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월세원룸 [사설] 새 정부 첫 ‘확장 예산’, 혁신 성장과 민생 두 토끼 잡아야
- 이길중
- 25-09-02
- 1 회
월세원룸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을 올해보다 8.1% 늘린 728조원으로 확정했다. 총수입은 3.5% 증가한 674조2000억원이다. 나라 곳간 사정이 좋지 않지만 수입보다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민생을 회복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예산안은 정기국회 예산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구조적·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45조원에 이르는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집행에도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가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경제 회복 기대감이 일고 있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전반적인 여건은 더 나빠졌다. 부동산 가격 폭등 우려로 기준금리를 당장 추가로 낮추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 말마따나 국가 재정을 마중물 삼아 혁신 성장과 민생 회복의 두 토끼를 잡아야 한다.
내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의 경제·산업 정책과 연계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분야 예산을 3배 이상 늘리고 AI 대학원을 24개로 늘려 고급인재 1만1000명을 양성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19.3% 늘인 35조3000천억원이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RE100산단 등 에너지 전환 및 탄소중립 관련 예산도 확대했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의 거점국립대학엔 9000억원을 새로 투입한다.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예산이다.
문제는 이들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나라 빚이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적자 국채 발행으로 올해 49.1%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엔 51.6%으로 늘어나고 2029년엔 58%에 이를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예상했다. 증가 속도가 빠르지만 평균 70% 수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하면 다소 여유가 있다.
건전 재정은 중요하다. 재정 상태가 좋아야 경제도 안정되고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건전 재정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긴축과 부자감세로 일관한 윤석열 정부 3년간 한국 경제는 멈췄고 민생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새 정부의 확장 예산이 청년과 기업인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적극 보듬으며, 혁신 성장으로 경제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계기가 돼야 한다.
2025년 7월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현장에선 행정 책임자들은 부재한 채 대통령이 직접 민원을 듣는 기형적인 모습이 펼쳐졌다. 이는 많은 시민이 자신의 문제를 하소연할 마땅한 창구를 찾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그날 그 자리에 모인 시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는 우리 사회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 즉 민원 해결 시스템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모든 민원을 다 다룰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민들은 혹시 모를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대통령 역시 그들의 모든 하소연을 다 들어줄 수 없다는 초조함이 역력한 채, 그 공간을 채웠던 불안감과 좌절을 고스란히 느꼈을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민원이 해결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고 고통스러운 경우가 많다.
첫 번째는 끝없는 ‘기다림’이다. 민원인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 포기하거나, 끈질기게 버텨낸 소수만이 겨우 문제를 해결한다. 두 번째는 고통의 ‘저울질’이다. 민원은 그 고통의 크기나 피해자의 규모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되곤 한다. 이태원 참사 직전 수없이 접수된 위험 관련 민원이 무시된 것처럼, 때로는 사회적 관심과 파장이 큰 사건에만 주목하고 그 이면의 수많은 작은 목소리들은 묻혀버린다. 이는 제도가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가장 많은 민원은 현실적인 해결 가능성과 관계없이, 단지 누군가에게 자신의 억울함과 감정을 쏟아붓는 ‘듣기’로 끝이 난다. 현대 사회가 심리 상담사나 핫라인 상담사를 점점 더 필요로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해결은 할 수 없어도, 누군가 그 이야기를 들어주기에 사회는 붕괴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수많은 갈등과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존재한다. 그리고 이 문제들을 일차적으로 마주하는 이들이 바로 국민콜 110과 같은 민원 상담사들이다. 이들은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불만과 분노를 가장 먼저 감당하는, 일종의 ‘총알받이’ 신세가 되고 있다.
작년 3월, 정부 민원 처리 사이트인 ‘위택스’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를 기억하는가? 갑작스럽게 26만건의 관련 상담이 쏟아지면서 상담사들은 업무량과 업무강도 급증은 물론, 무조건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 결과, 직무 소진 실태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매일 우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정책 때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1인당 하루 통화량이 70콜에서 220콜로 3배 넘게 폭주했고, 5분이었던 대기 시간은 1초로 줄어들었다. 많은 상담사가 이명과 두통을 호소하며 병가에 들어갔다.
