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주식매수 [김윤철의 알고 싶은 정치]‘지배받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정치
- 이길중
- 25-08-27
- 2 회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났을 때부터 자유롭다는 느낌이 드냐”는 물음에 당신은 어떻게 답하는가? 자유롭다고 느낀다면 정말 행운아다. 두 가지 부류 중 어느 하나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세상만사에 의도적으로라도 거리를 두고 살고 있거나 무관심한 사람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만사와 연결돼 있다 해도 자기 마음대로-다 이루지 못한다 해도-세상만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거나 언제 어디서든 세상을 지배하는 질서에서 탈주할 여력을 보유한 사람이다. 둘 다 만만치 않은, 그야말로 능력자다. 전자가 강한 정신력 보유자의 승리라면, 후자는 풍부한 물질적 자원 보유자의 승리다. 물질적 승자 모두가 자유롭다는 느낌을 갖는 것은 아닐 테지만, 정신적 승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정신적 승자는 때때로-속세를 완전히 떠난 ‘도사’가 아닌 한-물질적 승자이기도 하다. 적어도 물질적 패배자는 아니다.
보통사람 대다수는 두 부류 중 어느 하나에도 속하지 못한다. 촉각을 곤두세워 세상만사를 살피며 먹고살 방책을 끊임없이 찾아내야만 한다. 탈주의 여력도 영향력 있는 부와 권력도 갖고 있지 못해서다. 그런 우리를 달리 부르는 이름이 있으니 바로 ‘서민(庶民)’이다.
서민은 소박할 뿐만 아니라 ‘가엾은 사람들’이라는 뜻을 갖는다. 왜 소박하고 가엾냐고? 뭔가를 숨기고 꾸밀 만한 자원과 힘(부동산, 주식, 지위와 권력 등)을 갖고 있지 못해서다. 더 나아가서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괄시받고 차별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롭다는 느낌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과 생각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는 느낌, 즉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은 좌절감과 절망감을 낳는다. 그래서 또 가엾다. 누군가가 가엾게 여긴다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그렇게 감지한다는 존재의 특성을 갖는다. 그런 존재 특성의 감지를 ‘서러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러운 존재의 대표적인 경우가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고 있지 못한 ‘노동 약자들’이다. 산업재해와 그에 대한 방관은 서민들의 삶의 가엾음과 서러움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주는 사건이다.
‘자유로운 느낌’의 여부가 중요
대형서점에 가보면 자기계발서가 ‘잘 팔리는 책’의 자리를 여전히 차지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란 무엇인가? ‘홀로’ 정신의 승자가 되거나, 물질의 승자 혹은 그 둘 다가 되는 ‘능력 함양의 방법’을 담은 책일 뿐이다. 누가 그 책들을 사볼까?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이미 승자인 사람들이 볼 턱이 없다. 승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여기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 누구인가? 아직은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좋게 말하면 의욕과 열정의 보유자고, 나쁘게 말하면 욕망에 휩싸여 있는 이들이다. 혹은 의욕과 열정과 욕망을 갖고픈 이들이다. 아무튼 아직은 자유를, 적어도 자유롭다는 느낌을 갖고 살아가길 갈구하는 이들이다. 그러니까 지배받는 자는 아니라는 느낌을 갖고 싶은 ‘아직은 서민이 안 된 자들’이다. 그렇지만 이들 대부분 역시 가엾다. 자기계발서 열독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서민의 좌절감과 절망감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다른 누군가(무능력자)의 좌절감과 절망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채, 나 홀로 능력자가 되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착각’에 있다.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를-창안하고 지속시키는 자들이 아닌-그저 따르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자기계발서가 잘 팔리는 이유는 그들 덕분이다.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은 외부 강제 때문에 자기 고유의 내면이 부재하거나 흐릿해져 있다는 존재 상태의 감지에서 비롯한다. 그런 내면의 상태를 문제 삼게 되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좌절과 절망의 느낌은 외부의 힘에 대한 체념 어린 순응 혹은 ‘과격한 단절’의 기도와 실행으로 이어진다. 과격한 단절의 기도와 실행은 때때로 ‘숭고하고 아름다운 저항의 정수’가 되기도 한다. 좌절과 절망이 서민들 사이에서 퍼질 대로 퍼지고 극에 달해, 자신들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지배 질서를 어떤 식으로든 혁파해야겠다는 ‘전복의 마음’이 들끓을 때가 바로 그런 때이다.
