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국민의힘 초엘리트들의 '반극우 연대'] [한강의 기적, 강남의 비극]

  • 25-09-05
  • 3 회

강남엘리트 [국민의힘 초엘리트들의'반극우 연대']
[한강의 기적,강남의 비극]



국민의힘 초엘리트들의 '반극우 연대'

[선우정 칼럼]
우파 포퓰리즘보다 엘리트 보수주의가 먼저 망했다내가 국힘 엘리트라면 반극우가 아니라 한국 사회 88% 언더독의 보수화에 사활을 걸겠다

국민의힘 엘리트 정치인 몇 명이 ‘반(反)극우 연대’를 결성했다. 그중 한 명은 “국힘의 극우화는 국힘의 자살, 보수의 자살, 대한민국의 자살”이라고 했다.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셈법이 있겠지만 이들이 제시한 문제는 본질적이다. 보수당과 극우, 정확하게 정의하면 보수주의와 우파 포퓰리즘의 관계는 지금 선진국 보수 정당이 안고 있는 공통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수주의는 ‘전통과 질서에 대한 존중’이다. 여기서 일탈해 전통 대신 반동, 질서 대신 폭력을 내세우는 사람들을 극우라고 한다. 서부지법 폭력, ‘윤 어게인&rsquo구호 등 몇몇 행태는 극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행태는 비판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이 세력의 강남엘리트 일부라는 점, 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정치적 실체가 이들의 본질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계엄은 당혹스러웠다. 그만큼 당혹스러웠던 현상이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급성장한 탄핵 반대 시위였다. 몰랐던 힘이 갑자기 폭발한 것이다. 2월 8일 대구 집회는 좌우를 통틀어 계엄 이후 최대 규모로 커졌다. 내 주위에도 “대구로 간다”는 사람이 있었다. 공대 석좌교수, 개척교회 집사, 백수 친구까지. 그들은 극우가 아니다. 도대체 이 열기는 무엇인가. 언론은 이 현상을 어떻게 다뤄야 하나.



2025년 2월 8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동환 기자

현장에서 참여자들을 만났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혐오, 민주당의 줄탄핵에 대한 반감, 사냥개처럼 달려든 경쟁적 수사와 절차적 불의에 대한 역겨움을 그들은 말했다. 참여자는 다양했다. 강남엘리트 기득권자로 볼 수 있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사회 변화를 따라잡는 데 허덕이는 소외된 노년, 부모 세대의 이익 독점과 강남 좌파의 위선을 증오하는 2030, 동성애 같은 현상을 문명적 타락으로 보는 기독교 보수주의자, 거대 괴물로 커진 이웃 중국을 혐오하는 체험적·이념적 반중 세력 등. 기존 계급 인식의 틀에 맞춘 좌우 논리로는 이 현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국힘 엘리트 다수는 초반 열기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감지했어도 무시했을 것이다. 그들이 혐오하는 호전적 유튜버와 열성적 신봉자들이 무덤에서 퍼 올린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렇게 보는 듯하다. ‘탄핵 심판 직후 반대 시위는 거품처럼 부서졌다. 한 줌 정치 세력만 남았다. 그들을 털어내면 중도를 끌어들일 수 있다.&rsquo명쾌한 논리지만 간단치 않다.

보수라면 이런 세상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 트럼프가 하는 정책이 우파 포퓰리즘이다. 트럼프 재집권은 ‘백인의 강남엘리트 미친 짓’인가. 트럼프만 사라지면 세상도 ‘정상’으로 돌아갈까. 사실 미국 보수주의와 우파 포퓰리즘의 연대는 트럼프 훨씬 이전인 1970년대 후반 시작됐다. 한국의 보수 엘리트가 칭송하는 헤리티지재단이 주도했다. 여기서 발간하는 보수의 지침서 ‘리더십 지침&rsquo서문은 전 모씨가 읽으면 당장 “극우&rdquo소리를 들을 내용이다. 우파 포퓰리즘의 호전성을 그대로 드러낸, 자유 투사의 출사표 같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의 정권 탈환과 8년에 걸친 장기 집권도 자민당 보수주의에 젊은 우파 포퓰리즘을 흡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약진은 아베 이후 리더십의 붕괴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수와 우파 포퓰리즘이 분화했고, 자민당엔 참패만 남았다. 이런 방식이 정의인지, 불의인지는 다음 문제다. 미·일 보수는 그렇게 생존했고, 진화했고, 실패했다는 것이다.