이처럼 예견된 ‘민원 홍수’에 대해 정부는 늑장 대처하거나, ‘어딘가 뚫려 있는 하수구가 이 오물을 받아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눈을 감곤 한다. 그러나 그 하수구 역할을 하는 상담사들 역시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는 또 다른 민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결국 진정한 문제 해결은 바로 ‘듣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민원은 반드시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 안에는 자살 충동, 고독사 위험, 직장 내 괴롭힘, 붕괴 우려 현장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둡고 긴급한 문제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단지 듣는 것만으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거나, 때로는 그 자체로 해결이 되는 민원도 존재할 것이다. 민원 해결을 기다리는 이들의 간절함은 단순히 행정 절차를 넘어, 한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가진 민원 시스템의 해답을 찾고 싶다면, 민원의 최전선에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상담사들에게 물어야 한다. 그들은 민원의 전문가이자,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아는 현장의 전문가들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스템의 병목 현상을 개인의 헌신으로 메우는 것은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의 몸은 하나인데, 그만 바라보게 만드는 세상이 과연 옳은 세상인가? 민원을 담당하는 이들조차 자신의 민원을 들어줄 곳이 없어 괴로워하는 현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민원일 것이다. 이제 이들의 고통을 개인의 헌신이 아닌, 시스템의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제주도가 내년 7월을 목표로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한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공공시설물을 전담하는 시설관리공단이 없는 곳은 제주 뿐이다.
제주도는 1실·3본부·15팀, 총 555명으로 구성된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시설이 완공되는 2029년 이후에는 인력이 92명 더 늘어난 647명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도는 지방공기업평가원의 (가칭)제주특별자치도시설관리공단 설립 타당성 검토 결과에서도 공단 설립이 타당하다는 최종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시설관리공단에 포함될 검토 대상은 공영버스, 하수도시설, 환경시설 3개 사업이다. 모두 공단을 통한 운영·관리가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공단이 설립되면 현재에 비해 연 평균 84억원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분석됐다. 주민 설문조사에서도 공단 설립 찬성이 66.2%로 조사됐다. 2019년 56.3% 대비 9.9%p 상승한 수치다.
도는 지난해 10월 말 행정안전부와 1차 사전협의를 완료했고, 같은 해 12월 지방공기업평가원에 타당성 검토를 의뢰했다. 9월 말까지 제주도 누리집에 타당성 검토 결과를 공개한다. 오는 8일 오후 2시에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 4층에서 주민공청회를 열고 이해관계자와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다.
도는 이번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 행안부 2차 협의, 도 설립심의위원회 심의, 조례 제정까지 마무리하고 내년 7월 시설관리공단을 출범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도는 2020년에도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했으나 공무원 노조와 도의회 반대 등으로 무산됐었다. 도 관계자는 “설립 무산 이후에도 공공시설물의 지속적인 증가, 적자 확대, 전문 인력 부족, 민간위탁 비용 증가 등으로 공단 설립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면서 “이번에는 2020년 당시 보다 설립 규모, 사업 범위를 줄였고 공무원 노조, 이해 관계자들과 계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기철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시설관리공단은 제주 공공시설물 관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연간 84억 원의 예산 절감은 물론 전문 분야 청년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간경향] 지난 8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3시간 앞두고 별안간 SNS에 글을 올렸다. “한국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숙청 또는 혁명처럼 보인다. 우리는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 짧은 시간 동안 무수한 해석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숙청’에 특검 수사를, ‘혁명’과 ‘사업을 할 수 없다’에는 노란봉투법을 연관 짓는 해석이 나왔다. 물론 이 해프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번복하면서 일단락됐다.
