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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흥신소 물안개가 산 타는 아침…가을도 산을 타고 있었다

이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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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19
13 회

서울흥신소 국내에서 가장 자연이 잘 보존된 곳 중 하나라는 진안이 물들어간다. 노랗고 빨갛게. 이파리에 물감이 번져갈수록 오감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움. 선명한 진안의 색채가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한다.
진홍빛 신비로운 감의 고장
전라북도로 접어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진안이다. 여기도 숨은 여행지는 많다. 그런데도 굳이 마을로 찾아 들어간다. 가을 여행은 자연의 빛깔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일. 필연적으로 도심을 벗어나 시골 깊이 들어갈수록 만끽할 것이 많다. 촌스러움이 더해지면 기억에 오래 남게 되는 건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첫 번째 목적지는 마조마을이다.
이곳은 여기저기서 눈길을 매혹한다. 유혹의 실체는 나무 위에 달린 감이다. 가을의 과일 감은 이제 제 멋을 부리기 시작한다. 한데 마조마을의 감은 특별하다. 뭐가 그리 특별하냐고 물었다가 귀를 의심했다.
“멀쩡한 감나무를 이 마을에 옮겨 심으면 씨가 없어져요. 반대로 이 마을의 감나무를 다른 마을로 옮겨 심으면 씨가 생기더라고요.”
무어라? 씨 없는 감이 열린다고? 그래, 그거야 인공지능이 대세로 떠오르는 21세기 초의 지금 시대에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유전학의 발달이 씨를 없애는 일쯤이야. 하지만 장수일 이장의 설명은 전혀 달랐다. 인공적으로 조작한 게 아니라 그냥 이 마을에 감나무를 심으면 씨가 없어진단다. 멀쩡히 씨가 달리던 나무마저도 여기로 옮겨 심으면 그다음 해부터는 씨가 사라진다. 반대로 씨 없는 감이 열리던 이 마을의 나무를 아랫마을로 옮기면 씨가 생긴다고. 이게 무슨 조화인가, 대체.
“저기 보이는 산이 운장산이라는 산이에요. 저 산줄기에 마을이 앉은 형국이거든요. 저 산의 기운이 영향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가 있죠.”
마을 사람들이 세운 나름의 지론을 덧붙여 이야기해줘도 이성의 영역에서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T의 사고력을 잠시 묻어두고 F의 감수성으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여하튼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는 상태. 우리는 이런 상황을 미스터리라고 부른다.
마을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주민 한 분이 나무 위에 올라 감을 따는 중이다. “하나 잡숴보세요.” 갓 딴 감을 건넸다. 씨 없는 감이 열려서 얻는 이점은 확실하다. 씨가 없어지니 감은 훨씬 빨갛게 여물고 당도가 쑥 올라간다. 그렇다고 설탕을 퍼부은 듯 혀가 저릿한 단맛은 아니다. 기분이 충분히 좋아질 만큼 적당히 달큼한 맛. 아찔한 식욕이 올라온다. 시골집 민박에서 바비큐를 먹고 마조천에서 가벼운 물놀이도 할 수 있으니 햇살 좋은 가을 어느 날, 한가로운 팜스테이를 즐기기에 참 좋을 곳이다.
풍경 하나로 압도하는 오지마을
진안 안쪽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하가막마을이 나온다. 마조마을의 대표 가을 콘텐츠가 ‘감’이라면, 여기는 기가 막힌 풍경이 그냥 그대로 콘텐츠다. 뭘 더할 필요가 없다.
하가막마을은 원래 상가막과 하가막으로 나뉜다. 가막이라는 이름은 마을을 중심으로 산이 첩첩이 둘러싸고 있어 장막처럼 보인다는 의미다. 지금처럼 길이 뚫리기 전에는 그야말로 심산유곡이었다. 모르는 이가 우연히라도 찾았다면 신선이 사는 동네라고 생각할 법도 한 곳. 진안은 국내 오지 중 오지. 그런 지역 세 곳을 통틀어 일컫는 ‘무진장’ 중 하나다. 무주, 진안, 장수의 앞글자를 따서 무진장이라 부른다. 하가막마을은 진안에서도 가장 깊은 산중이다. 그만큼 찾는 이가 드물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행자가 드물어서인지 마을 어르신은 낯선 이를 그리 반가워할 수가 없다.
