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창원이혼전문변호사 필리핀서 효과 본 ‘코리안데스크’, 캄보디아서도 통할까···“외교적 수단 동원해야”
- 이길중
- 25-10-17
- 46 회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경찰청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현재 코리안데스크는 필리핀과 베트남, 태국 등 총 3개국에 설치돼 있다. 필리핀은 마닐라·앙헬레스·세부 등 3개 도시에 경감급 코리안데스크 총 3명이 파견돼 있다. 베트남에는 현지인 경찰관이 코리안데스크 역할을 하고 있고, 태국에는 ‘경찰 협력관’이란 이름으로 2명이 파견돼 근무 중이다.
이날 경향신문이 코리안데스크로 근무했던 경찰관 2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종합하면, 코리안데스크는 현지 경찰청 등에 직접 파견돼 현지 사무실로 출퇴근하며 근무한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에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상대로 자행된 청부 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필리핀에서 효과를 본 코리안데스크 제도를 캄보디아에도 도입해 한국인이 납치·감금돼 범죄에 동원되는 등의 일을 막아보자는 게 경찰의 방안이다. 하지만 필리핀 상황과 캄보디아 상황은 다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올해 1~8월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의 주요 실적을 살펴보면 대체로 국외도피사범 추적 등 외근활동(74건) 및 검거 지원활동(38명) 등에 집중돼 있었다. 현재 캄보디아에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국제공조 업무나 재외국민 보호 업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캄보디아에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해도 바로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경찰관들에게 코리안데스크가 생소할 수 있어 이를 설명하고 관계를 다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캄보디아는 영어가 공용어인 필리핀처럼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설치 초기부터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을 수 있고, 특진 등 ‘당근’이 주어지지 않으면 캄보디아 파견에 지원자가 부족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코리안데스크를 통해 경찰 단계에서 협조가 원활히 돼도 정치권과 정권 고위층이 개입해 수사를 방해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실제 경찰청은 지난 8월 사망한 채 발견된 한국인 대학생 부검에 참여하는데 현지 경찰과 일정 부분 합의했지만 캄보디아 정권 상층부가 바로 승인하지 않아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외사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본 경찰관 A씨는 “현지 범죄 조직이 경찰 등과 결탁했다는 의혹이 있어서 코리안데스크가 도입돼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외교적 압박을 통해 정권 차원에서 한국인 범죄 근절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살아있었다. 추석날 보름달은 보지 못했지만 조용필은 보았다. 한국인들은 KBS에서 방영된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공연을 통해 조용필을 재발견했다. ‘그래, 우리에겐 조용필이 있었지.’ 그의 노래는 세월의 모서리를 닦아주었다. 물기 어린 시대를 건너온 사람들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젊은 시절을 불러내어 옆에 앉혔다. 과거를 더듬어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렸다. 누군가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동안 수고했어.” “그래도 이렇게 살아냈잖아.” 그의 노래에는 모두의,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그렇게 조용필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물했다.
“노래하지 않으면 소리가 늙는다.” 그는 쉬지 않고 연습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저음이 튼실했고, 음이 가볍게 날리지 않았다. 조용필은 무대에서 노래하다 죽고 싶다고 했다. 노랫말처럼 먹이를 찾아 산 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에 올라 눈에 덮여 얼어 죽는 표범, 자신도 무대에 올라 자신의 노래에 덮여 떠나가고 싶다.
그의 노래는 슬프다. 충분히 슬퍼진 후에 슬픔을 노래한다. 그래서 그 슬픔이 살아있다. 트로트도 그가 부르면 완전히 새롭다. 목(음)을 꺾지 않아도 목소리 안에 전혀 다른 슬픔이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깨를 올리며 온몸의 기를 모아 토해내는 고음은 ‘작은 입의 기적’이다. 조용필 노래를 듣고 있으면 우리 민족이 지닐 수밖에 없는 슬픔의 유전자가 떠오른다. 김민기, 신중현, 이미자, 송창식, 패티김, 김광석 등의 노래도 슬프다. 무늬가 다를 뿐이다. 이 땅에서 생산된 노래에는 왜 이토록 슬픔이 많이 묻어있는가.
K콘텐츠는 잔인하고 무자비했던 역사에 피를 대고 있다. 이 땅에서는 거의 100년마다 전쟁이 벌어졌다. 그래도 살아야 했다. 살아남은 자들끼리 연대해서 참화를 극복했다. 현대사에서도 한국전쟁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헤쳐 나왔고, 이어진 군부독재도 민중이 일어나 종식시켰다. K콘텐츠에 영웅들의 이야기는 드물다. 거의가 약자들이 연대해 악을 물리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극복의 서사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남녀 주인공들이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마침내 어둠을 걷어낸다. 참혹한 역사를 지녔지만 흥이 많은 민족은 한을 신명으로 풀어냈다. 일찍이 시인 조지훈은 우리 예술에 서려 있는 슬픔은 퇴폐의 슬픔이 아니라 꿈과 결부된 희구(希求)의 슬픔이라고 했다. 또 미술학자 최순우는 우리의 조형물에 슬픔과 해학의 아름다움이 함께 존재한다면서 이를 ‘고요한 익살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요한 하위징아는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인류 문명이 놀이를 통해 발전해왔다고 주장한다. 놀이가 문화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문화가 놀이의 일부라는 것이다. 예술은 물론이고 전쟁에도 놀이의 규칙과 형식이 있으며, 종교의식도 신성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뤄지는 역할극이라고 했다. 그런데 세계 인류학계는 ‘가장 잘 노는’ 무리로 한민족을 지목한다. 아마도 참혹한 역사가 있으니 함부로 놀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 함께 모여서, 결코 화려하지 않게, 또 진심을 다했을 것이다. K콘텐츠를 깊이 들여다본 김정섭 교수는 문화강국으로 떠오른 원인으로 ‘잘 노는 유전자’를 들었다.
