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공간
아파트전세 “남태령은 거대한 소용돌이였다”···‘사유하라’ 철학자 서용순 인터뷰
- 이길중
- 25-08-29
- 3 회
“새로움의 상징인 2030여성과 전통의 직업군인 농민이 국가 권력에 맞서는 자리에서 함께 만난 거죠. 농민들은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가장 배제된 이들이기도 하고요. SNS를 본 2030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고, 연대의 힘으로 장애물을 뚫어낸 거죠. 동학혁명의 농민들 이후 넘어보지 못했던 장벽을 이 연대가 넘어버린 겁니다.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난관을 돌파한 거라 놀라웠어요.” 그는 이주 노동자와 성소수자도 결합한 이 연대를 두고 “거대한 소용돌이”라고 했다. “보통의 질서 안에서는 철저히 분리된 모든 이질적인 존재들이 휩쓸려 하나의 거대한 힘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희망은 절망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실천들이 만들어내는 예외의 사태”라고 <사유하라>에 적었는데, 이 예외의 사태가 남태령에도 들어맞는다.
서용순은 4·19혁명, 5·18광주민중항쟁, 1987년 6·10민주항쟁, 2016년 탄핵집회 등 민주주의 쟁투에 2024년 12월 3일 시민들의 ‘내란 세력의 국회 무력화 저지 투쟁’과 12월 21일 이후 남태령 연대 시위를 추가했다.
남태령 연대는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관철한 한 예다. 서용순은 “(위헌적 계엄 시도에서 드러났듯) 잘 확립된 제도가 민주주의를 안정화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라며 “민주주의는 싸움”이라고 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행동입니다. 헌법의 국민 주권 보장은 ‘글자’일 뿐입니다. 그 헌법 조항은 그 내용을 믿고 그것을 지키려고 싸우는 사람들을 반드시 요구합니다.” 서용순은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서 국회 담장을 넘은 야당 대표와 국회의장, 친구들과 밥을 먹다가 국회로 달려온 취준생 등은 국민의 주권 조항으로 보장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들 모두가 지킨 것은 국회나 헌법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민주주의라는 일종의 정치적 통로”라고 썼다.
서용순은 민주주의를 “주권재민의 정치적 원리를 현실로 만드는 힘, 대중의 결집된 힘일 뿐”이라고 말한다. “대중의 민주주의적 실천은 어떤 특정한 국면에서 두드러지며, 어느 순간 폭발적인 강도”로 나타나고, “정치적 사건이라 부를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정황에서 이러한 실천은 반드시 섬광처럼” 솟아오른다. 서용순은 “대중의 힘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내란 세력의 준동을 막아냈고, 그 안에서 결집과 실천이라는 민주주의의 잠재력을 다시금 일깨웠다”고 말했다. 이 쿠데타 시도에 맞서는 싸움 즉 결집과 천이 없었더라면 민주주의는 다시 한번 좌절의 역사를 마주해야 했을 것이라고 본다.
‘결집과 실천의 힘’은 ‘사유의 힘’ 덕이다. 서용순은 “현실을 설명하는 사유의 행위는 종종 현실에 대한 강한 부정으로 나아가고, 현실의 억압과 압제에 맞서 싸운다”고 썼다. 서용순은 “사유야말로 의견의 지배가 관철되던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했다.
“사유가 드러내는 것은 의견이 지배하던 세계가 일관적이고 통일적인 세계가 아니라, 오류와 불의가 지배하던 거짓 세계였다는 사실이다.” 지동설의 사유가 그 이전의 자명한 지배적 의견이었던 천동설을 몰아낸 게 한 예다. 지동설도, 보편의 정치 원리인 자유와 평등도 “예속과 복종, 억압과 금지를 강요하는 지배적인 법칙과의 처절한 싸움”으로 얻어냈다. 지난겨울, 자칫 “정당한 계엄”이라는 의견에 지배당할 뻔한 상황을 타파한 것도 사유가 드러낸 것이다.
‘지배적 의견’은 ‘자명한 것’이기도 하다. 서용순은 반공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가 끝나자 ‘자명한 것’들이 사유를 몰아내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자명한 것들’은 즉 ‘경쟁에서의 승리, 합리적인 선택, 안락과 안전, 부자 되기’처럼 ‘유용한 것들’이다. 이 자명하고, 유용한 것들이 지금 이 세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 ‘지배적 의견은 “자신과는 다른 것들을 금지하고, 세계를 침묵 속에 몰아넣는 데 성공”한다. ‘내란세력’이나 ‘계엄옹호세력’을 넘어서는 문제다.
서용순은 권력자와 성공한 자를 추앙하는 이들에게서 “자명성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도 확인한다. 자명성 숭배도 특정 정파와 진영에 국한하는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 체제의 문제다. 한 예로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 5000시대’를 공언한다. 이런 체제가 인정하는 “올바른 것”은 “부자로 사는 것뿐”이다. “삶을 평가하는 기준은 나의 이익에 있고, 그것에 어긋나는 모든 것은 정의가 아니다. 모든 정의는 ‘나’라는 이기적 자아의 정의, 나의 물질적 행복과 풍요를 위한 정의가 된다.”