짧은 해프닝이지만 생각해볼 건 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은 과연 혁명과 짝을 이룰 만한 입법인가. 한국을 사업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아니다. 노란봉투법은 법 공백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쌓이고 있던 ‘원청 회사는 근로조건에 관해 하청 노동자들과 대화해야 한다’는 판례를 뒤늦게 법에 반영한 것에 가깝다. 입법 부작위를 개선한 것을 혁명이랄 수는 없다. 6개월 뒤 법이 시행에 들어가도 당장 원·하청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 보긴 어렵다. 많은 하청 노동자가 노란봉투법에도 불구하고 원청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8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일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이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길을 열었고, 기업이 노조 활동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했다. 헌법과 노동조합법에 이미 적혀 있는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지만, 그간 한국사회에는 이 권리가 없는 사람이 많았다. 대표적인 이들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이른바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이다. 외환위기 전후 외주화 광풍 속에 등장한 이들은 정규직과 비교해 고용은 불안정했고, 임금은 크게 적었다. 더 문제는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도 없었다는 점이다. 노조를 만들어 처우를 개선해온 정규직 노동자들과 달리, 이들은 고용이 불안정하니 노조를 만들 수 없었고, 어렵사리 노조를 만들어도 ‘진짜 사장’인 원청과 협상할 수 없었다.
예컨대 HD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이하 사내하청지회)’는 올해 초부터 6개 하청업체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240여개의 사내하청업체, 약 2만명의 하청 노동자가 일하는데,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한 하청 노동자는 전체의 1% 미만이다. 원청도 아닌 하청업체와의 교섭이지만, 이런 교섭 자체가 9년 만이다. 이병락 사내하청지회장은 “교섭을 요청하면 조합원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교섭 요청 후에 하청업체가 폐업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교섭 넣어도 되는지’ 물으면 ‘안 된다’고 한다”고 했다. 현재의 교섭도 난항을 겪고 있다. 사내하청지회의 요구는 일일 노동시간 기준을 현행 9시간에서 8시간으로 바꾸고, 여름휴가를 보장하며, 경조사 휴일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보장하라는 것 등이다. 이병락 지회장은 “노동자들의 요구는 딱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섭은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 공전 중이다.
난항의 이유는 하청업체에 실권이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자동차 제조사의 하청업체 노조는 겨울에 탈의실 난방기가 고장 나 옷을 갈아입기 힘들다며 하청업체에 난방기 교체를 요구했다. 돌아온 답변은 ‘원청 승인을 받아야 한다’였다. ‘바지사장’인 하청업체에 실제 결정권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원·하청 관계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뭉개는 구조적인 핑곗거리기도 했다. 실질적인 결정권이 있는 원청은 하청 노동자는 하청 소속이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가 나날이 커지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굳어진 배경이다.
헌법상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채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입법부는 몇 차례 군불만 때고 노란봉투법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지난 정부 때 비로소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이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사이 진전을 만든 건 끊임 없이 권리를 위해 싸운 하청 노동자들과 몇몇 사건에서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한 법원이었다.
“하청업체 근로자는 하청업체와의 단체교섭만으로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청 근로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이익을 향유하는 원청에 대해 그 권한에 상응하는 집단적 노사관계상의 책임이 인정될 필요가 있다.” 노조 측의 일방 주장이 아니다. 하청 노동자들과의 교섭을 거부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사건에서 ‘원청이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서울행정법원 판결문 내용이다. CJ대한통운·현대제철 사건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노동시장의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해 법원 판단도 달라진 것이다. 간접고용, 플랫폼 노동자처럼 원청 회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도 실질적으로는 원청에 의해 일하는 방식이 결정되는 이들이 많아졌다. 법원은 싼값에 하청 노동자를 쓰는 원청이 노사 협상의 파트너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자가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노란봉투법 규정은 개혁 입법이라기보다, 법원 판단을 뒤늦게 반영한 후행 입법에 가깝다. 물론 노란봉투법은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노조 활동의 범위를 넓히는 등 노동권 보장에 있어 진전된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는 손해배상을 노조 활동을 봉쇄하는 전가의 보도로 활용해왔던 한국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 해외 주요국은 노조의 쟁의행위 등을 이유로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간 한국 기업들은 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항한 노조 활동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해왔다. 예컨대 현대제철은 이미 불법 파견 판단을 받은 하청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자 24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현대제철은 고용노동부의 불법 파견 시정 명령에도,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노사 극한대립의 단초를 원청이 제공하고도 손해배상을 청구해 노조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이 같은 행위를 차단하고 원·하청 노사 관계를 제도화함으로써,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유인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노사 관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하나의 시스템인데 그간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비제도적인 방법으로 갈등이 분출해왔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 간 교섭 길이 열리면, 갈등을 조정하는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이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리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6개월 뒤 법 시행으로 당장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 보는 하청 노동자는 많지 않다.