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충북 폰테크 [책과 삶] 꼬마 늑대가 우두머리 될 때까지…6175일의 관찰
- 이길중
- 25-06-22
- 194 회
복원 사업으로 들여온 14마리공원에 정착하는 이야기 담겨
아버지·의붓아들의 대립 등다큐멘터리 보는 듯 ‘생생’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늑대 8번이 있다. 덩치 큰 형제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작은 잿빛 늑대다. 그는 먹잇감으로 잡아온 고기도 항상 맨 나중에 먹었다. 서열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8번에겐 누구도 엿보지 못한 영웅의 자질이 있었다. 어느 날 형제들이 숲에서 커다란 회색 곰이 사냥한 새끼 엘크를 빼앗다 곰에게 쫓기게 된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가장 뒤처져서 달리던 8번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곰과 정면으로 맞선다. 곰은 깜짝 놀라 움직임을 멈췄고, 그사이 형제들은 멀리 달아날 수 있었다.
옐로스톤의 늑대 해설사였던 저자는 멀리서 망원경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의 명언을 떠올린다. “영웅은 아무도 보지 않아도 올바른 행동을 한다.” 며칠 후 저자는 8번이 무리의 선두에서 암컷 무스를 쫓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영웅의 탄생이다.
사실 8번의 고향은 캐나다다. 1995년 1월, 옐로스톤 늑대 복원 사업을 위해 현지에서 포획돼 다른 야생 늑대 열세 마리와 함께 공원에 발을 들였다.
울프 8릭 매킨타이어 지음·노만수 옮김사계절 | 352쪽 | 2만3000원
1872년 미국은 와이오밍주, 몬태나주, 아이다호주에 걸쳐 있는 8933㎢의 대지를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옐로스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천혜의 자연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당시 시민들은 물론 공원관리국도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가 다른 동물들의 삶을 파괴하고 관광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해로운 동물이라 생각했다. 늑대 포획이 시작됐고, 1926년까지 옐로스톤의 모든 늑대를 사냥했다.
생태계의 한 고리가 사라지자 자연은 급속도로 무너졌다. 포식자가 사라진 뒤 엘크와 들소 같은 초식동물이 초원의 풀과 강가의 새싹을 먹어치웠다. 풀과 나무가 사라진 들판으로 철마다 강물이 범람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실수를 깨닫고 생태계 재건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 늑대 복원이 있었다.
영웅에겐 그의 일대기를 기록할 관찰자가 필요하다. 저자가 이 역할을 한다. 늑대 연구자로서 오래전부터 일해온 그는 옐로스톤의 늑대 해설사로 부임한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정부가 막판에 해설사에 대한 예산 지원을 끊자 매킨타이어는 자신의 책 <늑대사회> 홍보 사인회에서 직접 옐로스톤 해설사 배치에 필요한 기부금을 모은다. 마지막 강연에서 드디어 목표 금액이 모두 모이고, 그는 옐로스톤에 발을 들여놓는다.
매킨타이어는 옐로스톤에서 25년간 일하면서 2000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6175일 연속으로 야외 관찰에 나섰다. 늑대를 관찰한 횟수는 총 9만9937회에 이르고 매일 기록한 관찰일지는 1만2000쪽에 달한다.
이 같은 열정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8번을 포함한 열네 마리의 늑대가 처음 옐로스톤에 발을 들이고 그들이 공원에 정착하는 이야기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심도 있게 펼쳐진다.
처음 늑대들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에만 머문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레인저들이 울타리 문을 열어 두지만, 늑대들은 두려움에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문이 아닌 곳에 구멍을 뚫고 사슴 사체를 가져다 둔 뒤 늑대를 유혹해 공원으로 끌어낸다.
옐로스톤의 동물들에게도 늑대는 낯설었다. 엘크들은 늑대를 만나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다가간다. 엘크도 늑대가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던 것이다.
장대한 자연의 한 부분으로 성장해가는 늑대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중심은 알파 수컷(무리의 리더)으로 성장한 8번과 그의 의붓아들인 늑대 21번이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서로 다른 무리의 리더가 된 8번과 21번이 부딪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신의 무리를 상대 무리에게 잃은 만큼 회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자신을 키워낸 의붓아버지와 싸워야 하는 21번, 늙어서 4개의 송곳니 중 두 개는 사라지고 하나는 부러진 8번이 쫓고 쫓기는 상황에 대한 묘사는 생태계의 일부로 살아가는 개체가 마주하는 비정한 운명처럼 느껴져 감동을 준다.
전반적으로 집요한 관찰을 세심한 묘사로 풀어내 소설만큼 읽는 맛이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생존 투쟁한 영웅들의 서사시”라고 했다.
