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폰테크정보 SPC그룹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출범···“노동자 사망사고, 심각한 우려”

폰테크정보 SPC그룹은 윤리·준법 체계를 감독하는 상설 독립 기구인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19일 밝혔다. 위원장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맡았다.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는 윤리·준법 관련 정책과 규정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원장 외에 외부 위원 3명과 회사 내부 위원 1명으로 구성된다. 또 SPC그룹 내 실무를 전담하는 사무국을 별도로 설치해 운영한다.
위원장으로 선임된 김 전 대법관은 2016년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과 2018년 김용균씨 사망 사고 관련 특별조사위원장을 맡았다. 2018년에는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가족대책위원회 추천으로 조정위원장을 맡아 피해보상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2020년 삼성전자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다양한 사회적 현안에서 중재·조정 역할을 맡아왔다. 현재는 법무법인 지평 고문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외부 위원으로는 여연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와 이정희 중앙대 교수, 문은숙 국제표준화기구(ISO) 소비자정책위원회 의장을 위촉했다. 회사 내부 위원은 경재형 파리크라상 대표이사가 맡았다.
SPC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는 지난 16일 1차 회의를 열고 SPC그룹의 준법 이슈 점검과 함께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 현황을 검토했다.
특히 최근 SPC삼립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며 안전사고에 대한 심층적인 원인 조사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또 회사의 자발적 조치와 변화 선언만으로는 대외적 신뢰 회복과 근본적 개선이 어렵다며 위원회가 선임한 외부 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해 제빵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김지형 위원장은 “위원회는 SPC그룹에 준법 문화가 완전히 정착되는 것을 목표로 준법 감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콘택트(1997)와 오컴의 면도날
“우주에서 우리 둘 뿐이라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겠지”
외계인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이만한 답변이 있을까. 이 답변은 영화 <콘택트>에서 나왔다. 우주에 푹 빠져 있는 9세 꼬마숙녀 엘리가 잠들기 전 “다른 행성에도 누가 살까요”라고 묻자 아빠는 인자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한다.
1997년 개봉한 <콘택트>는 <백투더 퓨처>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 등을 연출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작품이다. 개봉된지 30년가까이 흘렀지만 지금도 우주를 소재로한 SF영화를 얘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영화의 원작은 천체물리학자이자 작가인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이다.
밤마다 미지의 상대와 교신을 기다리며 단파 방송에 귀기울이는 소녀, 엘리가 있다. 하지만 소형 송수신기로는 한계가 있다. 엘리가 중얼거린다. “안테나가 더 커야겠어”. 더 먼 곳에 있는 상대와 대화를 하기 위해 그녀가 택한 직업은 천체물리학자. 그녀는 외계 어딘가에 지적생명체가 있다고 믿고 SETI 프로젝트에 매진한다.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란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전파를 사용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수신해 분석해 외계인의 존재를 찾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공상과학같은 이 발상은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연구비 지원이 중단된다. 엘리는 대기업인 해든인더스트리로부터 간신히 연구비 지원을 받지만 성과는 없다. 함께하던 동료 연구원마저 이제 그만하자고 할 때 베가성(직녀성)으로부터 신호가 탐지된다.
해독결과 인공적으로 보내온 신호라는 것이 밝혀지고, 정부도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한다. 외계에서 보내 온 신호를 분석해보니 기계장치의 설계도다. 알고보니 이는 행성간 워프 게이트를 통해 이동이 가능한 캡슐. 인류는 미지의 지적생명체를 만나기 위한 대표를 보내기로 한다. 기준은 인류의 표준이 되는 사람이다. 그 대표, 누가 될까?
우여곡절 끝에 낙첨된 사람은 엘리다. 엘리는 몇개의 웜홀을 통과한 뒤 베가성에 이르고, 마침내 외계인을 만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외계인의 모습은 아니다. 엘리의 무의식 속 아름답게 남아있는 플로리다 펜사콜라의 해안가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마침내 돌아온 엘리. 하지만 캡슐안에 설치해놓은 소형카메라에는 아무것도 녹화가 돼 있지 않다. 엘리는 18시간 동안 우주여행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외부에서 볼때는 그저 캡슐이 바다로 떨어지는 찰나에 불과했다. 막대한 돈이 들어간 외계여행 프로젝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미 의회 청문회가 열린다. 엘리는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고 주장하지만 근거가 없다.
청문회 의장인 키츠는 말한다. “어떤게 더 말이될까요? 외계인으로부터 메시지가 와서 마법의 기계를 타고 은하계의 중심에 갔다가 아버지와 윈드서핑을 한 후 1초도 안돼 증거하나 없이 집으로 돌아온 것? 아니면 당신의 경험은 해든의 마지막 퍼포먼스에 자신도 모르게 출연한 결과였다는 것?” 그러면서 결론 짓는다. “해든이 우리를 갖고 논겁니다.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화려하고 비용이 많이들고 정교한 사기극이었다는 겁니다.”
키츠가 이같은 결론을 내리데 적용한 논리는 ‘오컴의 면도날’이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가장 단순한 설명이 답이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단하나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먼우주에 있는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하려면 복잡한 설명해야 하지만,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 환각을 봤다고 말하면 설명이 매우 쉬워진다.
오컴의 면도날은 14세기 영국의 오컴 지방에 산 윌리엄(William of Ockham)이라는 철학자겸 수도사가 제안한 철학적 접근법이다. 오컴은 “어떤 것을 설명함에 있어서 불필요한 가정을 하지 마라”고 주장했다. 가정을 늘리면 늘릴 수록 틀릴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지각을 했는데 “늦게 일어났다”와 “외국인 무리들이 길을 물었고, 그들에게 길을 목적지까지 안내해주느라 늦었다”라고 한다면 “늦게 일어났다”가 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기꾼은 말이 많다.