“한국인(우리 한민족)은 서양 음악 대부분의 원류가 된 아프리카인과 함께 ‘여흥’과 ‘정한’에 가장 능한 민족으로 세계 인류학계에서도 손꼽힌다. 하위징아가 말한 ‘호모 루덴스’의 전형인 민족이다. 한국인은 유사 이래 자연과 적의 거대한 도전을 이겨내고 일궈낸 가족과 공동체의 숭고한 가치와 성취를 신명과 흥으로 돋구었다. 전쟁, 정변, 이산 등으로 점철된 질곡의 역사를 정한과 신원으로 극복하는 초월감각과 몰입력을 갖춘 ‘문화술사(文化術師)’의 유전자를 배양해 전수해왔기에 세계 문화를 주도하게 되었다.”
우리 문화는 저급하지 않다. 숱한 이민족의 문화가 유입되었어도 동화되지 않고 이를 여과시켜 재창출했다. K콘텐츠에는 민초들이 연대해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을 퇴치하는 ‘치유의 서사’가 있다. 승리가 아닌 살아내는 이야기가 숨 쉬고 있다. 우리에게는 슬픔을 다스리는 육화된 지혜가 있다. 삭히고 발효시키고, 씻기고 어루만져서 슬픔을 정화시켰다. 그런 후에 가슴에 품었다가 서로 나눠 가졌다. 그렇게 절망을 거세한 ‘슬프지 않은 슬픔’에 세계인이 공감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조직을 160명 규모로 키우는 안을 추진하면서 박사급 전문위원은 4명만 행정안전부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교위가 위상 확립을 위한 몸집 불리기 과정에서 전문인력 확충보다 공무원 자리 챙기기에 더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교위는 행안부와 증원 협의를 하면서 소속 직원을 160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했다. 국교위의 증원안에는 정책 설계와 연구를 담당할 전문위원 8명을 두는 안이 담겼다. 이중 전문위원 4명은 박사급 전문위원, 4명은 일반직 공무원으로 채우겠다고 했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중장기 계획, 국가교육과정을 만드는 기관으로 2022년 9월 출범했다. 국교위가 교육 정책의 틀을 짜면 교육부가 집행·실행 하도록 역할을 나눴다. 국교위 출범 당시 최종적으로 확정된 정원은 32명이었다. 국가교육위원회법은 조사·연구를 수행하는 전문위원을 둘 수 있도록 했지만 지금까지 상근 전문위원은 1명도 없었다. 국교위는 지난 3년간 분과별 전문위원회에서 위촉된 교수, 시민사회 인사들이 수개월에 한 번씩 모여 회의를 하고 의견을 전원회의에 올리는 식으로 운영됐다.
국가 교육정책의 틀을 논의하는 기관이지만 조직 규모가 적고, 전문인력도 부족해 교육위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이어져 왔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3년 전문가 집담회’에서 반상진 전북대 명예교수는 “국교위는 자체적인 정책개발 기능이 없고, 전문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회의만 하는 기능뿐이었다”며 “정원 확보가 어려우면 파견 형태로라도 상근 직원을 받아야 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는 104명으로 정원을 늘리는 안을 제시했고 이 대통령이 국교위 정상화를 언급하면서 국교위 몸집불리기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국정기획위 안보다도 60명을 더 늘리면서 전문 연구인력은 최소화하려는 국교위 움직임에 국교위 안팎에선 우려가 나왔다. 공무원 위주로 조직이 커지면 교육부, 행안부 직원들의 승진 자리 마련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고, 정책 설계 기능의 전문성 확보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교위 전문위원회에 참여 중인 A교수는 “여건에 따라 필요 연구인력은 달라질 수 있지만 중장기 교육계획, 국가교육과정, 국민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와 관련된 전문인력이 20명가량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교위는 행안부에 제안한 안일 뿐 정원 규모와 구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국교위 관계자는 “한 두 달에 한 번 회의를 했더라도 분과별 전문위원회는 충분히 전문성을 갖추고 운영됐다”고 했다. 국교위나 교육부 내부에선 조직에 박사급 인력은 개성이 강해 융화가 어려운 점 등도 우려한다.
국교위 위상을 재정립하면서 국회 추천 비상임위원 임명 과정도 국회 의결을 거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교위 위원은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18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국회 추천 몫 비상임위원은 9명인데, 국회법에 따라 표결이 이뤄져야 했지만 관행적으로 표결 절차를 생략해왔다. 현재 국교위 비상임위원 중에는 리박스쿨 연루 의혹이 제기된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서부지법 폭동사태 변호인인 연취현 변호사 등이 활동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회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다른 기관은 비상임위원 추천 시 본회의 의결을 거쳤다”며 “국회가 비상임위원 추천 시 본회의에서 표결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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