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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폰테크 [오마주] 날아 가는 순간 떠올렸다, 가장 안전한 새장이 되어준 사람을
- 이길중
- 25-06-23
- 171 회
스스로 ‘레이디 버드’라는 예명을 붙이고, 어머니와 말싸움을 하다 달리는 차에서 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막무가내 10대 소녀. 영화 <레이디 버드>의 주인공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입니다. 크리스틴, 아니 레이디 버드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재미가 없거든요.
“캘리포니아의 쾌락주의를 논하는 자는 새크라멘토에서 크리스마스를 지내봐야 한다.” 영화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출신 소설가 존 디디온이 남긴 말로 시작됩니다. 새크라멘토는 쾌락과는 거리가 먼 심심한 동네라는 뜻이겠죠. 이곳이 바로 레이디 버드가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레이디 버드는 새크라멘토를 떠나 미국 동부의 도시, 특히 뉴욕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어머니는 그에게 “주제를 알라”며 “주립대 등록금을 대기도 벅차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지 않는 어머니가 마냥 밉습니다. 정신병원에서 야근을 밥 먹듯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의 고단함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넌 네가 주인공이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관심종자야.” 잠시 사이가 틀어진 레이디 버드의 친구는 그에게 이같이 말합니다. 맞아요. 레이디 버드는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주인공인 ‘나’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너’를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가장 가깝게 지낸 친구마저 속상하게 하면서요. 같이 사는 가족에게도 상처를 줍니다. 일자리를 잃고 몇 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도, 버클리 대학 졸업 후 마트 점원으로 일하며 구직 활동 중인 오빠도 레이디 버드에겐 그저 ‘조연’일 뿐입니다.
레이디 버드는 조롱받거나 평가절하를 당하면서도 뉴욕 소재 대학에 가겠다는 꿈을 접지 않습니다. 뉴욕행뿐인가요. 사랑도 포기하지 않아요. 함께 보낸 달콤한 시간이 쓰디쓴 상처로 돌아와도, 그는 다시 씩씩하게 새로운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봅니다.
어느 날 레이디 버드는 어머니와 옷 쇼핑을 가는데요. “예쁘다”고 해주지 않고 “너무 핑크 아니냐”며 건조한 반응을 보이는 어머니에게 서운함을 느낍니다. 그가 “난 그냥 엄마가 날 좋아해주면 좋겠어”라고 하자, 어머니는 “널 사랑하는 거 알잖아”라고 답합니다. 표현이 서툰 어머니가 마냥 미운 10대 사춘기 소녀의 마음도, 사랑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할 정도로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도 모두 알 것 같다면 어른이 된 걸까요.
레이디 버드는 마침내 뉴욕으로 향합니다. 어머니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어머니가 직접 보낸 건 아니고요, 아버지가 몰래 전달을 한 겁니다. 어머니는 철자나 문법이 틀려서 딸이 자신을 흉볼까봐 편지를 못 보내겠다고 했대요. 편지에는 어떤 말이 담겨 있을까요? 눈물이 날 수 있으니, 손수건과 함께 봐야 하는 장면입니다.
레이디 버드는 가족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깁니다. “나예요, 크리스틴”이라고 말해요. 예명이 아니라 본명 크리스틴으로 스스로를 칭하게 된 것이죠. 레이디 버드, 아니 크리스틴은 “두 분이 참 좋은 이름을 지어준 거 같아요”라고 합니다.
스스로 레이디 버드라 이름 붙인 크리스틴은 어떻게 다시 ‘크리스틴’으로 돌아왔을까요. 그 여정이 궁금하다면,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습니다. <프란시스 하>, <작은 아씨들>, <바비> 등의 영화로 알려진 그레타 거윅이 처음으로 단독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러닝타임 94분.