‘자명한 것들’과 ‘지배적 의견’의 세상에서 사유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유에 관한 왜곡과 오해가 널리 퍼진 게 사유의 무기력을 만든 이유 중 하나다. ‘사유를 위한 성찰’은 “그저 속 편한 먹물들의 사치”로 치부되거나 “그저 쓸모없는 유희”가 된다. 문학과 철학, 예술은 “낡아빠진 지적 유희”로 취급된다. “사유는 단지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게 아닌데도, ‘손익 계산을 위한 빠른 판단’의 반대 영역에 놓인 거죠. 이런 판단만이 필수적이고 생산적인 것으로 여겨지고요. 번영과 풍요의 편에서 보면, 사유는 더 필요하지 않은 것들, 사라져야 할 것들이죠.” 문학, 예술, 철학은 국가 지원 사업에 매달려 연명하거나 “비즈니스의 장식물에 불과한 CEO 인문학” 같이 ‘유용한 것’이 되어야 한다.
“유용성이 삶을 지배하면서 사유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정의, 평등, 자유, ‘공통적인 것’의 가치도 스러지고, ‘무용한 것들’은 폄하되고, 제거 대상으로 낙인찍히기도 하죠.” 사회적 불의와 자본의 횡포가 횡행할 때 필요한 게 ‘사유의 책무’다. “가장 어두운 가운데, 그 어둠을 밝히는 것이 바로 사유의 책무”라고 그는 말한다. 그 책무를 저버리고 “사유 없는 삶의 맹목성만을 승인”하면 “가장 무시무시하고 악랄한 것들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무차별적인 불의와 자본의 사람 사냥”이다.
서용순이 대중의 힘과 역동적인 실천을 두고 책에서 또 주요하게 문제 삼는 건 대의민주주의다. “정치는 정치가에게 맡기고, 각자를 각자의 자리에 머무르도록 강제하는 것이 대의제의 기능이죠. 몇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선거에 참여하는 것에 만족하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제도의 틀에 갇힌다면, 우리는 졸지에 ‘정치적 게으름뱅이’가 되고 맙니다. 이것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대의제 민주주의가 갖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에 해당합니다. 다수가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더는 민주주의 쟁투에 참여하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허울만 남게 됩니다. 정치적 게으름뱅이가 민주주의를 살해하는 셈입니다.”
민주주의는 쟁투나 실천 같은 ‘적극적 행동’을 보장하지만 대의제는 이 행동을 엄청나게 어려운 일로 치부하기도 한다.
서용순은 자유의 문제도 들여다본다. 헌법은 시위,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 민주주의적 선거를 통한 정당 선택이 가능하다. ‘적극적 행동’을 빼면 남는 것은 몇 가지 ‘초라한 자유’뿐이다. “기껏해야 댓글 몇 줄로 보장받는 알량하기 짝이 없는 표현의 자유, 이따금 돌아오는 선거에서 자신의 지지 정당을 선택할 자유 정도밖에는 갖지 못합니다. 그저 투표지를 기표함에 넣는 것에 만족할 때 역동적인 민주주의의 실천은 고사하고 말죠.”
서용순은 “이런 자유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 튼튼히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 영역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단지 형식적인 것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한다. “인민 기본권은 무시되기 일쑤고, 권력은 공공연하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위헌적 계엄이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대의민주주의와 자유의 문제 역시 특정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문제다. 서용순은 “오늘날 자본주의를 떠받치는 것은 타락한 민주주의의 주체성이다. 민주주의는 점점 더 왜곡되고 파괴되는 와중에 있다”며 체제 문제와 자유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우리가 사는 이 교환의 세계에서 자유란 단지 시장에서의 자유에 불과합니다. 지금도 이런 자유를 구가하는 것은 퇴행적이고 보수적인 권력 집단과 거대자본으로 대표되는 과두 세력뿐입니다.” 그는 “이 자유는 무언가 처분할 것을 소유한 자의 자유, 가진 자의 자유일 뿐”이라고 했다. “이 자유는 자신의 몸뚱이 밖에 가진 것이 없는 이들에게는 별반 의미가 없습니다.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에게 주어진 정치적 자유란 실로 미미합니다. 자신의 노동력과 시간을 팔 자유, 극악한 노동 조건을 기꺼이 받아들여 자신에 대한 착취를 적극적으로 승인하는 ‘예속의 자유’ 뿐”이라는 말이죠.”
정치는 서용순이 앞서 지적한 대의제 한계와 무기력, 타락한 자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민주주의적 실천, 정의와 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실천을 통해 어느덧 낡아버린 대의제 민주주의를 의미 있는 변화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용순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새로운 가능성’은 언젠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나 현시점에서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강조해야 하는 것이 또한 사유다. 사유는 “지속적인 의심과 혁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이자, “세계의 상태에 대한 의심과 (불가능한 것으로 낙인찍힌 것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의 탐색”이기 때문이다. 서용순은 “(지배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불가능의 욕망에 대해서는 결코 양보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역사는 수많은 불가능을 가능성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지적이고 실천적인 탐험들로 이루어진다”고 썼다.