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일단 자신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인지 법적으로 따져볼 공산이 크다. 택배노조는 2018년부터 CJ대한통운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는데, CJ대한통운이 노동위원회와 1·2심 판단에 불복하면서 사건은 여전히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나아가 의제별로도 법적 판단을 받아보려 할 가능성이 크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2022년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조 활동 보장, 산업안전, 취업 방해 금지 등을 두고 원청 한화오션에 교섭을 요청했다. 원청이 거부하면서 결국 사건이 법원으로 갔는데, 행정법원은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노조 활동 보장과 취업 방해 금지 등 의제에 있어서는 원청이 교섭 상대방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건건이 법원 판단을 받으려 하면 원·하청 교섭은 제도로만 존재하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 전까지 6개월간 사용자 판단 기준, 노동쟁의 범위 등 구체적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기존에 나온 판례들을 법제화한 측면이 있다. 법제화가 되면 사법부에만 맡겨져 있던 것을 행정이나 정책 영역에서도 적극 대응하며 논의가 진전될 여지가 생긴다. 행정기관이 만들어진 법을 어떻게 해석해 지침을 만들고, 어떻게 행정조치를 하느냐에 따라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구조적·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45조원에 이르는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집행에도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가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경제 회복 기대감이 일고 있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전반적인 여건은 더 나빠졌다. 부동산 가격 폭등 우려로 기준금리를 당장 추가로 낮추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 말마따나 국가 재정을 마중물 삼아 혁신 성장과 민생 회복의 두 토끼를 잡아야 한다.
내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의 경제·산업 정책과 연계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분야 예산을 3배 이상 늘리고 AI 대학원을 24개로 늘려 고급인재 1만1000명을 양성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19.3% 늘인 35조3000천억원이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RE100산단 등 에너지 전환 및 탄소중립 관련 예산도 확대했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의 거점국립대학엔 9000억원을 새로 투입한다.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예산이다.
문제는 이들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나라 빚이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적자 국채 발행으로 올해 49.1%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엔 51.6%으로 늘어나고 2029년엔 58%에 이를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예상했다. 증가 속도가 빠르지만 평균 70% 수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하면 다소 여유가 있다.
건전 재정은 중요하다. 재정 상태가 좋아야 경제도 안정되고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건전 재정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긴축과 부자감세로 일관한 윤석열 정부 3년간 한국 경제는 멈췄고 민생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새 정부의 확장 예산이 청년과 기업인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적극 보듬으며, 혁신 성장으로 경제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계기가 돼야 한다.
2025년 7월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현장에선 행정 책임자들은 부재한 채 대통령이 직접 민원을 듣는 기형적인 모습이 펼쳐졌다. 이는 많은 시민이 자신의 문제를 하소연할 마땅한 창구를 찾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그날 그 자리에 모인 시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는 우리 사회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 즉 민원 해결 시스템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모든 민원을 다 다룰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민들은 혹시 모를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대통령 역시 그들의 모든 하소연을 다 들어줄 수 없다는 초조함이 역력한 채, 그 공간을 채웠던 불안감과 좌절을 고스란히 느꼈을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민원이 해결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고 고통스러운 경우가 많다.
첫 번째는 끝없는 ‘기다림’이다. 민원인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 포기하거나, 끈질기게 버텨낸 소수만이 겨우 문제를 해결한다. 두 번째는 고통의 ‘저울질’이다. 민원은 그 고통의 크기나 피해자의 규모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되곤 한다. 이태원 참사 직전 수없이 접수된 위험 관련 민원이 무시된 것처럼, 때로는 사회적 관심과 파장이 큰 사건에만 주목하고 그 이면의 수많은 작은 목소리들은 묻혀버린다. 이는 제도가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가장 많은 민원은 현실적인 해결 가능성과 관계없이, 단지 누군가에게 자신의 억울함과 감정을 쏟아붓는 ‘듣기’로 끝이 난다. 현대 사회가 심리 상담사나 핫라인 상담사를 점점 더 필요로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해결은 할 수 없어도, 누군가 그 이야기를 들어주기에 사회는 붕괴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수많은 갈등과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존재한다. 그리고 이 문제들을 일차적으로 마주하는 이들이 바로 국민콜 110과 같은 민원 상담사들이다. 이들은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불만과 분노를 가장 먼저 감당하는, 일종의 ‘총알받이’ 신세가 되고 있다.
