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효자동 코오롱하늘채 목소리로 지은 삶의 길 걷는 ‘서편제’를 소리극으로…<서편제; The Original>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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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효자동 코오롱하늘채 목소리로 지은 삶의 길 걷는 ‘서편제’를 소리극으로…<서편제; The Original&…

이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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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23
3 회

전주 효자동 코오롱하늘채 “아부지 왜 그랬을까 그런 생각 안해요? 왜 이승 떠나갈 때 후회같은 거 하잖아요.” 자신의 눈을 멀게 한 아비에게 소녀는 묻는다. “난 후회할 것이 하나 읍서. 소리 말고는 한 게 없으니까.” 죽음을 앞두고도 사죄를 외면하는 모진 아비. 이들의 과거를 지켜보던 사내의 북소리에 맞춰 판소리 <춘향가> 중 ‘이별가’가 절절하게 이어지고, 소리꾼 부녀의 사랑과 미움, 회한도 소리 위에서 맺고 풀어진다.
국립정동극장 개관 30주년 기념작으로 지난 17일 막을 올린 <서편제; The Original>은 판소리의 북장단과 소리꾼의 성음이 어우러지는 ‘소리극’이다. 이청준의 연작 단편소설 <남도사람>을 원작으로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비롯해 뮤지컬, 창극 등으로 다양한 변주가 이어진 텍스트를 충실하게 표현해 ‘더 오리지널’에 가깝게 만들고 싶다는 의도를 담았다고 한다.
작품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에서 호흡을 맞추며 창극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고선웅 연출가와 한승석 음악감독의 신작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고선웅 연출은 개막 당일인 17일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서편제>는 소리와의 인연을 맺어준 인생작이어서 꼭 해보고 싶던 작품”이라며 “무대에서 소리가 가지는 본질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원작에서 형상화하는 소리꾼의 ‘한(恨)’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삶의 상처와 상실이 응축된 정서이자 예술의 뿌리이다. 이번 작품에선 한을 어떻게 받아들여 예술로 전환하느냐에 무게 중심을 뒀다고 한다. 한승석 음악감독은 ‘슬픔과 고통에 잠식되는 것이 아닌,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것’으로 소리를 정의했다.
판소리 다섯 마당의 눈대목과 단가, 민요를 포함해 총 22곡을 노래한다.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소리를 바탕으로 하되, 인물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재구성했다. 고 연출은 “판소리 등장 인물들은 서사 속 인물로만 기능하지만, 소리극인 이번 작품에선 이들 소리꾼이 가진 애증의 관계나 삶과 맞물리게 된다”며 “춘향과 몽룡의 이별가에 딸과 아버지의 상황이 투영되며 상상하게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길 위에서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고, 고통과 상실은 ‘한’이 되어 예술을 단단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무대 예술로 시각화했다. 회전하는 대형 원형무대와 그 위에 놓인 세 개의 소형 원형무대가 그 것이다. 큰 원에서 작은 원으로 옮겨가고, 다시 이들 원이 놓인 대형 원을 거슬러 걷는 인물들의 모습이 울림을 준다.
작품은 사내가 냉이로부터 아비와 소녀의 과거를 듣는 1막과 소녀를 만나 자신의 지난 삶을 고백하는 2막으로 나뉜다. 등장인물의 뚜렷한 이름 대신 소설처럼 사내와 아비, 소녀라는 보통 명사로 부른다. 이름 없이 소릿길을 걸어간 많은 이들, 그리고 보편적인 저마다의 삶의 이야기로 마주하게 한다. 국립정동극장에서 11월9일까지.
최근 종영한 <폭군의 셰프>(TVN)는 연산군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다. 그동안 연산군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의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자기파괴적인 희대의 폭군, 광기에 휩쓸린 폭정은 생모인 폐비 윤씨의 비극과도 연관이 있다. 물론 결과를 정당화할 순 없지만 울분과 그리움이 만든 상처와 무관하다고도 할 수 없다.
어머니를 향한 그의 애끓는 마음과 효심이 담긴 장소가 서울 시내에 있다.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사찰 연화사다. 연산군이 폐비 윤씨의 명복을 빌기 위해 1499년 세웠다.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다 대학가에 자리잡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지만 이 사찰과 연산군의 연관성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원래는 연화사 옆에 폐비윤씨의 무덤인 회묘도 함께 있었으나 1969년 경기 고양시 서삼릉으로 이전했다. 바로 옆에 있던 경희대가 확장되면서다.
폐비 윤씨는 연산군 생전 제헌왕후로 추존되었으나 중종반정이 일어나면서 다시 폐비로 강등됐다. 이 때문에 그의 넋을 기린다는 창건 취지는 오랫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50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본격적인 해원(解冤)에 나선 이는 연화사 주지이자 현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묘장 스님이다. 묘장 스님은 2005년 주지로 부임하면서 해마다 음력 8월16일, 즉 추석 다음날에 폐비 윤씨를 위한 천도재를 지내오고 있다. 현재는 폐비 윤씨의 문중인 함안 윤씨 후손들도 매년 천도재에 물심 양면으로 참여하고 있다. 묘장 스님은 “문헌과 사료를 찾아보니 한가위 바로 다음날 사약을 받으셨더라”면서 “연산군에 의해 복권됐던 ‘제헌왕후’라는 시호로 위패를 봉안하고 재를 올린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조선시대에 정변, 사화 등을 거치면서 희생됐던 많은 인물들은 대부분 후대에 복권됐지만 폐비 윤씨는 중종반정으로 시호가 삭탈된 채 조선왕조가 끝나버려 복권시킬 주체마저도 사라졌다”면서 “제헌왕후라는 시호로 재를 지내는 것도 억울함을 위로하기 위함이다”고 덧붙였다.
연화사에서는 이번 추석에도 며칠 전부터 사찰 앞에 ‘제헌왕후 윤씨 543주기 다례’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고 신도와 방문객들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