그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게 남태령 연대다. 서용순은 세상을 바꾸려면 남태령식의 실천들이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대선 뒤 정치와 행정 영역은 남태령을 더는 가시화하지 못한다. 차별금지법 제정 같은 남태령 의제는 사라졌다. 그는 이 문제를 두고 “대선 당시 이재명이 민주당은 중도우파라고 선언한 것은 의미 있는 공헌”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진보 좌파 주변을 기웃거리던 민주당이 자기 자리를 찾은 것이죠. 실제 우파 인사들을 대선 전후에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정권이 내란 세력을 완전히 척결하고, 글로벌 자본과 연계해 중도우파 노선으로 계속 나아가면, 약자와 소수자의 균열이 다시 생겨나고, 거기서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용순은 “한국의 좌파 정치가 시작되는 시점은 바로 그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용순은 좌파 학자다. 그는 거의 소멸한 좌파 정치의 재기를 모색한다. 지금의 시간을 어둠의 시간으로 여기는 일은 모색의 과정이다. “지금은 완전히 몰락해버린 좌파 정치의 현실이 그 어둠을 증언한다고도 볼 수 있죠.” 서용순은 그 어둠의 시간을 실천하는 사유로 채울 것을 요청한다. “집권 세력의 자리만 바꾸는 선거가 아니라, 그 어둠에 대한 사유가 세상을 바꿀 겁니다.”
폐암으로 숨진 60대 환자가 “아동들의 치료비로 써달라”며 1억원을 기부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21일 세상을 떠난 이성덕씨(63·여)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1억원을 기부해왔다고 26일 밝혔다.
인천 서구의 한 빌라에 혼자 살던 이씨는 건설 현장 일용직과 청소 등 일을 하며 생활했다. 유가족들은 “이씨가 기부한 1억원은 안 먹고, 안 쓰고 악착같이 모은 돈”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1년여 전 폐암을 진단받았다. 감기인 줄 알았던 병이 이미 상당히 악화된 후였다. 이씨는 병석에서도 형제자매 등 가족들에게 치료비가 없어 고통 받는 아픈 아이들에게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폐암이 악화돼 지난 15일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이씨는 치료를 받는 중에도 병원 사회사업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기부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문의하기도 했다. 이씨의 뜻에 따라 가족들은 장례가 끝나자마자 길병원에 1억원을 기부한 것이다.
김우경 가천대 길병원장은 “이씨의 고귀한 뜻이 헛되지 않도록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건강과 희망을 찾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미 동부시간으로 25일 낮 12시40분(한국시간 26일 오전 1시40분)에 시작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정오 백악관에서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이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후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오찬을 겸한 회담을 이어갔다.
Z세대는 ‘폴더소비’와 ‘듣폴트’를 하고 ‘셀고리즘’을 통해 자기표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Y트렌드 콘퍼런스’를 통해 Z세대가 직접 선정한 트렌드 키워드 5종을 25일 공개했다.
올해로 3회차를 맞은 Y트렌드 콘퍼런스는 KT 대학생 마케팅 서포터즈 ‘Y퓨처리스트’와 Z세대 트렌드 전문 연구기관인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협업해 최신 라이프스타일 키워드와 마케팅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행사다.
이번에 선정된 Z세대 트렌드 키워드는 ‘폴더소비’와 ‘N놀러’, ‘듣폴트’, ‘에이아이션십(Ai:tionship)’, ‘셀고리즘’ 등 5가지다.
폴더소비는 Z세대의 ‘저장형’ 소비 행태다.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가운데 포모(FOMO·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된 것 같은 불안감)를 해소하기 위해 일단 폴더에 저장부터 해두고 실제 소비할 때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듣폴트는 ‘듣다’와 ‘기본’(default)을 합친 말로, 항상 무언가 듣고 있는 콘텐츠 소비 습관을 가리킨다. Z세대는 영상을 눈으로 보기보다 배경 음악처럼 틀어두고 귀로 즐긴다.
셀고리즘은 알고리즘을 길들이고 조정해 자신을 표현하는 트렌드다. Z세대는 알고리즘을 단순 추천을 넘어 정체성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N놀러는 거창한 취미보다 사소한 즐거움을 다양하게 누리며 ‘가볍게 즐기면 모두 취미’라는 인식을 반영한 여가 트렌드다.
에이아이션십은 인공지능(AI)을 단순 도구가 아닌 감정 교류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새로운 관계 방식을 뜻한다. 단순한 탐색을 넘어 유대감을 형성하며 관계를 확장해나간다.
KT는 발굴된 키워드를 실제 사업과 마케팅 전략에 반영해왔다. 지난해 키워드인 ‘친친폼’(친한 친구+플랫폼)은 위버스 초이스 요금제 및 ‘YSHOP’ 펀딩에 적용됐다. ‘긍생’(긍정+生)은 ‘와이로운 생일카페’ 팝업과 Y박스 리뉴얼 마케팅에 활용됐다.
KT는 올해 발굴된 키워드 5종을 비롯해 지난 3년간 트렌드와 사례를 정리한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9월 중순부터 2주간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무료 배포되며 밀리의 서재 전자책으로도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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