작년 3월, 정부 민원 처리 사이트인 ‘위택스’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를 기억하는가? 갑작스럽게 26만건의 관련 상담이 쏟아지면서 상담사들은 업무량과 업무강도 급증은 물론, 무조건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 결과, 직무 소진 실태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매일 우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정책 때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1인당 하루 통화량이 70콜에서 220콜로 3배 넘게 폭주했고, 5분이었던 대기 시간은 1초로 줄어들었다. 많은 상담사가 이명과 두통을 호소하며 병가에 들어갔다.
이처럼 예견된 ‘민원 홍수’에 대해 정부는 늑장 대처하거나, ‘어딘가 뚫려 있는 하수구가 이 오물을 받아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눈을 감곤 한다. 그러나 그 하수구 역할을 하는 상담사들 역시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는 또 다른 민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결국 진정한 문제 해결은 바로 ‘듣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민원은 반드시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 안에는 자살 충동, 고독사 위험, 직장 내 괴롭힘, 붕괴 우려 현장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둡고 긴급한 문제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단지 듣는 것만으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거나, 때로는 그 자체로 해결이 되는 민원도 존재할 것이다. 민원 해결을 기다리는 이들의 간절함은 단순히 행정 절차를 넘어, 한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가진 민원 시스템의 해답을 찾고 싶다면, 민원의 최전선에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상담사들에게 물어야 한다. 그들은 민원의 전문가이자,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아는 현장의 전문가들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스템의 병목 현상을 개인의 헌신으로 메우는 것은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의 몸은 하나인데, 그만 바라보게 만드는 세상이 과연 옳은 세상인가? 민원을 담당하는 이들조차 자신의 민원을 들어줄 곳이 없어 괴로워하는 현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민원일 것이다. 이제 이들의 고통을 개인의 헌신이 아닌, 시스템의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제주도가 내년 7월을 목표로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한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공공시설물을 전담하는 시설관리공단이 없는 곳은 제주 뿐이다.
제주도는 1실·3본부·15팀, 총 555명으로 구성된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시설이 완공되는 2029년 이후에는 인력이 92명 더 늘어난 647명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도는 지방공기업평가원의 (가칭)제주특별자치도시설관리공단 설립 타당성 검토 결과에서도 공단 설립이 타당하다는 최종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시설관리공단에 포함될 검토 대상은 공영버스, 하수도시설, 환경시설 3개 사업이다. 모두 공단을 통한 운영·관리가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공단이 설립되면 현재에 비해 연 평균 84억원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분석됐다. 주민 설문조사에서도 공단 설립 찬성이 66.2%로 조사됐다. 2019년 56.3% 대비 9.9%p 상승한 수치다.
도는 지난해 10월 말 행정안전부와 1차 사전협의를 완료했고, 같은 해 12월 지방공기업평가원에 타당성 검토를 의뢰했다. 9월 말까지 제주도 누리집에 타당성 검토 결과를 공개한다. 오는 8일 오후 2시에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 4층에서 주민공청회를 열고 이해관계자와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다.
도는 이번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연내 행안부 2차 협의, 도 설립심의위원회 심의, 조례 제정까지 마무리하고 내년 7월 시설관리공단을 출범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도는 2020년에도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했으나 공무원 노조와 도의회 반대 등으로 무산됐었다. 도 관계자는 “설립 무산 이후에도 공공시설물의 지속적인 증가, 적자 확대, 전문 인력 부족, 민간위탁 비용 증가 등으로 공단 설립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면서 “이번에는 2020년 당시 보다 설립 규모, 사업 범위를 줄였고 공무원 노조, 이해 관계자들과 계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기철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시설관리공단은 제주 공공시설물 관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연간 84억 원의 예산 절감은 물론 전문 분야 청년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간경향] 지난 8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3시간 앞두고 별안간 SNS에 글을 올렸다. “한국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숙청 또는 혁명처럼 보인다. 우리는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 짧은 시간 동안 무수한 해석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숙청’에 특검 수사를, ‘혁명’과 ‘사업을 할 수 없다’에는 노란봉투법을 연관 짓는 해석이 나왔다. 물론 이 해프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번복하면서 일단락됐다.