또 다른 좌절과 절망을 낳겠으나, 애석하게도 서민들 사이에서 그런 혁파와 전복의 마음이 들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희망의 원리>를 유토피아 담론의 탐색에서 찾으려 한 에른스트 블로흐가 귀띔해주었듯이, 인류문명의 역사에서 혁명이 전쟁보다 드문 데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서민들은 대체로 내면의 상태에 둔감해지려고 한다. 내면의 상태에 민감하게 구는 것을 배부른 짓과 감정의 사치로 간주한다.
그런 때 인문적 고찰은 내면의 상태를 살피고 보듬는 인간 고유의 실천이 아니라, ‘유한계급의 교양-있는 척하는-놀이’가 된다. 혹은 내면보다는 외부가 강제하는 지배 질서의 이모저모를 정보 혹은 도구적 지식의 차원에서 습득해 지배 질서에 한층 더 잘 적응케 하는 자기계발의 다른 이름이 된다. 그 와중에 자기 고유의 내면은 한층 더 흐릿해지고 공허해진다. 그렇게 사라져버린 내면에는 자유롭다 혹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어설 수 없다. 자유로움과 그렇지 못함을 느끼게 해주는 지배와 저항의 경계 자체가 외부의 힘으로만 가득 차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가끔 수업 때 학생들에게 묻는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자유롭다고 느끼냐고. 대부분 “느끼지 못한다”고 답한다. 그들은 극우냐 아니냐, (여)성차별주의자냐 아니냐 등을 둘러싸고 일어난 정체성 규명 논란의 대상이 되어 있는, 즉 “너는 누구냐”라는 물음에 직면해 있는 20대 청년들이다. 난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먼저 던져야 할 물음은 너는 누구냐가 아니라, “자유롭다고 느끼냐” “정녕 홀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여기냐”라고 생각한다. 살아온 날의 자기주도성과 파란만장함이라고는 아직 찾아볼 수 없는 그들에게 정체성을 묻는 것은 너무 이르다. 누군가의 정체성과 이에 대한 자신과 타인의 인식은 적지 않은 사회적 관계와 시간과 경험의 축적과 해석을 필요로 한다. 그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 이들에게 던져야 할 물음은 정체성 형성의 여정을 자유롭다고 느끼며 시작하고 있는지다.
약자에 연대와 협력 방법 알려줘야
시간과 경험을 이미 갖추었다는 오해 속에 자기정체성을 섣불리 규정하는 시건방진 이들도 있다. 대체로 부와 권력의 획득을 둘러싼 경쟁 과정을 주도하는 다른 누군가의 일방적 생각에-상업적 의도를 가진 각종 세대론과 같은 담론에-기댄 탓에 취약하고 시시한 자기인식일 때가 많다. 그런 시시함이 과잉대표돼 ‘20대 극우화론’ 같은 성급한 규정을 낳기도 하는지라 유의해 추려내야 한다.
특히 정치인이 유의해야 한다. 딱지 붙이기가 현실 정치의 유력한 무기임을 부정할 수는 없고, 그런 수단에 의존하는 정치가 횡행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자유의 힘을 키워야 하는 정치의 본래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하면 성급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정치인들은 단지 자유로움 여부에 대한 물음에서 그치지 않고 보통사람들에게 ‘지배받지 않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자유의 힘을 키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게 약자가 지배에 저항하는 유일한 길, 즉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의 미덕과 방법이다.