생각해보면, 이 마을은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한 여행자에게 정답이 되어줄 만하다. 마을 어귀 천변의 다리 위에 서서 한참 넋을 놓고 풍경에 취해버렸다. 마을 바로 옆에는 천반산이 있다. 고도 647m로 높지 않다. 이 산이 진안군과 장수군의 경계다. 장수군 쪽에 천반산으로 들어가는 산책길이 나 있는데, 어린아이도 정상까지 어렵지 않게 오를 만큼 난도가 높지 않은 트레킹이 가능하다. 이 산을 두고 금강 상류가 굽이굽이 흐른다. 천반산과 곁으로 흐르는 금강이 아스라하게 물들어오는 저녁노을에 비쳐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물길을 따라 살짝 거슬러 올라가니 깎아지른 벼랑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앞에 선 인간은 작디작은 미물에 불과하다는 걸 새삼 실감케 한다. 맑은 금강과 천 길의 벼랑이 한 폭의 수묵화나 다름없다.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던가. 조선 중기의 문신 정여립이 왜 이곳에 깃들어 살았는지 알 것도 같다.
하가막에 왔으니 정여립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여립은 전주 출신이다. 뛰어난 능력으로 순조로운 출셋길을 달리던 인물이다. 1570년(선조 3년) 우수한 성적으로 조정에 나아갔는데, 그때 그의 나이 24세였다. 그는 조정의 일을 하던 중에 서인에서 동인으로 당파를 옮긴 적이 있다. 선조는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줏대가 없어서 사내로서 구실을 하겠느냐며. 정여립은 발끈했다. 중요한 건 정치적 소신 아닌가. 과감히 관직을 집어던진다. 그러고 향한 곳이 이 깊은 산중마을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인근 아이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면서 한편으로는 대동계를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활쏘기 같은 무예도 전했다. 이게 그가 이곳에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혹시 그게 다야?”라고 물으신다면, 맞다. 왜냐하면 그의 이런 일상이 훗날 왜구가 전라도에까지 침입해 왔을 때 의병 봉기로 이어졌으니까. 이 산골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의병들이 큰 활약을 펼쳤다. 정여립의 일생은 ‘기축옥사’라는 사건을 기점으로 뒷맛이 개운치 않게 끝을 맺었지만, 그가 남긴 정신적 유산은 지금도 이 마을의 자랑이다.
물안개가 휘감은 마이산의 아침
진안의 랜드마크라면 역시 마이산이라고 해야 할 테다. 말의 두 귀처럼 쫑긋 솟아오른 저 산세는 세계 어디를 통틀어 살펴도 독보적이다. 간밤을 마이산 자락의 숙소에서 보내고 근처 저수지인 사양제로 나왔다. 아침 9시경. 가을 이 시간 즈음이면 물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서둘러 몸을 일으켜 이 자리를 찾은 건 사양제의 물길이 피워낸 안개가 마이산과 어우러져 기막힌 모습을 자아낼 것 같아서였다.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일교차가 큰 계절이기에 나타나는 절경이 눈앞에 드러났다.
고요히 물에서 떠올라 미세한 물방울이 춤을 추며 마이산을 향해 올라간다. 마침 산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햇살이 길게 빛줄기를 늘어뜨렸다. 안개는 마이산의 발치를 휘감았다. 카메라를 가진 사람은 찰칵찰칵 그 모습을 담느라 여념이 없고, 카메라가 없는 이는 연신 감탄을 터뜨린다. 건너편 숲 어딘가에서는 잠에서 깬 산새가 온갖 울음소리로 안부를 전한다. 오감이 열리는 기분이다. 함께 여행을 온 성악가가 물 가운데까지 이어진 덱으로 나아가더니 시원하게 노래를 시작했다. “오 솔레미오!” 풍성한 바리톤의 음성이 이 아침의 풍경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지는 순간. 박수갈채가 절로 나온다. 관객은 적어도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장엄한 오페라의 풍광이 아침의 진안을 수놓고 있었다.
>>> 말도 살찌는 시기, 마이산도 식후경!
한우촌 산나물불고기
진안에는 이곳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브랜드 ‘산골애찬’이 있다. 그 이름에 제일 걸맞은 진안의 별미가 산나물불고기다. 진안읍의 ‘한우촌’에서 판매한다. 사장이 직접 재배한 산나물 5~6종류와 간장으로 잰 불고기가 어우러진다. 고기만 먹어도 좋지만, 각각 따로 양념해서 낸 산나물을 종류별로 하나씩 곁들여 먹으면 저마다의 맛으로 입이 훨씬 즐겁다. 따라 나오는 반찬도 하나같이 정성 가득하고 맛이 훌륭하다. 예약 필수.