리그 정상급 배출한 숭의여고훈련 불가…정현 이후 맥 끊겨초중고 여자팀 줄어드는 추세“국제대회·프로 경쟁력 약화 탓”
‘농구 전설’ 박찬숙부터 국제무대를 누비는 ‘슈퍼 가드’ 박지현까지. 리그 정상급 선수들을 다수 배출한 여자농구 명가 숭의여자고등학교 농구부가 해체 위기에 놓였다.
2025년 등록 선수가 0명이다. 극심한 선수 수급난에 시달리는 한국 여자농구의 현실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19일 현재 숭의여고 농구부에 등록된 선수는 0명이다. 2021년 7명, 2022년 9명, 2023년 5명, 2024년 6명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다가 올해 기존 선수들이 부상이나 학업을 이유로 팀을 이탈하면서 농구부는 해체 위기에 놓였다.
숭의여고 관계자는 “현재 선수로 등록된 인원은 없고 농구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한두 명 있는 정도”라며 “작년에도 대회 출전 인원 5명을 채우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숭의여고 농구부는 코치가 없다. 2006년부터 농구부를 지도해온 최철권 감독은 은퇴를 앞두고 있다. 후임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지만 선수가 없어 훈련이 불가능하다. 숭의여고 관계자는 “농구의 역사가 있는 학교이니만큼 부흥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며 “숭의여중 농구부와 스포츠클럽 등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현(19)이 2024년 여자프로농구(WKBL) 부천 하나은행 소속으로 데뷔한 뒤 농구부는 대가 끊긴 상태다. 정현이 농구부에서 뛰었던 2023~2024년에도 숭의여고는 교체 선수 없이 5명으로 경기를 치렀다.
2024년 춘계대회에서 가까스로 결승에 진출했으나 7명이 뛴 선일여고에 61-100으로 대패했다. 2024년 연맹회장기 청주여고와의 8강전에서는 5명이 뛰던 도중 경기 종료 2분30초를 남겨두고 1명이 다치면서 4명이 남은 시간을 소화했다. 12점 차로 앞서가던 숭의여고는 결국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선수 부족은 비단 숭의여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기준 전국 학교 운동부에 소속된 19세 이하 여자농구 선수는 595명에 불과하다. 같은 연령대 남자농구 선수(1222명)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10년 전인 2015년(688명)에 비해 100명 가까이 줄었다. 초중고 엘리트 여자농구팀 수는 2015년 66개에서 2025년 60개로 줄었다.
최철권 감독은 “2024년에 뛰었던 선수들이 다 졸업해버리고 숭의여중 농구부에서 올라오는 선수도 없는 데다가 기존에 있었던 선수 3명마저 부상으로 그만뒀다”며 “학교 측에서는 ‘선수만 확보되면 농구부를 해체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은 상태라서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팔방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숭의여고 출신인 김은혜 WKBL 해설위원은 “과거에는 숭의초등학교부터 연계 학교로 올라가는 시스템이었는데 최근에는 학교보다는 감독과 코치를 따라가는 추세라 유출이 많이 생긴 것 같다”며 “제 세대와 달리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많이 약해진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김 해설위원은 “여자농구 국제대회 성적도 좋지 않고 프로에 진출해도 1~2년차에 그만두는 선수가 많다 보니 엘리트 농구의 의미가 크게 약해진 상태”라고 짚었다.
국세청이 계열사에 가짜 일감을 줬다는 의혹으로 SK텔레콤을 검찰에 고발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조세범칙위원회를 열어 부가가치세 등 탈루 혐의를 받는 SK텔레콤 법인과 당시 임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SK텔레콤이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은 정황이 짙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은 2013년~2015년 1월 정보기술(IT) 계열사인 SK C&C(현 SK AX)에 가짜 일감 수백건을 몰아주면서 매출을 부풀려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일감을 받은 SK C&C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부가가치세 10%를 공제받는데, 국세청은 이 중 일부 세금계산서가 가짜였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은 가짜 일감 규모가 수백억원대일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 같은 혐의로 SK텔레콤을 현장조사한 바 있다. 이 사건 배경에는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 등에선 SK C&C와 그룹 지주회사 SK(주)의 합병을 앞두고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을 키우려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SK C&C는 최 회장이 SK그룹을 지배하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한 회사다.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었고, SK(주)와 SK C&C는 2015년 8월 합병했다. 최 회장 측은 SK C&C 지분을 40% 넘게 보유하고, SK C&C가 ‘옥상옥’ 형태로 SK(주)의 최대주주 역할을 해왔다. 최 회장이 두 회사의 합병 전 가지고 있던 SK(주) 지분은 0.5%에도 못 미쳤으나, 합병 후 지분율이 23.4%로 뛰었다.
검찰 안팎에선 이들 회사 합병 전에 SK C&C의 기업 가치를 높여놔야 합병 후 최 회장의 지배력이 강해질 수 있는 구조라고 본다. 한편, 대검찰청은 조세범죄를 수사하는 서울북부지검에 이번 사건을 배당했다. 경찰 수사도 이와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수사 관련 요청이 오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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