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날씨가 왜 이래]‘장마 종료 선언’ 남부에 사흘째 쏟아진 역대급 폭우, 왜일까
- 이길중
- 25-07-21
- 35 회
광주를 포함한 남부지방은 이미 이달 초 장마 종료가 선언된 지역이다. 기상청은 보름 가까이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일, 지난달 19~20일 시작된 남부지방 장마가 지난 1일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 기간 광주에는 단 5일 비가 왔다. 장마 기간 누적강수량은 147.2㎜로, 광주에 지난 사흘간 내린 비의 양이 이보다 3배 많다.
마른 장마와 장마 뒤 내린 극한호우는 북태평양고기압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통적인 장맛비는 북쪽의 건조하고 서늘한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온 북태평양고기압이 엎치락뒤치락 세력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내린다. 서로 다른 두 기단 사이 만들어진 정체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내리는 기간이 평년(1991~2020년)에는 31일 정도 지속했다.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매우 빠르게 확장하면서 장마가 시작부터 예년보다 5~7일 일렀다.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는 북태평양고기압에 북쪽 차가운 공기가 맥없이 물러나면서 제주에서는 보름 만에, 남부지방에서는 12~13일 만에 장마 종료가 선언됐다. 이후 체감온도 35도 내외의 불볕더위가 전국을 덮치며 곳에 따라 장마임에도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날씨가 이어졌다.
극한호우도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매우 강한 상태에서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세게 부딪히면서 발생했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열대 수증기를 끌어오는데, 이 바람도 매우 강해 수증기를 다량 한반도로 유입시켰다. 일찍이 불볕더위를 만들며 한반도를 덮고 있던 북태평양고기압은 한반도 주변 뜨거운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끌어올리며 언제든 비를 뿌릴 ‘연료’를 축적했다.
기상학자들은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해진 이유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해석한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남쪽 해상, 필리핀해상의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졌다”며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의 한기가 힘겨루기 하던 것이 장마인데,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확확 쏠려버리면서 장마 자체가 변화무쌍해지고 예측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기상학자들은 좁은 지역에 많이 내리는 비인 ‘극한호우’가 더 잦아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50년 동안 한반도 여름철 집중호우 발생 빈도는 10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장마철 이후 시간당 100㎜ 이상 극한 호우가 16차례나 관측됐다.
김 교수는 지난 16일부터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 내린 폭우 같은 이상기후는 이제 ‘뉴노멀’이라고 말했다. 그는 “30년 평년값으로 보면 굉장히 이례적인 강수량이지만 3년 전 수도권 폭우를 비롯해 최근에는 매년 극한호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반도 주변 인근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수증기를 머금은 공기들이 너무 많아졌다. 이번 같은 파괴적인 현상을 위한 필요조건들이 갖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에도 이번 같은 수준의 극한호우가 얼마든지 내릴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김 교수는 “한여름이 지나고 대륙성 건조 기단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시 한번 충돌하는 초가을에 비가 많이 오는 현상이 정형화되고 있다”라며 “무더위가 지나고 선선해지는 가을에 찾아올 또 하나의 우기, 이른바 ‘가을장마’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마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전통적인 장마는 사라졌다는 해석도 있다. 올해처럼 ‘마른장마’가 나타나거나 장마철 전후로 극한호우가 쏟아지는 등 교과서적 장마와 다른 현상이 매년 관측되고 있다. 이희춘 국립기상과학원 연구관은 “장마가 과거에 여겨지던 개념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관련 기관과 학계가 이를 포괄할 새로운 정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2009년부터 장마의 시작과 끝을 미리 알리는 장마 예보를 중단했다. 당시 기상청은 “장마가 끝나도 국지성 호우 등 비가 많이 내림에 따라 장마 예보가 무의미해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후 기상청은 중부·남부·제주 지역으로 나눠 장마의 시작과 종료 선언만 하고 있다.
다만 선언 자체도 앞으로 비가 올지 등 예보 성격을 띠고 있다 보니 혼란스러운 상황도 발생한다. 지난 17일 같은 대기 영향권 아래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 400~500㎜ 폭우가 쏟아졌지만 기상청은 아직 장마 종료 선언을 하지 않은 중부지방 비는 장맛비로, 이미 장마 종료 선언을 한 남부지방에 내린 비는 장맛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장마 시작과 종료를 선언하는 데에는 정체전선 외 다양한 지표가 있다”며 “중부지방은 장마기간이기 때문에 장맛비이고 남부지방은 장마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장맛비가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집중호우와 관련해 대전에서 하천 준설 효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시는 준설 사업으로 홍수 예방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거짓 선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16~19일 대전 지역 누적 강수량은 최대 267㎜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지난 17일 하루 최대 누적 강수량은 168.4㎜였다.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지만 하천 범람 등으로 인한 큰 침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도로침수와 수목전도 등으로 인한 일부 시설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집중 호우 당시 하천이 범람해 일부 마을이 침수되는 등 상대적으로 큰 피해가 있었던 것에 비해서는 경미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대전시는 지난해 호우 피해 이후 대대적으로 진행한 하천 준설사업을 일등 공신으로 꼽는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17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글을 올려 “올해 초 열심히 3대 하천 준설 사업을 진행한 덕에 아직까지는 물이 범람하지 않고 금강으로 잘 빠져나가는 것 같다”며 “치수는 시민들의 안전한 삶을 위해 망설임 없이 추진해야 하기에 이번 장마 기간이 지나고 좀 더 확실하게 하천준설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지난해부터 대전 도심을 관통하는 3대 하천인 대전천과 유등천, 갑천에 대한 대대적인 준설 작업을 진행했다. 3대 하천을 20개 공구로 나눠 약 20㎞ 구간에서 50만4000㎥의 퇴적토 등을 걷어냈다. 이 같은 준설 효과로 올해 홍수 피해 등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게 대전시의 논리다.