주소: 전북 진안군 진안읍 대성길 8
전화: 063-432-1313
하가막마을 율무비빔밥
하가막마을의 특산물은 율무다. 한때 남성에게 좋지 않다는 낭설로 인해 소비가 현격히 줄면서 재배 농가가 감소해 이제는 찾기가 쉽지 않지만, 그 탱글탱글한 식감과 고소한 맛은 일품이다. 하가막마을로 여행을 가면 주민이 직접 율무를 넣어 율무비빔밥을 만들어준다. 매번 자유롭게 맛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사전에 마을회관으로 문의를 하면 상황에 따라 가능하다고. 마을 주변에서 얻은 나물류를 더해 비벼 먹는 맛은 가히 독보적이다.
주소: 전북 진안군 진안읍 오가로 571
전화: 063-432-8934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서울동부지검의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팀으로 파견된 백해룡 경정이 파견 첫날 휴가를 쓴 것을 두고 “공직자로서 잘못된 태도”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수사팀에 파견된 백 경정이 수사팀을 “불법단체”라고 주장하는 등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박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백 경정은) 본인의 수사 능력이나 경험을 좀 활용하자고 파견 명령을 내놨더니 열심히 참여를 안 하고 자꾸 뭔가를 조건을 따지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해당 사건은) 본인이 제기해서 문제가 된 사건이고 국민적 관심이 높다”며 “빨리 파견에 임해서 실력을 보여주고 본인이 하고 싶은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백 경정의 돌발 발언이 반복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 (당내에서) 백 경정에 대해 처음의 긍정적 기대보다 비판적 의견들이 많다”며 “최근 언론플레이 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면 옛날에 (백 경정이 제기한) 문제도 혹시 과장된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성이 있다면 자기가 (수사를) 더 해보겠다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 다른 의원도 통화에서 “(백 경정 파견이) 발표되자마자 갈등이 노출되는 것은 잘못됐다”며 “국민들로부터 이게 뭐냐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은 백 경정이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던 2023년 2월 필로폰 밀수 사건 수사 중 세관 직원을 수사하려다 “윗선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으로 백 경정 파견을 지시했다. 백 경정은 파견 첫날인 지난 15일 연차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백 경정은 이날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에 있는 합동수사팀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합수팀은 불법단체”라며 “공직자로서 신념이 처음 흔들린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맺은 체코 원전 수출 계약의 이행을 보증하기 위해 약 4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이행성 보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체코 원전 수출을 명목으로 구체적 금액이 명시된 수은의 보증 신용장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수출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수은은 지난 2월14일 한수원을 보증 의뢰인으로 하고 웨스팅하우스를 보증 수혜자로 하는 4억달러 규모의 이행성 보증서를 발행했다.
보증 목적은 ‘수출거래 촉진’으로 명시됐다. 수은의 이행성 보증은 기업이 해외 사업이나 수출 계약 과정에서 신용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증서를 써주는 제도다. 한수원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수은이 대신 4억달러를 지급한다는 뜻이다.
수은은 이에 대해 정 의원에게 “한수원이 지난 2월5일 체코 두코바니 원전 5호기 관련 3자 협정상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의무 이행을 보증하기 위해 이행성 보증 발급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행성 보증 발급은 지난 1월 한수원과 한국전력,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IP) 분쟁을 종결하기 위해 체결한 3자 협정의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협정에는 원전 1기당 4억달러 규모의 보증 신용장을 발행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는 한수원·한전이 향후 기술료 지급 등 계약을 지키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웨스팅하우스가 은행을 통해 일정 금액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동안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에 자사 원천기술이 포함됐다”고 주장해온 반면, 한수원과 한전은 “한국형 원전은 독자 개발 기술”이라고 맞서왔다.
그러다 한수원과 한전은 돌연 웨스팅하우스와 3자 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협정에는 원전 1기당 8억2500만달러의 기술료와 설계·조달·시공(EPC) 역무를 웨스팅하우스에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웨스팅하우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이 협정은 비밀유지협약(NDA)에 따라 정부와 한수원은 구체적 조항을 국회나 감사원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측은 “합의 내용은 기밀이며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정부 역시 “상대방과의 기밀유지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세부 내용 공개를 거부했다.
한수원은 협정 체결로 지난 6월 체코전력공사(CEZ)와 본계약을 맺었다.
정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수출입은행 자금으로 불공정 논란이 있는 협정의 이행을 보증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관련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