짧은 해프닝이지만 생각해볼 건 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은 과연 혁명과 짝을 이룰 만한 입법인가. 한국을 사업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아니다. 노란봉투법은 법 공백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쌓이고 있던 ‘원청 회사는 근로조건에 관해 하청 노동자들과 대화해야 한다’는 판례를 뒤늦게 법에 반영한 것에 가깝다. 입법 부작위를 개선한 것을 혁명이랄 수는 없다. 6개월 뒤 법이 시행에 들어가도 당장 원·하청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 보긴 어렵다. 많은 하청 노동자가 노란봉투법에도 불구하고 원청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8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일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이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길을 열었고, 기업이 노조 활동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했다. 헌법과 노동조합법에 이미 적혀 있는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지만, 그간 한국사회에는 이 권리가 없는 사람이 많았다. 대표적인 이들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이른바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이다. 외환위기 전후 외주화 광풍 속에 등장한 이들은 정규직과 비교해 고용은 불안정했고, 임금은 크게 적었다. 더 문제는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도 없었다는 점이다. 노조를 만들어 처우를 개선해온 정규직 노동자들과 달리, 이들은 고용이 불안정하니 노조를 만들 수 없었고, 어렵사리 노조를 만들어도 ‘진짜 사장’인 원청과 협상할 수 없었다.
예컨대 HD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이하 사내하청지회)’는 올해 초부터 6개 하청업체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240여개의 사내하청업체, 약 2만명의 하청 노동자가 일하는데,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한 하청 노동자는 전체의 1% 미만이다. 원청도 아닌 하청업체와의 교섭이지만, 이런 교섭 자체가 9년 만이다. 이병락 사내하청지회장은 “교섭을 요청하면 조합원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교섭 요청 후에 하청업체가 폐업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교섭 넣어도 되는지’ 물으면 ‘안 된다’고 한다”고 했다. 현재의 교섭도 난항을 겪고 있다. 사내하청지회의 요구는 일일 노동시간 기준을 현행 9시간에서 8시간으로 바꾸고, 여름휴가를 보장하며, 경조사 휴일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보장하라는 것 등이다. 이병락 지회장은 “노동자들의 요구는 딱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섭은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 공전 중이다.
난항의 이유는 하청업체에 실권이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자동차 제조사의 하청업체 노조는 겨울에 탈의실 난방기가 고장 나 옷을 갈아입기 힘들다며 하청업체에 난방기 교체를 요구했다. 돌아온 답변은 ‘원청 승인을 받아야 한다’였다. ‘바지사장’인 하청업체에 실제 결정권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원·하청 관계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뭉개는 구조적인 핑곗거리기도 했다. 실질적인 결정권이 있는 원청은 하청 노동자는 하청 소속이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가 나날이 커지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굳어진 배경이다.
헌법상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채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입법부는 몇 차례 군불만 때고 노란봉투법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지난 정부 때 비로소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이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사이 진전을 만든 건 끊임 없이 권리를 위해 싸운 하청 노동자들과 몇몇 사건에서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한 법원이었다.