정치는 참으로 어려운 실천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그 지위를 얻은 이는 무척 많다. 하지만 긍정적 의미에서 역사에 남는 대통령과 사람들이 기억하고 아는 국회의원이 많지 않다. 지배 그 자체를 혹은 부당한 지배조차 정당화하는 뻔뻔함마저도 행사하기 쉽지 않다. 지배의 힘을 줄이고 보통사람들의 자유를 키우는 정의로움과 용감함은 그야말로 행하기 어렵다. 부와 권력에 맞서 자기 스스로 저항의 선봉에 서야 할 뿐만 아니라, 자유를 얻을 수 없을 거라 여기며 낙담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홀로 자유를 얻는 데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마저 설득해 저항의 일선에 설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수 사람의 마음과 지지를 힘겹게 얻어 이룬 부와 권력도 이리저리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치의 세계에서 성공 사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올곧은 생각과 입바른 말을 내세웠던 사회 인사가 정치인이 되면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 실패의 경우가 훨씬 더 흔하다. 그런데도 정치에 뛰어들었다면 보통사람들의 마음과 존재 상태를 헤아리고 ‘지배받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데 경주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 지배자가 되려고 정치를 한다면 실족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다음 달 22일부터 내년 4월30일까지 2025~2026절기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무료 접종 대상은 중증화 위험이 큰 6개월∼13세(2012년 1월1일∼2025년 8월31일 출생자) 어린이와 임신부, 65세 이상(1960년 12월31일 이전 출생자) 등이다. 9월22일에 2회 접종 대상 어린이부터 접종이 시작된다. 2회 접종 대상은 과거에 접종력이 없거나, 기존에 1회만 접종받은 6개월 이상 9세 미만 어린이다.
같은 달 29일부터는 1회 접종 대상 어린이와 임신부, 10월15일부터는 75세 이상 어르신 등 순차적으로 접종 일정이 예정돼있다. 65세 이상 대상자는 10월15일부터 동일한 일정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 예정이다. 질병청은 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달라고 권고했다. 다만 동시에 접종하는 경우 각각 다른 부위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
이번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에 따라 기존 4가 백신에서 3가 백신으로 바꿔 시행한다. 3가 백신은 기존 4가 백신에서 전 세계적으로 장기간 검출되지 않고 있는 B형 야마가타 바이러스의 항원 1종을 뺀 것이다. 질병청은 효과성과 안전성에서 4가 백신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한국보다 한해 앞서 4가에서 3가로 백신을 바꿨다. 일본과 대만, 영국도 이번 절기부터 3가 백신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자신의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위탁의료기관, 보건소에서 할 수 있다. 전국 위탁의료기관은 약 2만3000곳이다. 관할 보건소나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nip.kdca.g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접종하러 갈 때는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한다. 접종 후에는 의료기관에 20∼30분간 머무르며 이상 반응을 관찰한 후 귀가해야 한다. 가장 흔한 이상 반응으로는 접종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는 현상과 통증이 있는데, 대부분 하루 이틀 안에 사라진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예방 접종은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과 사망을 줄이고 질병 부담을 낮추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국가예방접종 대상자들은 올겨울 유행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꼭 받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서울에서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로 의심되는 주택 매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갭투자가 급증했던 마포·성동구는 90% 넘게 급감했고, 강남구는 지난달 갭투자 의심 건수가 아예 없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24일 국토교통부에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에서 갭투자로 의심되는 주택 매수 건수는 179건으로 6·27 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인 6월(1369건)보다 약 87%가 급감했다. 주택 매수를 위해 임대보증금을 승계하고 금융기관 대출을 받았으며, 입주계획을 ‘임대’라고 써낸 경우를 ‘갭투자 의심 사례’로 분류한 결과다.
지역별로, 6·27 규제 직전 갭투자 수요가 쏠렸던 마포·성동구에서 거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마포구는 갭투자 의심 건수가 지난 6월 150건에서 지난달 12건으로 92%, 성동구는 지난 6월 196건에서 11건으로 94.4% 급감했다.
정부가 6·27 대출 규제를 통해 수도권 지역에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고, 주택담보대출 시 실입주 의무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갭투자 차단 조치를 시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확대 지정으로 갭투자가 이미 제한된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도 6·27 대출 규제 효과가 나타났다.