올해는 어느 정도 더울까. 작년보다 덜 더울까. 2024년 폭염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더웠다. 주위에서 누구든 건드리면 확 터질 것 같은 후덥지근함이었다. 기온도 기온이지만 습도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역대 최고로 높았다. 작년 여름철 폭염일수는 20일로 역대 3위,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최근 6년간 폭염경보가 평균 12.2일(한파경보 5.8일)임을 고려하면 극심한 무더위를 더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과연 올해 7월과 8월에는 폭염경보 문자가 몇번이나 발송될까. 사실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는 인류의 탐욕이 초래한 모습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지구 표면의 온도 상승은 폭염과 한파도 증가시킨다. 이미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09도 상승했다. 현재와 같은 양상이 계속된다면 산업화 이전보다 폭염 발생 빈도(8.6배)와 강도(+2.0도)가 높아진다. 기후위기는 노동생활 세계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여름, 더욱 위험해질 작업환경에 모두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일하기에는 너무 더운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제기구(ILO, WHO)는 35도를 넘는 폭염에서는 질병 위험이 증가하고, 노동력 및 노동생산성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온열지수에 따른 고열 작업환경 관리지침은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든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한국의 월별·작업강도별 계속작업 가능일은 7월과 8월에는 단 하루도 없다. 매시간 75% 작업과 25% 휴식이 가능한 날도 7월과 8월은 겨우 1일과 2일에 불과했다. ‘역대급 폭염과 한파’를 겪고 나서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를 망각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 노동자의 70% 이상이 폭염에 노출될 것을 경고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옥외 작업자들이 적지 않다. 건설·조선, 도로정비, 환경미화, 전기통신, 운송·배달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폭염으로 기온이 1도 오르면 총사망률이 4%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온열질환으로 인해 총 115명의 재해자가 발생했고, 그중 12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9월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에 폭염·한파에 따라 발생하는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 보건조치 의무를 추가했다. 문제는 지난 5월 규제개혁위원회가 법령 시행에 따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철회시킨 것이다.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때 2시간 이내 20분씩 휴식 보장 의무화 조항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8년부터 가이드라인 형태의 ‘권고’를 개정해 처벌 가능하도록 한 것을 무력화했다. 기업이 비용 부담을 우려해 안전조치를 외면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일터에서 작업중지를 하더라도 그 기간은 여름 90.7시간, 겨울철 43시간 정도다.
이제 폭염·한파 등 기후변화에 노출되는 작업에선 생명 안전과 산재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필수다. 1981년 ILO는 산업안전보건협약(C155)에서 위험 작업 상황의 즉시 보고와 작업 복귀 금지 및 대피권을 규정한 바 있다. 대한민국은 이 협약을 2008년 2월에 비준했다. 일터에서의 위험으로부터 ‘피할 권리’ 혹은 ‘벗어날 권리’는 새 정부가 반드시 법제도화해야 할 과제다. 국민주권 시대에 일터에서의 노동안전은 새로운 사회계약의 출발점이다. 정부의 작업중지 명령, 사업주의 작업중지·대피 조치,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보장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폭염은 햇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일하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다. 매일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더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자. 점점 더 커지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작업할 수 있는 최대 온도와 습도를 명시할 시점이다. 날씨는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오늘은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절기 하지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내리며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린다. 낮 기온이 25도 안팎으로 예년보다 조금 낮을 전망이다.
서울·인천·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는 비가 갠 뒤 흐린 상태가 유지되며 이외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경기 남부는 오전에, 강원 중·남부와 충청권은 오후에 대부분 그친다. 충청권 남부는 저녁까지 이어지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인천·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는 오전까지, 경기 남부는 오후에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
전북은 오전까지, 광주·전남 북부는 오전에 시간당 30∼50㎜의 비가 쏟아지겠다. 전라권은 이튿날까지 이틀간 50∼120㎜의 비가 예보됐는데, 많게는 150㎜ 이상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경상권과 제주도도 이틀간 30∼80㎜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 남서 내륙과 경남 서부 내륙은 최대 120㎜ 이상, 대구·경북 남동 내륙과 경남 중·동부 내륙은 최대 100㎜ 이상 비가 오겠다.
이날 하루 예상 강수량은 대전·세종·충남 남부와 충북 중·남부 20∼60㎜(많은 곳 대전·충남 남부와 충북 남부 80㎜ 이상), 충남 북부와 충북 북부 5∼40㎜, 강원 남부 내륙과 중·남부 산지 5∼30㎜, 경기 남부 5∼10㎜, 강원 중부 내륙과 중·남부 동해안 5㎜ 안팎이다.
강풍특보가 내려진 전남 서해안과 부산, 울산, 일부 경북 남서 내륙, 제주도 북부와 산지·중산간은 바람이 순간 초속 20m 이상(산지 초속 25m 이상)으로 매우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다.
오늘 오전 5시 현재 주요 지역의 기온은 서울 20.9도, 인천 19.4도, 수원 20.5도, 춘천 22.2도, 강릉 22.7도, 청주 23.5도, 대전 23.5도, 전주 24.1도, 광주 24.5도, 제주 27.6도, 대구 26.4도, 부산 23.2도, 울산 25.1도, 창원 24.4도 등이다. 낮 최고기온은 23∼29도로 예보됐다.
바다 물결은 동해·남해 앞바다에서 0.5∼2.0m, 서해 앞바다에서 0.5∼3.0m로 일겠다. 안쪽 먼바다(해안선에서 약 200㎞ 내 먼바다) 파고는 동해 1.0∼4.0m, 서해 0.5∼3.5m, 남해 1.0∼3.0m로 예상된다.
미세먼지 농도는 원활한 대기 확산과 강수의 영향으로 전국이 ‘좋음’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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