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탐정사무소 초현실주의와 다큐멘터리의 만남 [카메라 워크 K]
- 이길중
- 25-10-19
- 13 회
둘의 만남은 동시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50여 년 전, 강운구 작가는 이미 랄프 깁슨의 사진집을 보았기 때문. 랄프 깁슨은 강 작가가 내민 그의 사진집 <몽유병자 The Somnabulist>(러스트럼, 1970) 초판본에 싸인을 했다. 이듬해 나온 랄프 깁슨의 사진집 <블랙 3부작 The Black Triology>(고은사진미술관, 2023)에는 강운구 작가의 글이 수록됐다.
이러한 인연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필연이였을까? 이 두 사진가의 사진전이 부산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강운구 작가의 <우연과 필연>, 그리고 랄프 깁슨의 <블랙 3부작>이다. 강 작가의 사진은 수영만 요트경기장 근처의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랄프 깁슨의 사진은 해운대구청 앞 고은깁슨사진미술관에 전시 중이다.
고은 깁슨 사진미술관은 ‘몽유병자The Somnambulist, 1970’, ‘데자뷰Deja-Vu, 1972’, ‘바다에서의 날들Days at Sea, 1974’로 구성된 《블랙 3부작The Black Trilogy》을 재조명한다. 1970년대 초기 대표작 젤라틴 실버 프린트 120여점이다. ‘몽유병자’는 랄프 깁슨이 자기 작품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출판사 ‘러스트럼’을 차리고 만든 첫 번째 사진집이다. 2년 후 ‘데자뷔’가, 또 2년 후에는 ‘바다에서의 날들’이 제작됐다. 전시장 곳곳에는 랄프 깁슨의 다양한 사진집과 한국과의 인연을 보여주는 기록들을 볼 수 있다. 강운구 작가와 교류를 담은 사진들까지. 전시는 내년 8월까지 열린다.
“한 마디로 ‘붕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영화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촬영 중반쯤 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 이외의 촬영 현장 소식을 들은 바가 없습니다.”
<서울의 봄>(2023)으로 1300만 관객을 모은 김성수 감독은 지난 18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미쟝센단편영화제 ‘한국 영화의 도약을 위한 제언’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파묘>로 12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은 장재현 감독도 ‘붕괴’라는 표현에 동의했다.
지금 촬영 중인 한국 영화가 없다는 건 2년 뒤 개봉할 영화가 없을 거란 걸 뜻한다. 소위 ‘대작 영화’가 적었던 올해 상황도 일찌감치 예견됐던 바다. 천만 영화는 언감생심이다. 현재까지 올해 누적관객수 1위는 563만 명의 <좀비딸>, 2위는 337만 명의 <야당>이다. 이현정 쇼박스 영화사업본부장은 “올해처럼 흥행작이 많지 않으면 투자할 돈이 부족해서 큰 영화를 제작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감독·배우를 막론하고 ‘이 사람이면 본다’하는 흥행 보증 수표가 사라진 것도 근래의 특징이다. 이영주 CJ ENM 영화 사업전략 팀장은 “흥행 공식이 무너졌고,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했다. 투자배급사들은 “규모에 관계없이 자기만의 색이 있는 영화”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모두를 대상으로 한 안전한 영화를 추구하던 건 옛일이 됐다”고 했다. 연상호 감독 <얼굴>이 러닝개런티를 약속하며 초기 제작비를 2억대로 낮춘 사례를 언급한 그는 “제작비를 낮추고 지분 투자, 해외 투자를 받을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영화의 위기는 극장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오는 29일 폐점한다. CGV는 올해 들어서만 12개 지점을 폐점했다. 개관 6년밖에 되지 않은 메가박스 성수점도 지난 12일 영업을 종료했다.
현재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적은 작품 수에 상영 경쟁이 줄어들었다는 이점은 있다. 올해 <야당>과 <보스>를 연이어 흥행시킨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김원국 대표는 “한 주에 세 편, 명절에는 네다섯 편이 개봉하던 이전과 비교하면 요즘은 개봉작이 일주일에 하나, 한 달에 하나일 때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1~2주면 극장 상영이 끝나던 때와 달리 요즘은 3~4주를 넘어 한 달 넘게 장기 상영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2022년부터 3개년 간 누적 관객수 TOP20에 든 영화 중 손익분기점(BEP)을 넘은 영화는 40%에 불과했다”며 “올해에는 ‘돈을 번 영화’의 비율이 오히려 65%로 올랐다”고 했다. 수요일 개봉 관행을 따르기보다 각 영화 특색에 맞는 개봉 전략을 펴는 사례도 늘었다.
참석자들은 “위기를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최근과 같은 환경이 신인 감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경험하지 못한 화법과 이야기, 새로운 사람들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특히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장 감독은 “이전엔 이 영화제가 배우와 감독, 스태프들의 ‘은근슬쩍’ 등용문이었다면 이제 그 역할을 대놓고 하려고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는 감독들이 실무를 맡고 출품작을 심사하는 만큼, 앞으로 이 영화제가 업계 사람들과 신인 창작자 사이의 교두보 역할을 더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예비 창작자들에게 새로움뿐 아니라 ‘재미’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나는) 예산이 크든 작든, 작가주의적이면 더 작가주의적이고, 웃기려면 요절복통하고, 무서우면 더 무섭고. 놀이공원으로 치면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청룡열차 같은 걸 만들려고 한다”면서 “창작자 스스로 (내 작품이) ‘재미 있는지’를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공천 개입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두 번째 공판이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이날 재판에는 이른바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제보자 강혜경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강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20대 대선 과정에서 명태균씨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강씨는 명씨가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부소장이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일했다.
당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정필씨와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전 임원 민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예정돼 있었으나, 두 사람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검팀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 주요 인물 27명의 증인신문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달 주신문을, 다음 달 반대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2012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지난 8월29일 구속기소 됐다.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공모해 2022년 4∼7월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교단 지원 관련 청탁을 받고 고가 목걸이 등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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