강남구의 갭투자 의심 건수는 지난 3월 13건에서 0건으로, 송파구와 서초구는 각각 18건에서 4건으로 감소했다. 용산구 역시 51건에서 13건으로 급감했다. 이들 지역은 토허구역 확대 지정 직전에는 지난 3월 갭투자 의심 건수가 100~200건에 달했던 곳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갭투자 의심 건수가 증가한 곳은 강북구(4건→5건)뿐이었다.
차 의원은 “6·27 대출 규제 이후 갭투자가 대폭 감소하며 정부 정책의 효과가 입증됐다”며 “고강도 대출 규제로 급한 불을 껐지만,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자본시장으로 자금이동을 본격화시키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세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으로 출국하는 길. 인천국제공항 한 항공사 카운터에서 수화물을 모두 부치며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휠체어 서비스를 통해 공항 직원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비행기 게이트 앞까지 긴 동선을 이동하곤 한다.
그날 나의 휠체어 서비스에 배정된 직원은 아빠뻘로 나이가 지긋하신 한 중년 남성이었다. 언뜻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 분위기를 가진 그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휠체어를 밀기 전 잠깐 멈춰 서 기내 수화물 개수, 휠체어 배터리의 종류와 전력 용량 등을 먼저 확인했고, 나는 그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다. 그는 연이은 배터리 사고로 인해 항공기 내 배터리 소지가 예민한 상황에서 총 용량을 계산했을 때, 기내 배터리 소지가 가능하다고 결론 내리고는, 기내 휠체어 배터리 탑재 방식을 잘 몰라 망설이던 항공사 직원에게도 마찬가지로 설명했다.
이동하기 전 머릿속 점검표부터 검토한 그는 비로소 이동할 준비가 되었냐는 듯 신호를 보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장 내가 탄 휠체어를 밀고 보안 검색대로 향했다. 검색대를 지키는 직원을 만나 가방 안에 어떤 종류의 배터리가 몇 와트, 몇 암페어 용량으로 담겨 있다고 말하며 기내 소지 가능 품목임을 알렸다. 그러나 공항 보안업체 소속 계약직이었을 ‘휠체어 도우미’인 그의 말을 바로 신뢰하기 어려운 공항 직원은 한참 더 망설였고, 그는 그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배터리 종류를 다시 보고하고 탑승 용량을 계산해 판단을 도왔다. 그의 능숙한 진행 덕분에 배터리를 둘러싼 필요 이상의 지연과 실랑이는 나타나지 않은 채 일사천리로 입장할 수 있었다.
그의 전문성은 지식을 뽐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문이 잠긴 장애인 화장실의 가까운 대안을 찾는다거나, 항공사별로 다른 탑승 진행 시간을 사전에 안내한다거나, 다른 여행객과 부딪치지 않고 최적 경로로 이동하는 방법을 이어서 제시했다. 그는 공항 전문가나 다름없었다.
그와 대화하며 그가 실은 공항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휠체어 서비스 직원이 아니라 퇴직자이며, 은퇴 후 돈도 벌고 사회에 기여도 하고자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일과 일하는 자기를 둘 다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막내야 네가 다녀와라.” 혹은 “계약직 업무라 뭐…” 하며 떠넘겨졌던 이 ‘사소한’ 휠체어 서비스가 이토록 전문적인 영역이라 느꼈던 적이 있을까. 장애인 고객의 휠체어를 미는 업무를 전문적으로 진심을 담아 실천하는 그를 보며 일의 의미를 다시 곱씹었다.
당장의 일을 미래의 부에 유보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지금을 중요시하는 사람. 장애인 탑승객의 ‘휠체어’를 더 잘 밀기 위해, 휠체어 배터리 규정과 계산식을 외우고, 보안 검색의 규칙을 익히고, 공항의 지리를 익히고, 항공사별 다른 수속 시간을 암기하는 그의 진지한 업무 태도 앞에서 ‘무슨 일을 하건 어차피 인생은 한 방’이라며 우습게 지금의 일을 인식하던 내 마음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그날 그가 이끈 건 내 휠체어 이상으로, 주어진 일과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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