이같은 철학적 접근법은 마치 불필요한 가정과 가설을 면도날로 잘라버리는 것과 같다는 뜻에서 ‘오컴의 면도날’이라고 부른다. 오컴의 면도날은 경제성의 원리, 단순성의 원리라고도 부른다.
오컴의 면도날은 이후 과학적 사고에 확장돼 적용됐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같은 종류의 자연현상을 설명함에 있어서 가능하다면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지상계와 천상계를 다르게 봤다. 하지만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이유도,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이유도 하나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만유인력의 법칙을 제시했다.
경제이론의 기본 원리인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가 오캄의 면도날의 경제학 버전으로 볼 수 있다. 세테리스 파리부스란 ‘모든 조건이 같다면’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현실의 복잡성을 무시하고 경제이론을 단순화시킨다. 즉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른다’는 수요공급법칙은 소득수준, 취향, 대체제, 정부개입, 통화량, 국제무역 등의 변수를 모두 배제했을 때 적용할 수 있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잡힌다거나 고소득층의 소비하면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낙수효과도 여러 변수들이 있다면 빗나기 쉽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고 경기만 나빠지는 스테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고소득층 소비가 늘어나도 양극화만 심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오컴의 면도날은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만약 충분한 정보가 주어졌다면 쓰기 어렵다. 또 제거된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면도날로 가설을 쳐내는 것은 진리일 확률을 높여준 것에 불과하다.
청문회의장인 키츠는 ‘오컴의 면도날’을 들며 엘리가 “환각에 빠진 것에 불과하다”고 결론내린다. 하지만 엘리는 “나는 경험했지만, 증명할 수는 없다. 설명할 수도 없다. 그러나 내가 인간으로서, 나라는 존재로서 그것은 진짜였다”며 자신의 생각을 꺾지 않는다. 오컴의 면도날이 절대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반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론 증명할 수 없더라도 사실인 것들이 있다. 예컨대 신의 존재를 믿으면서도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고,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가족을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 오캄의 면도날을 존중하면서도, 숭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2년 6월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집단학살을 당했던 소수 민족 하자라족인 카디제(32)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돌아가면 목숨이 위험했던 카디제는 싸울 수밖에 없었다. 약 3년 만인 지난 5월 카디제는 소송 끝에 난민으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
오는 20일 ‘세계난민의날’을 이틀 앞둔 지난 18일 서울 중구 공익법센터 어필 사무실에서 카디제를 만났다. 한국이 유엔 난민협약을 비준한 1992년으로부터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난민 인정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난민인권단체는 ‘국제적 전쟁 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특히 분쟁 지역에 대해선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서 태어나 자란 아프가니스탄 국적 카디제는 2013년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목숨을 잃을 뻔 했다. 대학 진학을 위한 비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방문해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탔던 그는 다수 민족인 파슈툰족 택시기사에게 납치됐다. 차량 내부에는 긴 총이 보였다. 카디제는 “내려달라고 해도 내려주지 않았다가 사람과 차가 많은 곳에 가서야 내릴 수 있었다”며 “계속 타고 있었다면 지금 살아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이후 이란에서 지내던 카디제는 2020년 어학연수를 위해 한국으로 왔다. 2021년 8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했다. 카디제가 이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해서 비자를 연장해야 했지만 입국 자체가 위험했다. 카디제는 2022년 2월 광주출입국사무소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 넉달 뒤 그가 받아든 결과는 ‘난민 불인정’이었다.
탈레반이 재집권하자 하자라족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벌어지고, 집단 학살도 빈번했다. 카디제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 매체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탈레반의 여성 인권 탄압을 비판한 적도 있다. 카디제는 “탈레반도 분명히 다큐멘터리를 봤을 것”이라며 “실명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를 해서 위험이 커졌는데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나온 법원의 판단은 출입국사무소와는 달랐다. 광주지법 행정1단독 임성철 판사는 지난달 22일 카디제가 받은 ‘난민불인정 결정’을 취소했다. 법원은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하자라족 등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테러가 발생하고 있고, 탈레반은 보호조치를 제공하지 않고 오히려 박해를 하는 주체”라며 ‘박해를 받게 될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이란 체류 자격이 사라졌다는 점도 인정했다.
요즘 카디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큰오빠 등 가족의 ‘생사 확인’이다. 가족 중 일부는 아직 이란 이스파한에 머물고 있다. 이스파한에는 이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핵심인 핵시설이 있어 이스라엘의 집중 타격 대상이 됐다. 카디제에 따르면 이란 국민은 전쟁이 발발하면 ‘안전도시’로 이동한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이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이동할 수 있다. 카디제는 “가족들은 허가서가 나오지 않아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인 이스파한 지역에 계속 머무는 중”이라며 “어떤 방법으로든 이란을 빠져나올 수 있게 한국이 도움의 손길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난민인권센터가 2024년 기준으로 법무부 자료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정리한 내용을 보면, 2024년 한 해 동안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총 105명이다. 난민 인정률은 재정착 난민을 제외하면 1.75%에 불과하다. 이들 중 소송 등 없이 법무부의 난민 심사만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건수는 17명뿐이다. 난민 신청의 1차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기 기간도 평균 1년 2개월에 달한다. 난민법은 난민 인정신청서를 접수한 날부터 6개월 안에 심사를 마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부득이한 경우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난민지원단체인 사단법인 피난처 김진수 활동가는 “한국 법무부의 ‘박해’ 기준이 과도하게 높다”며 “오랜 시간이 지난 경험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도 사소한 내용이 다르다고 해서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고 보는 예도 있다”고 말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상근활동가(변호사)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해 세계적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분쟁지역 출신 난민 신청자의 경우 정부가 난민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안정적 지위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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