과의 관계를 해명하려 할 때마다,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너와 나’의 문제라고 말한다. 상연이 상학에게 품은 감정은 주변인이 “너 그거 남자 좋아하는 거 아냐. 남자 좋아하면 그렇게 안 해.”라고 말하는 대사처럼 생존 욕구에 해당한다. 연이은 상실 끝에 잡고 싶은 희망. 그럼에도 상학만큼이나 은중이 소중하기에 상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병들어 간다. 그러니 상학은 일종의 메타포로 볼 필요가 있겠다. 우정을 흔드는 사건 중 가장 직관적이고 보편적인 예시로서 드라마에서 차용된 것이며, 서사의 핵심은 은중과 상연의 관계성이다.
은중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드라마에서 시청자는 처음에 은중에게 몰입하게 된다. ‘나’의 관점에서 ‘나’는 주로 늘 은중과 같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이해불가의 재난일수록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상연의 처절한 발버둥은 불완전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존재를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 그 자체라, 단순히 나쁜 X이라고 외면해버릴 수도 없다(물론 이 모든 감상은 드라마라서 거리가 있기에 가능한 발언이다). 은중과 상연이 휘말린 애증, 공감, 연민, 질투, 선망, 원망, 불안, 두려움, 공포, 매혹의 소나타는 결국 모든 근원이 자신의 결핍에 있다는 진실을 직면하는 과정이다.
30대가 된 은중은 지독한 몸살 끝에 자신의 힘으로 바로 설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은중마저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깔끔하게 현명하게 상연을 ‘손절’ 치지 못한다. 이쯤에서 그런 생각이 든다. 소위 건전하고 건강한 사람만 세상에 존재하는 게 아닌데, 관계가 항상 현명하고 유익하고 쿨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관계는 파괴적이고 소모적이고, 이해불가고, 미칠 것 같다. 하지만 그 고약함이 (나의 단점처럼) 고유함이 된다면, 고통을 감당할 만큼 소중한 무언가 있다면 즉각 끊어내고 산뜻하고 편안해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상연에게 온갖 불행이 ‘몰빵’ 되면서 작위적으로 느껴지고, 궁지에 몰린 선택이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점 또한 상연이라는 존재를 더욱 난감하게 만든다. 지나치게 기구한 상연의 인생에서 개인의 불행을 증폭하는 구조적 맥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 받지 못한 상학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 죽음을 초래한 사회는 다시 자살 유가족을 향한 비난과 배제로 그들을 쓰러뜨리는 식이다. 상연이 겪는 연쇄적 불행은 개인의 몫만은 아닌 것이다. 드라마의 초반, 교사의 무심함과 반 친구들의 무례함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사실 하나를 은중의 불행으로 만든 것처럼 말이다.
생의 끝에 이르러서야 상연은 비로소 솔직해진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네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고백한다. 그런데 그 소통마저 대부분 서로의 일기나 작업 노트, PC의 중요한 문서를 우연히 보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은 결국 자신의 관점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관계 맺기의 본질 자체가 ‘나’는 언제나 ‘내 버전’으로, ‘나’의 렌즈로 바라본 상대만을 알 수 있다는 한계 속에서 그 일방성의 낙차를 감당하는 일인 지도 모르겠다. 긴 호흡을 가만히 따라가며 자신의 서툰 날과 지난 이름들을 부르다 보면, 어느새 15화가 끝나 있다. 현실의 은중과 상연에게는 시한부라는 극적인 계기도, 친구에게 뻔뻔한 요구를 하면서 들이댈 성수동 건물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줄 필력도 없는데. 삶마저 까마득하게 남은 은중과 상연들에게 드라마는 묻는 듯하다. 그대들은 (이 미친 우정의 롤러코스터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혼란스럽지만, 일단 절교했는데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 건물주 친구의 연락부터 기다려 본다. 번호는 그대로니까, 010…
<이진송>
미국 백악관이 역대 대통령 사진이 걸린 기념 공간을 조성하면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야 할 자리에 그의 건강 관련 의혹을 확산시킨 자동 전자서명 기계(오토펜) 사진을 전시했다.
백악관은 24일(현지시간) 공식 엑스 계정에 “백악관에 새로운 것이 생겼다”며 새로 조성된 역대 대통령 기념 공간인 ‘대통령 명예의 거리’ 사진을 두 장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 명예의 거리에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45·47대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 사이에는 46대 대통령인 바이든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야 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오토펜이 바이든 전 대통령 이름을 적는 사진이 걸렸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복도를 지나며 기념 공간에 전시된 사진들을 바라보는 사진도 공개됐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인지력 저하를 겪었음에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는 지난 5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전립선암 진단 소식이 전해지자 “그런 위험한 단계에 이르려면 수년은 걸린다”면서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오토펜을 사용한 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일부 사면안 등에 관한 서명이 오토펜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재임 기간 사면과 행정명령, 입법 등의 결정은 내가 내렸다”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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