우파 포퓰리즘은 죽지 않는다. 사회 분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국 제조업과 함께 붕괴한 애팔래치아 중산층, 기득권 부모 세대와 철저하게 단절된 강남엘리트 일본 2030의 하류 사회. 미·일 보수당은 이들의 열등감과 상실감을 달랬다. 52시간, 주 4.5일 근무, 정년 재연장. 한국은 정부와 노조의 공동 지원 아래 대기업 정규직 12%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머지는 애팔래치아 하류 사회의 방치된 처지와 비슷하다. 내가 국힘 엘리트라면 반극우가 아니라, 한국 사회 88% 언더독의 보수화에 사활을 걸 것이다. 미·일 보수가 지지층을 넓힌 방법이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포퓰리즘 아웃사이더 정치인이 부정선거 괴담, 광우병 선동 세력, 과거 주체사상 신봉자, 부동산 투기꾼, 빅테크와 재벌, 한때 ‘극우&rsquo소리 듣던 논객까지 엮어 사상 최강의 권력을 창출했다. 전과도, 갑질도 상관없다. 이런 정권의 지지율이 60%다. 서울법대, 서울의대 출신의 엘리트들은 이런 정치를 끝장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먼저 망한 것이 그들이 신봉하는 순결한 엘리트 보수주의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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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강남의 비극



7일 서울 강남엘리트 강남구의 대형 입시 학원 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외국인 '다크 투어' 참가자들. /장경식 기자

“당신도 지옥 같은 삶을 살았나요?&rdquo스코틀랜드인이 물었다. 서울 강남을 거닐며 한국 사회의 현실을 소개해 준다는 외국인 대상 투어 상품을 동행 취재하던 중이었다. 3시간 투어에 4만5000원. 관광객은 모두 금발 서양인이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탄식한 곳은 강남의 대형 입시 학원 앞이었다. 하루 15시간씩 책상에 갇히는 한국 학생들 일상이 소개된 뒤, 돌연 기자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 ‘헬조선’에서 살아온 경험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방인들에게는 낯선 풍경이었을 것이다. 성형외과로만 가득 찬 고층 빌딩, “입주하려면 수백만 달러를 내야 한다”는 압구정의 허름한 아파트, 어딜 가도 무수한 모텔은 다른 나라에선 흔히 볼 수 없는 것이다. 청년들이 구직 면접을 위해 성형을 한다거나 커플들이 집 살 돈이 없어 모텔로 간다는 강남엘리트 식의 왜곡되거나 과장된 설명도 잇따랐다.

이 외국인 투어에 대한 기사가 나간 뒤 독자 반응은 둘로 갈렸다. “부끄러워도 대부분 현실인 걸 어쩌겠느냐”와 “굳이 나라 이미지를 망칠 필요가 있느냐”다. 내심 후자에 가까운 마음을 품고 취재를 시작했다. 또 혹시나 엉터리 해설을 늘어놓을까 싶어 투어 내내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일부 자잘한 오류를 빼면 투어가 보여준 한국의 현실을 마냥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강남을 ‘비극의 현장’으로 만든 요인은 집값이다. 의식주(衣食住)에서 주거는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이 ‘N포 세대’를 양산하고, 성공을 향한 무한 경쟁으로 청년들을 몰아넣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국민 행복 지수는 낮고, 청소년 자살률은 가장 높은 수준이다.

투어가 끝나고 13세 아들을 둔 한 호주인은 “한국의 이면을 제대로 봤다”고 말했다. 호주 학생들은 오후 2~3시면 하교해 뛰어놀고 주말마다 여행을 간다고 했다. 강남엘리트 명문 대학에 가려 목숨 걸고 공부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도 했다. 찾아 보니 호주의 국민 행복 지수는 OECD 평균치를 웃돌았다. 장강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rsquo속 주인공이 경쟁주의와 외모 지상주의에 지쳐 향한 곳도 그 나라다. 그에겐 한국이 지옥처럼 보일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한강공원이었다. 우리가 자랑하는 ‘한강의 기적’을 소개했지만, 관광객들은 “비극적인(tragic)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기적의 이면에는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불안과 불행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관광 상품은 역사적 재난·고통의 현장을 찾는 여행인 ‘다크 투어’라 할 수 있다.

다크 투어 본연의 목적은 비극을 되새기며 앞날을 위한 교훈을 얻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가 주목한 번영을 일궈냈다. 그러나 동시에 외국인들이 경악할 만한 어두운 그림자도 낳았다.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김도균 강남엘리트 기자, 조선일보(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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