하지만 홍수 예방 효과가 없다며 줄곧 준설에 반대해 온 환경단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대전시가 시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논평을 통해 “지난 17일 기준 대전에 내린 비는 168㎜로 같은 날 충남 서산(426㎜)과 홍성(353㎜)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해 강우량이 현저히 적었다”며 “준설이 홍수 예방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대전의 하천 제방은 200년 빈도로 설계돼 24시간 기준 강우량 347㎜까지 견딜 수 있도록 시공돼 있고, 여유고로 1m가 더 높게 쌓여 있다”면서 “168㎜의 강유량은 제방이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고, 만약 서산·홍성처럼 폭우가 쏟아졌다면 준설 여부와 관계없이 대전도 대규모 수해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장우 시장은 ‘더 확실한 하천준설’을 언급하며 준설이 마치 홍수의 엄청난 대비책인 것처럼 시민들을 속이고 있다”며 “단기적이고 홍수 예방 효과가 부족한 준설을 강행하고 홍보할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비한 장기적으고 근본적인 치수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3년간 한시적으로 재도입하는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위 소위원회를 통과하자 화물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국민 안전을 시한부로 연장하겠다는 결정”이라며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을 또다시 벼랑 끝으로 밀어넣는 퇴행적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안전운임제는 화주 → 물류 자회사 → 운송사 → 화물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화물노동자의 최소 수입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기사들을 대상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제도 일몰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별도 입법에 나서지 않으면서 폐지됐다. ‘3년 일몰’을 씌운 이번 안전운임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다시 시행은 되지만 3년 뒤 폐지되는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가 다시 한시적으로 도입되면 화주와 운송사가 ‘어차피 없어질 법안’이라며 운송료 삭감 등 제도 흔들기에 나설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1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도 도입 전부터 무분별한 운임 삭감이 현장을 휩쓸고 있다”고 했다.
노조가 공개한 자동차 제조업체 자회사인 화주 A사의 운임 삭감 현황을 보면, A사와 운송 계약을 맺은 운송사 B사는 안전운임제 시행 당시 부산~울산 구간 운송료로 32만6000원을 책정했는데, 제도가 폐지된 지난해 하반기에는 17.2% 삭감된 27만원을, 올해 하반기부턴 38.7% 삭감된 20만원으로 책정했다. A사와 운송 계약을 맺은 운송사 30여 곳의 안전운임제 시행 대비 올해 하반기 평균 운송료 삭감률은 35.1%에 달했다. 노조는 “운송료 중 운송 원가와 유류비를 제외하고 화물노동자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6.4%”라며 “운송료의 35.1%가 삭감되면 사실상 화물노동자의 소득은 0에 수렴한다”고 했다.
노조는 A사와 같은 대형 화주들이 운송료를 삭감하면 화물 운송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은 “(화주와 운송사가) 안전운임제 도입 전 시장 운임을 최저 수준으로 만들고, 안전운임제 시행기 물류비가 급상승하는 지표를 만들어 정상적인 제도 운용을 방해한다”며 “이러한 전략은 2018년 안전운임제를 법제화했을 때와 2022년 제도 일몰 전에 반복된 바 있다”고 했다.
국토위 소위를 통과한 안전운임제는 적용 품목도 컨테이너와 BCT로 이전과 같다. 화물노동자들은 철강과 일반화물도 안전운임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철강과 일반화물은 2020년 안전운임제가 시행됐을 때 ‘안전운송원가’가 도입된 품목이다. 매년 국토교통부가 화물 운임 산정에 참고하도록 안전운송원가를 고시한다. 노조는 철강과 일반화물은 안전운송원가에 적정 소득만 더하면 안전운임을 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지 않는 철강과 일반화물은 화주가 매년 최저입찰제를 시행해 10년간 운임 상승률이 마이너스에 달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장재석 화물연대본부 포항지역본부장은 “저가 수입 철강 제품으로, 수입 감세 폭탄으로, 내수 경기 침체로 인해 운송 물량은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매년 최저입찰제로 운송료는 하락하고 있다”며 “철강 화물노동자가 수익이 남으려면 과로, 과속, 과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동수 화물연대본부 대경본부장은 “일반화물 차량은 전체 화물 차량의 약 30%”라며 “일반화물에 대한 안전운임제 확대는 화물 운송 산업 전체의 구조를 바로잡는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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