“하청업체 근로자는 하청업체와의 단체교섭만으로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청 근로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이익을 향유하는 원청에 대해 그 권한에 상응하는 집단적 노사관계상의 책임이 인정될 필요가 있다.” 노조 측의 일방 주장이 아니다. 하청 노동자들과의 교섭을 거부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사건에서 ‘원청이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서울행정법원 판결문 내용이다. CJ대한통운·현대제철 사건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노동시장의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해 법원 판단도 달라진 것이다. 간접고용, 플랫폼 노동자처럼 원청 회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도 실질적으로는 원청에 의해 일하는 방식이 결정되는 이들이 많아졌다. 법원은 싼값에 하청 노동자를 쓰는 원청이 노사 협상의 파트너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자가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노란봉투법 규정은 개혁 입법이라기보다, 법원 판단을 뒤늦게 반영한 후행 입법에 가깝다. 물론 노란봉투법은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노조 활동의 범위를 넓히는 등 노동권 보장에 있어 진전된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는 손해배상을 노조 활동을 봉쇄하는 전가의 보도로 활용해왔던 한국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 해외 주요국은 노조의 쟁의행위 등을 이유로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간 한국 기업들은 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항한 노조 활동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해왔다. 예컨대 현대제철은 이미 불법 파견 판단을 받은 하청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자 24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현대제철은 고용노동부의 불법 파견 시정 명령에도,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노사 극한대립의 단초를 원청이 제공하고도 손해배상을 청구해 노조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이 같은 행위를 차단하고 원·하청 노사 관계를 제도화함으로써,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유인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노사 관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하나의 시스템인데 그간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비제도적인 방법으로 갈등이 분출해왔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 간 교섭 길이 열리면, 갈등을 조정하는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이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리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6개월 뒤 법 시행으로 당장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 보는 하청 노동자는 많지 않다.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일단 자신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인지 법적으로 따져볼 공산이 크다. 택배노조는 2018년부터 CJ대한통운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는데, CJ대한통운이 노동위원회와 1·2심 판단에 불복하면서 사건은 여전히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나아가 의제별로도 법적 판단을 받아보려 할 가능성이 크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2022년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조 활동 보장, 산업안전, 취업 방해 금지 등을 두고 원청 한화오션에 교섭을 요청했다. 원청이 거부하면서 결국 사건이 법원으로 갔는데, 행정법원은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노조 활동 보장과 취업 방해 금지 등 의제에 있어서는 원청이 교섭 상대방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건건이 법원 판단을 받으려 하면 원·하청 교섭은 제도로만 존재하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 전까지 6개월간 사용자 판단 기준, 노동쟁의 범위 등 구체적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기존에 나온 판례들을 법제화한 측면이 있다. 법제화가 되면 사법부에만 맡겨져 있던 것을 행정이나 정책 영역에서도 적극 대응하며 논의가 진전될 여지가 생긴다. 행정기관이 만들어진 법을 어떻게 해석해 지침을 만들고, 어떻게 행정조치를 하느냐에 따라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콘텐츠이용료현금화
당일폰테크
성남성범죄변호사
소액결제대행사
성남법무법인
의정부이혼변호사
수원이혼변호사
수원형사전문변호사
인스타그램 좋아요 구매
수원상간변호사
성남성범죄변호사
당일폰테크
대구이혼전문변호사
여성최음제구입
남양주이혼전문변호사
의정부이혼전문변호사
용인강간변호사
인터넷비교사이트
명품쇼핑몰
용인강간변호사
안산음주운전변호사
용인이혼변호사
의정부상간소송변호사
인터넷설치현금
비대면 폰테크
용인불법촬영변호사
양산이혼전문변호사
칙칙이구입
성남성범죄전문변호사
부산홈페이지제작
수원형사전문변호사
유튜브 조회수 구매
안산이혼전문변호사
안양학교폭력변호사
수원형사전문변호사
용인대형로펌
수원이혼변호사
안산이혼전문변호사
수원성추행변호사
가전내구제
분당강제추행변호사
창원이혼전문변호사
네이버 홈페이지 상위노출
본그린
상간녀소송
용인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의정부음주운전변호사
용인검사출신변호사
의정부변호사
안양상간소송변호사
인터넷비교사이트
안양법무법인
분당강간변호사
창원이혼전문변호사
용인법무법인
위자료
수원검사출신변호사
국어시험
백링크
피망머니
여자레플리카
웹사이트 상위노출
수원형사전문변호사
비닉스구입
<
- 이전글 핫플✪룰라천국.com✪테이트토브리스마일앙팡롤솔랭배팅토토 25.09.02
- 다음글 엑스툰 주소 ❤️대왕보증.org❤️추천인1234|제재X 토렌트티티 주소 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